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79화 (179/248)

00179 재벌에이스 =========================

“잠깐......”

그런데 노우석 PD를 찾아 가던 중 이형철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일을 노우석 PD가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런 식으로 MC윤봉규에게 섭외를 떠넘긴 게 노우석 PD일 공산이 컸다.

그렇다면 그에게 얘기 해 봐야 자기 만 욕먹을 게 확실했다. 어째든 그가 시킨 출연 계약서에 아직 자신은 최민혁의 사인을 받아 내지 못했으니까. 그때 이형철의 머릿속에 생각 난 인물이 있었다.

“그래.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다.”

무슨 작심을 한 듯 이형철은 녹화장을 빠져 나왔다. 그 사이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이형철은 곧장 MBS방송국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얼마 기다렸을까?

국내산 중형 세단이 나타났고 그 차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렸다.

“국장님!”

이형철은 쪼르르 그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이형철의 외침에 그 중년 남자가 걸음을 멈췄고 그를 돌아봤다.

“어? 넌 우석이 꼬붕이잖아?”

“네. ‘가면 노래왕’ FD 이형철입니다.”

“그래. 아침부터 웬 일이야?”

이형철의 예상이 맞았다. 예능 국장은 목요일 아침이면 일찍 출근했다. 사내 테니스 동호회 때문에 말이다.

“저기..................”

이형철은 최민혁의 섭외 문제를 MBS예능국장에게 죄다 털어 놓았다. 그의 얘기를 가만히 경청하던 MBS예능국장은 상황이 심각하단 걸 바로 캐치해 냈다.

“그러니까 최민혁 선수가 그 일 때문에 출연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려 한단 얘기로군?”

“네.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쯧쯧. 봉규 랑 우석이 이 새끼들은 애초에 일처리를 어떻게 했기에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MBS예능국장은 아무래도 오늘 아침에 테니스 치긴 틀린 거 같았다. MBS에서 ‘가면 노래왕’은 예능 프로 중 15%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해 주고 있는 둘 뿐인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그런 ‘가면 노래왕’의 기조가 흔들리게 생겼으니 자신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자.”

MBS예능국장이 ‘가면 노래왕’ 녹화장을 향해 앞장 선 체 이형철은 그의 뒤꽁무니를 열심히 쫓았다.

그렇게 그들이 ‘가면 노래왕’ 녹화장에 도착했을 때 녹화는 전부 끝나고 방청객들이 녹화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 했는데 MBS예능국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녹화장을 한 번 쓰윽 훑더니 곧장 노우석PD를 찾아내서 그쪽으로 움직였다. MBS예능국장 역시 한 때는 MBS에서 잘 나가던 PD였다. 현장 일이라면 그 역시 바싹했던 것이다.

“노우석이!”

“어! 국장님!”

노우석 PD는 이른 아침에 불쑥 녹화장을 찾은 예능 국장을 보고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노우석 PD도 본 것이다. 촬영장에서 사라졌던 FD 이형철이 바로 예능 국장 뒤에 서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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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노래왕’에서 5주 째 노래왕 자리를 지켰던 ‘춤추는 마징가’는 멋진 무대로 이번 녹화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춤까지 추는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관객들도 호응을 하며 신난 무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립 박수까지 나오진 않았다.

그걸 확인한 순간 ‘춤추는 마징가’ 이정훈은 자신이 패배 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건 현실로 증명이 되었다.

“............‘천하무적 대왕 쥐’와 ‘춤추는 마징가’의 대결 승자는..................바로...........”

무대 위 대형 스크린 화면에 ‘천하무적 대왕 쥐’의 얼굴이 나왔다. 순간 녹화장은 새로운 노래왕의 탄생을 축하하는 환호성이 울렸다.

‘춤추는 마징가’ 이정훈은 옆에 있던 ‘천하무적 대왕 쥐’에게 다가가서 가볍게 포옹을 하며 새로운 노래왕 등극을 축하해 주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노래 진짜 잘하네요. 부디 저 대신 6주 우승을 해 주세요.”

이정훈의 그 말에 ‘천하무적 대왕 쥐’가 바로 대꾸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이후 제가 이 무대에 다시 설 일은 없을 테니까요.”

“네에?”

‘천하무적 대왕 쥐’의 말에 이정훈은 깜짝 놀랐다. ‘천하무적 대왕 쥐’가 마치 자신은 노래왕이 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말을 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때 보디가드들이 나타나서 ‘천하무적 대왕 쥐’를 에워싸고 무대 뒤 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혼자 남은 ‘춤추는 마징가’ 앞으로 MC윤봉규가 다가왔다.

“그럼 5주 동안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어 준 ‘춤추는 마징가’의 정체가 공개 됩니다.”

MC윤봉규의 그 말이 들려오자 ‘춤추는 마징가’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가면을 벗었다.

“와아아아!”

먼저 무대 뒤쪽의 관중 몇 명이 놀란 환호성이 울리고 무대 전면의 관중들은 그 소리에 ‘춤추는 마징가’의 정체가 누군지 다들 더 궁금해 할 때였다.

“............‘춤추는 마징가’의 정체는 바로...........”

이정훈은 MC윤봉규의 대사에 맞춰서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러자 MC윤봉규가 그런 그의 움직임에 맞춰서 대사를 쳤다.

“...............2000년대 댄스 열풍을 주도한 그룹 ‘아이스’의 보컬 이정훈씨였습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

이정훈이 모습을 공개하자 녹화장에 함성과 박수가 크게 일었다. 그리고 이어진 MC윤봉규와 그 동안 노래왕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얘기한 이정훈은 결국 쓸쓸하게 노래왕 자리에서 물러나야했다.

이정훈도 무대 밑에서 스태프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피해 갈 순 없었다.

“5주 동안 정이 들었는데 오늘 떠나야 한다니 아쉽네요. 앞으로 저희 ‘아이스’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이정훈은 마지막 인터뷰에 자신이 속한 그룹의 깨달 홍보를 했다. 그리곤 자신의 대기실로 향했다. 노래왕에게 주어진 널찍한 대기실은 이제 새로운 노래왕에게 넘겨야 했기에 이정훈의 매니저가 벌써 거기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이정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매니저에게 말했다.

“유혁아. ‘천하무적 대왕 쥐’ 말이야.”

“네. 형.”

“아무래도 뭐가 좀 이상해”

“뭐가 말입니까?”

“아까 무대에서 내가 축하 인사를 하면서 덕담으로 6주 우승을 하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하는 말이..............”

이정훈의 말을 가만히 듣던 그의 매니저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긴 하네요. 노래왕이 돼 놓고 노래왕을 안 할 거라니.”

“너 짐 챙기는 거 좀 있다가 하고 밖에 상황 좀 알아 봐.”

“밖에 상황요?”

“그래. 노우석 PD 한테 가 보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이정훈의 매니저 유혁은 그가 호기심이 생기면 가만 못 있는 성격임을 알기에 정리하던 짐을 두고 곧장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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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석 PD는 녹화 마무리에 정신이 없었고 MC윤봉규는 밤샘 스케줄에 완전 지친 얼굴로 서둘러 녹화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 앞에 예능 국장이 나타났다.

“뭐? 김 국장이?”

막 자신의 매니저와 코디와 촬영장을 빠져 나가던 중인 MC윤봉규는 제작진 스태프 중 한 명이 달려와서 MBS예능국장이 자신을 찾는 다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밤샘 촬영 후 방송 관계자, 그것도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일이 MC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MBS예능국장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그가 부르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윤봉규가 그 스태프를 따라 MBS예능국장으로 갈 때였다.

“아악!”

그의 눈앞에서 녹화장의 PD 노우석이 MBS예능국장에게 죠인트를 까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윤봉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예능국장이라지만 촬영장에서 그 프로의 메인 PD를 저런 취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내가 확실히 하라고 했어 안 했어?”

“했습니다.”

예능국장에게 죠인트를 까인 노우석 PD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윤봉규가 나타나자 예능국장의 분노의 눈길이 그에게로 바로 옮겨 붙어왔다.

“봉규 너 이 새끼.......”

예능국장은 가차 없이 윤봉규의 죠인트를 깠다. 눈앞의 예능 국장은 윤봉규가 MBS에 입사해서 첫 스포츠 중계를 했을 때 거기 메인 PD였다. 그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껏 형, 아우로 지내오고 있었고. M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선언을 한 그를 다시 MBS 방송 무대에 세워 준 것도 예능국장이었다. 그러니 그가 때리면 피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퍽!

“아아악!”

어찌나 세게 찼는지 윤봉규는 정강이뼈가 부러진 거 아닌가 싶었다. 윤봉규가 고통에 폴짝폴짝 뛰자 그걸 보고 노우석 PD가 웃었다.

“웃어? 너 일루와.”

그랬다가 노우석 PD는 다른 쪽 다리 정강이를 죠인트 까이며 두 사람 모두 고통스러워 할 때

예능국장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앞장 서.”

그렇게 예능 국장은 윤봉규와 노우석 PD를 앞세우고 ‘천하무적 대왕 쥐’의 대기실로 향했다.

그때 ‘천하무적 대왕 쥐’의 대기실에서는 최민혁이 가면과 무대 의상을 벗어 둔 체 막 대기실을 나서려 하고 있었다.

그때 이 일의 원흉들인 MC윤봉규와 노우석 PD가 한꺼번에 그의 대기실을 찾아오자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그들 뒤에 중년의 남자가 한 명 더 등장했다. 최민혁은 그 중년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보고 그가 보통 사람은 아님을 바로 알아챘다.

“최민혁 선수. 반갑소.”

그 중년 남자가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자 최민혁은 그 중년 남자 뒤쪽의 MC윤봉규와 노우석 PD를 힐끗 쳐다보며 마지못해 그 중년 남자의 손을 잡았다.

“아네.”

“나 여기 예능국장이요.”

중년 남자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최민혁의 얼굴이 곤욕스럽게 변했다. 최민혁은 녹화가 끝나자 바로 여길 튈 생각이었다. ‘가면 노래왕’이 향후 어떻게 되건 말건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예능국장까지 나서면 문제가 복잡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최민혁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미안하네.”

예능국장이 최민혁 앞에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MC윤봉규와 노우석 PD가 그걸 보고 놀란 눈으로 예능국장 뒤에 서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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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예능국장 김중길은 ‘가면 노래왕’의 FD 이형철을 통해 모든 전모를 전해 듣고 선 이 문제를 해결 하려면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단 걸 바로 직감했다.

‘최민혁이란 그 야구 선수. 만만치 않겠어.“

보통 방송과 관계없는 쪽 사람들은 방송국에 오게 되면 주눅이 들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방송 관계자의 말을 잘 따랐다. 그런데 최민혁이란 그 야구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랜 그의 경험으로 비춰서 최민혁은 방송계의 힘으로 찍어 눌러서 이번 일을 해결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나?

이런 유의 사람은 상식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면 됐다. 우선 이쪽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 한 다음 부탁을 하는 것이다. 아주 정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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