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54화 (154/248)

00154 재벌에이스 =========================

최다혜는 아주 신이 나서는 부모님을 근처 노래방으로 이끌었다. 최민혁은 별 수 없이 그 뒤를 따라가야 했고.

최민혁이 노래를 못 부르는 걸 다들 잘 아는 부모님이었다. 그러니 최다혜가 노래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런 최민혁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하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진짜 실력을 보여 봐.”

“진짜 실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니?”

모친이 궁금해서 물었는데도 최다혜는 실실 웃기만 할 뿐 정작 대답을 해 주진 않았다. 최민혁은 예전에 야구 밖에 몰랐던 그 최민혁이 아니었고 와인도 한 잔 한 터라 흥도 살짝 돌았기에 최다혜가 건네는 마이크를 받아서 곧장 노래선곡을 했다.

기억력 좋은 최민혁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몇 곡 정도 노래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던 터라 곧장 번호를 눌렀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전주가 흘러나왔고 동시에 노래방 기기 모니터에 그 노래 제목이 떴다.

“천년 후에 사랑!”

“헉! 저 노래를 민혁이 네가 부른다고?”

부모님 모두 기가 찬다는 얼굴로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최민혁이 음치가 된 건 박자 감도 떨어지지만 고음을 잘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최민혁이 고음의 끝판 왕이란 박장규의 천년 후에 사랑을 부른다니. 하지만 최다혜만 팔짱을 낀 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 전주가 끝나고 노래가 시작 되었고 최민혁은 차분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신을 보낼 수는 없다고.........................”

최민혁이 노래의 앞부분을 소화했을 뿐인데 부모님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단 박자가 정확했고 노래의 감정이 확실히 두 사람에게 전달 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어....”

“민혁이가.....”

최민혁의 노래가 거침없이 고음부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부모님들은 경악해서 입을 쩍 벌렸다.

“..............당신 가슴속에 타오를 테니.......”

그리고 최민혁이 최고 정점, 고음부에서 샤우팅할 때 최민혁의 부모님들은 전율을 금치 못했다.

“..............천년이 가도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어 사랑했기 때문에~”

“맙소사!”

“세상에!”

그렇게 최민혁이 막 1절을 끝냈을 때 그의 부모님들은 최다혜가 왜 그런 소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최민혁이 2절을 부를 때 그들 뇌리에서 음치 아들 최민혁은 사라지고 없었고 노래 잘 부르는 최민혁이 새로 자리 잡았다.

그들은 최민혁의 박장규 뺨치는 노래 실력에 반쯤 넋이 나간 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뒤 최민혁은 부모님들이 요청하는 노래를 무려 10곡이나 불러야 했다. 하지만 최민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 능력이 있었기에 노래를 부르는 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노래를 부를수록 가족들의 놀라는 표정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

“우와. 이 노래도 부를 수 있어?”

“대체 고음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최민혁은 마지막으로 ‘She`s gone’을 부른 뒤 노래방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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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 올 때와 달리 대리 운전으로 집으로 가는 길은 편안하고 별 걱정도 없었다. 덩치가 큰 최민혁이 앞좌석에 앉고 나머지 가족들이 뒤에 다 타자 그리 자리도 비좁지 않았고.

차 안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도 나름 정겨웠다. 최민혁은 오늘 가족의 오붓함을 새삼 맛 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노래 때문에 가족들이 그를 보는 눈빛이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그의 본업은 가수가 아닌 야구 선수였기에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아빠. 우리 맥주 한 캔씩만 더 해요.”

그런데 집에 다다라 갈 무렵 최다혜의 그 말에 다른 가족들이 전부 동의하는 바람에 최민혁이 교차로 앞 횡단보도 옆에서 내려야 했다.

하필 집 냉장고에 캔 맥주가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최민혁이 사가지고 오기로 다른 가족들이 다수결로 결정을 내렸고 최민혁은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때까지 중형 마트 문이 닫히지 않은 터라 최민혁은 마트로 들어가서 캔 맥주와 마른 안줏거리를 구입했다.

그렇게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마트를 나서던 최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민예린의 옥탑방으로 쏠렸다. 그녀가 있는지 옥탑방에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젯밤을 같이 보낸 터라 그녀가 새삼 생각이 난 모양인데 지금 상황 상 그녀를 만나러 갈 순 없는 터라 최민혁은 이내 집으로 걸어갔다.

그가 집에 들어서자 가족들이 그가 맥주를 사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는 한 캔씩만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 걸로는 역시 모자랐다. 최민혁이 혹시나 싶어 캔 맥주를 10개 정도 구입했는데 그걸 다 마시고 더 마시자는 부친을 모친이 겨우 달랬고 여동생도 입맛을 다셨지만 모친이 한 번 안 된다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자러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여봉. 우리도 들어가요.”

“그, 그럴까?”

부모님들이 또 분위기를 잡고 안방에 들어가자 최민혁도 서둘러 술자리를 치우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최민혁은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봤는데 그가 올린 동영상들이 거짓말처럼 다 사라지고 없었다.

“과연 오성그룹이로군.”

아마도 오성그룹의 특별 전산실이 제 밥값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SNS 상에 떠도는 동영상 까지는 그들도 다 막아내지 못했다.

최민혁은 그 불법 SNS 상의 동영상을 퍼다가 다시 인터넷에 올렸다. 물론 자신의 해킹 능력을 사용했기에 누구도 그가 그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걸 알아 낼 수는 없었다.

최민혁은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오성그룹의 비위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길 원했다.

“수적석천(水滴石穿)!”

바로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지금은 미미(微微)할지 모르지만 그런 사실들이 국민들에게 인식되어 가면 결국 오성그룹도 범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결국 그들도 바뀌어 나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최민혁은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인 오성그룹이 망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오성그룹은 구태의연한 박규철 회장 체재를 타파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자신이 되었든 아니면 그보다 더 나은 경영자가 되었든 최민혁은 오성그룹을 반드시 바꿔 놓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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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마트 근처에서 잠깐 민예린을 생각 했던 탓일까? 텔레파시라도 통했던지 민예린이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네. 예린씨.”

-집이에요?

“네. 안 그래도.........”

최민혁이 마트에서 일을 얘기하자 민예린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럼 잠깐 오지 그랬어요?

“그게 가족들이 캔 맥주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그렇게 최민혁은 민예린과 10여분 통화를 했다. 그러자 민예린이 갑자기 최민혁이 보고 싶다며 잠깐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민예린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을 했다.

“다음에요. 저 지금 해야 할 일이 좀 있거든요.”

그 말에 민예린은 좀 실망스러운 모양이지만 어쩌겠는가? 최민혁이 싫다는 데. 그렇게 민예린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바로 울렸다. 확인하니 강하나였다. 강하나의 경우 한소영의 일이 있었기에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서라도 그녀 전화는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오빠. 어디 통화 중이셨어요?

“어.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그랬구나. 전화하면 계속 통화중이 걸리더니. 오빠. 오늘 고마웠어요. 근데 너무 궁금해서요. 어떻게 한 거예요? 어쨌기에 그 언니가 오빠 말에 꼼짝을 못하는 거죠? 혹시 전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진짜 궁금했는지 강하나가 최민혁에게 폭풍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일은 자신의 여동생인 최다혜도 물론이거니와 강하나가 알아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 일을 아는 순간 오성그룹과의 악연이 시작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넌 알 필요 없다고 말하기가 그래서 최민혁은 약간 각색을 해서 강하나에게 말했다.

“맞아. 전부터 좀 아는 사이야. 내가 그녀 약점을 하나 알고 있거든. 그래서 내 말에 꼼짝 못하는 거야.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알려 줄 수 없어. 그게 그녀와 한 약속이니까. 그걸 너에게 말하면 그녀가 널 더 갈굴 거야.”

최민혁이 한소영이 강하나를 더 갈굴 거란 말에 강하나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 만큼 그 동안 한소영에게 받았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단 소리였다. 강하나는 곧장 화제를 돌렸다.

-오늘 가족들과 노래방 가셨다면서요?

“어. 근데 그걸 네가 어떻게.....아아. 최다혜. 그 녀석이 있었지. 그러고 보니 넌 우리 집에 대해 모르는 게 없구나?”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그 집에 새 식구가 되어야 한다니까요.

“뭐?”

-아, 아뇨. 제가 오빠네 식구나 마찬가지다 이 말이에요. 헤헤헤헤.

최민혁은 강하나와 잠시 더 얘기를 하다가 통화를 끝내고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살인 돼지들의 우두머리, 나병석의 핸드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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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국은 전날 밤에 새로 끌어 들인 범현일파를 통해서 표경수를 찾아냈단 연락을 받고 곧장 경찰에 협조 요청을 넣었다. 그러자 경찰이 범현일파에게 찔러 준 정보를 바탕으로 밤새 CCTV로 추적 끝에 표경수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놈이 있는 곳을 포위했습니다. 이제 잡기만 하면 됩니다.

그 일을 맡은 일선 경찰서장이 자신 있게 말했기에 유태국도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월요일 아침 회의에 참가했다. 그런데 회의를 끝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유태국은 그 일을 맡긴 일선 경찰서장으로부터 황당한 소릴 전해 들었다.

“뭐요? 표경수가 암살을 당해요?”

일선 경찰서장의 말에 따르면 원거리에서 날아 온 뭔가에 표경수의 심장이 꿰뚫렸단 것이다. 그런데 기가 찰 노릇은 그 살상 도구가 현장에서 발견 되지 않았단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나 뭐래나.

-혹시 그쪽에서 한 일이시라면...... 미리 얘기를 좀 해 주시던지......

“무슨 헛소리요? 우리가 벌건 대낮에 사람을 왜 죽여요? 그런 일 없습니다.”

-아네. 그러시다면.... 그런 거겠지요.

유태국이 아니라고 했지만 일선 경찰서장은 어째 그 말을 안 믿는 눈치였다. 아무튼 그 일선 경찰이 알아서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겠단 말을 듣고 전화를 끊은 유태국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콰앙!

“빌어먹을......”

이렇게 되면 그를 노리고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린 놈의 정체도 오리무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단서인 표경수가 죽어 버렸으니 말이다.

유태국은 비서실장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후계자인 박영준의 뒤를 봐주면서 은밀하게 자기 세력을 키워 나가는 중이었고. 박규철 회장이 죽거나 회사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경우가 생길 시 유태국은 박영준을 회장으로 내 세운 뒤, 뒤에서 오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생각이었다.

수렴청정, 즉 막후 경영으로 자신이 실질적인 오성그룹의 지배자가 되려 한 것이다. 그런 그의 계획이 겨우 인터넷의 동영상 때문에 무너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놈은 꼭 찾아내야 돼. 그리고..........”

삭초제근 해 버려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지금 자리에서 쫓겨날지 몰랐다.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자들만 해도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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