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2 재벌에이스 =========================
-여, 여보세요?
잔뜩 긴장한 여자 목소리에 최민혁의 핸드폰 너머로 들어왔다. 그 소리를 듣고 최민혁이 바로 말했다.
“한소영씨. 박규철 회장님 비위 맞추기 힘들죠?”
-..............
최민혁의 그 말을 들은 한소영은 그대로 굳었는지 얼었는지 침묵했고 그런 그녀에게 최민혁이 충분히 알아듣게 얘기를 했다.
“그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거 없겠죠? 그러니 좀 작작 하나 괴롭혀요.”
하지만 한소영도 어지간히 강하나가 싫었던 모양이었다. 이쯤 얘기하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듣고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강하나 건드리지 않겠다며 몸을 뺄 만도 한 데 말이다.
-당, 당신 누군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밝히면 유 실장이 당신을 그냥 둘 거 같아?
당연히 오성그룹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유태국은 최민혁의 입을 막으려 들 터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유태국의 귀에 들어 갈 일은 없었다. 애초 최민혁은 이 사실을 세상에 밝힐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같이 죽어 보자고. 넌 늙은 대기업 회장에게 다리나 벌리는 갈보 년이 되는 거고 난 오성에서 보낸 사람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누가 더 잃을 게 많은지는 네가 판단해.”
원래 한소영 같은 집요한 여자에겐 처음부터 확실하게 대응을 해야 했다. 바로 지금의 최민혁 처럼 말이다.
-이이......
한소영은 화는 나지만 그 화를 억눌렀다. 그걸 최민혁은 핸드폰으로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로도 파악이 되었다.
“대답을 해야지? 확 퍼트려 봐?”
최민혁의 겁박에 한소영은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렸다.
-알, 알았어요.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예요.
“그 말 믿지. 그리고 괜히 일 키우지 마. 너 정도로는 날 어쩔 수 없을 테니까. 하나나 바꿔.”
한소영에게 볼일을 끝난 최민혁은 그녀와 더 이상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네. 오빠.
한소영에게서 핸드폰을 돌려받은 강하나가 그의 전화를 받자 최민혁이 말했다.
“한소영에게 잘 얘기해 놨으니까 앞으로 널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가능하면 그녀와 부딪치지 마.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
-네. 오빠.
“그럼 촬영 잘하고.”
최민혁은 그렇게 강하나와 통화를 끝냈다. 그런 최민혁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최다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오빠. 늙은 대기업 회장에게 다리나 벌리는 갈보 년은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 사실은 최다혜가 알 필요가, 아니 알아선 안 됐다. 그래서 최민혁이 딱 끊어서 말했다.
“비밀이야. 그러니 너도 알려고 들지 마.”
그 말 후 최민혁은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런 그를 멀뚱히 쳐다보던 최다혜는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자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 하나야.”
그리곤 폭풍 수다를 떨면서 쪼르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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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영은 강하나의 입에서 유태국이란 이름이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소속사에도 대표님 밖에 없었으니까.
한소영은 강하나에게 그 말을 듣자마자 경악하며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는지 물으려다 말았다. 여기에는 보는 눈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를 둘러보니 촬영장의 모든 시선이 이쪽에 집중 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강하나는 핸드폰을 까닥거렸다. 빨리 받으라고 말이다.
한소영은 어쩔 수 없이 그 핸드폰을 받아서 전화를 받았다. 대신 주위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한 손으로 핸드폰과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 상대가 대뜸 박규철 회장을 거론했다.
한소영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주위 보는 눈이 있어 그걸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대의 말에 한소영은 격분했다. 그러나 역시 보는 눈이 있는 터라 화를 억누르고 상대의 말을 받아쳤다. 그랬더니 상대가 더 강하게 나왔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유는 상대해 봐야 덕 될 것이 없었다. 일단 피하고 보자싶어서 한소영은 한 걸음 물러났다.
“자.”
한소영은 강하나를 바꾸라는 상대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강하나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곤 뒤돌아서서 곧장 자신의 분장실로 향했다. 분장실로 가는 동안 한소영은 벌레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고 주위에서 다들 그녀를 비웃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생각일 뿐이었다.
“헉헉.....물. 빨리.”
분장실에 들어서자 한소영은 숨이 가빠지고 어지러움에 비틀거렸다. 그녀의 고질적인 공황장애 증상이 또 나타난 것이다. 한소영은 늘 소지해 다니던 약을 꺼내서 매니저가 건넨 물을 받아먹었다.
“하아....”
그리고 잠시 뒤 안정을 되찾은 그녀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 전화를 걸려던 그녀는 이내 핸드폰을 내렸다.
좀 전 자신을 협박했던 자가 한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 자는 일을 키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로는 자신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했고.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지만 일단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그래. 그 새끼가 누군 지부터 알아보자. 그러고 나서 대처를 해도 늦지 않아.”
한소영은 자신의 핸드폰을 다시 자신의 가방에 넣고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한소영의 매니저는 줄곧 그녀의 눈치만 살피다가 그녀가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받는 걸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뭐지? 누구 전환데 그 전화를 받고 갑자기 얌전해 진 걸까?”
한소영의 매니저는 오히려 이따가 강하나의 매니저를 찾아가 봐야겠다 싶었다. 강하나가 한소영에게 바꿔 준 상대가 궁금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가 무슨 소릴 했기에 오늘 제대로 강하나를 물어뜯으려던 한소영이 잠잠해졌는지 그 이유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궁금한 건 강하나의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야. 누구 전화였는데?”
“전화? 무슨 전화?”
“아니. 좀 전에 네가 한소영에게 핸드폰 건넸잖아. 그때 통화 하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냐고.”
“그거? 비밀.”
“뭐?”
강하나는 정말 비밀이라도 되는 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매니저는 대충 그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갔다. 강하나가 오빠라면서 기쁘게 전화를 받을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으니까.
‘최민혁!’
그런데 야구 선수인 최민혁이 왜 한소영과 통화를 한 것이고 그 통화 후 한소영이 바로 꼬리를 만 것에 대해 강하나의 매니저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자자. 촬영 시작합니다.”
그때 촬영장이 본격적으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출연자들도 촬영에 임하면서 그들을 케어 해야 하는 매니저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러면서 강하나의 매니저도 더 이상 최민혁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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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자기 방에 올라가고 외출 하려던 참이었던 최다혜는 갑자기 걸려 온 강하나의 전화를 받고 자기 방에 들어 10여분간 폭풍 수다를 떨었다.
“.........다니 정말 잘 됐다. 하여튼 우리 오빠는 아는 사람도 많아요. 너 앞으로 무슨 문제 있으면 이 언니에게 말만 해. 그럼 내가 우리 오빠 목을 졸라서 그 문제를 다 해결 해 줄 테니까. 호호호호. 그래. 바쁠 텐데 이만 끊자. 나도 학원가야 돼. 응. 이따 밤에 또 통화하자.”
그렇게 강하나와 통화를 끝낸 최다혜가 진짜 학원에 가려고 방을 나섰을 때였다. 2층에서 최민혁이 후다닥 내려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차 가지러 갈 건데 따라 올 거냐?”
“차? 무슨 차?”
“네 차. 내가 전에 사 준다고 했잖아.”
“진, 진짜? 오빠가 내 차를 사준다고?”
“사준다기 보다 받은 거지.”
최민혁의 그 말에 최다혜가 살짝 실망스런 얼굴로 말했다.
“받아? 누가 오빠한테 타던 차라도 준거야?”
“아니. 타던 차는 아니고 새 차야. 누가 준건 맞는데 그게 방송국이야.”
“방송국?”
“왜 며칠 전에 강하나와 출연했던 친구왕 인가하는 프로 있잖아. 거기서 내가 뽑기를 잘해서 자동차를 뽑았거든. 그 차를 대리점에서 찾으러 오라네. 어쩔 거야. 따라 갈래? 아님 내가 가서 찾아만 올까?”
최민혁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겼던 최다혜가 말했다.
“따라 가고 싶긴 한데 오늘 학원엔 꼭 가야 하거든. 학원 샘이 기출 문제를 나눠주기로 해서.”
“기출 문제? 너 뭐 준비하니?”
“응. 외할머니가 이제 슬슬 공무원 준비하라고 하셔서. 저번 토요일에 공무원 학원 끊었거든.”
연예기획사와 노예 계약 후 식겁한 탓인지 최다혜는 연예인이 되겠단 생각을 버린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최다혜가 뭘 하든, 뭐가 되려든 그 결정은 그녀 스스로 내리는 거라 여겼기에 그녀의 그런 결정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차는 내가 찾아 올 테니까 넌 어서 학원 가.”
“고마워. 이따 시승식 할 때 오빠를 내 옆에 탈 수 있는 영광을 주도록 할게.”
“안 그래도 되는데.”
시승식 운운하는 걸 보니 최다혜도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태 운전을 하지 않았던 그녀가 제대로 운전을 할 리 없었다.
“간다.”
그렇게 최다혜가 먼저 나갔는데 최민혁은 계속 집에 있었다. 최민혁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 거실에서 서성거렸는데 곧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최민혁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오셨다고요? 집 앞이요? 잠시만요.”
최민혁은 곧장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집 대문 앞에 오성전자 제품을 실은 트럭이 떡 하니 서 있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상품이 오성 껀 줄 몰랐네. 지겨운 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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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와 통화 후 자기 방에 올라 간 최민혁이 막 옷을 갈아입으려 할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방송국 전화였다.
“네. 여보세요.”
최민혁은 바로 전화를 받았고 방송 관계자가 그가 친구왕에서 획득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수령해 가란 말을 했다.
그 뒤에 그가 상품으로 받게 될 가전제품을 실은 차가 그의 집으로 오고 있단 연락과 또 자동차 대리점에서 그 차를 수령하러 오란 전화를 동시에 받았다.
“에이. 귀찮게.”
하지만 공짜로 가전제품과 차를 준다는 데 그걸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최민혁은 옷 갈아입는 걸 포기하고 곧장 자기 방을 나섰다.
그렇게 밑에 내려가니 여동생인 최다혜가 막 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최민혁은 같이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 갈 건지 물었다.
그 차의 주인은 여동생인 최다혜였으니까. 하지만 여동생은 공무원 학원에 가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혼자 자동차 대리점에 가야 했던 최민혁은 여동생을 먼저 보내고 집에서 좀 더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친구왕에서 상품으로 받은 에어컨이 도착했고 최민혁은 그 에어컨을 2층 거실에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