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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62화 (162/248)

00162 재벌에이스 =========================

그 사이 배트 박스의 최민혁은 앞서보다 반 발짝 더 홈플레이트 쪽으로 붙어 섰다.

초구가 볼 판정을 받았으니 2구는 스트라이크 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김민철이 다음으로 던질 공을 바깥쪽 직구가 유력했던 것이다.

쐐애애액!

뻐엉!

하지만 김민철의 손을 떠난 공은 이번에도 최민혁의 몸 쪽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묵직한 포구 소리와 동시에 주심의 콜이 있었다.

“스트라이크!”

주심이 후하게 판정을 내렸다. 이번 볼은 확실히 홈 플레이트를 벗어 난 공이었다. 최민혁은 순간 히어로즈 배터리가 자신을 상대로 상당히 까다롭게 승부를 펼치고 있음을 직감했다.

“후우우.”

잠시 타석에서 발을 뺀 최민혁은 힐끗 마운드를 쳐다보았다. 김민철의 투구수는 벌써 100구에 다다랐다. 한계 투구수에 근접한 탓인지 김민철의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리듬감 넘치는 포심은 여전히 쓸 만했다. 하지만 그건 다른 타자에게 해당 되는 말이었다.

‘이제 쳐야겠군.’

최민혁은 그의 포심이 몸 쪽이 됐건 바깥쪽이 되었건 상관없이 다 쳐 낼 자신이 있었다.

휙휙!

가볍게 배트를 휘두른 최민혁이 다시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2구째보다 반발쩍 더 홈 플레이트 쪽으로 붙었다. 그걸 보고 김민철의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몸 쪽은 던지지 말란 제스처가 아닌가?

‘그렇다면 더 더욱 몸 쪽으로 던져야지.’

김민철은 최민혁의 도발에 바로 맞대응 해 나섰다. 포수에게 먼저 사인을 보내서 몸 쪽으로 공을 던지겠다고 한 것이다.

김민철은 겁도 없이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 기회에 최민혁에게 확실히 알려 줄 생각이었다.

잠시 후 오른발을 차 올린 김민철이 포수의 미트를 향해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쐐애애애액!

김민철의 손끝은 떠난 공은 최민혁의 몸으로 날아왔다. 그대로 두면 공이 몸에 맞을 것 같았지만 최민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순간 반짝 빛났다. 동시에 최민혁의 배트가 움직였다.

나정 히어로즈 포수는 몸 쪽으로 제대로 제구 된 포심을 보고 미트를 내밀었다.

이건 안 치면 스트라이크였다. 포수의 눈에 봐도 공이 날아오는 궤적이 딱 타자의 몸을 맞힐 거 같았다. 때문에 타자는 몸을 뒤로 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스트라이크지.’

나정 히어로즈 포수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미리 미트를 내밀어 마중을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최민혁의 배트가 그 앞을 지나갔다.

부웅!

순간 최민혁의 허리에서 빠져 나온 배트가 그대로 김민철의 몸 쪽 공을 통타했다.

따악!

제대로 퍼 올린 최민혁의 타구는 높게 치솟아 올랐다. 그 공을 보고 센터 쪽에 치우쳐 수비하고 있던 나정 히어로즈 좌익수가 허겁지겁 날아오는 공을 보고 내달렸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니 공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쯤에서 뛰기를 멈추려던 좌익수는 펜스와 부딪쳤다.

퍽!

좌익수가 펜스에 튕겨 쓰러졌을 때 그의 눈 위로 타구가 떨어져 내렸다. 좌익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타구는 펜스 안으로 쏘옥 들어간 뒤 자취를 감춰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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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공을 걷어 올리는 순간 이게 홈런임을 직감했다. 앞선 타석에서는 펜스를 때렸지만 이번에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최민혁은 천천히 루상을 돌았다. 그때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하나 떴다.

[획득 포인트 +1,000. 타자 총 포인트: 5,740]

이제 포인트가 5천도 훌쩍 넘어 있었다. 단지 아쉽다면 벌써 8회고 최민혁이 타자로 더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단 점이었다.

9회 초에 공격 기회가 있지만 나정 히어로즈에서도 마무리 투수를 낼 것이니 타이탄즈 타자 3-4명 선에서 이닝이 마무리 될 것 확실할 테니까.

최민혁은 이내 눈앞의 창을 지우고 나머지 루상을 돌아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리고 다음 타자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 덕 아웃으로 향했는데 안에 있던 타이탄스 선수들이 다 나와서 그를 반겼다.

“잘했어요. 최곱니다.”

“최 선수. 타자로 전향해도 되겠어요.”

“오늘도 혼자서 열 일 하십니다. 그려. 하하하하.”

최민혁은 자신을 반겨주는 타이탄스 선수들과 일일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이 해 주는 덕담을 웃으면서 들었다. 그 뒤 최민혁은 덕 아웃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전광판을 쳐다보았다. 8회 초에 2점이 추가 되면서 스코어는 13대 5!

8회에 8점 차는 사실 극복해 내기 어려운 점수였다. 그래서 최민혁도 사실상 이 경기에서 이기긴 틀렸다고 생각했고 그건 타이탄즈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최민혁의 홈런 이후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이 곧장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리고 오늘 나정 히어로즈의 선발투수 김민철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세웠다. 그 투수가 연습 투구를 끝내고 경기가 다시 재개 되었을 때였다.

따악!

“와아아아아!”

갑자기 타이탄즈의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떻게 무사 만루 상황이 되었고 여기서 안타 두 개가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스코어 13대 8!

점수 차가 5점 차로 좁혀진 가운데 무사에 1, 2루 상황에서 타이탄스의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뭐, 뭐야?”

여기서 1번 타자가 병살타를 치고 그 다음 2번 타자가 아웃이 되어도 9회 초에 최민혁이 타석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따악!

“어어!”

그런데 1번 타자마저 안타를 때려냈다.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또 다시 무사 1, 2루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2번 타자가 내야 뜬 공으로 아웃이 되고 3번 타자 역시 잘 치긴 했지만 중견수 플라이 아웃을 당했다. 그 사이 2루의 주자는 3루까지 진루를 했다. 그래서 투 아웃에 1, 3루 상황에서 최민혁이 한 타순 돌고 다시 타석에 섰다. 그때였다. 세나가 반응을 보였다.

[마스터. 오늘 기록 한번 세워 보죠. 미션입니다. 2루타를 쳐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세요. 성공 시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5천 포인트!’

최민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경기를 쭉 해오다 보니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시작으로 3루타에 홈런을 쳤고 이제 2루타만 추가하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이클링 히트를 하면 주어지는 보상이 너무 컸다.

‘반드시 성공한다.’

타석에 들어서는 최민혁의 두 눈에서 반드시 해 내고야 말겠다는 투지가 활활 불 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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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 히어로즈 감독은 불펜 투수를 3명 째 갈아 치웠다. 하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타이탄스의 타석을 막아 내지 못하자 안 되겠다 싶었던지 허겁지겁 마무리 투수 이경규를 올렸다.

이경규는 140Km/h 중후반대의 패스트 볼과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클로저였다. 그 이경구와 최민혁이 맞닥트렸다.

이경규도 최민혁이 선발 김민철을 상대로 전 타석 출루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신중하게 상대했다.

“스트라이크! 원!”

이경규는 초구를 바깥쪽 홈플레이트에 살짝 걸치는 낮은 직구를 던졌고 주심은 그 볼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최민혁은 좀 멀지 않았나 싶었지만 주심의 판정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경규 2구에도 똑같은 코스로 공을 던졌고 최민혁은 그 공을 배트로 바로 커트 했다.

그렇게 볼카운트가 투 스트라이크 노 볼로 투수에게 완전 유리한 한 상황에서 이경규는 생각했다.

‘유인구를 하나 던져 볼까?’

그러자 포수도 같은 생각인지 이경구에게 몸 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요구했다. 초구와 2구를 패스트 볼을 던졌으니 홈플레이트 앞쪽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타자에게 먹혀 들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여 보인 이경규는 포수가 요구한 대로 몸 쪽 낮은 코스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최민혁의 배트는 나오지 않았다. 최민혁은 컨택 능력이 향상 된 만큼 선구안도 좋아져 있었다.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져나가는 공은 쉽게 파악이 되었던 것이다.

‘어쭈?’

자신의 예리한 유인구에 속지 않는 최민혁을 보며 이경규는 제법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 포수가 초구와 2구와 같은 바깥쪽 낮은 포심 패스트 볼을 요구했다.

‘포심을?’

최민혁은 2구째 패스트 볼을 커트 했다. 만약 최민혁이 그때와 똑같은 생각으로 커트 하려 스윙을 한다면.........

‘포심 패스트 볼은 바깥으로 더 빠져 나가니까......’

최민혁의 배트가 허공을 가를 가능성이 높았다. 이경규는 포수의 노림수에 흡족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포수가 단단히 받쳐 든 미트를 보고 질끈 입술을 깨문 채 빠르게 투구판을 박쳤다.

쐐애애액!

이경규의 손끝을 빠져 나간 공이 초구와 2구와 같은 빠르기로 홈 플레이트로 날아갔다.

최민혁은 공이 일단 홈 플레이트로 날아오자 배트를 냈다.

‘됐다!’

그걸 보고 나정 히어로즈 포수가 웃었다. 2구를 걷어 낼 때처럼 최민혁이 배트를 내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공을 최민혁의 배트가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

“어어!”

그런데 최민혁의 배트가 2구 때 보다 더 빨리 홈 플레이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좀 더 앞쪽에서 정확히 공을 때렸다.

따악!

묵직한 타격 음과 함께 공이 빨랫줄처럼 3루 파울 라인을 따라 쭉 뻗어나갔다. 3루수가 움직이며 팔을 뻗었지만 타구는 벌써 외야로 날아갔고 좌익수는 포구를 포기하고 펜스 플레이를 준비했다.

타구는 투 바운드 된 뒤 펜스를 때리고 튀어 올랐는데 그 공을 좌익수가 잡아서 냅다 3루로 던졌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1루 주자도 3루 베이스를 통과해서 홈으로 내달렸다. 그때 좌익수가 던진 공을 3루수가 잡았고 홈으로 던지려던 그가 멈칫거렸다. 그럴 것이 언제 2루를 돈 최민혁이 3루수가 홈으로 송구를 하면 즉시 3루도 달려 올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3루수가 판단키로 홈에 던진다고 해서 주자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2루 주자를 3루에 오지 못하게 막는 게 옳았다. 그 판단에 의해서 타이탄스는 2점을 더 추가했고 스코어도 이제 13대 10으로, 3점 차로 확 좁혀졌다. 하지만 이때까지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은 클로저 이경규가 최민혁에게 2루타 맞은 것에 대해 눈살을 찌푸렸을 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최민혁이야 오늘 미친 타격감을 보여 주고 있었으니 그러려니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타자를 상대로 이경규가 이번 이닝을 잘 마무리 지어 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상황이 좀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경규의 유인구에 타자가 걸려들었고 그 타구가 유격수 앞으로 잘 날아갔다. 그걸 보고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그런데 또 다시 불규칙 바운드가 되면서 유격수가 공을 잡았다 놓쳤고 그 공을 다시 잡아 1루로 던졌을 때 이미 타자는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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