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80화 (180/248)

00180 재벌에이스 =========================

“뭣들 해. 어서 사과 하지 않고.”

최민혁 앞에 먼저 고개를 숙인 김중길이 버럭 뒤에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MC윤봉규와 노우석 PD가 최민혁 앞에 머리를 숙였다.

“모든 건 내 불찰일세. 내가 밑에 사람을 잘못 관리했어. 내 거듭 사과하네.”

최민혁은 또 다시 머리를 숙이는 김중길 예능국장을 보며 이 사람이 왜 이러는 지 대충 눈치를 챘다.

‘완전 능구렁이로구나.’

그리고 여기서 잘못 대응 했을 시 향후 일이 골치 아파질 것을 간파한 최민혁은 신경이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사과는 받아드리겠습니다.”

최민혁의 그 말에 세 사람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이어진 최민혁의 말에 셋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노래왕에 계속 출연하는 건 어렵습니다.”

“허허허허. 아직 화가 풀린 건 아닌 모양이로군.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고 우리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 나가 보세.”

김중길은 최대한 이 자리에서 최민혁을 붙잡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그럼 밤샘 촬영으로 피곤한 그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자신의 페이스로 끌려 올 테니 말이다. 여기는 김중길의 안방이었다. 최민혁은 절대 이곳에서 그의 허락 없이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여전히 여유 있는 얼굴로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하네요. 제가 아침부터 약속이 좀 있어서요.”

최민혁의 그 말에 김중길이 피식 웃었다.

‘약속은 무슨......’

김중길은 밤샘 촬영 한 최민혁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해 보려고 그냥 둘러 댄 말로 생각했다. 그때였다.

벌컥!

대기실 문이 열리고 엄청난 덩치의 곰탱이 한 마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민혁아. 가자.”

“어. 그래.”

최민혁은 그 보란 듯 그 곰탱이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김중길은 그런 최민혁의 상의를 본능적으로 붙잡았다. 여기서 최민혁을 놓치면 끝장이란 걸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손 놓으쇼. 손목 확 뽀사삐기 전에.”

하지만 곰탱이가 안 그래도 큰 두 눈알을 부라리며 험상궂은 얼굴로 말하자 김중길은 움찔하며 잡고 있던 상의 자락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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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자신이 노래왕이 되고 나서 대기실로 향할 때 방청객들과 같이 무대 아래 있었던 조재익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예. 하하하하. 좋죠. 제가 연락드릴게요. 잠시 만요. 어. 왜?

딱 보아하니 조재익은 밤샘 촬영 중인 상황에서도 작업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곰탱이 같이 생긴 녀석을 의외로 여자들이 많이 좋아했다. 이번에도 그 작업은 성공한 모양이었고.

“너 여기로 좀 와라.”

-여기?

“내가 대기하고 있는 데. 어디냐면..........”

최민혁은 조재익이 바로 찾아 올 수 있게 자신의 대기실 위치를 설명했다. 그리고 딱 10분 뒤 녀석이 대기실에 나타났다.

눈치 빠른 녀석은 이미 대기실 밖에서 무슨 말을 들은 듯 바로 최민혁을 챙겼다. 거구의 그가 나서자 여태 최민혁을 보호해 왔던 보디가드들이 다 왜소해 보였다. 최민혁은 조재익과 같이 대기실을 나섰다. 그때 최민혁이 외쳤다.

“뛰어!”

둘은 쉬지 않고 내달렸고 계단을 통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간 다음 거기서 차를 타고 MBS방송국을 빠져 나왔다. 그러자 그때까지 묵묵히 최민혁의 운전석 옆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던 조재익이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물음에 최민혁이 최대한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얘기를 듣고 조재익이 버럭 화를 냈다.

“뭐 그딴 새끼들이 다 있어? 잘했다. 잘했어. 방송국 이것들은 자기들이 무슨 권력잔 줄 알아. 그런 놈들은 한 번 식겁을 해 봐야 해.”

그런 조재익을 힐끗 돌아보며 최민혁이 말했다.

“너 근데 사투리 안 쓴다?”

“어? 그, 그게......하하하하. 서울 아가씨들 꼬실라꼬 서울 말 좀 썼디만...... 그렇게 됐뿌는갑다.”

그때 녀석의 배에서 꼬르르 소리가 났다. 새벽에 방청객들에게 두 차례 먹을 것을 나눠 줬는데 그걸 먹고도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뱃속에 거지가 한 10명은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민혁아. 우리 뼈다구 해장국 좀 먹고 가자.”

녀석의 눈에 뼈다귀 해장국 간판이 보인 모양이었다. 최민혁이 운전 중 주위를 살피자 딱 그의 눈에 24시 뼈다귀 해장국 간판이 보였다. 최민혁은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그게 또 먹음직스런 해장국이 떠오르자 입맛이 돌았다. 그래서 곧장 차선을 바꿔서 우회전 한 뒤 그 곳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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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뚝배기 하나만 시켰다. 그러면 곰탱이 조재익은? 녀석에게 최민혁은 감자탕 대(大)자를 따로 시켜 줬다. 녀석이라면 그 정도는 먹어야 할 거 같았다.

“헐.....”

그런데 조재익은 감자탕을 다 먹어치우고 그 국물에 밥을 두 공기 말아서 다 먹고 나서 뻔뻔하게 볶음밥까지 만들어 먹었다. 그곳 직원은 깨끗이 비워진 감자탕 냄비를 보고 기가 차 하다가 따로 국물을 가져와서 냄비에 붓고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녀석은 그것까지 혼자 싹싹 냄비 바닥까지 긁어 먹었다.

“아아. 잘 먹었다.”

최민혁이나 조재익은 밤을 샜지만 둘 다 멀쩡해 보였다. 역시 젊은 두 사람에게 하루 밤 자지 않은 건 별..........

“아아아아아함! 배부르니까 잠 온다.”

“그러게.”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던 조재익의 말에 최민혁도 잠이 쏟아지면서 동의를 표했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래왕이 되라는 미션을 완벽히 수행하셨습니다. 이에 바로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그리곤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50,000. 사업가 총 포인트: 64,500]

여태 최민혁이 한 번에 받은 포인트 중 최고 높은 포인트였다. 무려 5만 포인트가 지급 되면서 최민혁의 사업가 총 포인트도 6만 포인트를 훌쩍 넘었다. 당연히 최민혁은 웃었고 그걸 보고 조재익이 말했다.

“와 그리 실실 웃노?”

“어? 별거 아냐. 자. 이제 운전 네가 해.”

최민혁은 차 키를 조재익에게 던졌다. 그 차 키를 받은 조재익이 말했다.

“그라모 그쪽한테 연락 할까?”

“그러던지.”

어차피 조재익의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 했다. 그래야 녀석이 대구로 내려 갈 테니까.

“알았다 마.”

조재익은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가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마도 그가 임신 시켰다는 여자에게 전화를 거는 모양이었다. 그때 최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집이었다.

“이런.......”

그러고 보니 집에 말도 안하고 외박을 한 것이다. 최민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들! 요즘 시즌 때보다 더 바쁜 거 같다?

모친이었다. 살짝 뼈 있는 모친의 말에 최민혁이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못 들어간다고 전화 드렸어야 했는데.....”

-뭐 방송 출연 때문에 그런 걸 어쩌겠어. 어떻게 이번에도 상품 좀 땄니?

“네?”

-왜 저번에 ‘친구왕’인가 뭔가 하는 프로에 나가서는 상품을 잔뜩 챙겨 왔잖아.

그때였다. 전화기 너머로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그 프로하고 ‘가면 노래왕’은 달라요. 거긴 노래 부르는 방송이라고요.

-노래? 아! 맞다. 그 프로에 나갔다고 했지. 그래 결과는 어떻게 됐니?

아무래도 강하나가 또 여동생에게 자신이 ‘가면 노래왕’에 출연한 사실을 말한 모양이었다.

“그냥 그래요. 자세한 건 집에 가서 말씀 드릴게요.”

-어어. 그래. 그것 좀 안 됐다고 실망할 거 없다. 넌 가수도 아니잖니?

모친은 아마도 최민혁이 노래왕이 되지 못하고 탈락 한 줄 아는 모양이었다. 뭐 모친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최민혁은 상관없었기에 그대로 통화를 끝냈다. 그때 바로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다. 최민혁은 아까부터 계속 걸려오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죄다 끊어버리고 있었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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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모르는 전화를 끊었을 때 화장실에 들어갔던 조재익이 막 나왔다.

“..........어. 그래. 그럼 거시서 보자.”

조재익은 얘기가 잘 안 됐는지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더니 최민혁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야. 나가자.”

그렇게 최민혁은 조재익과 같이 해장국 집을 나섰다. 당연히 최민혁이 계산을 했는데 그 사이 가게를 나간 조재익은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조재익이 또 뭘 먹으려고 저기 들어갔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야! 너 담배도 피냐?”

“끊었지. 그란데........ 지금은 안 필수가 없다.”

녀석은 편의점에서 산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또 편의점에서 산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가지가지 한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툴툴거리자 녀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낼 생각해 주는 건 니하고 한 코치님뿐이다. 젤루 나쁜 놈하고 날 괴롭히는 사람인데 또 급할 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기라.”

그 말을 듣고 최민혁이 발끈했다.

“야! 너 지금 내가 나쁜 놈이라고 말한 거냐?”

“그라모 니가 착한 놈인 줄 알았나? 싸가지 없제. 지밖에 모르제. 성질은 또 더러워가지고......”

최민혁은 놔두면 이대로 하루 종일 자신을 험담할 거 같은 조재익을 두고 휑하니 차로 향했다.

“야! 같이 가자.”

담배 피던 녀석이 허겁지겁 담배를 끄고 최민혁을 쫓아왔다. 어차피 차 키는 자신에게 있었지만 조재익은 지금 최민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임신 시킨 여자는 그가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임신한 여자에게 막말을 할 수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최민혁이 필요했다. 그라면 자신을 대신해서 그 임신한 여자에게 막말을 해 줄 테니까.

삐빅!

조재익은 최민혁이 조수석 앞에 다다르자 리모컨으로 차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최민혁이 조수석에 타는 걸 보고 쪼르르 차 쪽으로 달려가서 운전석에 탔다.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물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 아아. 11시에 백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말에 차의 시계를 확인하던 최민혁이 뭐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조재익에게 물었다.

“너 설마.......... 아니지?”

“뭐가 아니야?”

차에 막 시동을 걸든 조재익이 생뚱맞은 얼굴로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그때 최민혁이 웃으며 조재익에게 물었다.

“너 그 농구 선수 중 하나를 임신 시킨 건 아니지? 아닐 거야. 그렇지?”

“맞는데. 윤지, 임윤지 갸가 임신했다아이가.”

“뭐?”

오성 트레이닝 센터에서 우연히, 아니 조재익이 꼬신 두 여자와 최민혁은 백제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같이 먹었다. 그런데 그 두 여자 중 하나를 조재익이 임신 시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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