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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36화 (136/248)

00136 재벌에이스 =========================

박민주는 개 코라도 되는 지 코를 킁킁거리다 눈살을 찌푸리며 박영준에게 말했다.

“너 술 마셨니?”

그 소리에 회장실 책상에 앉아 있던 박규철 회장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가 펴졌다. 박규철 회장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듯 서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장고 끝에 결심이 섰는지 만년필을 들고 결제 란에 사인을 했다. 그리곤 곧장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서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자식들에게로 걸어갔다.

100평은 족히 됨직한 널따란 회장실 한 가운데 고급스런 소파에 박규철 회장의 두 자식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박규철 회장은 그 사이 상석에 앉으며 둘을 한 차례씩 쳐다보았다. 그런데 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상반 되었다.

한쪽은 아쉬운 듯, 미련이 남은 눈빛이었고 또 다른 한쪽은 짜증과 분노가 눈빛엣 묻어 나왔다.

박규철 회장은 길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한 마디로 자상한 스타일의 아버지는 아니란 소리였다.

“영준이 너는 프라하 좀 다녀와라.”

“네? 프라하요? 프라하면...... 저보고 지금 체코로 가란 말입니까?”

화들짝 놀란 박영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규철 회장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박규철 회장이 자신의 뜻을 철회할 리 없었다.

“그 일이 처리 될 때까지 넌 나가 있어.”

하지만 박규철 회장의 입에서 그 일이란 말이 나오자 박영준은 부릅 뜬 눈을 내려 깔 수밖에 없었다. 어째든 사고 친 건 자신이 맞으니 말이다. 그때 박영준의 심기를 더 상하게 만드는 소릴 부친이 내 뱉었다.

“민주 네가 그 일을 맡아서 해결 해 봐.”

“네?”

놀란 딸에게 박규철 회장이 말했다.

“그 일 잘 해결 하면 너에게 백화점과 호텔을 맡길까 한다.”

그 말은 박민주를 다시 일선 경영으로 불러들인단 소리였다.

“아버지!”

당연히 후계 구도를 굳혀가던 후계자 박영준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그에게 경쟁자가 생긴 것이니 말이다. 발끈해서 일어선 박영준을 박규철 회장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넌 아직 안 나갔냐? 프라하 비행기가 널 기다려 주진 않을 텐데?”

박영준은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회장실을 나갔다.

쾅!

그의 심기를 대변해 주듯 회장실 문이 시끄럽게 닫혔다. 아마 이 방의 주인인 박규철 회장 이후에 타인으론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 박영준이 나가고 나자 박규철 회장이 박민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최민혁이란 그놈..... 네가 어떻게 해 봐.”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따지고 봤더니 그 만한 녀석도 없더구나. 여자관계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너에게 부족한 권력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 줄 녀석이다. 그러니 무조건 잡아. 너의 남자로 만들어.”

“아버지!”

박민주가 발끈했다. 하지만 박규철 회장은 딸의 치기어린 말을 들어 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네가 나이가 좀 많지만 요즘 연상 연하는 그리 흠이 될 것도 없고.......”

박규철 회장의 말이 이어질수록 박민주의 얼굴도 점점 더 일그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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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는 새벽에 갑작스런 부친의 호출을 받고 아침에 오성그룹 본사를 찾았다.

“이게 몇 년 만이지?”

그녀가 한창 경영에 재미를 들여서 여기서 열정적으로 일할 때가 생각나자 감회가 새로운 박민주였다.

그녀가 여길 떠난 뒤 사람들도 물갈이가 많이 된 듯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일 임에도 불구하고 오성그룹 본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과 뒤섞여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그녀가 회장실이 있는 25층을 누르자 같이 탄 회사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중에 박민주를 좋게 본 젊은 남자 사원이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25층은 회장실인데요.”

그러면서 다시 25층을 눌러서 취소를 시키려 했다. 그런 그를 박민주가 만류했다.

“됐어요. 건드리지 마세요.”

“네?”

“저 회장실에 볼일이 있어 온 사람이에요.”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 모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박민주만 그게 없었다.

“어?”

사원증 없이 회사 출입을 하려면 반드시 방문증을 목에 걸어야 했다. 그런데 박민주는 목에 방문증도 걸지 않고 버젓이 회사 안으로 들어왔고 엘리베이터에서 회장실이 있는 25층을 눌렀다.

“헉!”

눈치 빠른 회사원들이 그녀의 정체를 간파 한 듯 후다닥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박민주가 서 있는 곳만 널찍하게 공간이 생기고 나머진 엘리베이터 벽에 들러붙은 모양새로 바뀌었다.

딩동댕!

촤르르르!

그리고 몇 층인지 몰라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전부 우르르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그 중에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던 젊은 남자 사원도 포함 되어 있었다. 졸지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박민주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

이런 일은 그녀가 본사에서 처음 들어와서 일할 때 자주 겪었던 일이었다. 이내 25층에 도착한 그녀는 회장실로 향했다. 그래도 회장 비서실에선 그녀를 알아보았다.

“들어가시죠.”

비서가 회장실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회장님께서도 곧 오실 겁니다.”

그녀 말대로 그녀가 회장실에 들어서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박규철 회장이 회장실에 들어왔다.

그녀를 발견한 박규철 회장은 그녀에게 소파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아침부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살폈다. 그런 그녀에게 박규철 회장의 비서가 슬그머니 서류를 내밀었다. 보시면 안다는 말과 함께.

박민주는 그 서류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류의 정체는 바로 어제 그녀의 동생인 박영준이 친 사고에 대한 경위서 였던 것이다. 박민주가 놀란 건 동생이 사고를 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바였으니까. 하지만 그 대상이었던 최민혁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단순히 그녀의 구단에서 공 좀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경위서에 따르면 최민혁은 그녀도 잘 아는 소위 말해 0.001% 상류 사회에 이름이 올라 있어야 할 자였다. 그러니 그런 그를 몰라보고 없애려 한 동생은 제대로 똥을 밟은 신세가 되었고 말이다. 경위서를 살피면서 박민주는 부친이 왜 자신을 본사로 불렀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나에게 최민혁의 일을 맡기시려는 거로군.’

아무래도 최민혁의 그녀가 맡고 있는 오성 라이온즈 소속의 선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올해 FA를 앞두고 있는 최민혁은 이미 구단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선수였다. 그녀가 구단주라고 해도 그를 어쩔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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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 비서실장 유태국은 박규철 회장이 오기 전 경위서를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어제 하루 동안 박영준 부회장의 주도하에 벌어진 일들이 전부 정보화 되어 그에게 보고가 되었고 그 중에서 그의 눈을 확 끄는 정보가 있었다.

“어제 최민혁이 박민주 관장에게 연락을 했다고?”

“네. 아무래도 박민주 관장님께서 오성 라이온즈의 구단주이기도 하시니까 그분께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박민주는 오성그룹 권력구도에서 완전히 배제 된 존재였다. 그렇게 된 건 오성그룹의 후계구도를 명확히 결정짓기 위해서였다. 그 일을 주도하고 그녀를 몰아 낸 것도 다 유태국의 작품이었다. 때문에 유태국과 박민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당연했다. 유태국은 이 시점에서 박민주가 거론 되는 거 자체가 꺼림칙했다.

“가만.....”

하지만 그는 비록 적이라도 이용해 먹기 위해서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는 자였다.

“박민주라.....”

야구로 치자면 박영준을 대신해서 마운드에 올릴 수 소방수로 나쁘지 않았다. 최민혁이란 골치 덩어리를 상대로 원 포인트 릴리프로 올린 뒤 그 문제가 해결 되면 다시 마운드에서 내리면 될 일이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무슨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다시 박민주를 보게 된 박규철 회장이 어떤 심적 변화를 일으킬 지는 유태국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지금 유태국은 자신의 발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봐야 했으니까.

재빨리 머릿속으로 계책을 생각해 낸 유태국은 곧장 박규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까 민주를 이용해서 최민혁이란 놈을 달래자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박민주 구단주라면 그를 설득하는 게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좋아. 그 아인 내가 부르지.

그렇게 일단 최민혁의 일을 무마시킬 방법 하나를 강구 해 놓은 유태국은 곧장 특별 전산실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그게 아이피 추적이 안 됩니다.

“뭐?”

-전산실 인원을 전부 동원해서.........

유태국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 그는 한가하게 특별 전산실 구재호 실장의 변명 따윌 듣고 있을 시간은 없었던 것이다.

“대체 누구냐? 가만......”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사진이 나올 수 있는 출처는 한정적이었다. 전임 비서실장이 죽기 전에 찍었으니 그를 죽인 자가 죽이기 전에 찍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국철! 이 병신 새끼가........”

갑자기 유태국의 분노의 화살이 조폭 두목 나국철을 향했다. 그는 곧장 나국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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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국철은 오성그룹의 일은 박규철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모든 걸 그의 오른팔인 표경수에게 일임했다. 자신도 이제 어엿한 한 회사의 사장이었다. 바로 작년에 건설사 하나를 인수하고 올해 초 정식으로 그 건설사 대표 이사로 취임한 것이다.

나국철 회장의 회장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거의 30평은 넘는 사장실에서 나국철은 자신이 좋아하던 오피스 동영상을 한 편 찍고 있었다.

쭉쭉빵빵 오피스 걸이 그의 책상 밑에서 그의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박고 있었던 것이다. 나국철은 사장님 의자에 반쯤 누운 자세로 그의 비서가 해 주는 서비스를 즐겼다. 바로 이걸 위해서 나국철은 일요일 아침에 회사로 출근을 했다. 물론 이 서비스가 끝나면 골치 아픈 일이 산적한 회사에 더 있을 생각도 없었다. 그런 그의 책상 위에 올려 져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김양아. 잠깐만.”

나국철 역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기에 웬만하면 걸려온 전화는 다 받았다.

“이런.....”

그런데 발신자를 확인한 나국철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상대하기 제일 까다로워 하는 인물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네. 실장님.”

나국철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곧바로 핸드폰 너머로 유태국 비서실장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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