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3 재벌에이스 =========================
애초에 좀 조심했었더라면.....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콘돔을 쓰던지 아님 피임약을 먹던지........ 정말 무책임한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이일은 당사자들의 문제일 뿐 최민혁이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그들이 결정한 대로 그들을 병원에 내려주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최민혁은 집 뒤 투구장으로 가서 100구의 공을 던졌다. 그러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고 부엌에 가 보니 식은 밥이 있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짬뽕 라면 하나를 삶아서 거기다 식은 밥을 말아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했다.
그때 조재익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민혁이 핸드폰을 꺼둔 걸 알아선지 그는 최민혁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최민혁은 전화 건 상대가 조재익임을 확인하고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됐어?”
-다 끝났뿌다. 그래서 나 바로 가려고.
“대구에?”
-응. 다음 주에 전지훈련 가제?
“어. 뭐....”
2군인 조재익도 전지훈련은 가겠지만 괌은 아니었다.
-조심해서 다녀 오이라. 그라고 오늘은 고마웠다.
“너도 조심해. 그리고 술, 여자.......”
띠띠띠띠띠띠띠!
최민혁이 잔소리 좀 하려하자 조재익이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쯧쯧. 성질머리하고는. 형님이 조언을 좀 했기로 서니......”
최민혁은 툴툴 거리며 전화를 끊을 때 바로 집 전화가 울렸다. 최민혁이 확인하니 핸드폰 번호가 박민주였다.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의 장녀이자 부회장인 박영준의 친누나이면서 이제 자신과 사귀기로 계약이 되어 있는 그녀의 전화에 최민혁은 의아해 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핸드폰은 왜 꺼둔 거예요?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근데 제 집 전화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누군지 잊었어요?
“아. 맞다.”
그녀는 최민혁이 몸담고 있는 오성 라이온즈 구단의 구단주였다. 그녀에게는 최민혁이 프로필을 확인할 권한이 있었고 그 프로필에는 집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근데 바쁘신 분이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최민혁은 능구렁이 담 넘듯 화제를 돌리며 지금 상황을 넘어갔다. 박민주는 그걸 알면서도 워낙 바쁘다 보니 넘어가는 기색이었다.
-다음 주면 전지훈련 가야 되잖아요? 그 전에 부친께서 민혁씨 한 번 보고 싶어 하세요.
“네에?”
어지간해서 놀랄 일이 없는 최민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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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의 부친이라면 오성 그룹 박규철 회장이었다. 그를 오래 봐왔지만 그는 볼 때마다 사람을 긴장 시켰다. 오성 그룹 오너의 포스랄까? 그런게 확실히 있는 사람이 박규철 회장이었다.
-민혁씨?
최민혁이 잠깐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성질 급한 박민주가 최민혁을 재촉했다.
“아네. 그래서 언제 보자고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마침 부친께서도 다음 주에 해외 출장이 계시니까 이번 주가 좋겠어요. 주말에 시간 낼 수 있죠?
“없어도 내야죠. 누구 말인데요.”
계약서에 잘 언급 되어 있었다. 최민혁은 박민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이다.
-좋아요. 그럼 토요일 저녁에 보도록 해요. 약속 장소는 부친과 상의 후 연락드릴게요. 그러니까 핸드폰은 빨리 켜두세요. 무슨 문제 있으면 저와 상의하고요.
최민혁이 자기 사람이라 여겼는지 박민주는 그의 고민도 자기 선에서 해결해 줄 용의가 있다는 뜻을 은연 중 내비쳤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박민주도 오성 패밀리, 즉 오성 오너 일가의 일원이었다. 그녀의 영향력이 후계자인 박영준에 미칠 바는 아니더라도 그녀라면 오성 그룹의 힘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어째든 오성 그룹의 순혈통인 그녀였으니까.
그렇게 박민주와 통화 후 최민혁은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확인하며 박민주의 딱 두 통의 전화를 건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뒤 그녀가 어떻게 했을지는 안 봐도 훤했다. 아마 지금쯤 오성 라이온즈 구단 사무실이 발칵 뒤집어져 있을 터였다. 그 이외 모르는 번호가 꽤 많이 전화가 걸려와 있었고 문자도 몇 통 보였다.
확인하니 ‘가면 노래왕’ 관계자들의 문자가 대부분이었다. 좀 만나자느니 자기 좀 살려 달라느니 등등 다양한 문자들이 있었는데 최민혁은 다 지웠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박민주였다.
“진짜 성질 급하네.”
최민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토요일에 집에서 보기로 했어요. 그쪽으로 올래요? 아님 내가 픽업하러 갈까요?
최민혁이야 오성 그룹 박규철 회장의 본가를 제 집 드나들 듯 했었던 사람이었다. 그 집 찾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제가 찾아가죠. 몇 시까지 갈까요?”
-5시 50분에 그럼 저택 앞에서 만나요. 민혁씨라도 저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갈 순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죠.”
-혹시 무슨 문제 있으면 바로 저한테 알려요.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도 곤란하니까.
박민주가 자신을 챙기는 게 최민혁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예전 차성국 때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박민주는 순혈통이 아닌 존재들은 벌레 보듯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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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는 늦게까지 촬영 후 집에 와서 뻗어서 잤다. 그때 침대 옆에 진동 상태로 둔 핸드폰이 계속 징징 거렸다. 그래서 결국 잠에서 깬 그녀가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럴 것이 전화를 건 상대가 바로 ‘가면 노래왕’의 FD였기 때문에.
“네. 여보세요?”
자다가 받다보니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왔다.
-하나씨. 저 좀 살려 주십시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강하나는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FD의 폭풍 신세 한탄을 가만히 경청 하던 강하나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어렸다. 만약 그걸 FD가 봤다면 아마 그녀의 사생 팬을 때려 쳤을지 몰랐다.
어째든 ‘가면 노래왕’의 FD는 갈수록 죽는 소릴 늘어 놨지만 강하나의 얼굴은 점점 더 밝았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민혁 오빠야.’
어째든 자기 때문에 최민혁이 ‘가면 노래왕’ 무대에 서게 된 것에 강하나도 미안함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화나 있을 최민혁의 마음을 풀어 줄까 고민 중이었는데 FD의 말을 들어 보니 밤사이 최민혁은 그를 억지로 무대에 세운 MC윤봉규와 제작진에 제대로 된 핵폭탄을 안겨 준 것 같았따.
-..........그래서 말인데 하나씨가 최민혁 선수에게 잘 좀 얘기해서 출연 계약서에 사인 좀 하게 해 주세요.
“알았어요. 저 지금 자다가 깼거든요. 씻고 정신 좀 차린 다음에 오빠한테 전화 해 볼게요.”
-네. 하나씨. 그럼 전 하나씨만 믿어요.
그렇게 ‘가면 노래왕’의 FD와 통화를 끝낸 강하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벌써 오후 3시였다. 강하나가 아침 9시에 집에 들어와서 꼬꾸라졌으니 6시간을 내리 잔 것이다.
“아아아아함!”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강하나는 욕실로 가서 씻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자 모친이 차려 놓은 점심이 식탁에 차려져 있었다. 모친의 메모지를 보니 찌개를 꼭 데워서 먹으라고 적혀 있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찌개 뚝배기가 올려 져 있었는데 그녀는 그냥 귀찮아서 밥만 퍼서 식탁 위에 반찬만으로 배만 채웠다.
그래도 식후 커피는 한 잔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내린 후 그 커피를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 강하나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 벌써 4시가 다 되어 가네.”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나니 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훌쩍 흐른 것이다. 4시 30분에 매니저가 그녀를 데리러 집 앞에 오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커피 한잔을 마신 뒤 바로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도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는 게 어딘가? 강하나는 나름 여유를 가지고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했다.
“다혜가 오늘 오빠한테 잘 얘기를 해 준다고 했으니 난 내일 쯤 오빠한테 연락을 해 보면 되겠지?”
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이 그녀 방안 진열장으로 향했다. 거기엔 어제까지 있었던, 그녀가 애지중지하던 명품 백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지금쯤 그 명품 백은 최다혜의 방에 있을 터였다.
자신이 아끼는 애를 다혜에게 넘겼으니 그녀도 그 값은 해 줘야 했다. 아마도 내일 강하나가 전화를 하면 최민혁이 반갑게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그녀 전화를 받아 주긴 할 터였다. ‘가면 노래왕’ FD에겐 좀 미안하지만 지금은 강하나의 코가 석자였다. 아무래도 그의 말을 최민혁에게 전하긴 어려울 거 같았다. 그랬다가 괜히 최민혁에게 또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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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는 커피 한잔을 마신 뒤 옷을 챙겨 입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딱 4시 30분에 집을 나서자 마침 그녀를 태우러 온 매니저의 차와 맞닥트렸다.
강하나는 쪼르르 그 차에 올랐고 매니저가 신기하단 듯 그녀에게 말했다.
“너 오늘 왜 그래?”
“뭐가요?”
“평소 안하던 짓을 하니 그렇지.”
“제가 뭘요?”
“기본적으로 집 앞에서 전화 셋 통은 걸어야 나왔잖아?”
그랬다. 그랬기에 매니저는 평소 약속 시간보다 일찍 그녀 집에 왔던 것이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장은 6시까지 가면 됐다. 출퇴근 시간에 밀린다고 해도 한 시간이면 충분했는데 매니저가 30분 더 일찍 강하나에 집에 온 건 그녀가 그만큼 집에서 늦장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즉 강하나가 4시 30분에 딱 맞춰 집을 나와 버림으로서 스케줄에 30분의 시간이 비게 된 것이다.
“헐......”
그 사실을 강하나에게 털어 놓기가 좀 그랬던 매니저는 일단 촬영장으로 출발했다. 나름 늦게 간다고 갔지만 촬영장에 도착하니 30분 빨리 와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이 강하나를 노리고 있던 맹수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호호호호. 하나야. 이리 와서 같이 저녁 먹자.”
“아뇨. 전 괜찮아요. 매니저님과 같이 먹을래요.”
“그럼 매니저도 데려와. 초밥을 좀 많이 시켜서 그래.”
한소영의 초밥이란 말에 강하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평소 초밥을 워낙 좋아하던 강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점심이 늦게 먹은 터라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선지 초밥도 내키지 않은 강하나는 다시 한 번 한소영의 같이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려 했다.
“꼬르르르~”
그때 강하나 옆의 매니저의 배가 아우성을 쳤다. 아마도 제때 점심을 먹지 못했거나 먹어도 부실하게 먹은 모양이었다. 그런 매니저를 보자니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갈등하는 강하나를 보고 한소영이 아예 그녀의 팔을 잡아서 끌었다.
“이리 와. 된장국 다 식겠다.”
뭐 때문인지 몰라도 한소영은 아주 필사적이었다. 결국 강하나는 못이기는 척 매니저와 같이 한소영의 대기실로 들어갔다. 한소영에 붙잡혀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 강하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연 배우의 대기실은 확실히 달랐던 것이다. 강하나가 쓰는 대기실은 사실 대기실이라고 할 거 까지 없었다. 널찍한 공용 대기실 한쪽을 사용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조연급에서는 대단한 예우였다.
자리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조연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조연이란 뜻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