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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44화 (144/248)

00144 재벌에이스 =========================

그것이 뭔지 궁금해서 민재국은 오성의 법무 2팀장을 서장실로 데려 갔다.

“저희 직원 풀어 주시고 이 일은 검찰에 넘기세요.”

오성의 법무 2팀장은 민재국과 마주 앉자마자 바로 그 얘기를 했다. 물론 민재국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오성의 법무 2팀장의 서류 가방에서 나온 비리 목록을 본 민재국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 이건..........”

그의 처가의 온갖 비리가 목록에 낱낱이 기록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그의 처가는 풍비박산 날 것이고 그 후폭풍으로 자신도 경찰 옷을 벗어야 했다. 그 정도로 처가가 저지른 비리는 심각했다.

“저희 직원은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오성의 법무 2팀장은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 서장실을 나섰고 민재국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새벽에 성동서에 분 한 바탕 바람은 금방 사그라져 잠잠해졌다. 이 일에 동원 되었던 형사들은 다들 퇴근했고 자료들은 이미 검찰에서 나온 사람들이 다 챙겨 가고 없었다.

“하아!”

민재국은 텅 빈 형사과 사무실을 둘러 보다 허탈한 마음에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부친이었다.

“네. 아버지. 네. 역시 오성이네요. 네. 배운 게 많았습니다. 네. 오성에서요? 민혁이 그 녀석이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요. 물론이죠. 어차피 이 생활 계속 할 생각도 없었는데 잘 됐군요. 네. 든든한 동아줄이 생겼는데 그쪽으로 옮겨 가야죠. 네.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부친과 통화를 끝낸 민재국의 얼굴에 언제 그랬냐는 듯 근심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그나저나 민혁이 이 녀석 생각보다 영악해. 확실히 누나를 닮았어. 하지만.......”

최민혁은 운동선수일 뿐이었다. 민재국은 조카가 운동이 아닌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고시를 패스하고 사무관급으로 임용이 되었을 테고 그럼 외가에 더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민혁은 야구 선수일 뿐이었다. 물론 야구에서도 최고 에이스라 불리고 있었지만.

“뭘 해도 될 녀석인데 말이야.”

민재국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장실에 오성 법무 2팀장이 두고 간 자신의 처가 비리 관련 서류들을 챙겼다.

적어도 늦었다고 마누라에게 잔소리 듣는 일은 없을 터였다. 아니 앞으로 마누라 잔소리 들을 일 자체가 없을 터였다. 마누라도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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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가다가 갑자기 차를 돌린 표경수는 서울 시내로 들어갔다. 표경수도 요즘 CCTV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자신의 차량이 경찰의 감시 카메라의 추적을 받고 있을 걸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일부러 CCTV가 없는 쪽으로 차를 몰고 가게 해서 그곳에서 차를 버리고 움직였다. 택시를 타고 움직이기도 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완벽하게 경찰 감시의 눈을 피한 표경수는 서울의 한 변두리 여인숙에서 밤을 보냈다.

그의 곁에는 달랑 수하 2명밖에 없었지만 이럴 때는 옆에 사람은 적을수록 좋았다. 많이 데리고 다녀 봐야 거추장스럽고 또 눈에 잘 띠니 자칫 경찰에 신고가 들어 갈수도 있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표경수에겐 아직 그가 관리하는 영업장이 있었고 수하들이 있었다.

“뭐?”

하지만 그곳도 무사하진 못했다. 영업장을 관리하던 수하에게 연락이 왔는데 범현일파에서 국철파 영역을 접수하기 시작했단 것이다.

“유태국이.....”

그렇다는 건 유태국이 국철파를 버리고 대신 범현일파의 뒤를 봐주기로 했단 소리였다. 자신의 모든 걸 다 뺏기게 생겼으니 표경수의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그는 중국으로 떠나려 했었지 않았던가? 그때 이미 표경수는 한국의 모든 걸 버릴 생각을 했었다. 때문에 자신의 영업장을 뺏기는 것에 그리 큰 미련은 없었다. 단지 기분만 상했을 뿐. 대신 그가 중국으로 가려던 마음을 접고 여기 남은 이유를 생각했다.

“나병석이..... 이 새끼를 어떻게 찾는다?”

표경수는 라디오 뉴스 속보를 통해서 칠성제약 연구원을 생매장한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 유포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일 역시 자신과 나병석이 개입 되었는데 그 일에는 그 둘 말고도 국철파 조직원이 몇 명 더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 했을 가능성이 높은 건 나병석이었다.

표경수는 앞서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전임 비서실장의 죽기 직전 찍은 사진을 보낸 것도 나병석이라 생각했다. 녀석이 왜 갑자기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녀석이 그런 사진과 동영상을 가지고 있단 자체가 자신을 배신한 거였다.

표경수는 여태 자신을 배신한 자를 살려 둔 적이 없었다. 그건 나병석도 예외가 아니고 말이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새끼는 죽인다.”

바득 이를 갈던 표경수는 포항에서 나병석과 그 밑의 살인 돼지들을 찾고 있던 그의 수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지금 서울의 상황도 모른 체 표경수의 지시에 따라서 포항시를 이잡듯 뒤지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아직? 놈들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을 거 아냐? 그래. 아니면 그 근처 CCTV를 봐. 경찰이라고 하면 되잖아.”

요즘 경찰 흉내 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조폭들도 형사 배지와 수갑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녔다.

“나병석이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아니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던지. 그 전에 거기서 나올 생각 마.”

어차피 포항에 있는 녀석들도 서울의 상황을 전해 들으면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표경수는 그 전에 그들을 최대한 부려 먹을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 날 날이 밝고 오전이 다 지날 때까지 포항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나병석과 그 덩치 큰 살인 돼지들이 진짜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표경수는 답답한 마음에 낮술을 한 잔했다. 그런데 그때 생각 난 게 바로 나병석과 살인 돼지들이 없애려 했던 그 놈이었다.

“그놈 이름이 최민혁이라고 했었지?”

표경수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최민혁이란 그 놈을 캐다보면 나병석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있을 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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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를 만나고 돌아 온 최민혁은 민예린과 같이 어제 가기로 한 포항의 맛집을 찾아갔다.

두루치기에 국물이 걸쭉한 것이 그 양념을 밥에 비벼 먹자 밥 두 공기가 금방이었다. 최민혁은 한 공기 더 밥을 먹었고 민예린은 두 공기를 먹고 두 손을 들었다.

“배가 꽉 차서 더는 못 먹겠어요.”

그래 놓고 민예린은 밥 대신 양념 잘 벤 돼지고기를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은 두 사람은 잠깐 근처 공원을 걸으며 소화를 시켰다. 그러다 아기자기한 작은 커피숍을 발견하곤 거기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자 시간이 금방 1시 30분이 되었고 둘은 커피숍을 나와서 곧장 차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다.

주말인데도 운 좋게 차가 덜 막힌 탓에 최민혁은 4시가 30분 쯤 서울에 도착했다. 당연히 외조부를 뵙기로 한 시간인 4시를 넘겼는데 최민혁은 전혀 급한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럴 것이 점심때쯤 외삼촌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외조부인 최민용은 최민혁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만 외삼촌인 민재국은 최민혁에게 사실대로 가족회의가 취소되었다는 걸 알려주고 급하게 올 거 없다는 얘기를 해 준 것이다. 그래서 최민혁은 한결 여유 있게 민예린과 점심을 먹고 산책도 하고 커피까지 마신 뒤 서울로 출발했던 것이고.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네. 언제든 제가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그럴게요. 잘 들어가요. 쪽!”

둘이 연인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식한 것인지 민예린이 내리기 전 최민혁의 볼에 뽀뽀를 했다. 최민혁은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걸 말이다. 다행이라면 민예린은 남자 발목을 잡을 여자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녀도 알게 될 터였다. 최민혁이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단 걸. 그러면 그녀 스스로가 알아서 그와의 관계를 정리 할 것이었다.

최민혁은 그렇게 민예린을 그녀의 옥탑방 집 앞에 내려 주고 곧장 외가로 향했다. 그가 외가에 도착하니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어서 와라. 할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따라 오렴.”

외가에선 최민혁에게 늘 다정다감한 외숙모가 그를 맞았다. 하지만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그녀는 최민혁을 곧장 시아버님이 있는 서재로 직접 데려갔다. 그리고 노크까지 하고는 최민혁에게 들어가라고 고갯짓을 했다. 최민혁이 막 서재 문을 열려 할 때 옆의 외숙모가 슬쩍 말했다.

“할아버지와 얘기 끝나면 나 좀 보자.”

외숙모가 그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서재 문을 열었다.

“저 왔습니다.”

민동재가 오라고 한 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늦었지만 민동재는 그걸 두고 뭐라고 하진 않았다. 그도 4시쯤 오라고 했지 꼭 그 시간에 맞춰서 최민혁이 올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즐기던 독서를 하고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민동재는 서재에 최민혁이 나타나자 그제야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앉거라.”

민동재가 자리를 권했고 최민혁이 그와 마주보고 앉자 그가 바로 말했다.

“오성에서 전화가 왔다. 박회장이 너와 그 집 딸을 엮어 주고 싶어 안달이더구나.”

“네. 뭐..... 일단 호감을 가지고 만나고 있는 사이긴 합니다.”

최민혁은 박민주와의 계약을 떠올리며 대충 대답을 했다.

“어떻게 만난 사이냐?”

하지만 외조부는 그 대답이 어째 시원찮았던 모양이었다. 꼬치꼬치 그녀와의 만남부터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물어왔다. 하지만 최민혁도 만만치 않았다. 지어 내서 말한 건 말하고 아니면 능구렁이처럼 은근슬쩍 넘어갔다. 남녀 사이의 일인 만큼 외조부도 최민혁의 대답에 더 깊게 물어 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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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재는 대충 최민혁이 박민주와 어느 정도 사이인지 최민혁의 입을 통해 확인을 했다. 최민혁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박민주에 대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걸로 미뤄 그도 박민주를 좋아하고 있단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혼사가 성사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네 할아버지가 좋아하시겠구나.”

“네?”

“아니다. 언제 한 번 그 아이를 데리고 오렴.”

“네. 그럴 게요.”

“됐다. 그만 나가 봐라.”

민동재는 궁금증이 풀린 데 만족해하며 오늘은 그냥 최민혁을 놔 주었다. 사실 운동선수에 불과한 최민혁과 정치꾼이 그가 딱히 나눌 말도 딱히 없었기고 했고.

가문에 중요한 일은 최민혁이 박민주와 결혼 하고 나서 그와 오성이 혈연의 연결 고리가 생기고 나서 논의해도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오성 측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있기에 최민혁에게 박민주를 집에 한 번 데려 오라고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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