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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53화 (153/248)

00153 재벌에이스 =========================

그 뒤 최민혁은 걸어서 집을 나섰다. 새 차를 가지러 가는데 자기 차를 가져 갈 순 없는 노릇이니까. 최민혁의 몸이 둘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게 큰 길에서 택시를 잡아 탄 최민혁은 그에게 상품으로 자동차를 넘기기로 되어 있는 자동차 대리점으로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최민혁은 신분증을 제시해서 본인임을 확인시키고 수령증에 사인 후 새 차 키를 받았다. 준중형차인 그 차는 여동생인 최다혜가 타기에 딱 좋아 보였다. 최민혁은 그 차를 직접 몰고 집으로 향했다.

꼬르르르!

그때 배에서 아우성을 질러댔다. 벌써 시간이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 있었던 것이다. 하긴 최민혁이 차를 수령 할 때 대리점 직원들도 다 점심을 먹은 뒤였으니까.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최민혁의 눈에 기사식당이 보였고 최민혁은 지체 없이 차를 그 식당 쪽으로 몰아갔다. 그 식당의 지정 주자창에 차를 댄 최민혁은 기사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터라 몇 사람 보이지 않았다. 최민혁은 기사식당의 대표메뉴인 돼지불백에다가 고등어조림을 시켰다. 그러자 10분도 기다리지 않아서 최민혁의 눈앞에 돼지불백에 고등어 조림, 미역국, 각종 반찬, 계란, 잔치국수, 쌈이 나왔다. 그걸 보고 최민혁의 입이 떡 벌어져 있을 때 그 집 직원 아주머니가 물었다.

“동행 분 아직 안 오셨나 봐요?”

“네?”

최민혁이 돼지 불백에 고등어조림까지 시키자 직원 아줌마는 일행이 있는 줄 아신 모양이었다.

“아아. 저 혼잡니다.”

“혼자라고요? 그럼 양이 많을 텐데?”

“걱정 마십시오. 저 혼자 다 먹을 수 있으니까요.”

최민혁의 그 말에 직원 아줌마는 최민혁의 덩치를 보고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반찬 모자라면 얘기하고요.”

“네. 잘 먹겠습니다.”

이집 기사식당은 맛도 맛이지만 양도 정말 푸짐했다. 최민혁은 일단 하이라이트인 불백은 남겨 두고 먼저 고등어조림부터 맛봤다.

“카아!”

국물부터 먹었는데 얼큰한 게 겨울 입맛엔 딱 인 메뉴였다.

“쩝쩝쩝.....”

양념도 맛있었지만 고등어 살도 고소하고 쫄깃한 게 술술 목으로 넘어갔다. 그때 최민혁의 눈에 띤 것이 바로 잔치 국수였다. 물론 그 양이 많지는 않았다. 식전에 먹는 에피타이저 같다고 할까?

“후루루룩!”

최민혁은 한 젓가락에 그 잔치 국수를 먹어치우고 국물까지 원샷 했다. 국수 국물은 그리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깊은 국물 맛이 났다. 이어 보이는 계란 프라이. 2인분을 시켜선지 계란 프라이도 두 개였다.

최민혁은 고등어조림과 밑반찬들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뒤 오늘 이 식탁의 하이라이트 돼지 불백으로 젓가락을 가져갔다. 그때 눈에 쌈이 보였고 돼지 불백을 쌈에 싸서 먹었다. 그러다 밥을 쌈에 올리고 고등어조림을 그 위에 올려서 쌈을 싸 먹었는데 그 맛도 기가 막혔다.

“어?”

그러다 보니 그 새 밥 두 공이가 다 비었다. 최민혁은 공깃밥 하나를 더 추가했는데 센스 있는 아까 그 직원 아줌마가 공기밥과 함께 새 반찬들을 내 오셨다.

“고맙습니다.”

“많이 먹어. 총각.”

최민혁은 새 공깃밥에 새 반찬들, 그리고 남은 불백과 고등어조림을 싹싹 다 비워냈다. 그리고 불룩한 배를 두드리며 만족한 얼굴로 기사 식당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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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최민혁이 새 차를 몰아서 집으로 향할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새 차에도 핸즈프리 기능이 가능해서 최민혁은 운전석에 앉은 채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최 선수? 나 윤동주요.

“네. 감독님!”

저번 주에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은 최민혁에게 오늘 전화를 하겠다고 했었다. 나정 히어로즈 2군 측과 경기를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동준 감독이 바로 그 말을 했다.

-내일 나정 히어로즈 2군과 시합이 잡혔소.

“잘 됐네요. 그럼 몇 시에 어디서 합니까?”

-내일 2시에 고척 돔에서 하기로 했소. 그런데......

감자기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이 말끝을 흐렸다. 그 말은 최민혁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단 소리였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전 괜찮습니다.”

-그게 나정 히어로즈 측에서 최선수가 1이닝이라도 좋으니 마운드에 서 줬으면 해서요. 물론 전 안 된다고 확실히 얘기 했습니다.

“그래요?”

최민혁은 잠시 생각을 했다. 당연히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인 자신이 2군과의 시합에 마운드에 오르는 걸 오성 라이온즈 구단 측이 알면 난리가 날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최민혁은 며칠 전의 최민혁이 아니었다.

무려 구단주인 박민주와 사귀는 연인 사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무슨 소리가 있더라도 구단주 박민주가 그 정도는 커버 해 줄 터였다.

“뭐 마지막 한 이닝쯤은 제가 던지겠습니다.”

-네?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구단 측에는 제가 잘 말해 보죠. 그러니 감독님께선 이 다음 시합도 잘 좀 잡아주십시오.”

-하하하하. 최 선수가 던져 준다면야 저희와 시합하겠다는 2군이야 넘쳐 나죠. 그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최민혁이 공을 던지겠다고 하자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이 아주 신이 났다. 하긴 이렇게 되면 프로 2군 구단에 시합을 구걸해야 하는 그의 입장이 180도 바뀐다.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가 공을 던진다는 데 2군 주제에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곳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아마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은 오늘부터 다음 시합 상대를 누구로 정할지 내일 시합이 끝날 때까지 고민 좀 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내일 시합을 두고 윤동준 감독과 얘기를 끝낸 최민혁은

집 앞에 새 차를 주차 시켜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집 뒤 투구장으로 향했다. 한 이틀 쉬었다고 몸이 좀 삐꺽 거렸다. 하지만 투구가 50구를 넘어서자 최민혁의 공은 그물망의 피칭 존에 정확히 꽂히기 시작했다.

쐐애애액!

퍽!

150Km/h가 넘는 구속의 강속구들이 휘어지고 꺾이고 뚝 떨어지다가 솟구치면서 다양한 구질로 피칭 존의 최민혁이 원한 곳을 틀어 박혔다.

“헉헉헉.....”

최민혁은 정확히 100구를 던진 뒤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마운드를 정리한 뒤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집 밖에서 호들갑스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어머. 이 차 좀 봐. 너무 예쁘다. 설마 이 차가 내 차? 오오빠아아!”

자신을 부르는 여동생의 목소리에 최민혁이 피식 웃으며 대문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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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혜가 제일 먼저 왔고 그녀가 최민혁으로 부터 차 키를 받아서 새 차에 탑승했을 때 마친 모친이 퇴근을 하셨다. 모친은 관용차에서 내리다가 집 앞에 웬 차가 있는 걸 보고 새 차로 다가왔다가 차 안에 최다혜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다혜야. 너 이 차 어디서 난 거야?”

그러자 최다혜에게 억지로 끌려 나와서 새차 뒤 좌석에 팔짱을 낀 채 앉아있던 최민혁이 대신 대답을 했다.

“제가 상품으로 탄 찬데 다혜 주려고요.”

“상품?”

모친도 공짜 차라니 더 이상 뭐라고 하진 않았다. 대신 최다혜의 옆 자리에 타서는 같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엄마. 우리 시승식 해야죠?”

“그럼. 시승식 해야지. 근데 어디 가지?”

“우리 오랜만에 칼질 하러 가요?‘

“칼질? 그럼 대게는?”

원래 오늘 저녁은 대게를 먹으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다혜의 변심으로 대게는 바로 취소되었다.

“그건 내일 먹으면 되죠. 오늘은 이 차 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고기 썰고 싶단 말이에요.”

“그래도 네 아빠에게 물어 봐야.......”

모친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부친이 최다혜의 말이라면 99% 다 들어 준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사실상 오늘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하는 걸로 결정 된 거나 다름 없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모친의 입에서 부친이 거론되기 무섭게 부친을 태운 검찰청 관용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

“누가 남의 집 대문 앞에 몰상식하게 이렇게 차를 대 놓은......어어.”

부친은 곧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차를 발견했고 그 차 안에 식구들이 다 타고 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운전석에 최다혜가 앉아 있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두 분 다 자식들에게 차는 자신들이 직접 돈을 벌어서 사서 타라는 주의였는데 학생인 최다혜가 버젓이 차를 타고 있는 걸 보고 마땅찮은 표정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부친이 새 차 뒷좌석에 최민혁 옆에 타면서 그 차가 상품이란 얘기를 최민혁에게 듣고 나서는 굳었던 표정도 바로 풀렸다.

“아빠. 우리 시승식도 할 겸 레스토랑에 가요.”

“어. 그래.”

대게 먹고 싶다던 부친은 최다혜의 말에 바로 생각을 바꾸셨다. 뭐 어차피 예상했던 반응인지라 모친과 최민혁은 그러려니 했다.

“그럼 바로 출바알~”

최다혜가 자신 있게 말하며 차를 출발 시켰다.

“얼래?”

하지만 최다혜가 오토매틱인 차의 시동을 꺼트리자 가족들이 전부 안전벨트를 고쳐 메고 자동차 실내 손잡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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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하셨습니다. 다들 내리세요.”

최다혜가 신이 나서 말했다. 하지만 그녀 옆과 뒤에 타고 있던 가족들은 다들 질린 얼굴로 차문을 열었다.

최다혜를 뺀 나머지 가족들은 한 시간 동안 공포 체험을 해야 했다. 특히 부친은 차에서 내릴 때 다리가 후들거린 거려 제대로 서질 못했는데 뒤따라 내린 최민혁이 겨우 부축했다. 그때 모친이 최다혜에게 말했다.

“오늘 와인도 한 잔 해야지? 시승식 기념으로 말이야.”

“그럴까?”

“그래. 오늘 같은 날 마셔야지. 안 그래?”

모친의 물음에 부친과 최민혁이 동의하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집에 갈 때 또 다시 공포 체험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차는?”

“대리 운전해서 가면 되지.”

“아아. 그러면 되겠구나.”

신이 난 최다혜가 앞장을 서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그 가족들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 시키며 겨우겨우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래도 뭘 좀 먹고 와인까지 마시고 나자 놀란 가족들도 진정이 되었고 그 뒤 나름 즐거운 가족 외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빵. 우리 노래방 가요.”

“노래방?”

와인을 마신 최다혜가 술기운이 오르자 부친에게 애교를 떨었고 부친이 고개를 모친 쪽으로 돌리자 모친이 말했다.

“오랜 만인데 가서 노래 좀 부르죠 뭐.”

“그럼 그럴까?”

그러면서 모친과 부친의 시선이 최민혁을 향했다. 이럴 때면 최민혁은 질겁하며 항상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최민혁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최다혜가 먼저 최민혁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오빠는 무조건 가야 돼. 엄마, 아빠. 놀라지 마세요.”

최다혜의 그 말에 부친과 모친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멀뚱히 최다혜와 최민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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