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69화 (169/248)

00169 재벌에이스 =========================

최민혁은 전화를 받고 놀랐다. 그래서 재차 물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시라고요?”

-나 윤봉규야. 친구왕의 MC.

“아네. 형님. 어쩐 일이세요?”

당시 촬영 중 최민혁은 MC 윤봉규가 형식없이 지냈다. 그 과정에서 형, 동생하기로 했고 말이다. 물론 그들이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라고 두 사람 다 생각하진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너 노래 좀 한다며?

“네에?”

-강하나에게 얘기 다 들었어. 그러니 빼도 소용없다.

“아니 그게 무슨.......”

-너 오늘 밤에 시간 되지?

“아뇨. 저 친구 만나야 하는데요?”

-그럼 그 친구도 데려 와. MBS방송국 알지? 거기 와서 가면 노래왕 세트 장 찾아오면 돼. 늦어도 9시까진 와야 해. 그럼 그때 보자고.

띠띠띠띠띠..........

“여보세요. 형......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최민혁은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하고 또 자기 멋대로 약속을 잡고 끊어 버린 윤봉규에 화가 난 최민혁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최민혁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흥! 내가 가나 봐라.”

당연히 화난 최민혁은 윤봉규가 말한 그 가면 노래왕 인가 하는 댈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최민혁은 바로 윤봉규와의 기분 나빴던 통화 내용은 잊고 운전에 열중했다. 그 결과 6시 정각에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재익에게 전화가 걸려 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최민혁은 당연히 그게 조재익일 거라고 그 전화를 받았다.

-오빠. 미안해요. 흑흑흑흑.

그런데 막상 받고 보니 조재익이 아니라 골칫덩어리 강하나였다. 그녀가 펑펑 울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됐어요. 제가 그런 말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최민혁은 일단 우는 강하나를 진정 시켰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윤봉규 그 인간이 그랬단 말이지? 내가 거기 출연하기로 했다고?”

-네. 제 덕이라며 고맙다고....... 저도 곧 거기 출연 시켜 주겠다고 했어요.

“너도?”

-네. 매니저 오빠하고 스케줄 조율까지 마친 걸요. 그리고 제가 출연 중인 드라마 작가와 자신도 친하다며 그분께도 제 얘기를 잘 해 주겠다고 했어요.

강하나의 말에 최민혁은 기가 찼다. 그러니까 지금 윤봉규는 강하나를 엮어서 최민혁을 협박하고 있는 셈이었다. 즉 최민혁이 오늘 가면 노래왕 촬영에 나오지 않으면 강하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강하나는 그 사실도 모른 체 가면 노래왕에 출연하기로 했고 또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 작가와도 더 엮이고 있었고 말이다.

즉 최민혁이 여기서 발을 빼면 강하나는 가면 노래왕 촬영 때는 물론 드라마 촬영에서도 불이익이 받을 공산이 컸다.

“하아. 너........”

최민혁은 강하나에게 심한 말까지 내 뱉을 뻔했다. 그녀로 인해 자신이 연예계란 늪에 계속 빨려 들어간다고나 할까? 최민혁은 진심으로 여기서 더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 물론 세나의 생각은 달랐지만.

[가면 노래왕이라면 저도 알아요. 거기 나가면 마스터의 인지도가 확 올라 갈 거예요. 그러니 그냥 출연하세요.]

세나까지 가세하자 최민혁도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거기다 아까부터 강하나는 죽을 죄를 졌다고 사과하며 울고 있고.

“됐어. 나 친구 만나야 해. 그만 끊자.”

최민혁은 강하나와 통화하고 있는 자체가 짜증이 나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바로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이제 진짜 조재익이었다.

-야야! 뭔 전화 통화를 그래 오래하노?

최민혁이 전화를 받기 무섭게 조재익이 버럭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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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은 강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계속 통화 중이자 일단 터미널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 그의 눈에 마침 최민혁의 차가 보였다. 그리고 통화가 바로 되었고 말이다.

“터미널 앞에 니 차 맞제?

-어? 어. 그래.

“지금 다 왔다.”

차에 근접하자 차 안 운전석의 최민혁이 보였다. 조재익은 곧장 보조석 문을 열고 차 안에 탔다. 그런데 어째 조재익의 모습이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뭐, 뭐야?”

“뭐긴 마. 형님도 꾸미면 원래 이렇다.”

최민혁이 놀랄 만큼 조재익의 모습은 예전의 그 곰탱이가 아니었다. 덩치가 크긴 했지만 조재익도 나름 비율은 좋았다. 그래선지 잘 차려 입고 최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자 몰라보게 멋있어 보였다.

“가자. 배고프다.”

그 말에 최민혁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강남버스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그런 그에게 조재익이 말했다.

“가는 길에 마트 한 번 들러라.”

“마트는 왜?”

“그라모 친구 집에 가는데 맨손으로 갈까?”

“뭐?”

최민혁은 기가 찬다는 듯 조재익을 쳐다보았다. 누가 그를 집에 데려간다고 했단 말인가? 거기다 전에 집에 데려 갈 땐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뭘 사가겠다니? 녀석의 속이 훤히 다 들여 다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 오셨제?”

“어.”

“그 가스나는 고대로고?”

“야! 가스나가 뭐냐? 다 큰 애한테.”

“친구 여동생이 가스나지. 그라모 여자가?”

최민혁은 그 말에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다 힐끗 옆을 쳐다보며 진짜 그가 서울 온 이유를 물었다.

“근데 갑자기 서울엔 왜 온 거야?”

“.............”

그러자 조재익이 잠시 말없이 앞만 쳐다보다가 이내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 그게.............”

그리고 털어 놓는 조재익의 말에 최민혁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임신?”

“그래. 그 때문에 힘들게 꼬셔 놓은 여자 오늘 만나지도 못하고 서울 올라왔다 아이가.”

이 상황에서도 여자 타령인 조재익을 보고 최민혁을 혀를 찼다.

“쯧쯧. 이런 걸 두고 인과응보란 거다. 아니 뿌린 대로 거둔 다고해야 하나?”

“닥치고 운전이나 해라. 내가 니 한테 잔소리 들을라꼬 서울 온 줄 아나?”

“그래서 어쩌려고?”

“어쩌긴. 그 여자 만나서 쇼부 봐야지.”

“야! 쇼부가 뭐냐? 좋은 우리 말 많구먼.”

“그래서 말인데. 니가 좀 따라 가 주라.”

“뭐? 거길 내가 왜가? 네가 처 싸질러 놓은 걸.”

“그래도 니가 말하면 그 여자 한테 씨알이 먹힐 거 아이가. 지금 전화 한테이.”

조재익은 당장 자신이 임신 시킨 여자에게 전화할 기세였다.

“오늘은 안 돼.”

“와?”

“이따가 방송국 가야 돼.”

“방송국?”

조재익이 두 눈을 번뜩였다. 마치 먹음직한 먹이를 발견한 야수처럼. 최민혁은 운전 중이라 그 눈빛을 보지 못했다.

“어. MBS방송국에 가면 노래왕이라고......”

“뭐어? 가면 노래왕? 너 지금 거기 노래 부르러 나간단 말이가?”

“뭐 그렇게 됐어.”

“푸하하하하. 니 미칫나? 음치 노래왕 선발 대회라모 모를까.”

조재익이 배를 잡고 웃으며 말하자 최민혁도 심기가 확 상했다.

“나 요즘 노래 잘하거든.”

“말도 아이다. 헛소리 작작하고........ 거기 내가 나가모 안되겠나? 내가 또 한 노래한다 아이가.”

조재익의 말에 따르면 녀석은 노래를 아주 잘한다고 한다. 그의 노래 실력에 뻑간 여자가 한 둘이 아니래나 뭐래나? 뭐 그 말을 100% 믿을 수는 없지만 녀석 주위에 여자가 많은 걸 보면 그 말이 사실이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 좋아. 같이 방송국 가자.”

“진짜로? 진짜지?”

“내가 왜 없는 소릴 해.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같이 방송국 가자.”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민혁은 자기 대신에 조재익을 그 무대에 서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재익이 스타가 아니란 점이었다. 그러니까 최민혁은 이때까지도 가면 노래왕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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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조재익을 데리고 집에 도착하자 집에 가족들은 다 와 있었다. 그리고 거실이 정리 되고 한 복판에 고기 구울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여동생이 상품으로 고기가 온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린 모양이었다. 그래서 두 분 모두 평소 보다 일찍 퇴근을 하셨고.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셨습니꺼?”

그리고 그 자리에 먹을 복을 타고 난 곰탱이가 등장했다.

“어어? 너는 재익이?”

“네. 아버지. 지를 알아보시네예.”

“그럼. 민혁이가 집에 데려 온 유일한 친군데.”

“어머니. 이거 받어으쇼.”

조재익이 최민혁의 모친에게 좀 전 마트에서 산 두루마리 휴지를 건넸다.

“뭘 이런 걸 다 사와?”

“아닙니더. 친구 집이라고 맨손으로 오면 안 되지예.”

최민혁은 가증스런 조재익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런 조재익의 넉살이 부모님들은 좋은 모양이었다.

“이리 오게. 안 그래도 고기가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잘 됐군.”

“고기요? 이야!”

조재익은 거실에 수북한 갈비와 한돈을 보고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최민혁의 모친도 만만찮았다.

“근데 이 쌀은 어쩌지?”

모친이 고기 옆에 쌓여 있는 쌀들을 보고 말하자 힘 빼면 시체인 곰탱이가 바로 나섰다.

“이거 어따 치울낍니꺼?”

“부엌 안으로 들고 들어가면......”

모친이 설명을 하자 곰탱이가 바로 움직였다.

“우와아아!”

그걸 보고 여동생인 최다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것이 보통 힘 좀 쓰는 남자라면 양쪽에 20kg의 쌀을 받쳐 드는데 곰탱이는 양쪽에 두 포대의 쌀을 가볍게 끼워 들고 일어나서는 여유 있게 부엌으로 들어 간 것이다. 그때 최민혁이 그걸 보고 자기도 쌀을 들려 하자 모친이 바로 나섰다.

“넌 가만있어.”

“네?”

그렇게 모친은 곰탱이로 하여금 쌀을 다 옮기게 하고는 그 뒤에도 최민혁이 해야 할 쓰잘데기 없는 일들은 조재익에게 다 시켰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가슴 한쪽이 찡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모친이 자신을 챙기는 걸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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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구와구....쩝쩝쩝쩝......”

처음에 최민혁의 친구라고 조재익을 반겼던 최민혁의 부모님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그럴 것이 곰탱이 때문에 그 많았던 고기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기 진짜 부드럽네..... 쩝쩝쩝......”

그런 곰탱이에게 재동을 건건 역시 그와 사이가 안 좋은 최다혜였다.

“작작 좀 처먹어. 이 돼지야. 굽는 대로 다 처먹으면 우린 뭘 먹으란 거야?”

“최다혜!”

“다혜야!”

그런 최다혜를 부모님이 바로 나무랐다. 하지만 어째 평소와 달랐다. 최민혁의 부모님은 예의를 중시하셨는데 이럴 경우 최소 잔소리가 10분은 넘었다. 그런데 두 분 다 눈으로 경고를 주는 걸로 끝냈다. 그렇단 건 두 분 역시 곰탱이가 작작 처먹길 바라신 것이다. 하지만 두 분은 사람을 잘못 봤다.

조재익의 고기에 대한 탐욕은 상상을 초월했다. 즉 말로 한다고 들어 처먹을 녀석이 아니란 소리다.

“이이..... 그만 먹어.”

최다혜가 나름 고기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곰탱이는 불만 닿아도 바로 집어서 입속에 처넣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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