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8 재벌에이스 =========================
프로는 프로랄까? 비록 2군이지만 나정 히어로즈 선수들의 방망이는 독립 구단 선수들의 방망이와 차이가 있었다.
배트 스윙 자체가 빠르고 망설임이 없었다. 때문에 타이탄스 선발 투수의 공은 맞은 순간 쭉 뻗어 외야로 날아왔다. 그 첫 타구는 좌익수 키를 넘겼고 그 결과 2루타를 뽑아냈다.
따악!
그리고 뒤이은 2번 타자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잘 갖다 맞춘 안타를 쳤고 2루 주자는 굳이 힘들게 뛰지 않고 3루에서 멈춰섰다.
그렇게 무사에 1, 3루 상황에서 나정 히어로즈의 중심타선의 타자 중 한 명이 타석에 들어섰다.
박길태!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나정 히어로즈를 대표하던 타자였던 그는 작년 말에 발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가 되었다가 부상 치료 후 지금은 2군에서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 탓인지 발목 부상의 치료기간도 생각보다 길었고 타격감도 그리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프로 투수의 공도 아닌 사회인 야구단 투수의 공을 못 받아 칠 박길태가 아니었다.
거기다 상대 투수는 뭣 때문인지 몰라도 기가 팍 죽어서는 제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져 넣지도 못했다.
“볼!”
바깥으로 멀찍이 빠져 나가는 공에 주심은 볼 것도 없다는 듯 볼 판정을 내렸다. 그렇게 쓰리 볼 노 스트라이크의 카운터에서 포수가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걸 보고 박길태가 중얼거렸다.
“스트라이크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그 비슷하게라도 좀 던져라. 나도 좀 쳐 보게.”
그 말을 투수가 듣기라도 한 것일까? 떡하니 한 복판에 공을 찔러 넣어 왔다.
“스트라이크!”
주심의 목소리도 그제야 한 톤 더 커졌다. 공 하나 기다렸던 박길태는 웃으며 배팅 자세를 잡았고 그 다음 역시 같은 코스에 밋밋한 직구가 들어왔다.
‘장난 치냐?’
한 복판에 들어오는 직구를 박길태는 그대로 통타 했다.
따악!
그런데 맞는 순간 박길태는 제대로 된 팔로 스윙을 할 수가 없었다. 공이 생각보다 힘이 실리다보니 배트가 밀린데다 가 발목도 문제였다.
다 낫긴 했지만 발목 부상의 후유증 때문인지 타격 할 때마다 이상하게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임팩트 있는 스윙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시큰거리는 느낌을 떨쳐내라고 2군 감독도 박길태를 오늘 3번 타선에 배치 시켰다. 그를 한 경기라도 더 참가시켜 그 만큼 많은 타석에 서서 그 부상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해 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그게 쉬울 리 없었다. 그렇게 쉬우면 부상 후 복귀하는 선수들은 전부 예전의 실력으로 팀에 돌아갔을 테니까. 하지만 복귀 선수들 중 예전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거의 드물었다. 그만큼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는 게 쉽지 않다는 소리였다.
어째든 박길태는 배트가 밀렸지만 악으로 끝까지 배트를 돌렸고 그 공은 중견수 앞으로 날아갔다. 오히려 먹힌 타구가 되다보니 누가 봐도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것 같았다.
박길태는 장타를 못 친 게 아쉬웠지만 일단 1루로 뛰었다.
“어어!”
그런데 그때였다. 3루의 주루코치가 놀란 얼굴 표정을 짓더니 3루에서 벌써 홈으로 루상의 절반을 가 있는 3루 주자에게 외쳤다.
“빽(Back)!”
그 외침에 놀란 3루 주자는 움찔했다가 이내 몸을 돌려서 3루로 뛰었다.
턱!
그런 3루 주자를 3루수가 글러브로 터치를 했다.
“아웃!”
그러자 3루심이 가차 없이 아웃을 선언했다. 그 장면을 박길태는 1루에 다다라서 봤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1루 주루코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1루 주루 코치가 떡 벌어진 입을 다물며 말했다.
“미친..... 저 새끼 진짜 뭐야?”
“네?”
“아, 아니. 중견수가 네가 친 공을 잡아서 3루로 쐈다. 그래서 더블 아웃이 된 거지.”
“네에?”
박길태는 1루도 뛰는 동안 일부러 자신의 타구를 보지 않았다. 안 봐도 안타였으니까. 그런데 그 안타를 사회인 야구단의 중견수가 잡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박길태는 도무지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전광판의 아웃 카운트에 불이 두 개가 동시에 들어오는 걸 보고 고개를 내저으며 덕 아웃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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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첫 타자를 상대로 타이탄스의 투수가 너무 쉽게 두들겨 맞는 걸 보고 오늘 쉽지 않은 경기 양상을 예상했다. 그리고 2번 타자까지 안타를 치면서 무사에 1, 3루가 되었을 때였다. 세나가 반응을 보였다. 여태 세나는 최민혁의 야구 결과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포인트를 지불해 왔다. 그런데 이젠 그게 아니었다.
[팀이 1, 3루의 위기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럴 때 더블 아웃을 시킬 수 있다면 마운드의 투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 줄 수 있겠지요. 그래서 미션이 나갑니다. 득점을 내주지 않고 더블 아웃을 만들어 내세요. 그럼 1,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뭐?”
중견수 자리에서 최민혁이 놀라 소리쳤고 그 소리에 힐끗 좌익수가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런 좌익수에게 최민혁은 별거 아니라며 한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좌익수가 홱 고개를 돌려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최민혁도 시선을 정면에 두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미션? 이런 식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었구나.’
하지만 자신이 내야수도 아니고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수로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 낸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3루 주자가 대 놓고 리드 폭을 벌리는 게 보였다. 타자가 땅볼을 치더라도 홈을 밟고 말겠다는 의자가 확실히 엿보였다.
“아아!”
그걸 보는 순간 최민혁은 잘하면 더블 아웃을 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우선 시 되어야 할 것은 타구가 자기 쪽으로 날아와야 한단 사실이었다. 그런데 투수는 상대 3번 타자 앞에서 볼을 난발하더니 쓰리 볼 노 스트라이크까지 갔다. 그러자 포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그때 최민혁이 중얼거렸다.
“그래. 그냥 가운데 찔러 넣으라고 해. 타자가 치면 막으면 되지. 수비수가 괜히 있나?”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투수는 한 복판에 공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 다음 공도.
딱 치기 좋은 그 공을 타자가 가만 내버려 둘 리 없었다. 그때 최민혁은 타자가 공을 칠 때 약간 밀리는 느낌이 들자 냅다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살짝 먹힌 타구는 중견수 앞으로 떨어졌다. 보통 중견수였으면 떨어진 그 공을 잡아 루상의 다른 주자를 견제했을 터였다.
촤아아아!
하지만 최민혁은 아니었다. 점수를 내줘서도 안 되고 또 더블 아웃을 잡아내야 하는 최민혁은 몸을 던졌다. 그라운드 위를 미끄러지며 슬라이딩 한 최민혁의 글러브에 타구가 쏙 빨려 들어왔다. 순간 벌떡 몸을 일으킨 최민혁은 3루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쐐애애액!
공은 2루 베이스에게 뒤로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3루 베이스 앞에 서 있던 타이탄스 3루수의 글러브로 다이렉트로 날아가 꽂혔다.
타이탄스의 3루수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 공을 받은 채 서 있다가 3루로 돌아오는 나정 히어로즈 3루 주자의 몸을 글러브로 터치했다. 그렇게 1점도 내주지 않은 채 최민혁은 더블 아웃을 잡아냈고 바로 세나가 반응을 보였다.
[훌륭한 플레이였습니다. 미션을 수행하셨으니 보상 포인트가 바로 지급됩니다.]
세나의 그 말 후 최민혁의 눈앞에 바로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1,000. 타자 총 포인트: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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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파인 플레이에 마운드의 투수가 최민혁을 보고 글러브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한결 편안해 진 얼굴로 공을 던지다가 바로 나정 히어로즈의 4번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그 뒤 5번 타자에게 3루타를, 6번타자에게는 내야 안타를 맞으면서 스코어는 3대 0이 되었다. 하지만 7번 타자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하면서 타이탄스의 선발 투수는 겨우 1회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최민혁은 덕 아웃에 들어가자마자 1회초에 결국 타석에 서지 못하고 던져 둔 헬멧과 배트를 챙겨서 타석으로 향했다. 배트 박스 앞에서 몇 번 배트를 휘두른 뒤 최민혁이 그 안에 들어서자 주심이 바로 경기를 진행 시켰다.
뻐엉!
그리고 최민혁의 눈앞으로 150Km/h의 강속구가 지나가서 포수 미트에 꽂혔다.
‘투심!’
최민혁은 상대 투수의 투심을 이번 타석에서 과연 쳐 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상대 투수는 그런 최민혁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 같은 투심을 한 복판에 꽂아 넣었다. 뱀처럼 휘어들어 오는 150Km/h의 투심에 최민혁의 현 타격 능력으로 임팩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젠장....’
최민혁은 다음 타석이나 되어야 김민철의 공을 공략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일단 김민철의 공을 걷어 내는 데 집중했다.
틱!
최민혁은 그래도 타이탄스의 4번 타자답게 공 두 개를 커트해 내고 2개를 흘려보내며 2-2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게 더 김민철의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김민철의 고개가 홱홱 옆으로 돌아가다 이내 끄덕여졌다.
딱 봐도 투심으로 최민혁을 찍어 누르겠단 생각인 모양인데 150Km/h가 넘는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볼을 최민혁이 과연 커트 해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잠깐만요!”
최민혁이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했고 그걸 다행히 주심이 받아 주었다. 최민혁은 타석에서 발을 뺐다. 장갑을 고쳐 매면서 최민혁은 최대한 시간을 끌었는데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왔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섰습니다. 이럴 때 꼭 출루를 해 줘야겠지요? 그래서 미션을 드립니다. 기습 번트로 1루에서 살아남으세요. 살아남으면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드립니다.]
세나가 두 번째 미션을 타석의 최민혁에게 내 주었다. 하지만 그 미션이 최민혁을 더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번트! 지금 나보고 번트를 대고 살아 나가라고? 2-2인 상황에서?’
황당한 얼굴의 최민혁은 바로 마음을 다 잡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경기가 아니었다. 무조건 미션을 수행해서 최대한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 그것이 최우선 이었다. 때문에 지금 그는 세나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해 내야 했다.
쐐애애액!
김민철의 긴 팔에서 뿌려진 강속구! 최민혁은 그 공이 날아옴과 동시에 자세를 낮췄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의 기습 번트.
그나마 최민혁의 눈에 나정 히어로즈의 수비 진형이 우측으로 치우쳐 있는 게 보였다. 수비수들이 다들 한 발짝씩 좌측으로 이동해 있었던 것이다.
최민혁이 김민철의 공을 끊어 낼 때 타구를 밀어 내는 걸 보고 나름 시프트랍시고 변화를 준 모양이었다.
그로 인해 비어 보이는 3루 라인! 투 스트라이크 상황인지라 나정 히어로즈 3루수는 기습 번트를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