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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84화 (184/248)

00184 재벌에이스 =========================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 역으로 비교적 드라마에 출연 비중이 높았던 강하나이기에 그나마 제작진에서 공용 대기실 한쪽에 자리라도 마련 해 준 것이었다.

그 정도 사정은 강하나도 알았다. 그랬기에 한소영의 널찍하고 쾌적한 환경의 대기실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 어서 먹어.”

한소영은 일단 강하나와 그 매니저에게 초밥이 포장 된 도시락을 건넸다. 마치 맹수가 잡아 먹기 전에 먹잇감을 포식이라도 시키겠다는 듯 말이다. 한소영이 무슨 목적이 있어서 자신을 그녀의 대기실로 불러 들인 걸 모르는 강하나는 자기 옆에서 게걸스럽게 초밥을 먹고 있는 자신의 매니저에게 자신의 초밥을 덜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낸 강하나는 한소영에게 잘 먹었다고 하고 그녀의 대기실을 나가려 했다.

왠지 여기 더 있으면 한소영이 자꾸 부러워 질 거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먹잇감을 그냥 순순히 놓아 줄 한소영이 아니었다.

“커피 한 잔 해.”

한소영은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강하나의 취향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하나가 좋아하는 초밥에다 커피도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전문점으 커피를 준비해 놓았고 말이다.

“어머. 엔젤리카나 커피네요?”

강하나는 거기 카푸치노를 좋아했다.

“이거 카푸치노 인데 마실래?”

“정말요?”

안 그래도 아까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엔젤리카나의 카푸치노가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강하나는 덥석 한소영이 내 놓은 미끼를 물었다.

“으음. 맛있어.”

강하나가 카푸치노의 향과 거품, 그리고 달콤함에 취해 있을 때 한소영이 무방비 상태인 그녀에게 접근해서 물었다.

“저번에 나랑 통화 했었던 그 남자 말이야.....”

“민혁이 오빠요?”

“응. 민혁이 오빠.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오빠 몰라요? 야구 선수 최민혁이요.”

“아아. 그 최민혁!”

한소영은 야구 선수 최민혁이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그녀가 모른다고 하면 이야기 맥이 끊기게 되기에 그녀는 무조건 최민혁을 아는 척 했다.

“우리 오빠는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노래도 잘 불러요. 그래서 어제는 ‘가면 노래왕’에 나가서 노래왕이 되기 까지 했다니까요.”

커피에 취해 강하나는 말하지 말아야 할 소리까지 죄다 한소영에게 털어놨다. 그 얘기를 들으며 한소영의 입은 당연히 귀에 걸렸고 말이다.

“헉!”

강하나가 그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푸치노를 거의 다 비워 갈 무렵 강하나는 자신을 보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한소영을 보고 그제야 자신이 지금 그녀에게 무슨 헛소릴 늘어놓고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한소영은 그녀를 협박한 남자가 야구선수 최민혁이란 걸 벌써 알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사냥이 끝난 먹잇감에 더 이상 신경 쓸 그녀가 아니었다.

“나가!”

“네?”

“나가라고!”

한소영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하나에게 다정다감했던 얼굴을 싹 지우고 사나운 얼굴로 강하나에게 버럭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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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와 그녀의 매니저는 쫓기듯 한소영의 대기실을 나왔다. 그때 그녀의 매니저가 강하나를 보고 말했다.

“우리 당한 거 맞지?”

“그, 그런 거 같아요.”

강하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럴 것이 하필 그녀가 늘어놓은 말들이 죄다 최민혁과 연관 된 말들이었다. 그건 당연했다. 한소영이 영리하게 대화를 최민혁 위주로 말하게 이끌었기 때문에 말이다.

“너...... 그 사람 그냥 포기해라.”

그때 강하나의 매니저가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고 말했다.

“네?”

“너 때문에 그 사람은...........하아. 아니다. 뭐 내가 상관할 일도 아니지.”

그 말 후 매니저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강하나의 대기실로 향했고 잠시 멍하니 선 체 매니저의 말을 곱씹던 강하나가 중얼거렸다.

“정말 그래야 할까? 나 때문에 매번 민혁 오빠가 매번 당하는 걸 보면..........”

아마 한소영이 자신을 기망한 자가 누군지 알아냈으니 가만있지 않을 터였다. 또 자신 때문에 최민혁의 고난이 시작 된 것이다. 매번 이런 식이라면 자신은 최민혁의 민폐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매니저 오빠의 말처럼 최민혁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자기 좋다고 사랑하는 남자를 매번 위기로 내 몰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만 아니었으면 방송국 근처에도 올 일 없는 최민혁이었다.

“하아.....”

하지만 최민혁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강하나의 입장에서는 그를 포기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강하나가 이기적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게 사랑이었다. 강하나는 풀 죽은 채 대기실로 향하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그래도 이 사실을 최민혁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 까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어제부터 계속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잔뜩 풀 죽은 강하나는 일단 베스트 프렌드 최다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하나야.

“백(Bag)은 받았지?”

-그럼. 내가 아껴 줄게. 걱정 마. 그리고 오빠 일도.

“그런데 다혜야. 사실..............”

강하나는 좀 전 자신이 한소영에게 당한 일을 최다혜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최다혜는 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뭐 괜찮을 거야. 우리 오빠도 보통은 아니거든.

최다혜는 자신을 데리고 스타엔터테이먼트로 가서 갑질이 뭔지 알려 준 오빠라면 한소영이 무슨 짓을 해도 별 문제없이 그 난관을 헤쳐 나올 거라 확신했다.

“그, 그럴까? 그래도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괜찮아. 괜찮아. 뭐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오빠한테 연락을...... 아차! 네 전화 안 받는다고 했지. 알았어. 지금 집 앞이야. 집에 들어가면 내가 오빠한테 그 얘기도 해 둘게.“

“정말? 고마워 하나야.”

그때 매니저가 손짓을 했다. 아마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분장을 받아야 할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그럼 오빠한테 내 말도 좀 잘 해주고. 어. 알았어. 어. 또 전화할게.”

그렇게 전화를 끊은 강하나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분장을 받으러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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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와 그녀의 매니저를 대 놓고 신경질을 부리며 대기실에서 쫓아낸 한소영은 곧장 자신의 소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아니 대표님. 저예요.”

-어어. 소영아. 그래 무슨 일이야? 왜 또 현장에 무슨 일이라도 터졌어?

한소영의 소속사 대표 유길준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전화 받는 게 어수선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입이 찢어질 거 같았던 한소영의 얼굴이 금방 싸늘해졌다.

“지금 어디에요? 설마 또 이상한 수작질 하고 있는 거 아니죠?”

-하아. 소영아. 제발 말 좀 가려 해라. 나도 너 뒤치다꺼리 하는데 한계가 있어.

유길준의 하소연에 한소영은 대기실 안을 훑었다. 그러자 그녀의 매니저와 코디가 힐끗 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워낙 괄괄한 성격의 한소영이다 보니 그녀는 말 실수가 많았다. 때문에 그녀의 매니저와 코디는 벌써 한소영과 소속사 대표 유길준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만 전화하면 무슨 일 터졌냐고 부터 물으니까 나도 예민해 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다. 근데 진짜 무슨 일이야?

“그 새끼 누군지 알아냈어요.”

-그 새끼? 아아. 널 그 일로 협박했다던 그 놈. 그래. 그놈 누군데?

“별 놈 아니었어요. 야구 선수라던데. 이름이 최민혁이라고. 오빠도 아세요?”

-최민혁? 설마 오성 라이온즈의 최민혁은 아니겠지?

“맞아요. 하나 그년이 그 새끼 오성 라이온즈에서 뛴다고 했어요.”

-허어. 그럼 별 놈 아니건 아니네.

“네?”

-알았어. 그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넌 연기에 집중해. 이번엔 제대로 좀 해. 그래야 중국 방송에도 출연하지.

“알았어요. 대신 확실하게 처리해야 해요.”

-걱정 마. 그 일 터지면 너랑 나랑은 끝장이란 건 나도 잘 아니까.

그렇게 소속사 대표 유길준과 통화를 끝낸 한소영이 대기실 안에서 자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매니저와 코디에게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저것들 빨리 치워. 냄새 나게.”

강하나와 그 매니저를 꼬시기 위해서 준비했던 초밥 도시락을 보고 한소영이 소리 친 것이다. 사실 한소영은 대기실에서 커피 말고는 어떤 음식도 먹지 않았다. 음식 냄새를 극도로 싫어 한 것이다. 한소영이 그렇게 된 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고 나서 부터였다.

당시 한소영은 다이어트에 성공은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거식증에 걸렸다. 거식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그 뒤 한소영은 음식에 대한 결벽증이 생겼다. 대기실에서 일체의 음식을 먹지 않게 된 것도 그 음식에 대한 결벽증의 후유증 중 하나였던 것이다.

매니저와 코디가 대기실 안에서 음식들은 다 치우고 있을 때 한소영은 우아하게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대본을 살폈다. 하지만 이내 들고 있던 대본을 내 던졌다.

“아우. 열 받아. 생각할수록 열 받네. 강하나. 내 이년을..........”

이제 더 거칠 게 없었다. 소속사 대표인 유길준이 그 새끼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 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한소영은 예전의 그녀로 되돌아갔다.

“어이. 거기....”

자신의 대기실을 나선 한소영은 멋모르고 자기 옆을 그냥 지나친 스태프를 멈춰 세웠다.

“당신 뭐야? 왜 나 한 테 인사 안 해?”

“네?”

한소영은 주위 사람들이 무안해 할 정도로 그 스태프의 멘탈이 흐물흐물 해질 때까지 갈군 뒤 그를 풀어 주었다. 그걸 보고 촬영장 사람들은 한소영이 성질 더러운 예전의 한소영으로 되돌아왔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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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이 대표로 있는 소속사 유준 엔터테이먼트는 작지만 내실이 있단 소리를 듣는 연예기획사였다. 그 소리를 듣기까지 대표인 유길준은 밤낮없이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유길준이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이 있다면 바로 높으신 분에 대한 접대였다.

그랬다. 유길준의 연예기획사는 실질적으로 그 높으신 분에 의해 운영 되고 있는 소속사였던 것이다. 유길준은 사실 바지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높으신 분이 회사에 출자하고 운영비를 다 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유명해지기 전까지 연예기획사는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그런 회사를 호빠 출신의 유길준이 무슨 돈이 있어서 운영해 나가겠는가? 다 뒤를 봐 주고 있는 높으신 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유길준은 그 높으신 분이 원하는 걸 제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높으신 분의 술자리에 들어갈 신인 여자 연기자들을 테스트 하고 있었다. 그런데 테스트 하는 방법이 어째 좀 걸쩍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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