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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43화 (143/248)

00143 재벌에이스 =========================

유태국은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해 모든 면에서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딱 하나 그가 비서실장이 되기 위해서 저지른 그 일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 그 예외를 어떤 놈이 계속 들 쑤시고 있었다.

“표경수! 그 놈 행적은 아직 못 발견 한 건가?”

“찾았습니다. 그 위치가 그러니까...... 국회대로 교차로에서 차량 대기 중 CCTV에 놈의 차가 포착 되었습니다.”

“국회대로? 혹시 경인고속도로 쪽으로 간 거 아냐?”

“네? 아아. 맞습니다.”

“이런..... 인천이다. 인천 공항과 항만으로 경찰들 보내.”

유태국에게는 대한민국 경찰은 자신이 마음껏 부릴 수 있는 하인들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유태국의 수행비서가 인천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자 유태국의 지시대로 경찰들이 움직였던 것이다.

“어? 실장님. 놈이 차를 유턴했습니다.”

“뭐?”

“놈이 다시 서울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표경수를 태운 차가 CCTV가 없는 쪽으로 들어갔고 그 뒤 더 이상 표경수의 차는 CCTV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가......”

놈에게 제대로 농락당한 유태국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유태국은 수행 비서에게 인천 쪽에 벌려 놓은 일을 정리하게 하고 자신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가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국철! 이 새끼가......”

유태국은 아무래도 사냥개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사냥개가 주인이 불러도 오지 않으면 솥에 삶고 다른 사냥개를 구하면 그 만이었다. 그의 사냥개가 되겠다는 조폭 두목들은 어차피 서울에 널려 있으니까.

유태국은 자신의 정보력을 통해 요즘 서울에서 그 영향력이 가장 큰 조폭 조직을 알아냈다.

“조현일? 범현일파? 하여튼 조폭 새끼들 이름 짓는 거 하난........”

유태국에게 범현일파의 보스인 조현일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유태국은 나국철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자 조현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요즘 한창 잘나가는 조폭 두목답게 전화도 터프하게 받았다.

“나 오성에 유태국인데.”

하지만 그가 누군지 밝히면 조폭 두목은 바로 깨깽깽이었다.

-오성에 유태국? 허억! 유, 유 실장님!

적어도 조폭 두목이라면 오성그룹의 실세 유태국 비서실장은 다 알아야 정상이었다. 왜냐하면 나국철의 신화를 모르는 조폭들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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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이라고 다 같은 조폭이 아니었다. 조폭은 어둠에 기생하는 범죄조직일 뿐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공권력에 쥐약이었다. 하지만 조폭의 뒤에 든든한 뒷배가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바로 나국철이 그런 뒷배를 등에 업고 조폭 계를 장악해 나간 운 좋은 케이스 였던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검경을 꽉 잡고 있다는 오성그룹을 말이다. 그러니 누가 감히 나국철을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그랬다가는 오히려 검경이 그들을 쳤다. 때문에 조폭들은 나국철의 조직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그게 조폭계의 불문율 화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국철의 뒷배인 오성에서도 그 실세인 유태국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건 절호의 기회다.’

요즘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그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던 범현일파의 보스 조현일이었다. 그 정도 추진력을 갖춘 자의 머리가 유태국의 의도를 못 파악할 리 없었다.

“영광입니다. 뭐든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부려 주십시오.”

조현일은 굽힐 때와 뚝심 있게 밀어 붙일 때를 아는 인물이었다. 지금은 무조건 굽혀야 했다.

-허허허허. 그 친구 눈치 한 번 빨라 좋군. 기회는 딱 한 번 뿐이다. 표경수! 그 놈은 잡아서 내 앞에 데려 와. 그럼 오성의 그늘 밑으로 들어오게 해 주지.

유태국의 말에 조현일의 눈이 번뜩였다.

“무조건 찾아내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난 유태국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때 조현일은 핸드폰을 든 체 직각으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 앞에 서 있던 그의 수하는 기겁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조현일은 이내 허리를 펴고 옆에 있던 수하에게 말했다.

“서울에 애들에게 연락해서 표경수를 찾아내라고 해.”

“표경수요?”

“국철파 표경수 몰라?”

“아아. 그 표경수요.”

유태국이 앞서 말했듯 조폭들의 조직명을 짓는 작명 센스는 진짜 꽝이었다. 나국철도 그렇고 조현일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 조직명에 보스 이름이 들어간 조직이 성공하다보니 신생 조폭조직도 그들 조직 두목의 이름을 조직명에 넣는 게 유행이 되고 있었다.

국철파의 2인자 표경수는 조직에서 밥 좀 먹은 자들이라면 다들 알았다. 때문에 그에 대한 용모파기를 굳이 조직원들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인천과 경기도 쪽 애들도 지금 다 서울로 불러올리고.”

조현일의 그 말에 그의 수하도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눈치 차렸다.

“그리고 국철파쪽을 알아 봐. 아무래도 거기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니까.”

“네. 보스.”

조현일의 말대로 국철파는 사달이 났다. 그 보스인 나국철은 누군가에 의해 폭행살해당하고 그의 오른 팔과 왼 팔은 어디 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지도부가 폭망 했으니 그 조직인들 무사하겠는가? 하지만 나국철의 뒷배가 겁이 나서 막상 그의 영역을 건드리는 조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뒷배가 새로운 사냥개를 찾았고 그 사냥개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날 밤에 국철파의 상황을 알게 된 조현일이 크게 기뻐하며 인천과 경기도에서 불러 올린 조직원들을 이끌고 국철파 영역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크게 피도 보지 않고 국철파의 영역을 다 집어 삼켰다.

다른 조직들은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들은 다들 범현일파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국철파를 치면 경찰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웬일? 경찰은 침묵했고 범현일파는 삽시간에 국철파를 장악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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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국은 경찰 쪽에 심어 둔 사람을 통해서 나철국의 참혹한 죽음을 전해 들었다. 이렇게 되면 사냥개는 삶을 필요도 없어졌다. 그냥 뒈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날 밤 새로운 사냥개에게 연락이 왔다.

“......... 알아서 해. 대신 문제 크게 일으키진 말고.”

새 사냥개에게 유태국은 큼직한 먹이를 선사했다. 전 사냥개가 쓰던 걸 그대로 물려 준 것이다. 아마 그 은혜 때문이라도 새로운 사냥개는 그를 위해서 뭐든지 다 해 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표경수를 잡는 일이었다.

조현일은 표경수의 흔적을 발견 했는지 내일까지 그를 잡아서 유태국 앞에 데려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유태국은 그 말을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 경찰이란 레이더망을 거두지 않았다.

어디든 먼저 표경수를 잡는 쪽에 유태국은 큰 포상을 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좋지 않은 소식이 들어왔다.

“뭐? 성동경찰서장이 직접 그 일의 조사에 나서?”

유태국은 즉시 성동경찰서장에 대한 정보를 열람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오성그룹에서도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 된 UTC멤버인 민동재 전 국무총리의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하필.......또.......”

민동재 전 국무총리라면 최민혁 문제로 그의 골치를 아프게 했던 두 UTC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 문제는 최민혁이 박민주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것으로 다 해결 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문제는 이 일을 가지고 박규철 회장의 도움을 받기가 좀 어렵단 점이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일이라기보다는 유태국 개인적인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가 일을 잘못처리해서 생긴 일인 만큼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봐야 그에게 좋을 게 하나 없었던 것이다.

가능한 조용하게 뒤탈 없이 처리해야 만 할 일이었는데 일이 꼬여 가고 있었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도 없었고 말이다. 성동경찰서장은 비교적 깨끗했다. 하지만 그 처가는 아니었다.

“아주 비리의 온상이로구만. 흐흐흐흐.”

성동경찰서장의 일은 내일이면 다 해결 될 거 같았다. 그 처가의 비리 몇 가지만 들고 가서 성동경찰서장과 만나면 끝날 일이니까. 이제 남은 건 표경수를 잡는 일이었다.

유태국은 새로운 사냥개와 경찰 조직의 오성 측 사람들을 독려 한 후 내일을 위해 그만 잠을 자려 했다. 그런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그의 수행 비서였다.

“뭐야?”

막 잠이 들려 한 그를 수행비서가 깨웠으니 유태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뒤이어진 수행비서의 다급한 말이 유태국의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게 만들었다.

“뭐? 경찰이? 어디 관할인데? 성동서? 하아. 알았어. 입 꾹 다물고 일단 따라 가. 걱정 하지 말고. 곧 법무팀이 거길 갈 거고 넌 거기서 나오면 돼. 그래.”

유태국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전혀 심각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안심한 듯 보이는 수행비서와 통화를 끝낸 유태국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성동경찰서장이라고 했던가? 사람 귀찮게 만드는 군.”

유태국은 곧장 법무 2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수행비서를 빼내올지 얘기를 해 준 다음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장이 성동경찰서장의 일이라니 아주 발 벗고 나섰다. 유태국에게 있어서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다. 유태국은 그 뒤 자기 침대로 가서 누웠고 아주 달게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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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경찰서장인 민재국은 밤샘 조사를 불사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중요했다. 그래야 핵심 증인을 빨리, 그리고 많이 확보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교도서에서 조폭 변재복을 증인으로 확보한 뒤 일이 술술 풀렸다. 변재복을 통해서 당시 그의 전화 기록을 조사한 결과 오성그룹의 비서실장의 비서와 통화한 기록을 찾아 낸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오성이었다. 그래서 더 명확한 정황 증거를 보완한 뒤 체포 영장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잡아 와.”

민재국은 오성 측이 눈치 채고 그 수행 비서를 빼돌리기 전에 움직였다.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형사들을 수행비서의 집으로 보낸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수행비서를 잡아 왔는데 오성은 오성이었다.

수행비서를 조사실에서 밤샘 조사하려 할 때 오성의 법무팀에서 사람이 나왔다. 법무 2팀장이란 분이 성동서에 나타나자 곧바로 검찰이 반응을 보였다.

그 사건 자체를 검찰로 넘기란 것이다. 물론 민재국이 그걸 허락 할 리 없었다. 검찰 쪽은 그의 부친이 충분히 커버 쳐 줄 수 있을 테니까.

“저와 얘기 좀 하시죠.”

그런데 오성의 법무 2팀장은 태연하게 민재국과 독대를 원했다. 뭔가 여유 넘치고 자신 있어 보이는 오성 법무 2팀장을 보니 아무래도 뭔가 준비 해 온 패가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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