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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55화 (155/248)

00155 재벌에이스 =========================

어차피 급한 건 유태국이었다. 최민혁은 그걸 훤히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 유태국 비서실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예전에는 그가 가진 정보력과 힘 앞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차성국도 임원이었지만 급이 달랐고 유태국에게 차성국은 사정의 대상일 뿐이었지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최민혁에게 유태국이 사정의 대상이었다. 전임 비서실장부터 시작해서 유태국의 지시에 의해 국철파 조직원들이 죽인 무고한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증거들이 유태국의 목줄을 옥죄다 결국 그를 파멸의 길로 내몰게 될 터였다.

최민혁은 그렇게 유태국을 몰락시키기 위해서 또 다른 새로운 증거를 인터넷상에 올렸다.

“유태국. 이번엔 좀 세다.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최민혁은 세나에게 부탁해서 해킹 능력으로 누구도 자신의 아이피 추적을 못하게 만든 뒤 새로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살해당하기 전 피해자가 살인마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과정에서 유태국의 이름이 거론 되었다.

때문에 이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 유태국은 공론화 될 수밖에 없었고 검경의 조사를 피할 수 없을 터였다.

지금껏 검경을 자기 수족처럼 부릴 줄 만 알았지 그들에게 조사 받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을 유태국이었다.

특히 검경 조사로 인해 그의 그룹 내 영향력은 크게 위축 될 것이고 또 박규철 회장의 눈밖에도 나게 될 터였다.

박규철 회장은 무능한 자는 용서가 없었다. 또 한 번 눈 밖에 난 자에게 다시 기회를 줄 정도의 포용력도 없었고.

그걸 알기에 최민혁은 이번에 자신이 올리는 이 동영상이 유태국에게 치명타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이번에도 유태국이 이 위기를 어물쩍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최민혁은 그 점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유태국을 궁지로 몰아넣을 증거는 아직 많았으니까.

유태국은 그간 수많은 죄를 지었다. 물론 그것이 위선의 지시에 의해서지만 그가 조폭들에게 살인 지시를 내린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증거는 없었다. 그 만큼 철저한 인간이 유태국이었는 데 그런 유태국의 멱 줄을 최민혁이 제대로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피해 간다면....... 그 인간을 써 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늙은 여우를 길들일 수 있다면 최민혁이 하고자 하는 일에 분명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최민혁은 나름 큰 밑그림을 그렸다. 최민혁이 그렇게 오성그룹을 상대로 뭔가를 구상할 수 있었던 건 박민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이기에 애초 후계 구도에서 밀려 났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박규철 회장이 다시 그녀에게 기회를 줄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박민주를 이용하면 보다 쉽게 오성그룹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 오성그룹의 정보력을 꽉 쥐고 있는 늙은 여우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다면 박민주는 더 빠르게 오성그룹을 장악해 나갈 것이고...................

“충분히 가능해.”

최민혁은 자신이 구상하는 계획이 점차 그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한 방! 바로 자금. 그 자금만 확보 되면 오성그룹을 내가 집어 삼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렇게 그 날 밤 최민혁은 재벌이 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밤늦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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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미래의 재벌이 되기 위해 구상에 빠져 있었다면 여배우 한소영은 미래에 추악한 스캔들로 파멸 하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벌컥벌컥!

“소영아. 그만 마셔!”

매니저가 말려도 한소영은 계속 술을 마셨다. 지금 술을 마시지 않으면 미쳐 버릴 거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공황장애에 술은 쥐약이나 마찬가지였다.

벌컥!

그때 술집 VIP룸의 문이 열리고 한소영의 소속사 대표가 그 안으로 들었다.

“대표님!”

그를 발견한 한소영의 매니저가 놀라며 몸을 일으켜 그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런 매니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한소영의 소속사 대표 유길준이 말했다.

“넌 그만 퇴근 해.”

“네?”

“한소영은 내가 챙길 테니까 그만 가 보라고.”

“네.”

대표의 지시에 한소영의 매니저가 술집 VIP룸을 나가자 그녀 앞쪽 자리에 유길준이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따라 놓은 술을 자신이 대신 들이켰다.

“크으! 쓰네. 써!”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한소영이 유길준에게 넋두리 하듯 말했다.

“그러게 내가 싫다고 했잖아요.”

그 넋두리를 유길준은 애초부터 받아 줄 생각이 없었는지 바로 받아쳤다.

“그럼 지금의 너도 없지.”

그 말에 한소영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곤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길준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런 도움 없이 스타를 키워 내는 게 그쪽 할 일 아닌가요?”

그러자 유길준이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한소영이 마시던 양주병을 잡았다.

쪼르르!

그리고 양주잔에 그 양주를 따르며 말했다.

“그것도 스타 나름이지. 그때 넌 연기력 떨어지고 인지도는 번화가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도 아무도 널 쳐다 도 안 봤지. 거기다 10% 아쉬운 외모. 그걸 다 극복해 내고 널 스타로 키워 줄 미다스의 손을 가진 소속사 대표가 있다면 지금의 3대 소속사뿐이었어. 하지만 그들이 너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질 리 없잖아?”

유길준은 그 말후 따라 놓은 양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유길준을 한소영이 곧 죽일 뜻 쏘아보았다. 유길준의 팩트 폭행에 그녀의 기분이 제대로 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다 사실이었다.

당시에 그녀는 유길준이 말한 딱 그 수준의 3류 여배우에 불과했다. 그것도 외모가 살짝 떨어지는.

“그들에겐 너처럼 억지로 만들어진 여배우가 아닌 진짜 원석들이 넘쳐 나니까.”

유길준의 팩트 폭행이 계속 이어지자 발끈한 한소영이 소리쳤다.

“그만! 그만해요.”

유길준은 제대로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한소영을 보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소영아. 우리 그 사실은 인정하자. 네가 그 양반 안 모셨으면 지금의 너와 나도 없었어.”

“...........”

유길준의 그 말에 한소영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했다.

“흑흑흑흑...... 알아요. 나도 안다고. 하지만........ 불안해요. 이 모든 게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 거 같아서.”

한소영의 그 말에 유길준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야. 하지만 여기서 내려가면 너도 나도 끝이야. 너. 이 바닥 떠나서 살 수 있어?”

유길준의 그 물음에 한소영은 일고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걸 보고 유길준이 말했다.

“그럼 지금 이럴 게 아니라 지금 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지.”

“싸워요?”

또 고개를 든 한소영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그래. 네 자리, 네가 가진 인기를 위협하는 게 있으면 싸워야지. 그걸 딴 년에게 내 줄 순 없잖아. 안 그래?‘

“.........”

한소영은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고 그걸 보고 유길준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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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두 사람은 술은 치우고 술을 깨워 주는 음료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일단 너와 통화 했단 그 놈이 누군지부터 알아내야 해.”

“그건 제가 내일 촬영할 때 강하나 그년을 살살 꼬드겨서 꼭 알아낼게요.”

“그래. 그 놈이 누군지만 알아내면 내가 오성의 유 실장에게 그 놈 얘길 흘릴 것이고 그럼 유 실장이 다 알아서 처리 해 줄 거야. 괜히 우리가 나서 봐야 일만 더 키질 수 있어.”

“하긴. 그쪽은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자들도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그런 일쯤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죠.”

박규철 회장을 직접 모셨던 한소영이었다. 그 자리에서 박규철 회장의 지시에 의해 죽어 나간 사람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녀는 그런 사실도 입 다무는 조건에서 지금도 오성그룹의 든든한 스폰을 받고 있었고 말이다. 물론 요즘 박규철 회장은 자신 보다 싱싱한 신인 탤런트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규철 회장이 그 자리에 꼭 한소영을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비록 이제는 직접적으로 박규철 회장의 사랑을 받진 못하지만 그녀는 그 외적인 문제를 잘 처리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 박규철 회장도 여전히 그녀를 총해하는 것이고.

“거 봐. 따지고 보면 별 거도 아니잖아? 안 그래?”

“맞아요. 진짜 별거 아니네요. 그 새끼가 누군지 알아만 내면.”

“그래. 그러니까 성질 좀 죽이고 그 년, 이름이 뭐랬지?”

“강하나요.”

“그래. 강하나 그년 비위 좀 살살 맞춰 줘. 그게 네 특기잖아?”

유길준의 그 말에 한소영이 피식 웃었다.

“후웃!”

그러더니 눈앞의 술 깨워 주는 음료를 마셨다. 그리곤 몸을 일으키며 유길준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가요.”

“어딜?”

“어디긴요. 가볍게 한 번 하고 쉬어야죠. 그래야 내일 촬영 때 화장이 잘 먹는다고요.”

유길준은 한소영의 말에 살짝 움찔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쳇! 오늘 유니하고 같이 밤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새로 영입한 연기 지망생을 겨우 꼬드겨 놓은 유길준이었다. 하지만 한소영 때문에 그 애와의 뜨거운 시간은 아무래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유길준은 바지 호주머니 속에 비아그라가 들어 있는 약병을 확인하고 자신있게 몸을 일으켰다.

“좋지. 내가 오늘 뿅 가게 만들어 줄게.”

유길준의 그 말에 한소영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대 해도 되죠?”

한소영이 뜨거운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묻자 유길준이 한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쓸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유길준과 한소영. 그 둘은 소속사 연기자와 대표 관계이며 또한 연인 사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숨겨진 관계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재벌 회장에게 몸 파는 창녀와 포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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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 특별 전산실!

이곳에 이틀 동안 퇴근도 못하고 자기 자기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특별 전산실의 실장 구재호였다.

최민혁과 한소영이 각기 다른 이유로 밤을 지새우고 있을 때 구재호는 그에게 주어진 진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어제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사표를 제출 하려 했었다. 하지만 유 실장이 그 사표를 반려했고 그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다.

구재호는 그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서 노심초사했고 말이다. 그 결과 경찰과의 공조로 유 실장이 찾고 있는 자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를 잡는데 실패하면서 전산실의 공로로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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