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8 재벌에이스 =========================
“야! 빨리 일어나!”
표경수 밑에 비밀 조직인 처리조의 조장 이명수는 술에 취해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조원들을 깨웠다.
명령에 죽고 살게 조직 된 녀석들이었다. 이명수의 말에 그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다음 뭘 해야 할지 멀뚱거리고 있는 조원들에게 이명수가 다시 외쳤다.
“빨리 씻고 나와.”
그 명령이 떨어지자 조원들이 우르르 욕실로 달려갔다. 단체로 움직이던 버릇이 그대로 조원들의 몸에 베여 있다보니 욕실로 가는 것도 일사불란했다. 조원들이 씻고 정신을 차릴 동안 이명수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나다. 잘 지내지? 사람 하나 찾으려는 데. 이름은 최민혁. 서울 살고. 나이는 몰라. 하여튼 젊어. 그리고 어제 포항에 내려 간 적 있어. 뭐? 장난은 무슨. 하여튼 그 단서로 찾아서 명단 추려 나한테 보내. 돈? 하아. 이 새끼. 장사 한 두 번 하나? 찾으면 형님께 말씀 드려서 확실하게 수고비 챙겨 줄게. 너 우리 형님 통 크신 거 알지? 그래. 그러니 빨리 명단이나 보내라고.”
그렇게 이명수는 자신이 잘 아는 흥신소와 통화를 끝냈다. 사람 찾는 데는 역시 흥신소 만한데도 없었다. 특히 이명수가 아는 이 흥신소는 아예 관공서를 해킹해서 자료를 빼냈기에 사람 찾는 게 제일 빨랐다.
“야. 빨리 먹어.”
그렇게 이명수가 조원들을 씻기고 근처 해장국 집에서 빠른 저녁 겸 해장을 시키고 나자 흥신소에게 긴 메시지가 날아왔다. 확인하니 142명의 최민혁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길게 나열 되어 있었다.
이명수는 그 메시지를 조원중 그래도 먹물을 제일 먹은 녀석에게 시켜서 종이에 필사하게 하고 그걸 복사해서 조원들에게 돌리며 말했다.
“거기 최민혁이 한 테 전화해서 어제 포항 간 적 있는 지 물어 봐. 간 적 있다면 내게 말해 주고.”
20여명의 조원들이 나눠서 전화를 해 대자 확인은 금방 됐다. 그런데 그 중에서 어제 포항에 갔다는 최민혁은 나오지 않았다.
“네? 아아. 친굽니다. 친구. 아예. 근데 민혁이 어디 갔습니까? 나갔다고요? 어디 갔는지는 모르시고요? 네? 아닙니다. 그럼 또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 중 7명은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외출 중이라서 확인을 못했다.
“좀 있다가 다시 전화 해 봐.”
그렇게 저녁이 되고 나서 그 7명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그 중 이태원에 사는 최민혁의 집에서 포항이란 단어를 들을 수 있었다.
최민혁의 여동생이 그 집에 전화를 건 조원에게 우리 오빠가 포항 간 걸 어떻게 아냐고 되물어 왔던 것이다. 그 조원은 능청스럽게 전화를 잘못 건거 같다며 전화를 끊고 그 사실을 이명수에게 알렸다.
“찾았다.”
이명수는 곧바로 표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찾았습니다. 놈의 핸드폰 번호는 바뀌었는지 모르겠고 그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녀석이 어제 포항에 갔다더군요. 네. 네.”
이명수는 표경수가 내리는 지시를 집중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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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경수는 여인숙에서 저녁으로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그러면서 여인숙 밖에는 오늘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킁킁. 이 냄새는......”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서 표경수가 갑자기 코를 벌름거렸다. 그리고 그의 두 수하에게 다가가서 그들 몸에 냄새를 맡더니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너희들 사우나 다녀왔냐?”
사우나나 목욕탕에서 비치 된 싸구려 화장품 냄새를 표경수가 귀신 같이 알아 낸 것이다.
“그, 그게 요 근처 목욕탕에 좀....”
“금방 씻고 왔습니다.”
“이런 병신 새끼들..... 빨리 나가자.”
“네?”
두 수하들과 달리 표경수의 얼굴은 다급해 보였다. 그래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수하들은 표경수를 따라서 여인숙을 나섰다. 그때 표경수가 여인숙 입구 앞에서 곧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깥 정황을 살폈다. 그러다 뭘 본 듯 그가 말했다.
“씨발. 걸렸다.”
표경수는 여인숙 밖에서 이곳을 감시하는 자들을 용케도 찾아냈다. 하지만 표경수의 얼굴빛은 오히려 좀 전 보다 더 차분해졌다. 그런 이런 위기에 강했다. 그랬기에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표경수의 머리가 냉철하게 돌아갔다.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지를 두고 그의 머리가 재빨리 대책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리고 대책을 정한 듯 그가 곧장 뒤쪽 두 수하들을 보고 말했다.
“내가 하나 둘 셋을 셀 거야. 셋에 동시에 여기서 튀어 나간다. 넌 왼쪽, 넌 정면. 난 오른쪽으로 뛰는 거다. 최대한 잡히지 않게 달아나라.”
표경수의 그 말에 그의 수하 둘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그들도 눈치를 챈 것이다. 아마 여기서 헤어지면 표경수와 그들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란 걸 말이다.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형님.”
“꼭 다시 만나 형님을 모시겠습니다.”
표경수는 그 말을 하는 자신의 수하들을 잠시 복잡한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숫자를 새기 시작했다.
“......셋!”
포경수의 입에서 셋이 나오자 여인숙 출구가 열리고 세 남자가 동시에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세 방향으로 나뉘어서 달아났다.
“저, 저.....”
“잡아라.”
그리고 여인숙 주위에 숨어 있던 조폭들이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조폭들은 갑자기 여인숙에서 뛰쳐나온 셋이 세 방향으로 도망치자 허둥지둥 거렸다. 그때 그들을 이끌고 있던 자가 외쳤다.
“흩어져서 쫓아. 한 놈이라도 놓치면 우린 다 죽는다.”
그 외침에 여인숙 근처 매복 중이던 조폭들이 일제히 다 나와서 여인숙에서 도망친 셋을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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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여인숙에서 뛰쳐나온 세 남자 중 한 명이 숨을 헐떡거리며 계속 뛰었다. 쉬지 않고 뛴 지 벌써 10여분.
“저기다.”
“젠장.....”
여인숙에서 제법 떨어진 곳까지 도망을 쳐 온 그 남자는 쉴 틈도 없이 계속 뛰어야 했다.
끼이익!
퍽!
그때 갑자기 나타난 차가 그 남자를 쳤다. 차에 부딪친 그 남자는 길바닥을 나뒹굴었고 그 차에서 덩치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쓰러진 그 남자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표경수가 아니야. 이 새낀 끌고 가.”
곧 차에 치여 쓰러진 그 남자가 차에 실리고 그 차가 떠나자 여태 그 남자를 쫓아 온 조폭들이 허탈한 얼굴로 그 차를 쳐다만 보았다.
“가자.”
그러다 그 조폭들 중 하나가 외치자 그들은 가쁜 숨을 골라가며 몸을 돌려서 쫓아 온 길을 되돌아서 움직였다.
그때 채형원은 범현일파 보스인 조현일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씨발. 5분만 더 빨리 오지.’
그 5분 때문에 채형원이 세운 공이 무산 되게 생겼다. 하필 조현일이 휘하 조직원들을 이끌고 여기 다 와 갈 시점에 표경수가 도망을 친 것이다. 그때 조현일의 옆, 그러니까 채형원이 서 있는 반대편에 서 있던 범현일파의 중간 보스 배도식이 전화를 받고 나서 조현일에게 보고를 했다.
“두 놈은 잡았는데 둘 다 표경수가 아니랍니다.”
“그럼 한 놈 남았군. 그 놈이 표경수고.”
“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도 표경수를 잡았단 소식은 전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철역에서 놈을 놓쳤단 비보만 전해져 왔다.
“병신 새끼!”
철수를 명한 조현일이 채형원을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불과 한 시간여 전까지 수고했단 말을 듣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채형원의 얼굴에 조현일이 침을 뱉은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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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으아아악!”
두 수하들에게는 잡히지 말고 달아만 나란 지시를 내린 표경수는 그들과 다르게 쫓아오는 조폭들과 싸웠다. 먼저 달아나다 숨어서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표경수를 뒤쫓던 조폭들은 감당해 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포위망이 헐거워졌고 표경수는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지하철역으로 뛰어 들어가는 데 성공한 표명수는 마침내 조폭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지하철을 타는 데 성공했다.
“헉헉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대한 지하철 안쪽으로 들어간 표경수는 혹시 몰라 지하철 안을 살폈다. 하지만 그를 쫓아 지하철에 같이 탄 조폭은 확실하게 없어 보였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던 표경수는 어서 서둘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처리조의 이명수였다.
“뭐? 찾았다고? 잘했다. 그 놈 주소 나한테 문자로 보내고 지금 당장 애들 그쪽에 보내서.....뭐? 안 돼? 으음.......하긴 거기면 이태원 최고 부촌이랬지. 조금만 수상쩍은 기미만 보여도 경찰이 뜰 테고. 알았어. 그럼 경찰이 의심하지 않을 만큼 애들 보내서 감시하게 하고 내일 낮에 놈이 나오면 그때 뒤쫓아서 잡도록 하자. 그래. 내일 다시 연락하자.”
그렇게 이명수와 통화를 끝낸 표경수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역 밖으로 나가서 노상에서 파는 모자 하나를 사서 머리에 쓴 뒤 사람들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표경수는 최대한 자신의 흔적을 노출 시키지 않으면서 오히려 홍대 번화가의 모텔로 들어갔다. 그리고 씻고 쉬면서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했다.
“우선 내일 최민혁이란 그 놈을 잡아 족쳐서 나병석이 어디 있는지 알아 낸 다음에 나병석이 그 새끼 잡아서 왜 그랬는지부터 물어봐야겠지. 그 다음은...........”
그들을 다 죽여 묻어 버리고 한국을 뜰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3년 중국에서 살다가 신분세탁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면 될 터였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표경수는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서 침대에 쓰러져 누웠는데 그대로 깊게 잠이 들어 버렸다.
“으음.....”
그렇게 잠든 표경수는 세상모르게 잤고 깨어보니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이런.....”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 30분이었다. 다행이라면 이명수에게 아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단 점이었다. 아무래도 아직 이명수와 그 수하들이 최민혁을 계속 감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최민혁이 집을 나왔다면 그들이 벌써 최민혁을 잡아서 그에게 연락을 해 왔을 테니 말이다. 표경수는 눈곱을 떼면서 세수라도 해야 겠다 싶어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는 습관적으로 창가로 가서 쳐져 있는 커튼 사이로 모텔 밖을 확인했다.
“헉!”
그리고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것이 모텔 주변으로 경찰차들이 보였고 수십 명의 경찰들이 모텔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무래도 제대로 덫에 걸려들었음을 자각한 표경수는 자신이 방심했음을 인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경찰을 내가 너무 우습게 봤나 보군.”
아마도 어제 그가 도망친 경로를 범현일파에서 경찰 측에 정보를 준 모양이었다. 경찰은 그 경로를 CCTV로 추적해 나갔을 테고. 지하철역에서 빠져 나온 그가 나름 모자도 쓰고 사람많은 인파속을 헤매기도 했지만 결국 CCTV의 감시의 눈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경찰에게 표경수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는데 표경수는 늦잠까지 자버렸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꼼짝 없이 모텔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이다.
“어쩐다.”
표경수는 독 안에 든 쥐 신세지만 전혀 위축 되지 않았다. 오히려 빠져 나갈 궁리를 하며 기회를 엿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