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66화 (166/248)

00166 재벌에이스 =========================

부웅!

김보성의 배트가 홈 플레이트 위를 지나갔지만 그의 배트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김보성이 스윙 후 뒤를 돌아보자 포수가 미트에서 공을 꺼내고 있었고 뒤이어 주심의 콜이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투!”

김보성은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 내 몰렸다. 하지만 김보성은 이때 오히려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럴 것이 투 스트라이크 이후로 최민혁이 무슨 공을 던질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타석에서 슬쩍 홈 플레이트 쪽으로 몸을 붙였다.

‘이제 무조건 체인지업을 노린다.’

뒤는 없었다. 무조건 체인지업이 온다고 생각하고 그 구종에 맞춰서 스윙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보성은 신인 티를 너무 냈다.

‘어쭈? 붙어?’

마운드 위의 최민혁의 눈에 김보성이 대 놓고 홈 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다가붙어 서는 게 훤히 다 보였다. 그 말은 최민혁의 바깥쪽 공을 노리거나 대 놓고 흘러 나가는 체인지업을 치겠다는 소리였다.

‘누구 마음대로?’

최민혁은 포수에게 몸 쪽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고 사인을 넣고 바로 와인드 업에 들어갔다.

‘와라!’

그때 타석의 김보성은 최민혁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타격 자세에 들었다.

“헉”

그런데 김보성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오며 그가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그럴 것이 그를 향해 공이 똑바로 날아왔으니 말이다. 그대로 있다간 그 공에 맞을 게 확실했다.

펑!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그런데 그를 맞힐 거 같았던 공은 어느 새 포수 미트에 꽂혀 있었고 주심은 그 공에 가차없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투심.....’

바로 초구에 김보성이 넋 놓고 지켜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 꿈틀거리는 투심을 그의 몸 쪽 꽉 차게 최민혁이 또 던진 것이다. 때문에 김보성은 노리고 있던 체인지업에 배트를 내밀어 보지도 못하고 타석 밖에서 자신이 삼진 당했단 통보를 주심에게 들어야 했다.

김보성은 차마 태군성 감독을 볼 면목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인 체 덕 아웃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 다음 대기 타석의 타자가 곧바로 타석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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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태군성 감독은 3명의 신인 타자를 골랐고 그들에게만 최민혁이 경기 마지막 이닝에 등판해서 공을 던질 거란 말을 했다. 그리고 그때 너희 3명이 최민혁을 상대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혹시나 그 3명 중 한 명이 사고를 친다면 그 다음 타석에 설 신인 타자도 준비해 둬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태군성 감독이 2군 신인 급 타자 중에 2명을 더 골랐는데 그게 바로 옥기영이었다.

옥기영은 태군성 감독처럼 흔치 않은 성씨로 비록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은 5순위에 겨우 나정 히어로즈에 들어왔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지금은 2군에서 없어선 안 될 2루수로 성장해 있었다.

태군성 감독도 그런 옥기영의 노력을 높이 사서 그를 최민혁과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옥기영은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태군성 감독도 여전히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컨택 능력 하나 만큼은 최고였다. 그리고 그 성격도 상당히 끈질기면서 집요했고 말이다.

때문에 같은 팀의 투수들도 옥기영을 상대하는 걸 꺼려 할 정도였다. 그런 옥기영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먼저 배터 박스의 경계 표시인 하얀 선을 발로 슬슬 긁어 놓았다. 그러면서 배터 박스의 경계선이 흐릿해 졌는데 옥기영이 그렇게 한 건 어떡하든 타선 뒤로 물러나서 최민혁의 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결과 포수가 타자로부터 위협을 받게 된다. 타자가 휘두르는 배트에 글러브는 물론 자칫 머리까지 맞을 수도 있었으니까.

타이탄스의 포수가 주심에게 그 점을 어필을 했지만 주심은 타자가 배터 박스를 넘지만 않으면 된다며 포수의 말을 묵살했다. 그로 인해 포수가 쫄았고 그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옥기영의 더티 플레이는 최민혁에게 그리 심적인 데미지를 입히진 못했다. 최민혁의 마인드가 워낙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서 말이다.

틱!

그러나 최민혁의 공도 작정하고 커트를 시작한 옥기영의 컨택 능력에 무려 11구나 던졌다. 그러고도 볼 카운트는 3-2, 그렇게 풀 카운트의 승부가 계속 이어졌다.

옥기영은 오늘 선구안도 좋아서 빠지는 공은 귀신 같이 그냥 두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은 쪽쪽 배트로 걷어냈다.

그 때문에 최민혁도 중간에 강속구를 던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최민혁은 끝까지 빠른 공은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한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질 생각이 없었던 최민혁은 결국 지금껏 선보이지 않은 공을 던졌다.

부웅!

펑!

옥기영도 최민혁의 횡으로 달아나는 커트에는 속수무책으로 배트가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2-3 풀카운트 이후로 옥기영은 최민혁으로 하여금 공을 7구나 더 던지게 만들었다. 사실상 두 사람의 승부는 옥기영이 이겼다고 봐도 좋았다. 물론 최민혁은 일부러 느린공으로 제구력과 구위만으로 옥기영과 싸웠지만. 그건 사실 최민혁이 두 손을 묶고 싸운 거나 마찬가지라 이걸 두고 승부 운운하긴 어려웠다.

어째든 9회 말에서도 두 명의 타자가 최민혁에게 삼진을 당하면서 투 아웃에 무사 상황으로 최민혁이 한 타자만 더 잡으면 오늘 경기는 13대 14로 타이탄스의 역전승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그런데 그때 타석에 들어서야 할 대기 타석의 타자가 갑자기 나정 히어로즈의 덕 아웃으로 불려갔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밟고 서 있던 투구판에서 내려와서 발로 마운드를 정리, 고르기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 설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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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 히어로즈의 태군성 감독은 이대로 경기가 끝나도 계속 신인 타자를 내세워 최민혁과 상대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9회 말 투 아웃 상황이 되자 덕 아웃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박길태가 태군성 감독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감독님. 이대로라면 저희가 사회인 야구단에 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송이들만 고집하시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팀 사기도 생각하셔야지요.”

박길태의 말에 태군성은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박길태의 말처럼 나정 히어로즈의 2군이 사회인 야구단에게 졌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팀에 좋을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와서 뭘 어쩌자고?”

9회 말도 이제 아웃 카운드 하나 남은 상황에서 말이다.

“대타를 바꿔 주십시오.”

“누구로?”

“강정남이 있잖습니까?”

“정남이?”

메이저 무대에 가서 맹활약을 하다가 국내에서 오히려 사고를 쳐서 다시 나정 히어로즈로 복귀한 강정남은 작년에 컨디션 조절 실패로 제대로 활약은 하지 못했지만 올해엔 그 활약이 기대가 큰 소위 한 방 있는 타자였다.

특히 메이저 리그에서는 160Km/h에 가까운 구속의 공을 때려 홈런을 친 적이 있을 정도로 강정남은 빠른 공에 강했다. 때문에 최민혁이 빠른 공을 던져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한 타자였다.

강정남은 지금 사정상 2군에 섞여 있었지만 2군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하진 않고 주로 개인 훈련을 했다. 또 곧 있으면 떠날 해외 전지훈련에도 참가할 예정이었고 말이다. 즉 2군에 있지만 강정남은 이미 1군 엔트리에 들어 있는 선수라고 보면 됐던 것이다.

그런 강정남을 대타로 쓰자는 건 나정 히어로즈의 2군 선수들이 적어도 동점은 만들어서 사회인 야구단에 지는 상황은 면해 보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단 소리였다.

태군성 감독이 덕 아웃 안을 쳐다보니 모든 선수들이 박길태의 말에 동의 한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태군성 감독도 선수들의 요구를 무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신인 선수인 대타 대신 강정남을 대타로 내겠다고 주심에게 가서 얘기를 했다.

“에이. 귀찮게.....”

그때 덕 아웃 안에서 강정남이 툴툴 거리며 배트와 핼멧을 챙겨 들고 나섰다. 그는 헬멧을 쓰고 대기 타석에서 배트를 몇 차례 휘두른 뒤 곧장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강정남은 아닌 척 했지만 8회 말에서부터 최민혁이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것과 9회 말에서도 앞선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삼진으로 잡으려 하겠지?’

강정남은 확신했다. 최민혁이 자신을 상대로도 삼진을 잡으려고 피칭을 할 거라고 말이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최민혁이 제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걸 다 보고. 그나저나 오늘 좀 긁히는 날인 모양인데. 그러니까 코너워크 피칭을 하는 걸 테지만.’

강정남은 빠른 공에 강했지만 그렇다고 느린 공을 못 때리는 것도 아니었다. 현재 2군에서 배팅 훈련을 할 때 배팅 투수의 공을 때려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것도 강정남이었다.

즉 강정남에게 최민혁이 밋밋한 130Km/h 초반의 직구를 던졌다간 그대로 홈런을 맞는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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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이 메이저 무대로 떠나기 전까지 최민혁의 상대로 기록한 기록은 타율 2할3푼6리(38타수 9안타) 홈런 1개였다. 즉 최민혁에게 그리 강한 면모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최민혁에게서 홈런을 뺏어 낸 적 있단 사실 만으로도 강정남이 한 방 있는 타자란 것은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

최민혁은 매 시즌을 소화 할때 2-3개 정도 밖에 홈런을 내 주지 않았는데 그 중 하나를 강정남이 쳤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작년 1군 무대에서 최민혁을 상대 해 본 적도 있었던 강정남은 최민혁이 자신을 상대로 어떤 피칭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보나 마나 피하겠지. 볼넷을 주더라도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진 못할 테니까.’

한마디로 좋은 공은 주지 않을 터였다. 오늘 긁히는 날인만큼 코너워크 되게 스트라이크 존 좌우 경계를 집요하게 노리는 피칭을 할 것이 확실했다.

사실상 강정남은 약점이 없는 뛰어난 타자였다. 그는 메이저 무대에서도 굳건한 멘탈을 가지고 있었고 뛰어난 선구안, 볼도 안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타격 능력에다, 스트라이크 존 안의 공이면 어떤 구질의 공도 펜스 밖으로 날려 버릴 수 있는 장타력를 갖추고 있었다.

즉 현재 느린공만을 고집해서 던지는 최민혁에게는 천적인 셈이었다. 그런데 그 점을 최민혁이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최민혁이 여기서 능력빙의를 사용했다면 강정남에 대해 알고 그를 상대했을 텐데 그는 그러지도 않았다.

그냥 강정남도 신인 타자와 같이 생각하고 그를 상대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초구도 투심을 한 복판에 던지겠다고 포수에게 넣었더니 포수가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헐레벌떡 마운드로 뛰어 왔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최민형에게 물었다.

“최 선수. 드디어 빠른 공을 던질 생각이십니까?”

“아닌데요.”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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