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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34화 (134/248)

00134 재벌에이스 =========================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거기다 더해 충격적인 소식까지도 박영준은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들어야만 했다. 박영준도 처음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유태국 비서실장의 말이니 사실 일 터였다.

평소의 그라면 이 상황에서 신경질을 내고 질책을 해야 정상이지만 그 상대가 유태국 비서실장이니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좋게 그와 통화를 끝낸 박영준의 입에서 바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씨발! 이게 다 이도준 그 개 새끼 때문이야. 내가 없애라고 해도 그렇지. 최민혁인가 뭔가하는 그 새끼가 누군지 알아보고 조치를 취했어야 할 거 아냐.”

박영준은 모든 잘못을 그의 수행비서 이도준에게 돌렸다.

“그런데 참 그 새끼는 어떻게 된 거야?”

박영준은 좀 전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왔을 때 이도준의 행방을 묻지 않은 게 후회됐다. 하지만 이도준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볼 방법이 꼭 유태국 비서실장 밖에 없는 건 아니었다. 박영준은 새벽에 이 일을 전담하고 있던 경호 3팀장에게 버젓이 전화를 걸었다. '왕은 무치'라고 하여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는데 박영준이 바로 그러했다. 그래도 경호 3팀장은 박영준의 전화를 받아 주었다.

-네. 부회장님.

“이도준이 그 새끼 어떻게 됐어?”

박영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경호 3팀장도 사실대로 대답했다.

“인천 공항에서 잡았다고? 그럼 해외로 튀려고 했단 말이잖아? 하아. 기가 차는 군. 그래서 그 새끼 지금 어디 있는데? 말 못해? 하아! 아니다. 그 새끼 이리로 끌고 와.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게.”

박영준은 지금 화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호 3팀장이 그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게 할 리 없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경호 3팀장이 차분히 박영준을 설득하자 박영준도 더는 고집을 피우지 못했다. 그랬다간 경호 3팀장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상관인 경호실장에게 보고를 해야 할 것이고 자신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경호실장은 박규철 회장에게 바로 이 사실을 알릴 테니까. 안 그래도 사고 쳐 놓은 마당에 거기다 이런 일 까지 보태서 부친에게 더 욕을 얻어먹을 정도로 박영준이 어리석진 않았다.

“알았어. 날이 밝고 보자고. 대신 그 새끼는 내 눈앞에서 죽여야 할 거야. 난 그 새끼가 뒈지는 걸 꼭 봐야겠어. 그래. 그건 유 팀장이 알아서 하고. 끊어.”

그렇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걸어 놓고 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박영준 그제야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여자를 발견했다. 그 여자들 모두 한 번씩 박영준을 상대 한 탓에 몸에는 그의 입술 자국과 타액이 다들 묻어 있었다. 그런데 통화를 하는 사이 박영준의 성욕도 확 식어 버렸다.

눈앞에 아름다운 여자 셋이 나체로 있어도 그의 거시기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야. 옷 입어. 술이나 마시자.”

지금 박영준은 여자보다 술이 더 당겼다. 그래서 그의 육욕을 풀어 주기 위해 여기 온 여자들은 졸지에 박영준의 술 시중을 들어야 했다.

“마셔. 마셔.”

박영준은 여자들도 술을 많이 마시게 했지만 자신도 만만찮게 술을 마셨다. 그러다 술에 취해선지 아니면 피곤해선지 꼬꾸라졌고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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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조부이자 전 대법원장에 현재는 대한민국 최대 로펌 리 엔 최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민용은 토요일이면 등산을 갔다.

오늘은 아침부터 햇빛이 눈부시게 쨍했고 화창한 날씨가 최민용의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날 어찌 산을 오르지 않을 수 있으랴.

최민용은 등산 준비를 한 수 곧장 서울 경복궁 뒤쪽에 위치한 인왕산으로 향했다. 인왕산은 바위가 많아서 독특한 위용을 자랑하는 산인데 그 정상에 올라 바라다 보이는 경치는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만들었다.

산도 그렇게 높지 않아 4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 나왔다. 단 아쉬움이라면 바위산이다 보니 나무 그늘이 없다는 점.

최민용은 사직공원 쪽에서 등산을 시작해서 부암동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일부러 선택했다. 그래야 내려오는 길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들를 수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으음. 좋군.”

최민용은 내려오던 길에 들른 부암동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집에 가는 길에 수제비를 맛있게 하는 그의 오랜 단골집에 들러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곤 집에 가서 씻고 오후엔 한숨 잤다.

달게 잘 자고 깬 최민용은 서재에서 책을 봤다. 그때 손님이 찾아왔다.

“누가 왔다고?”

“오성그룹 법무팀장이라고.....전에 잠깐 당신을 모신 적이 있다던데요?”

부인의 말에 최민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성그룹에서 자신을 만나러 올 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었으니까.

“들여 봐.”

최민용의 허락이 있고 잠시 뒤 검은 뿔테 안경에 샤프하게 생긴 40대 중 후반의 남자가 최민혁의 서재에 들어왔다.

“대법원장님. 반갑습니다. 저 사시 35기 강웅천입니다. 서울고법에서 대법원장님을 잠깐 모신 적이 있었지요.”

“강웅천? 아아. 기억이 나는군. 그 영민했던 강 판사를 여기서 다시 보다니. 정말 감회가 새롭군.”

“대법원장님께서 저를 얼마나 예뻐해 주셨는지 잘 압니다. 30대 초반인 절 부장 판사로 추천하셨다지요?”

“능력이 되니까 추천한 거지. 근데 판사 생활을 계속하지 않고 왜 오성에 간 건가?”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최민용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 대답을 하는 강웅천을 보고 그간 그에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최민용의 부인이 차를 내어 왔고 강웅천과 최민용은 법원 시절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최민용이 강웅천에게 자신의 찾아 온 진짜 용건을 물었고 강웅천은 최민용의 손자 얘기를 어렵게 꺼냈다.

“그러니까 내 손자 민혁이가 오성측과 엮였단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저희 부회장님께서 민혁군을 몰라보고 조금 결례된 지시를 내렸고 그로 인해서 민혁군이 불편을.........”

강웅천은 최대한 오성그룹의 편에서 부회장인 박영준을 좋게 얘기하려고 말 포장을 잘 해서 얘기했다. 하지만 최민용이 누구던가? 수십 년의 판사 생활을 한 그가 강웅천이 늘어놓고 있는 말이 무슨 소린지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까 내 장손에게 박규철 회장의 아들이 결례 되는 짓을 했단 소린데. 그 결례가 어떤 수준인지가 문제가 되겠군. 욕하고 싸웠나?”

“그, 그게....”

어차피 최민용이 알아보면 금방 드러날 진실이었다. 그래서 강웅천은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최민용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턱!

그리곤 찻잔을 잡더니 강웅천에게 냅다 집어 던졌다.

와장창창!

다행히 강웅천이 피했기 망정이지 그대로 있었으면 찻잔에 맞은 뻔했다. 강웅천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최민용을 쳐다 볼 때 그가 말했다.

“감히 우리 집안 장손을 뭐 어째? 박규철이가 돈 좀 벌더니 눈에 뵈는 게 없어진 모양이로군.”

최민용의 입에서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이 직접적으로 거론 되는 걸 듣고 강웅천은 이 일이 좋게 해결되긴 애저녁에 글렀지 싶었다.

“썩 나가! 앞으로 오성 사람은 내 집안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해.”

최민용의 호통에 강웅천은 허겁지겁 그의 집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를 이곳으로 보낸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연락을 했다. 여긴 틀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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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민동재 전 국무총리의 저택을 찾은 오성그룹의 법무 2팀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성정이 대쪽 같은 민동재였다. 그런 그에게 외손자의 일을 얘기하자 민동재가 오히려 외손자를 칭찬하며 대 놓고 오성그룹의 부회장인 박영준을 힐난했다.

“그 애비를 보며 그 자식을 안다고. 오성의 박규철이가 그 모양이니 그 새끼가 어디 가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오성그룹의 법무 2팀장은 민동재가 오성그룹의 회장과 그 아들인 부회장을 계속 비난해 대자 도저히 그 말을 더 듣기 거북해서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민동재 전 국무총리의 저택을 나서며 오성그룹의 법무 2팀장도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여기 상황을 대략 설명했는데 유태국 비서실장은 됐다며 그의 얘기를 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긴 법무 2팀장의 얘기 중 대부분이 박규철 회장과 박영준 부회장을 비하하는 말들이었으니까.

민동재는 오성그룹에서 왔다는 자가 저택을 나가자 바로 자신의 아들인 민재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국아. 네가 전화 돌려라. 내일 가족회의 소집이다.”

-몇 시까지 모이라고 할까요?

“일요일에 애들도 쉬어야 할 테니 오후 4시쯤이 좋겠구나.”

-네. 그럼 그렇게 다들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민혁이도 가급적 회의에 참석 했으면 한다.”

-네. 민혁이에게도 그렇게 전해 두겠습니다.

민동재는 아들과 통화 후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최 원장. 날세. 허허허허. 바쁜 사람한테 자주 연락하면 그게 민폐인 거지. 나야 잘 살지. 자당께선 병세가 좀 호전 되셨나? 그래? 나이 들면 이래서 서러워. 몸도 하루가 다르고.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거 같아. 허허허허. 그렇다고. 걱정 말게. 난 100살까진 확실하게 살다 갈 테니. 어쩐 일은. 뭐 좀 물어 보려고 전화를 했지. 오성그룹 말이야? 요즘 어떤 거 같아?”

민동재는 그렇게 30분 넘게 금융 감독 원장과 통화를 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민동재는 한 군데 더 전화를 했다.

“어어. 박 장관. 날세. 허허허허. 나야 잘 있지. 그래. 언제 라운딩 한 번 도세. 그런데 말이야. 내가 좀 전에 금융감독원장과 얘길 나눠 봤는데 요즘 오성그룹이 너무 방만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민동재는 금융 감독 원장에 이어서 기획재정부장관과도 20여 분간 통화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통화를 한 사람은 바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현 정권의 공정거래위원장은 안 그래도 재벌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가 개혁하고자 하는 재벌 중 한 곳이 바로 오성그룹이었고 말이다.

-민 총리님께서 제게 힘을 실어 주신다면야 저야 고맙죠.

“재벌은 꼭 개혁해야 한다고 보네. 지금 재벌들을 규제 하지 않으면 시장 경제가 위태로워 져.”

-맞습니다. 이미 막대한 부를 쌓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편법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온갖 갑질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작태가 대한민국 시장경제 질서를 망치고...........

민동재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얘기를 하고 통화를 끝냈다.

“아이고. 이 짓도 체력이 딸려서 더 못해 먹겠네.”

하지만 민동재는 확신했다. 대한민국에서 재벌들도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제 분야 수장들을 건드려 놓았으니 곧 오성그룹에서 반응이 올 거란 걸 말이다.

민동재의 생각은 맞았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제외 한 나머지 두 기관장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먼저 제일 먼저 민동재와 통화한 금융감독원장이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박 회장님. 혹시 민동재 전 총리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요. 갑자기 그분이 전화하셔서 오성그룹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에. 네. 네. 그럼 됐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그 양반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공직 사회에 입김이 상당히 강하거든요. 네. 그럼요. 서로 척 져서 좋을 건 없죠. 네. 그러면 조만간 자리 한 번 마련해서 보도록 하지요.”

그렇게 금융감독원장과 통화를 끝낸 박규철 회장은 얼마 안가서 기획재정부장관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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