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85화 (185/248)

00185 재벌에이스 =========================

커튼이 쳐져 있는 유길준이 혼자 사는 원룸에 늘씬한 여자들이 속옷 차림으로 그에게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여자가 유길준의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박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으으으으.....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 잘했어. 미라 너는 됐고, 이제 혜영이 네가 해 봐.”

유길준은 지금 자기 소속사의 신인 여자 연기자들에게 갖은 변태 연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당연히 그 변태 연기는 그녀들이 에로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한 할 일이 없는 그런 연기였다. 어떻게 하면 높으신 분이 좋아할지 호빠 출신인 그는 다 꿰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그가 직접 그녀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고.

“아야! 혜영아. 깨물면 어떡하냐? 아프잖아.”

“죄, 죄송해요. 대표님.”

“그럴 때는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유길준이 변태 연기에 서툰 신인 여자 연기자에게 훈계를 하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런데 근처의 신인 여자 연기자가 멋모르고 그 핸드폰을 챙겨 든 것이다. 나름 신경 써서 핸드폰을 유길준에게 가져다주려 한 행동인데 어떻게 핸드폰을 잡은 손이 쓸려선지 통화가 되어 버렸다.

유길준은 핸드폰에서 ‘자기’란 말과 함께 한소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몸을 일으켜서 신인 여자 연기자의 손에 쥐어져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뺏어 전화를 받았다. 그 때문에 당황한 유길준이 버벅거리자 눈치 빠른 한소영이 뭐라고 했다. 유길준은 즉시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제스처를 취해서 원룸 안에 신인 여자 연기자들 입부터 단속했다. 그 뒤 차분히 대화로 한소영의 의심을 풀어주었다.

한소영은 워낙 질투가 심해서 유길준이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단 사실만 알아도 당장 촬영을 때려치우고 여기로 달려 올 여자였다. 그걸 알기에 유길준도 사실대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소영에게 얘기할 수 없었고 말이다.

“뭐?”

그리고 한소영이 그 일로 그녀를 겁박한 녀석이 누군지 말했을 때 유길준의 얼굴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째든 그 놈이 누군지 알았으니 이제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됐다.

“그래도 그 상대가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최민혁이라니.....”

뭐 어차피 이 일이야 그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전화 한통이면 해결 될 일이니 말이다. 유길준은 곧장 원룸 안의 옷장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 깊숙이 숨겨 둔 폴더 폰 하나를 꺼냈다. 유길준은 그 폴더 폰의 전원을 켠 뒤 단축 번호 1번을 길게 눌렀다. 그러자 신호가 갔고 곧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네. 아니 그 일엔 차질이 없습니다. 단지 귀찮은 일이 좀 생겨서. 네. 네. 한 놈이 그 일로 소영이를 겁박한 일이...... 네. 네. 최민혁이라고 오성 라이온즈 투숩니다. 아네. 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폴더 폰을 들고 연신 굽실거리던 유길준은 통화가 끝나자 다시 폴더 폰의 전원을 껐다. 그때 그런 그를 보고 눈치 빠른 근처 신인 여자 연기자가 물었다.

“혹시 그쪽과 전화 하신 거예요?”

그 신인 여자 연기자의 말에 다른 신인 여자 연기자들의 눈빛을 빛내며 유길준을 쳐다보았다. 유길준은 그런 신인 여자 연기자들에게 쿨 하게 대답했다.

“그래. 맞다. 너희들이 모실 바로 그분 밑에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 하나 쯤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릴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기도 해.”

유길준의 그 말에 신인 여자 연기자들이 이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들을 보고 유길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그 사람 만날 일은 없으니 걱정 마. 너희들은 그저 내가 시킨 대로 만 해. 그럼 너희들도 제 2의 한소영이 될 수 있어.”

유길준의 그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인 여자 연기들은 기대 섞인 얼굴로 변했고 눈도 초롱초롱 빛났다. 그렇게 유길준의 원룸에서 변태 연기는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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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 미래전략기획 3팀장인 윤재욱은 비서실장 유태국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비서실장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유태국은 박규철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미래전략기획실의 실장까지 도맡고 있었다. 즉 유태국에게 그는 직속상관인 셈이었다.

윤재욱은 최근 유태국 실장의 눈 밖에 날 짓을 자신이 한 적이 있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주눅들 필요는 없었다.

곧 그가 탄 엘리베이터가 비서실장실이 있는 층에 멈춰섰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윤재욱은 곧장 비서실장실로 향했다.

비서실장실 앞의 여비서가 윤재욱을 발견하고 그냥 들어가라며 고개짓을 했다. 윤재욱은 곧장 비서실장실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들어 와.”

그러자 유태국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칵!

비서실장실 문을 연 윤재욱은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창가 책상에 앉아 있는 유태국 실장이 보였다. 그는 윤재욱이 안에 들어왔음에도 눈짓 한 번 주지 않고 계속 책상 위 서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그 서류에 서명을 하고는 그 서류를 결재함에 올린 뒤 그제야 시선을 윤재욱에게 주었다.

“3팀장 왔군. 이래 오게.”

유태국의 부름에 윤재욱은 그가 앉아 있는 책상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곤 차마 유태국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였다.

“이거 받게.”

그 말에 윤재욱이 고개를 들자 유태국이 그의 책상 위에 폴더 폰 하나를 내 놓았다. 그 폴더 폰을 본 순간 윤재욱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걸 눈치 못 챌 유태국이 아니었다. 그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맞아.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회장님 이것들 관리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지.”

유태국이 윤재욱에게 새끼손가락을 까닥거려 보이며 말했다. 윤재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윤재욱은 직감했다. 이것이 그의 인생에서 세 번 찾아온다는 그 절호의 기회란 사실을 말이다.

오늘 날 유태국이 있은 건 바로 저 폴더 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폴더 폰을 통해서 유태국은 박규철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미래전략기획실의 팀장 쯤 되면 그 정도는 아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물건을 유태국이 윤재욱에게 주고 있었다. 그 말은............

“그 동안 수고 많았어. 나도 이제 늙었나 봐. 일이 귀찮네. 뭐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고. 해서 자네에게 이걸 맡길까 하는데. 어때? 해 볼 텐가?”

“당연.....아니.....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윤재욱은 지금 너무 큰 먹이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신경이 온통 폴더 폰에 집중해 있었다. 그래서 그를 보고 비릿하게 웃고 있는 유태국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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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욱은 유태국이 건넨 폴더 폰과 서류뭉치 하나를 챙겨 들고 신이 나서 비서실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입에서 절로 노랫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걸로 차기 비서실장은......... 내 차지가 되는 거야. 흐흐흐흐.”

윤재욱은 곧장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서 서류를 살폈다. 그리고 폴더 폰에 저장 된 전화번호를 그 서류와 대조하며 박규철 회장의 숨겨둔 여자들에 대해 파악을 해 나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윤재욱은 그 업무 파악을 끝냈다. 그리고 실제 폴더 폰으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서 그 일을 처리해 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던 중 박규철 회장이 특히 아끼는 여자를 보유한 소속사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뭐? 오성 라이온즈 최민혁? 그 놈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안 거지? 뭐 알았으니 이쪽에서 처리해 주도록 하지. 그래. 내일 회장님 술자리 특별히 신경 좀 쓰고. 약속한대로 그 애들 데리고 오는 거지? 그래. 아마 회장님께서도 좋아하실 거야. 어. 그럼 수고 해.”

윤재욱도 오성 라이온즈의 최민혁을 알았다. 오성 소속을 떠나서 국내에서 최고로 공을 잘 던지는 투수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놈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건지 모르지만 녀석은 건드리면 안 될 용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경호팀 바꿔.”

윤재욱은 곧장 경호팀에 연락을 해서 오성 라이온즈 최민혁을 자기 앞에 데리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일단 물어 보고........ 그 다음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 하자.”

윤재욱은 그렇게 그 일에 대해 처리를 하고 다른 일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주 업무는  오성 그룹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업무로 그룹 전체의 발전방향을 설정해야 했다. 즉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는 소리였다. 그런 그였기에 자신이 경호팀에 내린 지시는 금세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윤재욱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을 때 그의 비서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어. 왜?”

“시키실 일 없으세요?”

비서가 이런 식으로 묻는 다는 건 퇴근할 시간이 다 됐단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윤재욱이 시간을 확인했는데 벌써 6시 30분이었다.

“어어. 없어. 퇴근해.”

“네. 그럼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비서가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으려 할 때 윤재욱이 외쳤다.

“잠깐만!”

“네?”

“도시락 주문 좀 해 주겠나? 한 시간 쯤 뒤에 먹을 수 있게.”

“메뉴는 뭐로?”

“비빔밥이면 좋겠군.”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렇게 비서가 먼저 퇴근하고 윤재욱은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한 시간 뒤 비빔밥이 배달 되어 왔고 그걸 먹은 윤재욱은 10시까지 일을 하고서야 오늘 일을 마무리 짓고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그때에도 윤재욱은 자신의 핸드폰보다 먼저 폴더 폰을 챙겼다.

자신의 핸드폰은 안 받아도 상관없지만 폴더 폰은 무조건 받아야 했다. 이 폴더 폰이 그의 출셋길로 이끌어 줄 튼튼한 동아줄이니 신줏단지 모시듯 살 수밖에. 그런데 그가 막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타고 회사를 빠져 나왔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경호 3팀의 부 팀장의 전화였다.

“아! 맞다.”

그제야 낮에 그가 경호팀에 내렸던 지시가 떠오른 윤재욱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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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욱의 전화를 받은 경호팀은 제 3팀으로 오성그룹의 실세인 미래전력기획 3팀장의 전화를 받자 바로 움직였다.

경호 3팀은 부 팀장이었던 배장호와 경호 팀의 실종으로 인해 그 체계가 확 바뀐 상태였다. 더불어 경호원들도 대폭 물갈이 되었고 말이다.

그런 3팀에 새롭게 부 팀장인 된 김관영은 당연히 위에 잘 보이고 싶었다. 실적도 빨리 쌓아야 했고 말이다. 그래야 자신도 어엿한 경호팀의 팀장이 될 테니까.

경호팀의 경우 팀장은 부장 급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그 밑에 경호원들은 호봉에 따라 연봉을 받는 일반 직원과 같은 처지였다. 때문에 경호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경호팀장이 되려 노력했다.

김관영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 눈치 빠른 그는 줄을 잘 섰고 덕분에 이번에 부 팀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시작부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룹 실세인 미래전력기획 3팀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이다.

김관영은 그 지시에 상관인 경호 3팀장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고 바로 경호팀을 움직였다. 이런 하찮은 일은 팀장에게 보고 할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 판단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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