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5 재벌에이스 =========================
하지만 지금은 민동재의 아들이 오성 측의 심기를 제대로 긁을 일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그 일도 조용히 덮을 테지만.
민동재는 전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바꿔보기 위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생각을 굳혔다. 하지만 정치판이란 곳이 그리 녹록찮았다.
그때 그의 아들인 민재국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섰고 민동재는 자신의 아들을 국회에 입성 시킬 계획을 짰다. 그리고 그 기회가 지금 찾아왔다.
바로 작년에 있은 지방선거에서 서울 성동구 갑의 국회의원으로 당선 된 남필상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을 게 확실했던 것이다. 현행 규정상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며 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될 터였다. 그 보궐 선거에 민동재는 자신의 아들인 성동 경찰서장 민재국을 여권 후보로 내 보낼 생각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여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데 그때 필요한 게 바로 정관계에 문어발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성그룹이었다.
현재 민재국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7년 전의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민재국은 국민적 관심과 함께 오성의 심기도 건드릴 터였다.
아무리 민동재라도 이렇게 대 놓고 오성을 건드릴 순 없었다. 하지만 최민혁이 있기에 오성도 대 놓고 민재국을 어쩌지 못할 터. 그때 민동재가 중재에 나서면서 그 일도 정리하고 민재국도 여당의 공천을 받아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런 복잡한 이면의 일을 최민혁이 알 필요는 없었다. 녀석은 오성그룹의 사위가 되어 주기만 하면 됐다.
민동재는 최민혁이 자신의 서재를 나가는 걸 확인하고 덮어 두었던 책들 다시 챙겨 들었다. 그렇게 민동재가 다시 책에 빠져 들 때 그의 서재를 나선 최민혁은 외숙모를 찾아가서 만났다.
“외숙모!”
“어. 민혁아. 이리로.”
외숙모는 부엌에서 저녁 준비 중이셨다. 그러다 민혁이 그녀를 보러 부엌에 나타나자 그를 데리고 별채로 데려갔다. 그녀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낮춰 최민혁에게 말했다.
“민혁아. 너 오성그룹 회장 딸과 결혼한다며? 그 말 사실이니?”
“뭐 결혼까진 아직 결정한 건 아니고 만나는 사이긴 해요.”
“그럼 그 처자한테 네 외삼촌 민국당 공천 좀 받게 해 주면 안 되겠니?”
“네에?”
최민혁은 외숙모의 이런 직접적인 청탁에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진 외숙모의 사정 설명을 들으며 최민혁은 외조부와 외삼촌이 이번에 있을지 모를 보궐 선거에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걸 확인 할 방법은 자신이 외조부나 외삼촌을 상대로 능력빙의를 해 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죠 뭐.”
“뭐?”
“지금 바로 그녀에게 전화 할게요.”
최민혁은 오늘 그녀에게 받은 전화번호로 박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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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을 만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박민주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이동 중 부친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친은 그녀를 집으로 오라고 했다. 자신이 후계구도에서 멀어지면서 집에서도 나와야 했던 박민주였다.
명절 때 잠깐 들르긴 했지만 그때도 부모님을 뵙고 바로 나왔던 그 집에 박민주가 다시 나타나자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 되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사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리고 집에 들어 서기 무섭게 모친의 비서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반 강제적으로 모친인 최선화의 방으로 가게 된 그녀는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모친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잘 지내셨어요. 엄마?”
“.........”
하지만 모친은 대답 대신 그녀를 쏘아보았다. 모친이 왜 화가 나 있는지 박민주도 알았다.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넌 내 동생이 그 멀리 쫓겨 갔는데 걱정도 되지 않나 보구나?”
“다 큰 녀석이 뭐가 걱정이 되요. 게다가 며칠 뒤에 돌아 올 텐데.”
“뭐? 그게 무슨 소리니? 그럼 영준이가 좌천 된 게 아니란 말이니?”
“좌천은 무슨. 괜한 걱정 마세요. 영준이가 사고를 친 건 맞지만 제가 다 해결 했어요.”
“그, 그래? 호호호호. 잘했다. 저녁은 먹었니?”
갑자기 다정한 엄마의 얼굴로 바뀌는 카멜레온 갖은 모친을 보고 박민주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박규철 회장은 5시 30분쯤에 집에 왔고 이미 식사 준비가 끝난 터라 박민주는 박규철 회장과 같이 식탁에 앉았다. 그 자리에 모친은 배제 되었다. 그녀를 식탁으로 불렀다간 아들 구해 달란 타령과 함께 식탁이 울음바다가 될 것을 박규철 회장이 우려해서였다. 식사가 시작 되자 박규철 회장이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 결혼 할 거냐?”
“그 사람 곧 전지훈련 가요. 갔다 오면 시즌 시작 되고요. 그래서 시즌 끝나고 결혼 할까 생각 중이에요.”
박규철 회장은 결과만 봤다. 그걸 알기에 박민주는 그에 맞는 대답을 했다. 결혼은 한다. 하지만 그게 올해 말일 뿐이다.
박규철 회장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에게 중요한 건 박민주의 결혼이었다. 그녀가 한다고 했으니 무조건 할 터였다. 아니면 무조건 시키면 될 일이고.
“사위 한 번 데려 와.”
“네.”
그렇게 최민혁은 박규철 회장의 사위가 되었다. 박규철 회장이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 뒤 조용한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그때 박민주의 핸드폰이 그 정적을 깼다. 박민주는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고 식탁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런 그녀를 박규철 회장이 제지했다.
“됐다. 거기서 받아라.”
“네. 여보세요. 네. 네. 식사 중이요. 네. 아아. 외삼촌께서요? 네. 그런 일은 제 소관이 아니라서. 네.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 달라고요?”
통화 중 박민주는 곤란한 얼굴로 부친인 박규철 회장의 눈치를 자꾸 살폈다.
“알겠어요. 마침 옆에 계시니 제가 잘 말씀드려 볼게요. 네. 민혁씨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렇게 박민주가 통화를 끝내자 박규철 회장이 바로 말했다.
“그 녀석이냐?”
“네.”
“나한테 뭘 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한 모양이지?”
“네.”
대답하는 박민주가 곤욕스런 표정을 짓자 박규철 회장이 식사를 계속 하며 말했다.
“뭔데?”
“그게..........”
박민주는 최민혁이 대 놓고 자신에게 부탁한 걸 박규철 회장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 통화 중 최민혁이 박민주에게 요구한 게 바로 이것이었으니까. 최민혁은 박규철 회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때문에 돌려 말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바로 직설적으로 박민주를 통해서 박규철 회장에게 얘기 하게 한 것이다.
박규철 회장은 자신의 사람에게 한 번쯤 통 크게 배려를 했다. 지금 최민혁이 그 케이스에 해당 되었고 최민혁은 자신의 부탁을 박규철 회장이 무조건 들어 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맞았다.
“크하하하하. 그 놈 참 맹랑하구나. 아니 좀 모자라는 녀석인가? 하여튼 재미있는 녀석이야. 빠른 시일 내 한 번 만나도록 하자꾸나.”
그 말 후 박규철 회장은 박민주가 보는 앞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허허허허. 저야 잘 지내죠. 대표팀도 별탈 없으시죠? 네? 저런. 그런 일이..... 걱정 마십시오. 잘 세탁해서 몇 박스 더 보내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성산구 갑에 보궐 선거가 유력하다던데? 네. 아아. 아쉽군요. 의석 하나가 잃게 생겼으니. 근데 거기 누가 공천을 받습니까? 네? 허허허허. 맞습니다. 거기에 저와 곧 사돈이 될 분이 출사표를 던질 거 같아서요. 네. 아이고. 그래 주시면 저야 좋죠. 인물이야 확실하죠. 지금 성동 경찰서장이니까요. 네. 평탄이야 당연히 좋죠. 대표팀께서 직접 알아보십시오. 허허허허. 네. 그럼 전 대표팀만 믿겠습니다.”
박규철 회장이 통화하는 걸 보아하니 공천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여당 당대표와 통화를 끝낸 박규철 회장이 박민주를 보며 말했다.
“이제 됐지?”
“네.”
두 사람은 마저 식사를 끝내고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두 사람 모두 볼 일을 다 봤으니 두 사람이 더 이상 같이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집을 나서며 박민주는 잠시 그 집을 둘러보았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대궐 같은 집이었다. 하지만 이 집에는 사람의 온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 집을 나가서 살 게 된 뒤 박민주는 오히려 정신적으로 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회장이 되면....... 여긴 팔아 버려야지.”
그 말을 남긴 체 박민주는 자신의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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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외숙모 현미정은 설마하니 최민혁이 자신의 말을 듣고 대뜸 그 처자에게 전화를 걸 줄 몰랐다.
“민, 민혁아.”
그녀가 말릴 틈도 없이 최민혁은 오성그룹 회장 딸에게 대 놓고 외삼촌의 공천을 청탁했다.
그것도 그녀에게 오성그룹 회장에게 자기가 말한 그대로 얘기해 달란 말까지 덧붙여서. 어느 누가 그렇게 대놓고 청탁을 하는 걸 좋아하겠는가? 현미정은 곧장 자신이 경솔했다고 자책을 했다. 자기 딴엔 남편 외조 한 번 하려다 되레 사고를 친 거 같았다.
“됐죠?”
“...........”
그렇게 통화를 끝낸 최민혁이 천진무구한 얼굴로 웃으며 말할 때 현미정은 할 말이 없었다. 그때 최민혁이 말했다.
“부엌에서 좋은 냄새가 나던데. 저 여기서 저녁 먹고 가도 되죠?”
“어어. 그래. 안 그래도 조기찌개가 칼칼하게 잘 끊여 졌거든. 저녁 먹고 가.”
현미정은 그래도 자기 때문에 여자 친구에게 어렵게 전화까지 걸어서 청탁의 말을 해 준 최민혁이 고마워서 그를 위해 따로 밥상을 차려 주었다.
시부모님들은 따로 각자 방에서 식사를 했기에 그 준비를 하면서 그 보다 먼저 최민혁에게 저녁을 먹인 것이다.
“와아! 이 조기찌개 진짜 맛있네요.”
최민혁은 윙크에다 엄지를 척 세워 보이며 현미정의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게 만들었다. 그 사이 현미정은 시부모님들에게 들여갈 상을 다 차렸고 그 상을 두 분께 내어 드리고 나서 부엌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네. 네. 와아. 잘 됐다. 외삼촌이 아시면 좋아하시겠네요. 고마워요. 네. 네. 그럼 또 연락해요. 네.”
현미정은 분명히 자신의 두 귀로 들었다. 최민혁이 외삼촌을 언급한 걸 말이다.
“민혁아. 무슨 전화니?”
“아아. 그 사람에게 걸려 온 전환데 박 회장님이 직접 여당 당대표에게 전화를 했데요. 그리고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모양이에요.”
“뭐, 뭐라고?”
화들짝 놀란 현미정은 잠시 허둥지둥 거리더니 곧장 외조부 서재로 달려갔다. 최민혁은 그걸 보고 싱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조기찌개 값은 한 거 같군.”
그 말 후 최민혁은 조용히 외가를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