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9 재벌에이스 =========================
그런데 모든 게 최민혁의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김민철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지 그가 던진 투심이 낮게 몸 쪽으로 제구가 된 것이다.
타자 상세 창속에 최민혁의 번트 지수는 50.
확률적으로 보자면 두 번 대면 한 번 성공한다는 얘긴 데 최민혁의 공은 정확하게 번트 대기에 가혹한 코스와 구질이었다. 하지만 이미 내민 배트였다. 최민혁은 타구를 3루로 보내기 위해서 상체를 최대한 뒤로 빼고 배트 각도를 기울였다.
스리 번트 아웃을 안 당하려면 최대한 안정적으로 번트를 대야 했지만 이 번트는 희생 번트가 아니었다. 반드시 진루를 해야 할 번트였기에 모험을 피할 순 없었다. 두 눈을 부릅 뜬 최민혁은 기어코 배트에 공을 맞췄다.
딱!
배트에 맞고 굴절 된 공은 힘없이 3루 방향으로 굴러갔다.
“헉!”
포수의 입에서 다급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잘 훈련 받은 선수들 답게 포수와 3루수가 다급히 타구를 잡으러 움직였다. 하지만 기습 번트를 전혜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에 그들의 대응도 아무래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데구르르.
최민혁은 공이 3루 라인을 타고 구르는 걸 보고 냅다 1루로 뛰었다. 그의 시선은 정면의 1루 베이스에 고정 되었고 어떡하든 저걸 밟아야 산다는 각오로 죽어라 뛰었다.
파파팟!
그리고 그의 발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갔을 때 1루심이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리며 외쳤다.
“세이프!”
나정 히어로즈의 3루수는 공을 잡아 던져도 1루에서 타자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터라 공이 라인 밖으로 넘어 가도록 내 버려 둔 반면 포수는 달랐다.
포수가 봤을 때 맥없이 굴러 가는 저 공안 라인을 넘지 않을 터였다. 거기다 포수는 아직 타자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왜냐하면 타석의 타자가 투수인 최민혁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투수는 다들 발이 느리다. 물론 빠른 투수도 있지만 투수가 빠르게 달릴 일이 없으니 뛰는 능력이 퇴화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정 히어로즈의 포수는 발이 느린 투수를 상대로 얼마든지 1루 승부가 가능하다 보았다.
파앗!
그래서 3루 라인을 따라 굴러가는 공을 잡은 다음 몸을 돌리고 1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최민혁이 워낙 죽어라 뛰었기에 그 공은 최민혁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간 뒤 1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
그런데 정작 최민혁이 어렵사리 진루를 했건만 그 모습을 덕 아웃에서 지켜보던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 이하 모든 선수들이 황당하단 시선으로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그럴 것이 덕 아웃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진 것도 아닌데 최민혁 혼자서, 그것도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기습 번트를 대고 저렇게 겨우 살아나갔으니 다들 황당할 밖에. 그때 윤동준 감독이 박수를 치며 덕 아웃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돌리게 만든 뒤 선수들에게 외쳤다.
“자자. 다들 봤지? 투수인 최 선수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너희들이 가만있어 되겠어?”
윤동준 감독의 그 말에 덕 아웃의 타이탄스 선수들의 눈빛이 싹 달라졌다. 나정 히어로즈가 그들에게 벅찬 상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이길 상대도 아니었다. 막말로 저들이 나정 히어로즈 1군도 아니고 말이다.
“3점차다. 이번 회에 따라 붙자고.”
“좋지. 타이탄스 파이팅!”
최민혁의 진루가 그래도 타이탄스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은 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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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가......”
김민철은 비겁하게 기습 번트나 대고 1루에 살아 나간 최민혁을 흘겨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아직 1군 무대에도 오르지 못한 김민철에게 최민혁은 까마득히 먼 곳에 있는 대선배였다. 거기다 국내 최고 에이스이지 않은가? 그런 그가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 선 거 자체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김민철도 프로였다. 프로는 실력으로 모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 법.
최민혁이 타석에 섰을 때는 그만한 자신이 있어서 일거란 생각에 다른 타이탄스 타자들과 똑같이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서 기존 에이스 최민혁에 대한 생각은 깨끗이 지운 체 그를 상대했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루상에 주자하나 나갔다고 그가 무너진 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투지가 불 타 올랐다.
“거기서 당신의 뒤를 이어 국내 최고 에이스가 될 내 공을 구경이나 하라고.”
김민철은 중얼거리며 바로 다음 타이탄스의 타자를 상대했다.
뻐엉!
152Km/h의 공이 꿈틀거리며 한복판에 꽂혔다. 타이탄스의 타자는 나름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 선 듯 김민철의 투심에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이 포수 미트에 박히고 나서 배트가 헛돌았다.
그런 어이없는 스윙에 1루에 나가 있던 최민혁의 입에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타이탄스 5번 타자를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건 최민혁이 바로 그 앞에 김민철의 투심을 상대 해 봤었단 사실이었다.
“하긴 저 공을 한 번에 보고 쳐 낼 정도의 타격감각을 가졌다면 타이탄스가 아니라 메이저 리그에서 뛰고 있겠지.”
최민혁이 그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세나가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워 보상 포인트를 지급하면서 불쑥 말을 했다.
[획득 포인트 +1,000. 타자 총 포인트: 2,000]
[루상에 그냥 있으니까 심심하죠?]
최민혁은 세나의 그 말에 왠지 불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세나가 또 그에게 새로운 미션을 내려주었다.
[타석의 타자가 완전 쫄았네요. 이럴 때 루상의 주자가 도루라도 성공해 준다면 타석의 타자가 한결 편하게 타격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미션! 도루를 하세요. 도루에 성공하시면 1,000포인트를 보상 포인트로 지급합니다.]
“헐!”
최민혁은 기가 찼다. 그가 기습 번트로 1루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기실 운이 좋아서였다. 번트를 잘 대도 느리면 기습 번트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최민혁은 뛰는 게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남았던 건 3루수가 그 공을 처리하지 않고 포수가 그 공을 처리 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최민혁으로서는 대뜸 도루를 하라는 세나의 말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나는 이미 도루를 미션으로 제시했고 최민혁은 그걸 성공시켜야 했다. 그래야 1,000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니까.
‘어쩐다?’
그때 고민에 빠진 최민혁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바로 최민혁의 현재 타자로서의 능력치들이었다.
‘그래. 그러면 되잖아.’
발이 느리면 빠르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그가 보란 듯 바로 그의 눈앞에 타자의 상세 창을 띄워 주었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71
좌 투 상대 파워: 71
우 투 상대 컨택: 71
우 투 상대 파워: 71
번트: 50
배팅 클러치: 70
스피드: 50
송구 정확도: 70
스틸: 50
수비 범위: 70
보유 능력: 한방 스윙(1단계), 전력 질주(1단계), 선구안(1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최민혁은 세나가 띄워 준 창에서 스피드를 확인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스피드가 50밖에 안 되는 구나. 그럼 스피드를 올려 볼까?’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바로 물어 왔다.
[스피드를 얼마까지 끌어 올려 드릴까요?]
그 물음에 최민혁이 먼저 따질 것부터 따졌다.
‘스피드도 70까지 10포인트 당 1의 능력치가 상승하고 90까지는 50포인트 당 1, 그 이상부터는 100포인트 당 1의 능력치가 상승하는 거 맞지?’
[.................]
그 물음에 세나가 한 동안 말이 없다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사람이 너무 정확해도 안 좋아요. 인간미 없어 보인다고요. 쳇. 맞아요. 맞으니까 스피드를 얼마까지 끌어 올릴지나 말해요.]
최민혁은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세나에게 말했다.
‘한 85 정도?’
최민혁의 그 말에 세나가 바로 그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웠다.
[소비 포인트 +550. 타자 총 포인트: 1,450]
이어 최민혁이 타자 총 포인트를 확인하자 그 창을 지우고 최민혁이 자신이 끌어 올린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게 그의 눈앞에 타자의 상세 창을 띄워 주었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71
좌 투 상대 파워: 71
우 투 상대 컨택: 71
우 투 상대 파워: 71
번트: 50
배팅 클러치: 70
스피드: 85
송구 정확도: 70
스틸: 50
수비 범위: 70
보유 능력: 한방 스윙(1단계), 전력 질주(1단계), 선구안(1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최민혁은 스피드가 오른 걸 확인 한 뒤 눈앞의 창을 바로 지웠다. 도루 하는데 시야를 가려 방해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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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도루를 할 거란 생각은 양 팀 누구도 하고 있지 않았다. 아까 보았듯이 최민혁이 뛰는 건 그리 빠르지 않았다. 거기다 마운드에는 150Km/h의 직구를 아무렇지 않게 던져 대는 투수가 투구 중이었고 말이다.
최민혁 역시 뛸 의사가 전혀 없다는 듯 루상에 거의 붙어 있었다. 그러던 그가 슬그머니 두 어 걸음 루상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걸 주목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마운드의 투수의 꿈틀거리는 직구에 다들 넋이 나가 있었으니까. 그 투수가 큰 동작으로 시원스럽게 공을 뿌렸을 때였다.
파파파파팟!
최민혁이 어느 새 2루로 뛰고 있었다. 나정 히어로즈의 포수 백강철은 1루에 나가 있는 타자가 뛸 거란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습관이 무서운 것이 포구를 한 동시에 루상을 살피게 만들었다.
“어어?”
그리고 2루로 뛰고 있는 타자를 발견한 그의 몸이 바로 반응했다. 백강철은 앉아 쏴를 할 정도로 어깨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구 뒤 송구까지 동작은 제법 빠른 편이었다. 그리고 송구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2군 무대에서 그의 도루 저지율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잡았다.’
2루로 송구를 하며 백강철은 확신했다. 김민철의 공이 워낙 빨랐고 또 자신의 송구도 느린 편은 아니었다. 거기다 타자는 느린.......
촤아아아!
그런데 백강철의 공을 유격수가 잡았을 때 그 뒤로 최민혁이 벌써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유격수가 잡은 공을 뒤로 터치 했을 때 최민혁은 이미 베이스를 밟은 채 서 있었고 말이다.
완벽한 도루 성공이었다.
“.............”
백강철은 물론 갑자기 그라운드가 조용해졌다. 최민혁이 여기서 도루를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양 팀을 통틀어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다가 최민혁은 그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로 뛰어서.
앞 선 기습 번트 사건이 있어서였는지 최민혁의 도루 사건은 그래도 빨리 무마가 되고 경기가 속개 되었다.
세나의 말처럼 어째든 1루에 나간 최민혁을 진루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타이탄스의 5번 타자는 최민혁이 알아서 2루로 진루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반면 기습 번트에 도루까지 허용한 상대 투수는 기분이 더 더욱 더러워졌고. 그 결과 김민철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공이 제구는 물론 구속까지 떨어져서 날아왔고 타이탄스의 5번 타자는 반대로 힘을 뺀 채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제대로 맞은 타구가 투수 옆을 스쳐서 2루 베이스 위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