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65화 (165/248)

00165 재벌에이스 =========================

나정 히어로즈 태군성 2군 감독은 골치가 아팠다. 어떡해야 최민혁이 제대로 된 공을 던져 줄지 고심을 하느라 말이다.

“직접 가서 부탁을 해 봐?”

이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2군의 신인 타자들에게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터였다. 그들이 1군 무대에 오른 뒤가 아니면 말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서라면 태군성 감독은 얼마든지 최민혁에게 가서 부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따악!

“와아아아아!”

경쾌한 타격음에 이어서 크게 환호성이 일었다. 그런데 그 환호가 맞은 편, 상대 덕아웃에서 일었다는 게 문제였다. 태군성 감독이 믿고 있었던 클로저 이경규가 9회 초 타이탄스이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것이다.

“어어?”

틱!

그러자 타이탄스에서 누구보란 듯 희생번트를 댔다. 번트는 제대로 1루 파울 라인을 타고 굴렀고 그 공을 잡은 1루수는 2루는커녕 1루로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

클로저 이경규의 백업 플레이가 늦었던 것이다. 때문에 기습 번트가 내야 안타가 되면서 무사 1, 2루의 위기 상황을 맞고 말았다.

“저, 저.....”

현 상황에서 태군성 감독은 클로저 이경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이경규는 배신하지 않았다.

딱!

이경규의 유인구를 타이탄스의 다음 타자가 건드렸고 그 공은 유격수에서 2루수, 1루수로 이어지는 6-4-3의 병살타를 만들어 냈다. 그 사이 주자가 3루까지 갔지만 투 아웃 상황에서 주자 3루는 그리 위협적인 존재는 못 됐다.

뻥!

“스트라이크! 투!”

그리고 이경규는 150Km/h의 강속구로 다음 타자를 완전히 압도했다.

투 아웃에 볼카운트 0-2, 이제 공 하나만 더 홈 플레이트를 통과해서 포수의 미트에 꽂히면 이대로 위기의 9회 초가 끝이 났다.

“엇!”

파파파팟!

그때였다. 3루에 얌전히 있던 타이탄스의 주자가 냅다 홈으로 뛰었다. 투구 중이었던 이경규는 움찔하면서도 최대한 공을 한복판에 꽂아 넣으려 했다. 아무리 주자가 홈스틸을 시도해도 지금은 투 스트라이크 상황. 그가 스트라이크만 잡으면 삼진으로 끝날 해프닝이었다.

펑!

하지만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 간 탓일까? 공은 떴고 그 공을 잡은 포수가 홈스틸해서 홈 플레이트를 스쳐 지나가는 주자를 터치했다.

“세이프!”

하지만 주심은 주자가 먼저 홈에 손이 닿았다고 판정을 내렸다. 그로 인해 전광판의 점수가 뒤집어졌다. 스코어 13대 14! 사회인 야구단 타이탄스가 기어코 나정 히어로즈 2군에 역전을 한 것이다.

펑!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이경규는 공 하나를 더 던져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살벌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긴 이대로라면 자신이 패전의 멍에를 쓰게 생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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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초 공격에서 타이탄스는 깜짝 득점을 하면서 최민혁을 기쁘게 만들었다.

“됐어! 하하하하.”

이로써 최민혁은 9회 말만 잘 틀어막으면 3천 포인트를 획득 할 수 있게 되었다.

“룰루루루....”

그래선지 9회 초 공격이 끝나고 마운드에 오르는 최민혁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입에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말이다.

그런 최민혁을 바라보는 양쪽 덕 아웃의 감독들이 반응도 상반 되었다.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최민혁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반면 나정 히어로즈 2군 태군성 감독은 소태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타이탄스의 덕 아웃의 선수 하나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윤동준 감독에게 물었다.

“그런데 감독님. 최민혁 선수가 아까는 왜 그런 똥 볼을 던진 겁니까?”

그러자 그 근처의 선수가 윤동준 감독 대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야! 너는 그것도 모르냐? 지금도 봐. 히어로즈에서 대타가 나왔지?”

“그런데?”

“그 대타가 네가 보기엔 어때 보여?”

“대타가 뭐?”

“이런 둔탱이. 저 녀석 딱 봐도 20대 초반이잖아? 그럼 뭐겠어?”

“........”

“아이고. 답답해라. 히어로즈에서는 지금 최민혁 선수를 상대로 신인 타자들을 내세우고 있는 거잖아. 국내 최고 에이스를 상대로 경험을 쌓게 만들려고.”

“아아. 그 말이었어. 그런데 그거하고 최민혁 선수가 똥 볼 던지는 게 무슨 상관이야?”

“하아! 야! 네가 최민혁 선수라고 생각 해 봐. 그런데 널 상대로 상대 팀에서 신인 타자를 대타로 계속 내 보내. 무슨 기분이 들까? 아니지. 기분이 좋을까 나쁠까?”

“그야..... 나쁘겠지.”

“바로 그거야. 그래서.................”

윤동준은 다른 선수가 자신을 대신해서 자기에게 질문한 선수에게 최민혁이 왜 느린 공을 던지는지 설명하게 내버려 둔 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확실하군. 피칭스타일을 바꿨어. 코너워크로 공략할 생각이야.’

윤동준이 아는 최민혁은 빠른 직구로 스트라이크 존에 과감하게 공을 넣는 소위 말해 윽박지르는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였다. 거기다 슬라이더가 예술적이고 간혹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의 삼진을 솎아냈다. 하지만 최민혁은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경계를 노리는 피칭, 즉 코너워크 피칭을 하는 투수는 아니었다.

코너워크 한다고 어설프게 공을 던져 투구 수를 낭비하느니 강속구로 아웃 카운터를 잡는 게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문제는 코너워크란 것이 투수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었다.

제구를 갖춘 투수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당장 영점만 잡아도 제구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말이다.

스트라이크존의 좌우를 제대로 공략하는 투수가 있다면 그 투수는 제구력만큼은 좋다는 평가를 팀 내에서 받았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위아래 공략까지 가능하다? 그럼 그 투수는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적어도 10승 투수의 반열, 즉 팀 내 에이스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 만큼 제대로 제구력을 갖춘 투수는 흔치가 않았다.

최민혁은 그런 제구력을 갖춘 투수를 훌쩍 넘어서는 매년 20승 이상을 해 내는 최고의 에이스였다. 그렇지만 그의 투구 스타일은 사실 제구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혁이 구속은 확 줄인 체 제구력 위주의 코너워크 피칭을 하려하고 있었다.

“이거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후후후후!”

만약 최민혁이 제구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30승? 메이저 리그?’

그 두 가지 생각이 제일 먼저 윤동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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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말에서 두 타자를 상대 할 때 사실 최민혁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구속은 확 줄인 대신 제구력만으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데 성공했다. 능력치를 90까지 끌어 올린 그의 제구는 칼 같았고 90까지 올린 구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화구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구종 역시나 그 영향으로 칼 같이 제구가 되었기에 나정 히어로즈의 2군 타자들은 그의 느린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최민혁이 마운드에서 가볍게 공 두 개를 던질 때 타석으로 새파란 애송이 타자가 들어섰다.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 태군성이 뚝심있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강민혁을 상대로 신인타자를 내세우는 것 말이다. 태군성은 비록 최민혁이 그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고 에이스인 그에게 신인타자들이 분명 배울 것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그가 준비한 신인 타자 3명 이외에 혹시나 싶어 준비해 둔 예비 신인 타자 두 명에게도 타격에 나설 준비를 하란 지시를 내려 두었다.

그들 두 신인 타자들에게는 이거야 말로 로또에 당첨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두 타자 모두 대기 타석에서 두 눈에 불을 켜고 최민혁과 타석의 동료 선수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그때 타석의 타자는 머리가 복잡했다. 장차 나정 히어로즈의 주전 유격수가 될 게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보성은 수비능력 하난 지금도 최고란 평가를 받고 있는 신인 선수였다. 그런데 타율이 조금 떨어져서 문제로 평가 받고 있는데 타격 코치의 타격 폼 수정 이후 요즘 들어 괜찮은 타격 메커니즘을 선보이고 있는 김보성이었다.

‘오늘 최민혁의 체인지업은 장난이 아니야.’

그 체인지업에 앞선 타석에서 그와 같은 신인 타자 둘이 꼼짝 없이 당했다. 그 두 타자 모두 타격에선 자신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김보성은 자신이 선두타자로 상대해야 하는 최민혁의 체인지업이 얼마나 까다로운 공인지 알고 있었다.

‘그 공을 노리고 칠 수밖에 없어.’

아직은 타격 능력이 부족한 김보성으로서는 부족한 점을 작심하고 노려 치는 것으로 대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체인지업 던져. 그걸 쳐 줄 테니까.’

이건 결코 무모한 도전도 막연한 도박도 아니었다. 그리고 감독이 얘기한 대로 최민혁의 공도 볼 수 있는 만큼은 지켜 볼 생각이었다. 즉 2구까지는 그냥 타석에서 서 있기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앞선 타석에서도 최민혁은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건 김보성도 마찬가지일 터.

김보성은 투 스트라이크가 된 이후 그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노리고 타석에 섰고 최민혁은 곧바로 피칭을 했다.

펑!

최민혁이 김보성을 상대로 처음 던진 공은 130Km/h 초반의 직구였다. 그런데 우 타자인 김보성의 몸 쪽을 찔러 들어왔다. 타자인 김보성을 움찔하게 만들 정도로.

“스트라이크! 원!”

주심은 주저 없이 몸 쪽에 제대로 붙이고 들어 온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후우!”

타석의 김보성은 바로 뒤로 물러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것이 만약 좀 전 그 공에 자신이 배트를 휘둘렀을 때를 생각한 것이다. 그랬다면 그는 아마 초구 땅볼로 아웃이 되었을지 몰랐다. 그 만큼 좀 전에 홈 플레이트를 살짝 걸치고 통과한 공의 무브먼트는 정말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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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8회 말과 달리 9회 말에서는 직구에 변화를 줬다. 즉 밋밋한 직구가 아닌 제대로 된 투심을 던진 것이다. 비록 130Km/h 초반대의 구속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투심의 구위와 무브먼트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상대 타자는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공은 감히 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이다. 하긴 쳤다면 바로 땅볼이 나왔을 테고 그럼 공 하나로 타자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쩝!”

최민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 최민혁을 보고 다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하긴 나름 무슨 수를 세우고 타석에 들어섰을 텐데 최민혁이 던진 별거 아닌 밋밋한 직구가 이제는 별거 아닌 게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당연히 김보성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고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던진 2구째 체인지업에 제대로 반응할 여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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