00187 재벌에이스 =========================
최민혁은 자신의 능력 중 치료 능력인 큐어를 사용했다. 이 능력은 최민혁 자신도 아직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 할지 정확히 확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허리 아픈 것 정도는 낫게 해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효과는 역시나 확실했다.
벌떡!
곰탱이가 바로 몸을 일으켰다. 마치 통증을 없애주는 진통제라도 맞은 듯 했다.
“우와. 너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이거 하나도 안 아프잖아?”
녀석은 사람들이 보건 말 건 훌라후프를 돌리듯 허리를 냅다 돌려 대며 말했다. 그런 녀석을 보고 최민혁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119 안 불러도 되지?”
“당연하지. 그런데 가다가 간식 좀 사먹게 돈 좀 더 빌려 주라.”
“얼마나?”
“5만원.”
최민혁은 녀석의 말에 기가 차서 다시 웃었다. 그럴 것이 최민혁이 녀석에게 준 KTX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간식비로 요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귀찮은 혹 하나 뗀다는 심정으로 최민혁은 녀석에게 5만원을 순순히 내 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쪼르르 매표소로 달려가서는 표를 끊고 대구 가는 동안 볼 스포츠 신문과 간식들을 잔뜩 샀다.
마침 대구 가는 열차가 바로 있어서 녀석은 곧장 그 열차에 올랐는데 최민혁은 녀석이 열차에 타는 것 까지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띠리링!
그때 최민혁의 핸드폰에 문자가 한통 날아왔다. 확인하니 조재익이었다.
-고마웠다. 대구 오면 신세 갚으마.
그래도 고마운 줄은 알아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최민혁은 곧장 KTX역을 나섰다. 그런데 서울역을 막 나왔을 때 세나가 갑자기 말했다.
[마스터.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빨리 가서 구해 주세요. 그 사람을 살리면 5,000포인트의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뭐?”
갑작스런 세나의 미션에 놀란 최민혁은 일단 뛰었다. 그렇게 눈썹이 휘날리게 내달린 최민혁이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 도착했을 때 진짜 30대 초중반 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한 명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딱 봐도 노숙자였는데 그 때문인지 지하보도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사람이 보도 한 복판에 쓰러져 있어도 다들 모른 척 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최민혁이 봐도 그 노숙자는 술에 취해서 쓰러져 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최민혁은 일단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상태부터 살폈다.
“이봐요. 괜찮....우욱....”
최민혁은 노숙자에게서 확 풍기는 냄새에 순간 토악질이 나올 뻔했다. 그런데 그 냄새는 씻지 않아 생긴 냄새와는 뭔가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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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철은 불과 석 달 전 만해도 보통의 샐러리맨이었다. 인 서울 대학을 나와서 서울의 중견 회사에 들어가서 별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때 그는 노숙자가 된 사연들 이란 유머를 들으며 배를 잡고 웃었더랬다.
그 내용은 이랬다. 20대 노숙자는 마누라를 재미있게 해 주지 못해 집에서 쫓겨났고 30대 노숙자는 마누라한테 돈 어디 썼냐고 묻다가, 40대 노숙자는 마누라한테 밥 달라고 하다가, 50대 노숙자는 마누라한테 라면 끓여 달라고 하다가, 60대 노숙자는 마누라한테 어디 가냐고 묻다가, 70대 노숙자는 마누라와 눈 마주치다가, 80대 노숙자 : 마누라와 옷이 스쳤다고.
그런데 실제 자신에게도 그런 유머 같은 일이 일어 날 줄 그 인들 알았겠는가? 30살의 양지철은 결혼 적령기라 선을 봤고 참한 여자를 만났다. 그래서 그 여자와 결혼을 하기로 하고 식장도 잡고 예물이며 집도 무리해서 대출까지 해 역세권에 20평형이지만 내 집을 장만했다. 그런데 그 결혼하기로 한 여자가 죄다 들고튀었다. 집도 팔아먹고. 알고 보니 사기집단에 당한 것이었다.
보통 사기 집단에 걸리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사채까지 그의 명의로 끌어다 쓴 탓에 조폭들이 매일 회사를 찾아왔고 양지철은 알아서 퇴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의 가족들까지 괴롭히자 그는 파산신청을 해버리고 잠적을 선택했다. 그렇게 노숙자 신세가 된 양지철은 겨울에 혹독한 신고식을 거치면서 그만 덜컥 감기에 걸렸고 그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그 병원에서 그는 가족에게 연락을 했고 그 과정에서 숨어서 그의 가족들을 감시하고 있던 사채꾼의 눈에 띄고 말았다.
사채꾼은 병원에 있을 때 양지철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가 병원을 몰래 빠져 나왔을 때 그때 그를 덮쳤다. 그리고 그에게서 빛 대신 콩팥 하나를 떼어갔다. 그리곤 그를 노숙자들이 있는 서울역에 내버렸고 양지철은 수술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게 더 화근이 되고 말았다.
술을 마시다 보니 수술한 부위가 곪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 열이 났고 양지철은 결국 서울역 앞 지하보도 한 가운데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그를 지나가던 사람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것이 그에게서 악취와 함께 술냄새가 강하게 풍겼기 때문에 말이다. 누가 봐도 그는 술에 취해 뻗은 노숙자였으니까.
‘그래. 이대로 죽자.’
양지철은 이걸 운명으로 받아드리려 했다. 그때 웬 젊은 남자가 나타나서 그의 상태를 살폈다. 딱 봐도 착한 사마리아인이었다. 이런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단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
“119를 불러야겠군.”
하지만 그 젊은 남자의 말에 양지철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안 돼.....부, 부르지 마세요.....제발....”
양지철은 이 신세로 또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랬다가 이 몰골을 가족들이 본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 하겠는가? 전에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가족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는데 말이다.
다행히 착한 사마리아인 젊은 남자는 양지철의 뜻을 존중해서 119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그를 번쩍 안아 들어서 지하보도 한쪽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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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노숙자의 요구대로 당장 119에 전화를 걸진 않았다. 하지만 그를 살려야 하는 입장의 그는 일단 그의 상태를 좀 더 확실히 살펴 볼 필요가 있었다. 그의 선에서 살릴 수 있다면 바로 살려 줄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를 안아 들고 사람들이 보지 않는 지하 보도 한쪽으로 움직였다.
그곳에 박스들이 즐비했는데 그 박스 위에 노숙자를 눕힌 최민혁은 세나에게 물었다.
‘투시안으로 이 사람의 상태를 볼 수 있지?’
[그럼요. 바로 보시겠어요?]
최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눈이 노숙자의 더러운 옷들을 꿰뚫었다.
“어어?”
그때 최민혁의 눈에 노숙자의 배 한 가운데 길게 나 있는 자상 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그 자상을 듬성듬성 집어 놓은 바늘 자국의 흔적들. 딱 봐도 눈앞의 노숙자는 수술을 한지 그리 오래된 사람이 아니었다.
최민혁은 바로 그 사람의 상의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그의 눈에 실제로 수술한 자국이 나왔다.
“우웁!”
그런데 그 수술한 곳에 곪아서 거기서 끔찍한 악취가 풍겨왔다. 최민혁은 토악질을 몇 번 한 뒤 숨을 참고 노숙자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면서 세나에게 물었다.
‘세나. 이거 위험한 거 아냐?’
[네. 위험하네요. 이대로 두면 이 사람은 폐혈증으로 죽습니다. 그러니 빨리 살리세요.]
‘어떻게?’
[마스터에겐 그런 능력이 있잖아요?]
“뭐? 아아........”
최민혁은 재빨리 자신의 능력 중 큐어를 노숙자에게 사용했다. 그러자 펄펄 끓어오르고 있던 노숙자의 열부터 순식간에 내려갔다. 최민혁은 한 차례 더 큐어를 사용했다. 그러자 곪아 있던 상처 부위가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 그 뒤에 최민혁은 두 차례 더 큐어를 사용했다. 그러자 노숙자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잠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이. 너 뭐야?”
“우리 물건에서 떨어지시지?”
최민혁이 뒤를 돌아보자 웬 깡패 새끼들이 살벌한 인상으로 그를 째려보며 서 있었다. 그 수는 3명이지만 녀석들에게서 살기가 풀풀 풍겼다. 최민혁은 그들이 아주 위험한 놈들임을 바로 눈치 챘다.
‘가만........’
그때 최민혁의 눈앞에 노숙자를 힐끗 쳐다 본 최민혁이 바로 놈들이 누군지 유추해 냈다.
‘불법 장기 매매단?’
최민혁이 곧장 노숙자를 두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걸 보고 깡패 새끼들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들은 최민혁이 그들이 무서워서 이 자리를 피하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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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지하보도에서 죽어가던 사람을 살리셨습니다. 이에 보상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민혁은 깡패 새끼들의 정체를 눈치 채고 녀석들에게 직접 물으려고 몸을 일으킬 때였다. 세나의 말이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이어 그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5,000. 사업가 총 포인트 35,000]
최민혁은 미션 완수에 따른 보상을 확인하고 바로 그 창을 지웠다. 그래야 눈앞에 깡패 새끼들을 제대로 볼 수 있으니까.
“너희들 짓이냐?”
최민혁이 깡패 새끼들에게 대 놓고 물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실실 웃고 있던 깡패 새끼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뭐야 저 새끼?”
“하아. 저 새끼가 어따 대고 혀 바닥을 함부로 놀리고 지랄이야?”
“그냥 꺼져라. 쳐 맞고 징징거리지 말고.”
세 명의 깡패 새끼들이 다들 한 소리씩 하며 대 놓고 최민혁에 대해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때였다. 최민혁이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장기매매단이지?”
순간 세 명의 깡패 새끼들은 재빨리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 중에 한 녀석이 호주머니에서 잭 나이프를 꺼냈다.
착!
그리고 잭나이프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 나왔는데 그 소리가 지하보도 안이라 그런지 몰라도 더 섬뜩하게 최민혁의 귀를 울렸다.
“새끼가 죽을라고.”
그리고 그 잭나이프를 든 녀석의 두 눈에서 실제로 살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세나의 능력을 쓰게 된 이후 최민혁의 오감은 보통 사람보다 확실히 발달 되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발달 된 것이 육감이었는데 그 육감 속에서 최민혁은 살기를 확실히 감지해 낼 수 있었다.
최민혁은 딱 봐도 잭나이프를 들고 있는 자가 사람 여럿을 죽여 본 놈임을 알아봤다. 그렇다면 최민혁도 놈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꺼릴 게 없었다. 그도 살인을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말이다.
‘넌 뒈졌어.’
최민혁은 음산하게 웃으며 자신의 몸에 잭나이프를 찌르러 다가오는 깡패 새끼를 보며 전기맨을 준비했다. 그때였다.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마스터. 짜릿한 손맛을 느끼고 싶지 않으세요?]
‘짜릿한 손맛?’
그건 낚시에서나 느낄 수 있는 거 아니던가?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잃은 세나가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 그 손맛 말고 사람을 팰 때에도 그런 손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준비한 아이템이 있어요. 바로 ‘개 몽둥이’. 이 능력으로 말하자면.................]
일단 세나가 추천한 능력의 이름에서 최민혁은 직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그가 악인들을 단죄할 때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