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4 재벌에이스 =========================
-야구선수(투수)
주 포지션: 선발 투수
유형: 좌완 에이스
제구력: 90
구위: 90
수비력: 55
구종1: 포심 - 85
구종2: 투심 - 85
구종3: 슬라이더 - 89
구종4: 체인지업 - 85
구종5: 커브 - 80
구종6: 커터 - 80
보유 능력: 무쇠팔(1단계), 강심장(1단계), 타구안(1단계)
아이템: 아이싱 붕대
최민혁은 투수의 상세 창에 바뀐 능력치들을 확인하고는 흡족하게 웃었다. 이로써 그가 앞으로 벌일 일의 준비가 갖춰진 것이다. 주심은 최민혁이 웃은 걸 보고 그가 던질 준비가 다 됐다고 판단했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플레이 볼!”
주심의 콜과 동시에 최민혁의 눈앞의 창도 지워졌다. 그때 타석의 신인 타자 강현철은 오늘 경기에 선발로 나와 뛰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때를 기다렸기에 참을 수 있었다.
국내 최고 에이스 최민혁! 그를 상대로 타석에 설 수 있단 사실을 감독에게 들었을 때 그날 밤 강현철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 야구계에서 최민혁은 독보적인 투수였다. 그런 최민혁의 공을 상대해 볼 수 있는 일이 2군에서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그런 기회는 2군 타자들 중에서도 신인급 대어들에게만 주어졌다. 그것도 딱 3명. 혹시 몰라 태군성 감독이 2명의 신인 타자를 준비 시킨 모양인데 최민혁은 한 이닝만 던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쓰리아웃, 3명의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 것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운 좋게 3명의 타자 중 한 명이 안타라도 친다면.........
‘그게 내가 돼야 해.’
국내 최고 에이스 최민혁을 상대로 신인 타자가 안타를 뽑아낸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당연히 강현철의 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의 1군무대 진입 시기도 더 빨라 질 테고.
그 때문에 강현철은 물론 그 뒤에 나설 신인 타자들도 잔뜩 벼르고 있었다. 최민혁의 공을 반드시 쳐 보이겠다며 말이다.
연습 투구에서 최민혁은 전력 투구를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자신이 상대할 나정 히어로즈 2군 선수들을 우습게 보고 있단 소리였고. 그렇다면 의외로 초구를 노려 봄 직했다.
‘아니야!’
하지만 강현철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감독도 그랬고 최대한 최민혁의 공을 타석에서 지켜보라고 했었다. 막말로 강현철 같은 신인 타자가 언제 최민혁 같은 최정상급 투수의 공을 상대해 보겠는가? 그래서 강현철은 적어도 공 2개는 그냥 지켜 볼 생각이었다.
최민혁은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었다. 작정하고 던진 패스트 볼을 155Km/h에 이르고. 작년 최민혁이 던진 가장 빠른 볼을 158Km/h를 찍었다.
강현철은 최민혁이 초구로 그 158Km/h의 강속구를 던져 주길 바랐다.
“꿀꺽!”
타석에서 자세를 잡은 강현철은 마른 침을 삼키며 마운드 위를 쳐다보았다. 그때 킥 모션 후 최민혁이 우아하게 투구 동작을 취하며 공을 뿌렸다.
‘드디어....’
강현철은 한껏 기대 섞인 눈으로 최민혁의 공을 보았다.
‘어? 공이 보이네?’
당연히 눈 깜짝 할 사이 포수의 미트에 틀어 박혀야 할 최민혁의 강속구가 너무도 확실하게 강현철의 눈에 보였다.
펑!
그리고 그 공이 포수 미트에 꽂혔을 때 그라운드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물며 그 공의 판정을 내려야 할 주심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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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트라이크!”
뒤늦게 주심이 콜을 했다. 그나마 그것도 타이탄스 포수가 뒤를 돌아보며 주심을 찾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뭐, 뭐야?”
“저게 최민혁의 공이라고?”
양 팀 덕 아웃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중 나정 히어로즈 덕 아웃이 더 시끄러웠다. 특히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 태군성의 얼굴은 완전 구겨져 있었다.
“설, 설마?”
태군성은 기가 찬다는 듯 마운드의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그때 최민혁은 2구를 던지고 있었다.
펑!
“스트라이크! 투!”
이번 역시 최민혁은 130Km/h 초반의 밋밋한 직구를 누구 보란 듯 한 복판에 꽂아 넣고 있었다. 타석의 타자 역시 황당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당연히 150Km/h대의 직구와 145Km/h대의 변화구가 날아와야 정상인데 2군 무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30Km/h대의 밋밋한 직구가 날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볼은 딱 배팅 연습할 때나 쓰는 공이었다.
타석의 강현철은 스톱을 외치며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덕 아웃을 쳐다보았는데 그때 감독이 지시가 내려졌다.
감독은 이럴 때 타자가 취할 가장 정석적인 사인을 내렸다. 칠건 치고 버릴 건 버리라고 말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공만 치고 변화구는 무리하게 치지 말고 걷어 내거나 참을 것.’
그것이 타격 코치에게 배운 정석 플레이였다. 그 사인을 받은 뒤 강현철을 바로 타석에 들어섰고 자세를 잡기 무섭게 최민혁이 공을 던졌다.
‘온다.’
그리고 최민혁은 예의 그 밋밋한 직구를 강현철에게 또 던졌다. 강현철은 두 눈을 부릅뜬 체 그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배팅 볼이라면 하루에 수백 개는 치고 있는 강현철이었다. 그런 볼을 못 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강현철은 자신이 친 타구가 외야 너머. 아니 펜스를 넘길 수도 있을 거라 여겼다.
부웅!
펑!
그런데 강현철의 배트는 보기 좋게 헛돌았고 최민혁의 밋밋한 직구는 그대로 포수의 미트에 박혔다.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강현철은 타석에서 한 동안 굳은 채 서 있었다. 그는 분명 그 공을 쳤다. 그런데 치기 직전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공이 옆으로 흘렀다.
“체인지업!”
기가 막힌 건 최민혁이 던진 체인지업의 구속이 밋밋한 직구의 구속과 똑같은 130Km/h 초반대 였단 점이었다. 그러니 타자의 배트가 안 나갈 수 없었고 나간 배트는 허공을 가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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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은 허무한 얼굴로 타석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옆을 그의 경쟁자인 신인 타자 배도욱이 지나치며 말했다.
“그것도 못 치냐?”
비아냥거리는 배도욱의 말에 강현철은 욱했지만 그냥 참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너는 칠거 같지? 그래. 어디 한 번 쳐 봐라. 네 마음 대로 되는지.’
좀 전 강현철이 본 체인지업은 구속은 느렸지만 제구며 구질은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배팅 볼이 살아서 춤춘다고 보면 될 거 같았다. 그런 공은 배팅 볼이라도 타석의 타자가 치기 쉽지 않았다. 물론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척!
타석에 들어선 다음 타자 배도욱은 최민혁이 왜 이런 똥 볼을 던지는지 나름 추측이 됐다.
‘하긴 나라도 화가 났을 거야. 자기가 무슨 배팅 볼 투수도 아니고 말이야.’
최고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 상대 팀에서 신인 타자를 대타로 내 세운다? 당연히 마운드 위의 에이스는 기분의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그 화를 자신의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대신 느린 공으로 그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최고 에이스다워.’
배도욱은 그런 최민혁이 더 존경스러웠다. 자기 같았으면 그의 불같은 강속구로 신인 타자를 삼구 삼진을 잡았을 터였다. 화풀이 하듯 말이다. 하지만 최민혁은 냉철하게 진짜 화를 내고 있었다. 이쪽에서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고 약 올리며 말이다. 그 예로 이 일을 꾸민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 태군성의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덕 아웃의 태군성은 배도욱에게도 같은 사인을 넣었다. 타석에서의 정석대로 대처 할 것을 말이다.
‘직구면 초구라도 친다. 변화구면 지켜보고.’
앞서 배도욱이 본 최민혁의 직구는 별거 없었다. 때문에 최민혁이 또 그런 직구를 던지면 배도욱은 초구라도 배트를 돌릴 생각이었다. 반면 변화구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느려도 국내 최고 에이스의 변화구였다. 초구부터 쳐내기 쉽지 않을 터. 혹시 친다고 해도 빗맞으면 뜬공이나 땅볼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배도욱은 최민혁의 변화구는 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런 배도욱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최민혁이 초구로 슬라이더를 던졌다. 국내 최고 투수답게 슬라이더 궤적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역시 느렸다. 배도욱이 충분히 칠 수 있을 만큼. 하지만 이미 변화구는 치지 않기로 정한 터라 배도욱은 참았다.
펑!
“스트라이크! 원!”
그 공에 주심은 바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다. 스트라이크를 줘도 될 만한 공이었기에 배도욱은 말없이 다음 공을 기다렸다.
이때까지 배도욱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직구면 치고 아니면 놔두고. 자신이 배팅 자세를 취하자 최민혁이 바로 공을 던졌다.
‘직구!’
최민혁이 실투인지 모르지만 밋밋한 직구를, 그것도 한 복판으로 던졌다. 배도욱은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냅다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펑!
하지만 그의 배트는 허공만 신나가 갈랐고 정작 공은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체인지업!’
앞서 강현철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던 그 체인지업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공을 상대해 보고 난 배도욱은 강현철에게 미안해졌다.
‘이런 공이라니.....’
분명 직구였다. 홈 플레이트 근처까지도. 그런데 홈 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공이 흘러나갔다.
‘미친......’
이런 체인지업이라면 오히려 직구가 느린 게 문제였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이 똑같은데 체인지업의 제구가 된다면? 그 공은 치기 어려웠다. 적어도 두 세 타순은 돌아야 그 공이 눈에 들어 올 테고 그때나 공략이 가능 한 공이었다. 배도욱은 괜히 최민혁이 국내 최고 에이스라 불리는 게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투아웃에 투 스트라이크 노볼! 타자에게 완벽하게 불리한 상황이지만 배도욱은 이를 악물었다.
‘무조건 친다.’
그런 배도욱에게 최민혁은 마치 칠 수 있으면 쳐 보란 듯 또 다시 밋밋한 직구를 배도욱 앞에 던졌다.
부웅!
배도욱의 배트는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저 공이 직구라면 그가 치지 않아도 삼진을 당할 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공은 또 다시 체인지업이었고 배도욱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더 순간 흘러 나가는 공은 그가 고작 한 번 본 것만으로 칠 수 없었다.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그렇게 주심은 8회 말의 마지막 아웃 콜을 선언했다. 최민혁은 밋밋한 130Km/h 초반의 밋밋한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간단히 두 타자를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때 최민혁의 시선이 나정 히어로즈 덕 아웃의 태군성 감독와 마주쳤는데 그때 최민혁이 비릿하게 웃는 걸 태군성 감독이 보고 벌레 씹은 얼굴을 했다.
태군성 감독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폭발적인 직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며 경기를 지배하는 마운드의 폭군 최민혁이 갑자기 왜 130Km/h 초반대의 공을 던지는 배팅 볼 투수가 되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정작 그 배팅 볼 투수를 공략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