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6 재벌에이스 =========================
최민혁이 사는 곳이 어딘지 알아내는 건 김관영에게 일도 아니었다. 경호팀 신원 정보망만 사용해도 최민혁이 사는 곳과 그의 핸드폰 번호는 쉽게 알아 낼 수 있으니까.
“가서 잡아 와.”
“네.”
이 일에 김관영은 3팀 경호원 넷을 보냈다. 사실 잡아오라고 했지만 가서 데려 오면 될 일이었다. 오성 그룹 경호원들이 가자는데 오성 소속의 야구선수인 최민혁이 그걸 거부할 일 따윈 없을 테니까.
김관영은 그 후 일을 고심했다. 경호원들이 최민혁을 오성 그룹 본사로 데리고 온 뒤 말이다.
보통 윤재욱 팀장이 최민혁을 만나고 서로 얘기가 잘 될 경우 경호원들은 다시 최민혁을 그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터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이 귀찮아졌다. 특히 윤 팀장이 최민혁을 은밀하게 처리해 주길 바란다면 말이다.
그럴 경우 일단 최민혁은 풀어 준다. 그 뒤 다시 잡아 오는 데 그때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곤 최민혁을 사냥개들에게 넘기면 됐다. 김관영이 아는 한 사냥개에 넘겨진 사람들 중 다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사냥개들이 바뀌었단 얘기가 있었다. 뭐 그래봐야 사냥개는 사냥개 일 뿐이지만 말이다.
김관영은 그렇게 그 일을 네 명의 팀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나머지 경호원들과 오성 일가의 경호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고 저녁 10시가 넘으면서 오늘 경호 일도 끝났다. 그제야 김관영은 최민혁을 잡으러 간 경호원들이 생각났다.
“뭐야? 왜 여태 아무 소식도 없는 거야?”
사실 김관영은 아까 8시쯤에 최민혁을 잡으러 그의 집에 가 있던 경호원들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최민혁이 막 집에 왔고 이제 그를 잡아서 본사로 가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이후 2시간이나 지났는데 아무 소식도 없다니.
김관영은 바로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거 혹시......”
김관영은 자신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들이 일부러 그를 배제시키고 최민혁을 잡아서 곧바로 윤재욱 팀장에게 데려 간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이 경호 3팀이 다시 꾸려진 건 며칠 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김관영이 부 팀장이 된 것도 바로 그때였고. 그러니까 김관영 보다 더 고참 인 팀원들도 있었고 그들이 불만을 가지고 이번 일을 꾸몄다면 말이다.
“씨팔. 그랬기만 해 봐라. 내가 가만 두나......”
김관영은 씩씩거리며 곧장 윤재욱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걸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윤 팀장에게 직접 전화해 보는 것이니까.
“네. 윤 팀장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 경호 3팀의 부 팀장 김관영입니다. 네. 아까 지시하셨던.....네. 맞습니다. 네? 아직 연락을 못 받으셨다고요? 네. 아, 아닙니다. 최민혁이 좀 멀리 가 있어서 신병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서요. 네. 물론입니다. 내일 까진 팀장님 앞에 꼭 데리고 가겠습니다. 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서둘러 윤 팀장과 통화를 끝낸 김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렇다면 최민혁을 잡으러 간 그의 팀원 4명은 대체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김관영은 경호팀 사무실에 연락을 해서 최민혁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세요.
“혹시 최민혁 선수 되십니까?”
-그런데요?
“아네. 야구 선수에게도 꼭 필요한 보험이 있어서요.”
김관영이 보험 타령을 하며 떠벌리자 최민혁이 됐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뭐야?”
최민혁은 별 일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의 팀원 4명의 행방은? 김관영은 아무래도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이때에도 그는 상관인 3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내일 그 소식 끊긴 4명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타 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김관영은 일단 오늘은 팀원들을 퇴근 시키고 자신도 퇴근을 했다. 그리고 내일 사라진 4명을 찾지 못한다면 그때는 팀장에게 보고도 하고 최민혁을 잡아다 윤 팀장에게 데려 가는 일도 자신이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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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박민주와 통화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조재익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왜?”
-민혁아. 돈 좀 빌려주라.
“뭐?”
조재익의 얘기인즉슨 조재익은 두 여자 농구 선수와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대구로 가려고 KTX역으로 갔단다. 그런데 배가 고파서 햄버거 두 개를 먹고 가게를 나왔는데 표를 끊으려니 지갑이 없더란다. 그래서 다시 햄버거 가게에 갔는데 지갑은 없어졌고 그래서 CCTV를 살핀 결과 누가 그의 지갑을 챙겨 가지고 가게 밖으로 나간 게 확인 되었다. 조재익은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 다음 최민혁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
“끄응. 알았다.”
최민혁은 마시던 커피를 내려 놓고 곧장 차 키를 챙겨서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최민혁의 집에서 서울역은 가까운 편이라 20분 쯤 뒤 최민혁은 조재익을 만날 수 있었다.
“야! 감자탕 대(大)자에 밥까지 말아먹고 거기다 볶음밥 까지 먹었는데 무슨 배가 또 고파?”
녀석이 햄버거 가게에만 가지 않았어도 이런 귀찮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그래서 최민혁이 짜증을 내며 말하자 조재익이 바로 툴툴 거렸다.
“내가 뭘 먹건 네가 상관 할 거 없잖아. 빨리 돈이나 내 놓고 꺼져.”
조재익은 오히려 뻔뻔하게 나왔다. 최민혁은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요금 만큼 만 조재익의 손에 쥐어주었다.
“에이 씨.....”
그러자 조재익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최민혁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최민혁이 그 돈마저 뺏으려 하자 조재익이 달아나며 외쳤다.
“이 짠돌이 새끼. 잘 먹고 잘 살아라.”
“너 거기 서.”
최민혁은 곧장 조재익을 쫓았는데 조재익은 덩치와 달리 상당히 날랬다. 때문에 최민혁도 쉽게 그를 잡지 못했다. 그때 최민혁은 막연히 생각했다.
‘확 미끄러지게 만들 순 없을까?’
바로 그때 세나가 반응을 보였다. 아까 낙태 얘기에 세나는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한 동안 잠잠하더니 그새 충격에서 벗어난 모양이었다.
[상대를 미끄러져서 쓰러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뭐 시답잖은 능력인지라 많이 받진 않을 게요. 업그레이드까지 1,000포인트 어때요?]
“에베베베! 메롱! 메롱!”
“저, 저.......”
최민혁은 눈앞의 조재익이 도망치다 뒤돌아서 자신을 보고 혀를 내밀며 약 올리지만 않았어도 세나가 말한 능력을 구입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녀 말대로 별 쓰잘머리 없어 보이는 능력이었으니까.
‘좋아. 산다. 사. 빨리 그 능력을 쓰게 해 줘’
제대로 빡 친 최민혁이 속으로 외쳤다.
[네. 마스터!]
최민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세나가 바로 그의 눈앞에 간결한 창부터 띄웠다.
[소비 포인트 +1,000. 사업가 총 포인트 30,000]
그리고 최민혁이 그 창을 확인하자 바로 바뀐 냉철한 사업가 창을 그의 눈앞에 띄워주었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남(2단계), 순간이동(2단계), 전기맨(2단계), 투명인간(2단계), 정욕의 화신(2단계), 트래킹(Tracking)(2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천상의 목소리(2단계), 손만 대도 맛있어(2단계), 감시자의 눈과 귀(2단계), 행운의 손(2단계), 매직미사일(2단계), EMP(무(無)단계), 해킹(2단계), 큐어(2단계), 워닝(Warning)(2단계), 언락(Unlock)(무(無)단계), 투시안(무(無)단계), 슬립(Sleep)(2단계), 무음(2단계), 변신(2단계), 리커버리(Recovery)(2단계), 연주 마스터(2단계), 슬립(Slip)(2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톤백(아공간 사용)
할인권: 없음.
최민혁은 냉철한 사업가 창의 보유 능력에서 상대를 미끄러지게 만드는 능력인 슬립(Slip)을 바로 그의 눈앞에서 도망치고 있는 곰탱이에게 사용했다.
“어어!”
갑자기 미끄러지며 크게 몸을 휘청거리던 곰탱이는 족히 위로 1미터는 떠올랐다가 그대로 추락했다.
쿵!
“아이고. 내 허리.....”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은 곰탱이가 죽겠다며 허리를 잡고 뒹굴었다. 최민혁이 다가가 보니 곰탱이가 정말 아픈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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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자신의 장난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곰탱이가 약을 올렸기로서니 능력까지 구입해서 그를 미끄러지게 만든 건 확실히 도가 지나친 바가 컸다. 그래서 최민혁은 자신의 능력으로 곰탱이를 치료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에 앞서서 녀석이 진짜 아픈 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세나. 투시안으로 저 녀석 엉치뼈와 척추에 이상이 있는 지 확인 가능할까?’
최민혁의 그 물음에 세나가 즉각 대답했다.
[그럼요. 가능하다 말고요.]
아무래도 최민혁이 세나의 쓰잘데기 없는 능력을 사 준 게 어지간히 고마운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세나의 애교 섞인 대답에 웃으며 투시안을 사용했다. 그러자 조재익의 몸의 모든 혈관과 근육, 그리고 뼈가 최민혁의 눈에 훤히 꿰뚫어 보였다. 그 중 엉치와 허리가 추락하며 찧은 충격에 확실히 뭉쳐 있었다.
“어디 봐.”
최민혁은 조재익의 상태를 확인하러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때 조재익이 나 죽겠다며 최민혁에게 외쳤다.
“119! 빨리 119불러!”
버럭 소리치는 조재익을 보고 최민혁이 말했다.
“정말 119 부를까? 그럼 네 신상이 노출 될 테고 2군에서도 네가 크게 다친 걸로 알 텐데.”
“자, 잠깐만!”
최민혁의 그 말에 조재익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젠장. 연락 하지 마.”
운동선수의 비애 중 하나가 이렇게 갑자기 아플 때였다. 자신은 아프고 힘든데 남들 눈에는 그게 별로 아픈 걸로 보이지 않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는 한 운동선수들은 아파도 뛸 때가 많았다.
조재익은 안 그래도 1군에도 못 올라가고 2군에 머물고 있는 것도 짜증나는데 허리까지 다쳤단 걸 2군에서 알면 이번 전지훈련에서 그를 쏙 빼버릴지 몰랐다. 그래서 그가 다친 게 기록이 남는 119는 피하기로 했다.
그때 최민혁이 그에게 바짝 붙은 채 그의 허리로 손을 내밀었다.
“아아아악!”
그리고 살짝 허리를 건드렸을 뿐인데 조재익이 아프다고 지랄 법석을 떨었다.
“가만있어 봐. 내 손이 약손이니까.”
조재익은 기겁하며 최민혁이 그의 허리를 다시 못 만지게 했다. 그리곤 아프니까 또 사투리는 전혀 쓰지 않고 말했다.
“무슨 개소리야. 빨리 부축이나 해. 병원에 가게.”
하지만 최민혁은 그런 조재익의 팔을 옆으로 치워 버리고 기어코 또 조재익의 허리를 만졌다.
“안 돼에! 야 이 개.............어?”
조재익은 최민혁이 또 그의 허리를 만져서 허리에 끔찍한 통증이 일어나면 바로 그의 면전에다 욕이란 욕은 끓어 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민혁이 그의 허리에 손을 대자 갑자기 아프던 허리 통증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