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1 재벌에이스 =========================
김민철은 그런 리듬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컨택 능력이 향상 된 최민혁의 커트 신공에 김민철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틱!
“파울!”
벌써 11구째. 카운트는 어느 새 2-3 풀카운트. 김민철은 최민혁을 상대로 이렇게 마지막 스트라이크가 잡기 힘드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투구.
따악!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은 타구가 1루 쪽 파울 라인을 훌쩍 넘어갔다. 최민혁은 손맛을 느끼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이제 슬슬 김민철의 그 포심에 타이밍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보다 그 점을 잘 간파 한 건 마운드 위의 김민철이었다. 자신의 포심이 최민혁의 배트에 제대로 맞아 나가는 걸 보고 그도 살짝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김민철은 도망가는 피칭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13구째 승부구를 포심으로 선택했다. 바깥쪽으로 낮게 깔려 들어오는 그 공을 최민혁은 커트나 기다려서 볼넷을 노리지 않고 바로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간결하게 나가는 가장 이상적인 레벨의 스윙. 최민혁은 김민철의 투구 타이밍에 제대로 맞춰서 배트를 돌렸고 그 공은 우측 펜스를 향해 쭉쭉 날아갔다. 하지만 스윙 후 최민혁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손맛을 짜릿했지만 타구 코스가 딱 봐도 펜스를 직격할 거 같았던 것이다. 조금만 더 타구가 떴다면 펜스를 훌쩍 넘겼을 텐데 말이다.
파파파팟!
최민혁은 배트를 던지고 뛰기 시작했다.
터억!
최민혁의 예상대로 최민혁이 날린 타구는 우측 펜스를 직격했다. 그런데 그 공이 수비하러 펜스에 접근한 우익수 키를 넘겨 안쪽으로 구른 탓에 우익수가 허둥거렸고 그 사이 1루의 주자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그리고 최민혁도 선 체 3루 베이스를 밟았고 말이다.
“좋았어!”
최민혁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 할 때 뒤 늦게 공이 3루수에게 넘어왔다. 하지만 3루수는 힐끗 3루 베이스를 밟고 서 있는 최민혁을 쳐다 본 뒤 그 공을 투수에게 넘겼다. 김민철은 3루수로부터 받은 공을 포수에게 던지며 공을 바꿔 달란 사인을 넣었다. 그때 3루의 최민혁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의 눈앞에 떠 있는 창을 보면서 말이다.
[획득 포인트 +1,000. 타자 총 포인트: 3,740]
세나가 내 주는 미션을 족족 성공시키면서 벌써 쌓인 포인트가 4천에 육박했다. 그러니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세나가 뭐라고 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최민혁의 웃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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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3루에서 홈 플레이트를 보면서 자신이 저걸 빨리 밟고 덕 아웃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후속 타자들이 잘 해줘야 할 테고 말이다.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듯 세나가 말했다.
[맞아요. 이왕 3루에 나갔는데 홈 플레이트 밟고 득점을 더 올려야죠. 그래서 미션을 드립니다. 홈스틸을 해서 점수를 더 내세요. 성공 시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미친.......’
세나의 그 말에 최민혁은 입에서 욕설이 튀어 나올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뜸 홈스틸이라니?
지금 상황이 주자가 1루에 나가 있어서 히트 앤 런(Hit and Run)의 작전을 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투수인 김민철은 직구 위주로 승부를 내고 있었다. 때문에 포수가 공을 흘릴 일도 없었다. 거기다 무사 3루 상황에서 홈스틸을 하는 걸 반길 감독과 팀이 있을까? 하지만 세나는 그 뒤 조용했다. 자신은 이미 미션을 냈고 그걸 수행할지 아닐지는 최민혁의 몫이라는 듯 말이다.
‘그래. 까짓 해 보자.’
지금껏 미션을 계속 수행해 온 최민혁이었다. 그나마 타석에 좌 타자가 들어섰다. 여태 좌타 자를 상대할 때 김민철의 투구는 초구를 몸 쪽에 바짝 붙이는 투심을 던졌다.
이번도 그 공을 던진다고 보고 최민혁은 슬그머니 3루 베이스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김민철이 투구 자세를 취하고 막 와인드업에 들어갔을 때 최민혁은 뛰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움찔하긴 했지만 김민철은 정상적으로 공을 던졌다. 최민혁의 예상대로 좌타자의 몸 쪽에 붙이는 투심이었는데 최민혁의 홈스틸에 놀라 공이 위로 떴다. 포수는 몸을 일으켜서 그 공을 잡았는데 그 때 그의 앞으로 뭔가 스쳐 지나갔다.
촤아아아아!
바로 최민혁이었다. 그가 기습적인 홈스틸에 성공한 것이다. 최민혁은 김민철이 투구하자 꽉 이를 악다물고 뛰었다. 그리고 홈 플레이트와의 거리를 가늠하고 몸을 날렸다.
이때 최민혁의 눈에는 홈 플레이트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김민철의 공이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감과 동시에 홈 플레이트를 스쳐 지나갔고 주심은 바로 세이프 콜을 외쳤다.
“허어!”
“진짜.....”
정상적인 플레이였고 투수인 김민철이 투구하겠다는 모션을 확실히 취했고 또 공을 던졌기에 최민혁의 홈스틸은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최민혁의 돌출 행동에 양 팀 모두 놀라야만 했다.
특히 주심은 최민혁이 어디 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그를 타이탄스 덕 아웃으로 보냈다. 덕 아웃으로 향하는 최민혁이 입가로 절로 미소가 어렸다.
[획득 포인트 +1,000. 타자 총 포인트: 4,740]
그의 눈앞에 뜬 간결한 창 때문에 말이다. 어째든 최민혁의 활약으로 7대 1이던 스코어가 7대 3으로 바뀌면서 타이탄스가 나정 히어로즈을 추격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뻐엉!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머지 타이탄스 타자들이 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김민철 앞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으면서 제법 길었던 5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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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뒤 기회라고 5회 말의 나정 히어로즈는 타이탄스의 언더스로우 투수를 두들겨댔고 3실점한 그 투수는 마운드를 내려 와야 했다. 그렇게 다시 바뀐 타이탄스의 투수가 어떻게 투아웃까지 잡아내는 가 했는데 그 다음 타자에게 뼈아픈 3점 홈런을 맞았다. 그로 인해 스코어는 13대 3으로 바뀌었고 사실상 타이탄스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때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대화 이글스의 마무리 원성우를 내 보냈고 원성우는 클로저로서 그 값을 해 냈다. 간단히 나정 히어로즈의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것이다.
그렇게 5회가 끝나고 6회 초에 공격에 나선 타이탄스의 타자들은 무기력했다. 최민혁이 물고 늘어진 탓에 구위가 확연히 떨어진 김민철을 전혀 공략해 내지 못했다.
김민철은 구위가 떨어지자 투심 대신 투구 리듬을 앞세운 포심으로 타이탄스 타자들을 맞춰서 잡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구의 공만 던져서 삼자범퇴를 이끌어 낸 김민철이 유유히 마운드를 내려오고 나정 히어로즈의 6회 말 공격이 시작 되었다. 하지만 원성우가 비록 안타 하나는 허용했지만 나머지 나정 히어로즈 타자들을 잘 처리하면서 6회에 양 팀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7회로 넘어 갔는데 7회 초에도 타이탄스 타자들은 김민철의 리듬감 넘치는 포심에 맥없이 당했다.
그나마 톱타자가 운 좋게 내야 안타를 쳤지만 후속타 불발로 점수는 더 내지 못했고 오히려 7회 말에 타이탄스에 위기가 찾아왔다.
클로저인 원성우는 6회까지만 던졌고 7회엔 타이탄스의 불펜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 투수로는 나정 히어로즈의 강타선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원 아웃에 무사 만류 상황에서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팀의 진짜 클로저인 이해명을 전격적으로 마운드에 올렸다. 이해명은 150Km/h대의 빠른 공으로 다음 타자를 윽박지른 뒤 결정구로 포크볼을 던졌다.
딱!
그 공을 억지로 쳐낸 나정 히어로즈의 타자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 공이 유격수 앞으로 굴러갔고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가 완성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7회 말을 더 점수를 내주지 않고 끝마친 타이탄스 선수들의 8회 초 공격이 시작 되었다. 중심 타석인 3번부터 시작하기에 타이탄스에서는 이번 회에 점수를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타이탄스가 나정 히어로즈을 역전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딱!
최민혁의 앞 타석에 3번 타자는 김민철의 치기 딱 좋은 포심에 배트가 나갔다. 당연히 김민철의 노림수에 걸린 그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걸 보고 타이탄스 3번 타자가 탄식하며 1루로 막 뛸 때였다.
“엇!”
2루수 앞에서 바운드 된 그 공이 갑자기 불규칙 바운드가 되면서 2루수가 그 공을 글러브로 잡지 못한 것이다. 대신 다급히 글러브로 막아내긴 한 터라 자기 앞에 구른 그 공을 2루수가 다시 잡아서 1루로 던지려 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한 마음에 공을 떨어트렸고 다시 그 공을 주워서 1루로 던졌을 때는 이미 타자가 1루 베이스를 통과한 뒤였다.
타이탄스의 3번 타자는 그리 발이 빠르지 않았기에 불규칙 바운드가 되었더라도 차분히 그 공을 처리했으면 충분히 아웃을 잡을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나정 히어로즈 2루수의 수비였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타이탄스 타자들 중 유일하게 전 타석 출루를 하고 있는 최민혁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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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후욱.....”
나정 히어로즈에 선발 등판해서 8회까지 공을 던지고 있는 김민철의 호흡이 급격히 거칠어졌다. 바로 그의 눈앞에 타석에 들어선 최민혁 때문이었다. 최민혁만 아니었으면 실점 없이 완봉도 가능한 경기였다. 아니 퍼펙트 까지는 아니더라도 노 히트 노런은 충분하지 않았을까?
어째든 김민철은 지금 3실점을 했고 그 원흉과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김민철은 자신의 회심의 포심을 최민혁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래서 조심해서 투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명 최민혁은 이미 김민철의 공과 타이밍을 완벽하고 읽고 있었기에 이번 회에도 얼마든지 장타를 뽑아 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세나가 딱 적당한 미션을 제시했다.
[승부는 난 상황이지만 그래도 팀에 사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게 한 방 터트려 보세요. 미션입니다. 홈런을 치세요. 그럼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콜(Call)!’
최민혁은 속으로 크게 외쳤다. 이번 미션은 비교적 쉽게 해 낼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앞서 최민혁이 김민철을 상대로 어렵게 승부를 펼쳤다면 이번엔 반대로 김민철이 최민혁을 상대로 까다로운 공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정 히어로즈의 포수가 힐끗 타석의 최민혁을 보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포수의 사인에 김민철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몸 쪽 포심!
김민철은 최민혁의 몸 쪽을 향해 빠르게 공을 던졌다. 김민철의 손끝을 떠난 공이 최민혁의 머리 뒤쪽에서 가슴 쪽으로 날아왔다.
애초 몸 쪽 공을 노리고 있지 않았던 최민혁은 그대로 공을 흘려보냈다.
뻐엉!
최민혁이 꿈쩍도 하지 않자 나정 히어로즈의 포수가 팔을 쭉 뻗으며 공을 끌어 내렸다. 하지만 주심은 포수의 미트 질에 속지 않았다.
“볼!”
주심의 단호한 콜에 나정 히어로즈의 포수는 씩 웃으며 공을 투수에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