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73화 (173/248)

00173 재벌에이스 =========================

후다다닥!

FD가 황급히 연습실을 빠져 나가고 반주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없자 멈춘 상태에서 대왕 쥐가 머쓱하니 배진영과 공진영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배진영이 놀란 얼굴로 최민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가수였어요?”

배진영의 말에 바로 공감한다는 듯 해바라기 가면을 쓴 공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데요.”

최민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하지만 배진영은 그 대답이 믿기지 않는지 대왕 쥐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가수가 확실한데. 그것도 ’아쉬움‘을 부른 위청일 수준의 꽤 오래 노래를 불러 온 가수......’

'가면 노래왕'의 출연자의 정체는 비밀에 붙여졌다. 때문에 배진영도 대왕 쥐 가면 안에 누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대체 누구지?’

본인이 가수가 아니라니 가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수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르는 저 대왕 쥐의 정체가 배진영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일이었다. 그래서 궁금해도 참으며 배진영이 말했다.

“대왕 쥐님은 됐고 해바라기 소녀님 노래 한 번 불러보죠.”

그말 후 배진영이 손짓을 하자 해바라기 소녀 파트의 반주가 바로 흘러 나왔다. 해바라기 소녀, 공진영은 바로 노래를 불렀다. 가수답게 공진영도 노래를 잘 불렀다. 대왕 쥐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장난 끼를 쏙 빼고 진지하게 공진영이 노래를 부르자 보컬 트레이너인 배진영도 딱히 흠잡을 때를 찾지 못했다.

“두 분 다 노래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제가 딱히 지적할 부분은 없어요. 그러니 두 분이 같이 부르는 대목에서..........”

배진영은 대왕 쥐와 해바라기 소녀의 하모니 부분만 신경 썼다. 하지만 그것도 딱히 뭐라고 지적할 게 없었다. 둘 다 알아서 서로에게 맞춰서 딱딱 노래를 불러 대니 말이다.

“두 분은 바로 무대 리허설을 하셔도 되겠어요.”

배진영이 두 사람이 같이 부르는 노래를 끝까지 듣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연습실을 나섰다. 자신이 할 일은 다 끝냈다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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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노래왕'의 PD노우석은 이번에 다섯 번째 도전자 방어에 성공한 ‘춤추는 마징가’가 있는 대기실에 있었다.

‘춤추는 마징가’의 주인공은 바로 2000년대 댄스 열풍을 주도한 그룹 ‘아이스’의 보컬 이정훈이었다. 이정훈은 춤을 추면서도 안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특히 고음이 탄탄했다.

때문에 그 고음을 바탕으로 벌써 5차례나 압도적인 표차로 도전자를 물리치고 이제 6번째 우승을 향해 질주 중이었다.

“정훈이 형. 어때? 6회 우승 자신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그건 네가 더 잘 알거 아냐? 어떤 도전자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 자리를 내 줘야 할지도 모르는 판인데.........”

“다크호스가 준비 되어 있긴 한데. 모르지. 현장에서 또 무슨 이변이 일어날지.”

“다크호스? 하아. 이 자식 완전 날 노리고 있었군. 하긴 아직 6회 우승자는 없었지?”

“응. 아마 그 점이 형에게는 불리하게 작용 될 거야. 거기다 관객들도 이제 형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을 테고. 여기서 신선한 목소리가 나오면.........”

“하지만 나도 준비해 온 게 있거든. 내가 기어코 6회 우승을 하고 만다.”

“오오! 그거 기대 되는 데? 하지만 뚜껑은 열어 봐야 하는 법. 우리도 많이 준비 했거든. 다크호스가 달리 다크호스가 아니야.”

“그래. 어디 두고 보자. 그 다크호스. 하지만..........뚜껑 열리면 많이 놀랄 거다. 흐흐흐흐.”

그렇게 이정훈과 팽팽하게 서로 이길 거라고 신경전을 벌인 뒤 노우석 PD가 대기실을 나왔을 때였다.

“감, 감독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또 뭔데?”

“그게 최민혁 말입니다.”

“최 선수가 왜?”

“좀 전에 노래 부르는 거 들었는데......................”

FD의 얘기를 쭈욱 듣던 노우석 PD가 그의 머리를 후려치며 말했다.

“야 이 새끼야. 최 선수가 잘 부르면 얼마나 잘 부른다고. 그래. 설혹 잘 부른다고 치자. 그렇다고 1라운드에서 공진영이를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

노우석 PD의 그 말에 FD는 할 말이 잃었다. 상식적으로는 노우석 PD의 말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FD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최민혁이 대형 사고를 칠 거 같은.......

그래서 FD는 생각 같아서 최민혁이 공진영을 이길 거 같다고 노우석 PD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또 머리를 얻어맞을 거 같아 입을 계속 꾹 다물었다. 그런 그를 노우석 PD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외쳤다.

“빨리 가서 다른 출연자들이나 챙겨.”

FD는 그렇게 성과 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민혁과 공진영이 있었던 연습실에서 나오고 있는 배진영 보컬 트레이너와 마주쳤다.

“왜 나오셨어요? 연습은요?”

FD의 물음에 배진영이 바로 대답했다.

“연습은 더 필요 없어요. 바로 리허설 들어가도 돼요.”

“네?”

“두 사람 다 노래도 완벽하고 케미도 좋으니까 좋은 장면 나올 거 같네요.”

그 말 후 배진영은 FD 옆을 지나쳐서 조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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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트레이너가 좋다고 하니 FD는 연습실 안에 할 일 없이 뻘쭘 하게 앉아 있던 대왕 쥐와 해바라기 소녀를 데리고 제일 먼저 무대로 향했다. 무대 주위로 제작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노우석 PD는 리허설 최종 무대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FD와 가면을 쓴 출연자 둘이 보이자 바로 물었다.

“왜?”

“리허설 준비가 끝나서요.”

“그래? 그럼 바로 리허설 시작하자. 넌 음향 체크 다시 해 보고.”

“네. 감독님.”

그렇게 대왕 쥐와 해바라기 소녀를 처음으로 무대 리허설이 시작 되었다. FD는 음향 체크 후 다른 출연자들을 데리러 대기실로 향했고 그 사이 리허설이 시작 되었다. 리허설이라 그런지 대왕 쥐와 해바라기 소녀도 대충 무대 분위기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고 그 뒤로 두 번째, 세 번째 팀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맨 마지막 팀이 무대에 올랐다.

그 마지막 팀 중에 바로 노우석 PD가 5회 우승의 이정훈을 잡기 위해 준비한 다크호스가 있었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 되자 바로 그 티가 확 났다.

“오오. ‘훨훨 나는 귀뚜라미’ 노래 장난 아닌데요?”

“그럼. 내가 저 녀석 섭외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저 정도는 불러 줘야지.”

노우석 PD가 뿌듯한 얼굴로 마지막 팀 귀뚜라미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출연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정체는 바로 최고의 알앤비(R&B) 가수 명우였다.

명우는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며 폭발적인 가창력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음색으로 무대 주위 스태프들의 넋을 쏘옥 빼놓았다.

“좋았어. 이정훈이 잡고 새로운 노래왕이 되는 거야.”

노우석 PD는 명우 정도면 5번 우승은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럼 10주 동안 '가면 노래왕'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렇게 리허설이 끝나고 관객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이미 자정을 훌쩍 넘어 있었다. 평소 '가면 노래왕'은 오전에 사전 준비를 끝내고 오후 1시에 리허설, 그리고 2시에 관객들이 입장해서 2시 30분에서 3시 사이에 녹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주의 경우는 특집 편성으로 '가면 노래왕' 무대를 다른 프로에서 낮에 쓰면서 '가면 노래왕'의 스케줄이 전부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될 일은 생기지 않았다.

특집 편성 프로에 참가한 관객들이 '가면 노래왕' 무대의 관객이 되어 주기로 되어 있어서 말이다.

그 관객들은 방송국에서 제공한 호텔 방에서 충분히 쉬다 왔기 때문에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다들 눈들이 말똥말똥했다.

그들은 MBS의 특집 방송에 참가 한 것과 함께 요즘 MB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에 관객으로 참여 한다는 사실에 다들 기대 어린 얼굴로 각자 주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가면 노래왕'의 녹화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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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은 첫 번째로 했지만 최민혁과 공진영의 1라운드 무대 순서는 사실 제일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1라운드 무대는 리허설에서 맨 마지막에 오른 ‘훨훨 나는 귀뚜라미’와 ‘앙칼진 암코양이’였다.

능수능란한 MC윤봉규의 소개와 함께 두 사람은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1절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다들 놀란 얼굴을 한 채 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훨훨 나는 귀뚜라미’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일방적인 시선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계속 ‘훨훨 나는 귀뚜라미’에 계속 꽂혀 있었다.

‘가면 노래왕’ 패널들도 다들 놀란 얼굴로 멍하니 무대 위의 ‘훨훨 나는 귀뚜라미’를 바라보았다.

“역시 M 맞지?”

“글쎄요. 요즘 신곡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들었는데....”

“H 일수도 있잖아요?”

“에이. H는 아니지. H의 음색이 저렇지는 안잖아.”

“목소리를 살짝 바꿔서 불렀을 수도 있잖아요.”

“아냐. M이 맞아. 곧 음반이 나올 테니까 그거 홍보하려고 예능 출연한 거야.”

패널들이 수군거리는 가운데 MC윤봉규가 그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관객 분들의 투표가 끝났다고 하니 여러분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노우석 PD가 MC윤봉규와 패널 중 작곡가 박인석에게 사인을 넣었다. ‘훨훨 나는 귀뚜라미’를 띄우라고 말이다.

노우석 PD는 1라운드 무대에서부터 관객들에게 ‘훨훨 나는 귀뚜라미’를 확실하게 각인 시켜 둘 생각이었다.

물론 형식적으로 ‘훨훨 나는 귀뚜라미’의 상대인 ‘앙칼진 암고양이’에 대해서 몇 차례 호의적인 얘기가 패널들 사이에 오고갔다. 하지만 아무래도 ‘훨훨 나는 귀뚜라미’에 비해 ‘앙칼진 암코양이’ 반응이 약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MC윤봉규는 패널들의 칭찬이 줄을 잇고 있는 ‘훨훨 나는 귀뚜라미’에게 장기가 뭔지 물었고 ‘훨훨 나는 귀뚜라미’는 미리 짜 놓은 대로 춤이라고 했다.

“오오! 춤이래. 춤.”

“빨리 춰 봐요.”

“근데 춤을 잘 출 거 같진 않은데?”

패널들의 관심과 우려 속에서 ‘훨훨 나는 귀뚜라미’는 춤을 췄는데 역시나 코믹 춤이었다. 그걸 보고 관객들에게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앙칼진 암코양이’이 나섰다.

그녀는 요염한 섹시 춤으로 뭇 남자 관객들을 홀려 놓았고 패널 중 남자들도 다들 넋을 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장면을 카메라가 제대로 포착했고 노우석 PD의 입이 귀에 걸렸다.

“좋았어. 바로 이거야.”

여기까지가 노우석 PD가 짜 놓은 판이었다. ‘앙칼진 암고양이’의 정체는 바로 섹시 개그우먼 문일화였다. 요즘은 활동이 뜸하긴 했지만 개그우먼이면서도 연기도 꽤나 잘하는 그녀는 작년 초에 영화며 TV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그녀가 찍은 영화에서 노출 문제를 두고 감독과 대치하게 되면서 법정 공방까지 이르게 되었고 그 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활동을 접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 재기를 위해 ‘가면 노래왕’ 무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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