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7 재벌에이스 =========================
나국철은 재빨리 핸드폰을 귀에서 뗐다. 그래도 쩌렁쩌렁한 유태국의 목소리가 나국철의 귀를 후벼 팠다.
“이 양반은 데체 뭘 먹기에 갈수록 정정해 지는 거야?”
나국철은 흥분한 유태국이 이성을 찾길 기다렸다. 그러자 이내 유태국은 평정심을 되찾았고 나국철도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 붙였다. 이제부터는 그가 하는 말을 집중해서 들어야 했기에.
“..........네에?”
그리고 기겁했다. 유태국 이전 비서실장을 처리한 건 나국철이 한 일이었다. 물론 그가 직접 손을 쓴 건 아니었다. 표경수에게 그 일을 맡겼고 그는 확실하게 그 일을 뒤처리했다. 그러니 지금껏 그 일로 인해 문제 될 일은 생기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죽은 전임 비서실장의 죽기 전 사진을 유태국이 오늘 아침에 메일로 받았다고 했다.
그런 사진이 나올 곳은 살인 현장뿐이었고 사진을 찍은 건 전임 비서실장을 죽인 녀석이 한 짓일 터였다.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네. 물론입니다. 그 사진의 출처는 제가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네.”
유태국과 통화를 끝낸 나국철은 그 사이 고개를 푹 숙인 자신의 거시기를 내려다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예전엔 이런 전화를 몇 통씩 받아도 끄덕없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던 그의 거시기였다. 유태국은 여전히 책상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오피스 걸에게 말했다.
“김양아. 수고 했다. 그만 나와라.”
그의 말에 오피스 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녀도 책상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 짓을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아....”
다리에 쥐가 났는지 절뚝거리며 사장실을 나가는 오피스 걸의 환상적인 뒤태를 보고 쩝쩝 입맛을 다시던 나국철이 갑자기 화난 얼굴로 변했다.
“표경수! 이 새끼가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기에.....”
나국철은 표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표경수는 나국철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쭈! 이제 다 컸다 이거지?”
안 그래도 요즘 표경수와 그 밑에 녀석들의 움직임이 수상쩍다는 얘길 듣고 있었던 나국철이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나국철이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어쩔 수 없겠군. 처리 하는 수밖에.”
작심을 한 나국철은 곧장 표경수와 사이가 좋지 않은 그의 왼 팔 마동식에게 연락을 했다. 이런 일은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네. 형님!
표경수와 달리 마동식은 째깍 나국철의 전화를 받았다.
“동식아. 요즘 경수한테 무슨 문제없어?”
-문제요?
“그래. 이 새끼가 이제 내 전화도 씹네. 그리고 요즘 소문도 별로고.......”
나국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눈치 못 차릴 마동식이 아니었다.
-애들 모으겠습니다.
“조용히 처리하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형님.
“경수한테는 내가 물을 게 있으니까 꼭 살려서 내 앞에 데리고 와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동식과 통화를 끝낸 나국철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하여튼 머리 검은 짐승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쩝쩝. 그래도 경수가 일 처리 하나는 잘 했는데.....”
아쉽지만 버릴 건 버려야 했다. 그래야 조직이 살고 나국철 본인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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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아침에 눈이 부셔서 눈을 떴더니 낯선 방이었다.
“어?”
그리고 그의 품에 웬 여자가 안겨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 몸만 보고도 최민혁은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민예린!’
차성국과 신혼부부만큼 몸을 섞어 온 민예린이었다. 그런 그녀 몸을 그가 어찌 잊었겠는가?
“하아.....”
최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럴 것이 간밤에 그녀와의 일이 생생이 떠 올랐던 것이다.
자신의 방을 속옷 차림으로 찾은 민예린을 최민혁은 그냥 두지 못했다. 그의 혈기왕성한 성욕이 이성의 끈을 바로 끊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의 방에서 시작 된 사랑은 계속 이어져 안방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예린은 수차례 혼절을 했다.
그건 차성국이었을 때 경험 하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마디로 민예린의 최민혁의 절륜한 정력에 걸떡 넘어 간 것이다.
‘이게 다 그 능력 때문이야.’
최민혁의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 보유 능력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정욕의 화신’. 그 능력이 최민혁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발동이 된 것이다. 보나마나 세나의 짓이었다.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듯 세나가 말했다.
[마스터. 인간 남자로서 종족 번식은 당연한 일입니다. 널리 마스터의 유전자를 퍼트리세요.]
하지만 최민혁은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을 생각이 아직 없었다. 거기다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자신의 씨를 퍼트리고 다닐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한 번 잠에서 깨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던 최민혁은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 나왔다. 어제 최민혁에게 하도 시달린 민예린은 날이 밝아도 꿋꿋하게 계속 잤다. 최민혁은 그런 그녀를 두고 안방을 나와서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전히 켜져 있는 컴퓨터 앞에 가서 앉았다.
“세나. 어떻게 됐어?”
그리고 세나에게 물었다. 그가 간밤에 올린 동영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이다.
[오성그룹 측에서 막으려 했지만 제가 누굽니까?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 다 퍼졌습니다. 얼마 전엔 우간다에서도 그 동영상을 본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좋았어. 세상이 발깍 뒤집어 졌겠군. 오성도 마찬가질 테고.”
그 말을 하며 최민혁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그 사실을 확인했다.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에 1위에 떡하니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었고 2위가 바로 경찰 불법 체포였다. 그리고 검색어 맨 아래 10위에 오성그룹이 보였다.
이로서 어제 최민혁이 당한 일은 공론화 될 것이고 조사가 이뤄지면 그 배후가 오성그룹이란 게 밝혀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최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외삼촌이었다.
“네. 외삼촌. 네. 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돈어른도 그 일을 덮으려 하시더라고요. 네. 네. 오후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4시까지 외할아버지 댁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외삼촌도 최민혁이 그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걸 본 모양이었다. 거기에 대해 같은 경찰로서 우려 섞인 말을 내뱉고 나서는 외할아버지가 가족 회의를 소집한 사실을 최민혁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최민혁도 왔으면 한다는 외할아버지의 말도 더해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외할아버지가 직접 부르셨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외삼촌에게 4시까지 외할아버지 댁에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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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은 유태국 비서실장이 아침에 어제 사달에 대한 대책이랍시고 자기 딸인 박민주를 거론했을 때 살짝 실망을 했다.
유태국의 시대로 이렇게 끝나가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유태국이 보낸 경위서를 살피는 과정에서 최민혁에 대해 살피다보니 딸 가진 아비로 욕심이 났다.
“이런 놈이 요즘에도 있었어?”
최민혁에 대해 세세하게 조사 된 바에 따르면 녀석은 아직 모태 솔로였다. 물론 그 조사가 작년에 이뤄졌기에 최민혁이 SQ엔터테이먼트 이주나 대표와 잔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고.
인물 좋고 무엇보다 집안이 예술적이었다. 최민혁은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그 인맥만으로도 재벌가에 있어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이놈과 민주를 결혼 시키면........”
어제 벌어진 문제도 바로 해결 될 뿐 아니라 최민혁의 그런 예술적인 뒤 배경을 오성그룹에서 활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 값어치는 수조를 넘을 터였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박규철은 자신의 호출에 본사로 달려 온 박민주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자 박민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아마 속으로 꽤나 화를 참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규철은 박민주를 잘 알았다. 그리고 그 화를 누그러트릴 방법도.
“그 녀석과 결혼하면 널 그룹 후계자로 삼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
박규철의 그 말에 씩씩거리고 있던 박민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언제 화를 냈는지 그녀 얼굴에서 그 화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진, 진짜죠?”
“그래. 그녀석이 널 받쳐 준다면야 너라고 오성의 주인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어쩌면 박규철 회장의 수작이고 희망 고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박규철 회장은 일언반구 없이 그녀를 내쳤다. 박규철 회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라도 나온 거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알겠어요. 그와........결혼 할게요.”
박민주는 독신주의자였다. 문제는 그녀가 독신주의자가 된 이유다. 그녀는 바로 오성그룹의 회장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오성그룹과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독신으로 살면서 오성그룹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자 했던 것이다.
그랬던 그녀가 부친에 의해 후계 구도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내쳐졌을 때 그녀의 심정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뒤 박규철 회장과 일가에서는 그녀의 결혼을 종용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어떤 잘난 남자라도 그녀를 만족 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다 찼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 박규철 회장 앞에서 최민혁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오성그룹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누구와도 결혼 할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잘 생각했다. 네 결혼은 바로 추진시킬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그 녀석과 자주 만나야겠지?”
박규철 회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박민주가 아니었다.
“알았어요. 당장 그를 만나죠.”
박민주는 곧장 회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포항을 찍은 뒤 출발하면서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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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자신의 본가와 외가의 압력에다가 아침에 동영상 폭탄까지 터지면 천하의 오성그룹이라도 손을 들 거라 보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를 없애려 한 오성그룹의 후계자인 박영준 부회장이 체코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인천 공항으로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사태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 시킬 줄은 몰랐다. 바로 최민혁, 그에 관한 문제 말이다.
최민혁의 외조부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서 어젯밤 경제 수장들을 움직였다면 최민혁의 조부는 아침부터 대한민국 법조계를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아예 법적으로 대응해서 오성그룹을 짓눌러 버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최민용 전 대법원장의 움직임을 오성그룹에서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오성그룹의 법무팀 만으로 최민용의 막강한 법조계의 힘을 막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최민용에게 오성그룹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당연히 최민용을 그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전화를 건 상대가 오성그룹의 회장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최민용은 오성그룹의 박규철 회장이 무슨 소리를 할지 한 번 들어 보자 싶어서 그의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