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77화 (177/248)

00177 재벌에이스 =========================

‘훨훨 나는 귀뚜라미’는 노래왕을 도발 해 놓고 마이크를 최민혁에게 넘겼다. 최민혁은 그 마이크를 넘겨받자 차분히 말했다.

“최선을 다해서 노래왕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연히 자신처럼 최민혁이 노래왕을 도발하는 발언을 할 거라 여겼던 ‘훨훨 나는 귀뚜라미’가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MC윤봉규 역시 그의 진행 방향과 역행해서 말하는 최민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고 말이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그걸 방송에 내 보낼 노우석 PD가 아니었다. 그랬다간 올라갔던 시청률이 확 떨어질 테니까.

“편집하는 데 시간 좀 걸리겠네. 쩝쩝.”

노우석 PD가 입맛을 다실 때 MC윤봉규는 능수능란하게 두 사람과 패널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출연자들이 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MC윤봉규는 최민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노우석 PD에게 경고를 받은 터라 어쩔 수 없이 공정하게 출연자를 대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훨훨 나는 귀뚜라미’님 노래부터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 후 MC윤봉규와 최민혁가 무대를 내려 왔고 ‘훨훨 나는 귀뚜라미’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를 시작했다. ‘훨훨 나는 귀뚜라미’가 3라운드에서 선곡한 노래는 바로 알랭 김의 ‘상어의 꿈’이었다.

“파란 바다 저 끝 어딘가에 있는 사랑을 찾아서...............”

‘훨훨 나는 귀뚜라미’는 편안하게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긴 풍부한 감성이 듣는 관중들로 하여금 입에 미소가 돌게 만들었다. 패널들 역시 다들 웃으며 흥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노래를 듣던 노우석PD는 흡족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선곡 리스트를 쳐다보고 표정을 굳혔다.

“손범수의 ‘늪’이라......”

‘훨훨 나는 귀뚜라미’도 잘 부르고 있었지만 만약 최민혁이 이 노래를 손범수 만큼 소화해 낸다면.........

“근데 이 새끼는 왜 안 보여?”

그때 최민혁의 출연 계약서가 생각 난 노우석PD가 주위를 살폈지만 그 일을 시킨 FD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이 자신 있게 대답했으니 어떡하든 최민혁이 사인을 한 출연 계약서를 들고 나타나긴 할 터였다.

그 사이 ‘훨훨 나는 귀뚜라미’의 노래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I`m fall in love again. 왜 이렇게 돌고 돌아야 하나요? 그대 내 마음을 왜 몰라아~”

‘훨훨 나는 귀뚜라미’의 열창에 방청객들의 얼굴이 황홀해 하는 걸 카메라로 잡으면서 노우석PD는 이변 없이 ‘훨훨 나는 귀뚜라미’가 3라운드 무대에서 이겨서 노래왕과 대결하길 바랐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

그렇게 열화와 같은 환호성과 떠나갈 듯 이는 박수소리. 하지만 앞선 무대처럼 관객들이 기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만큼 그들의 듣는 귀도 그 수준이 높아졌단 소리였다. 그러니 이 정도 무대로 그들을 일으켜 세우지 못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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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나는 귀뚜라미’이 다음으로 최민혁이 바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앞선 그의 무대처럼 조명이 꺼지고 원 포인트 조명이 최민혁을 비췄다. 동시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전주!

“와아아아아!”

그 전주에 바로 관객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패널 석의 패널들이 웅성거렸다.

“이거 ‘늪’이지?”

“음. 맞아. 그런데 손범수의 ‘늪’인지 조만우의 ‘늪’인지는 모르겠네.”

“에이. 당연히 손범수의 ‘늪’이겠지.”

패널들은 다들 최민혁이 부를 노래가 손범수의 ‘늪’이라고 생각했다. 조만우의 ‘늪’은 팔세토 창법인 가성창법으로 5옥타브의 고음역을 가볍게 낼 수 있어야 부를 수 있는 노래였으니까. 아무나 함부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물론 손범수의 ‘늪’도 엄청나게 따라 부르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 노래를 비교하는 거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란 걸 알기에 패널들은 이내 입을 다물고 ‘천하무적 대왕 쥐’가 부를 노래에 집중을 했다.

그때 빠른 전주가 끝나고 최민혁이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레이션.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에도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의 여자였었지.............”

그런데 그 내레이션이 시작 되자 패널석은 물론 방청석이 발깍 뒤집어졌다.

“저, 저 목소리는.....”

“맙소사. 한규석!”

대한민국에서 내 놓으라는 톱 배우인 한규석은 성우 출신이었다. 당연히 목소리가 좋았고 그런 그의 목소리를 사람들은 좋아했다. 목소리에 꿀 바른 배우 한규석! 지금 ‘천하무적 대왕 쥐’는 그 한규석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내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하는 내레이션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여자 방청객들은 다들 넋을 놓고 무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남자 방청객들 역시 감성적인 얼굴로 최민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최민혁의 내레이션은 계속 이어졌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 속에서만 이뤄지거든. 난 멈출 수가 없었어. 이미 내 영혼은 당신 곁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최민혁의 내래이션이 끝나고 드디어 최민혁의 노래가 시작 되었다. 패널들이나 관객들이 다들 예상하고 있었든 손범수가 부른 ‘늪’을 ‘천하무적 대왕 쥐’가 불렀다.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아아!”

“와아.....죽이네.”

그리고 관중들의 입이 쩍 벌어지게 ‘천하무적 대왕 쥐’는 손범수 뺨치게 그 노래를 잘 불렀다.

그 노래를 가만히 경청하던 노우석 PD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했다.

“잘 부르긴 진짜 잘 부르네.”

하지만 아직 몰랐다. 그의 느낌으로 이 정도로는 앞서 노래를 부른 ‘훨훨 나는 귀뚜라미’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땐 돌아서야 하는 것도 알아 기다림에 익숙해진 내 모습 뒤엔 언제나 눈물이~”

최민혁은 비교적 무난하게 손범수의 ‘늪’의 절정 부분을 소화해 냈다. 그리고 다시 톤이 살짝 나려갔다가 고음으로 치달아 오를 때였다.

“헉!”

“뭐, 뭐야?”

패널들이 놀라서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럴 것이 ‘천하무적 대왕 쥐’가 노래 도중 갑자기 창법을 바꾼 것이다.

“.................꿈이라도 좋겠어. 그댈 느낄 수만 있다면~”

“저, 저.....”

“완전 미쳤네. 미쳤어.”

“우와. 완벽한 팔세토 창법이야.”

“허얼. 조만우보다 더 잘 부른다.”

그랬다. 최민혁은 손범수의 ‘늪’을 부르다 중간에 조만우의 ‘늪’으로 바꿔 부른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최민혁에게 천상의 목소리란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한규석과 똑같은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변신 능력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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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상상 속으로 그녀를 초대하는 거야.”

무대 위의 격정적이었던 최민혁의 노래가 끝이 났다.

“..................”

그런데 방청석이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건 패널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곡가 박인석은 절레절레 고개만 내젓고 있었고 여자 패널들은 황홀한 눈빛으로 ‘천하무적 대왕 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침묵을 MC윤봉규가 깼다. 그도 이미 직감했다. 최민혁이 새로운 노래왕이 될 거란 걸 말이다.

“자아. ‘천하무적 대왕 쥐’님의 노래를 들으셨습니다. 다들 놀라신 거 같으신데 그래도 투표는 해 주셔야 합니다.”

MC윤봉규의 독려에 방청객들은 투표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무대 위의 ‘천하무적 대왕 쥐’에게서 떨어 질 줄 몰랐다. 방청객들은 그저 누르기만 했다. 그 결정 말고 다른 결정을 그들은 할 수가 없었다.

“자.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출연자들 모두 멋진 무대를 보여 주셨는데요. 그 결과는.........”

MC윤봉규는 힐끗 안 됐다는 시선으로 노우석PD를 쳐다보았다. 노우석PD가 밀었던 ‘훨훨 나는 귀뚜라미’의 표도 적지 않았다. 최민혁만 아니었으면 그가 100% 노래왕의 도전자가 되었을 정도의 표를 획득했다.

“‘훨훨 나는 귀뚜라미’ 득표수는..............바로...........”

무대 대형 화면에 87이란 숫자가 떴다. 상당히 높은 득표였다. 하지만 그 득표에도 누구 하나 박수치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그 다음에 공개 될 ‘천하무적 대왕 쥐’의 득표 수 때문에 말이다.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희 ‘가면 노래왕’이 시작 된지 어언 5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천하무적 대왕 쥐”의 득표수는.................바로...........“

이내 무대 대형 화면에 숫자가 떴고 그 걸 본 촬영장 안의 모습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100!

모든 패널들과 관객들이 ‘천하무적 대왕 쥐’를 누른 것이다. 특히 심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작곡가 박인석도 일고의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다.

“‘천하무적 대왕 쥐’가 누군지 모르지만 내 곡을 주고 싶습니다.”

박인석이 패널 석에게 바로 ‘천하무적 대왕 쥐’에게 자신의 곡을 주겠다는 제안을 다 했다. 발라드계에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박인석이었다. 그의 곡은 대한민국 발라드 가수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했다. 그런 그에게 인정을 받은 ‘천하무적 대왕 쥐’였다. 그만큼 그의 노래 실력이 독보적일 정도로 뛰어나단 소리였고 그로 인해 그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노우석 PD도 이 대목에서 시청률이 치솟아 오를 것을 확신했다.

“좋았어. 이러면 꿩 대신 닭, 아니지. 꿩 대신 봉황이다.”

노우석 PD는 생각을 바꿨다. ‘훨훨 나는 귀뚜라미’ 대신 ‘천하무적 대왕 쥐’를 적극적으로 밀기로 말이다. 이대 로면 어차피 노래왕은 ‘천하무적 대왕 쥐’의 차지였다.

현 노래왕 이정훈이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노우석 PD도 알았다. 사실 그가 더 보여 줄 게 별거 없다는 걸 말이다. 보나마나 관중들이 좋아할 만한 고음 위주의 노래를 준비해 왔을 테지만 그게 오히려 그에게 지금에선 독이 될 터였다.

최민혁이 좀 전에 부른 팔세토 창법의 고음 앞에 그 고음으로는 번데기 앞에 주름 잡는 꼴 밖에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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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석 PD의 예상대로였다.

“이런 씨발..... 왜 하필 거기서 조만우의 팔세토 창법이 나와?”

‘천하무적 대왕 쥐’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심기가 불편해진 현 노래왕 이정훈은 곧장 왕좌를 박차고 일어나서 그의 대기실로 향했다. 어차피 3라운드 무대가 끝나면 10분 휴식을 취하고 노래왕의 무대가 시작되기에 그런 그를 제지하는 제작진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큰일이네. 이거 불러 봐야 먹히지도 않을 텐데....”

이정훈도 알았다. 자신이 준비한 노래를 그가 아무리 열심히 불러봐야 앞서 부른 ‘천하무적 대왕 쥐’의 ‘늪’을 이길 수 없단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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