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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33화 (133/248)

00133 재벌에이스 =========================

유태국은 의례 사건이 터지면 그가 취해 온 조치를 다 취한 뒤 느긋하게 보고를 기다렸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사태 파악이 우선이었으니까. 그 다음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그가 나서 문제를 해결 해 나가면 됐다.

물론 이번 일은 UTC멤버가 둘이나 개입 된 터라 그 선에서 해결 될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일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그들을 설득시킬 묘수가 나올 수도 있을 터였다. 그때 제일 먼저 경호팀에서 연락이 왔다.

“인천 공항에서 이도준을 잡았다고? 그래. 녀석의 입을 털어. 뭐라고 하는 지 들어 보자고.”

유태국은 바로 다음 지시를 경호팀에 내린 뒤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호팀에서 연락이 왔다. 그 새 박영준 부회장의 수행비서 이도준이 다 분 모양이었다.

“그래. 으음. 뭐? 경북지방경찰청장이 포항으로 갔다고?”

유태국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UTC멤버가 움직였단 소리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북지방경찰청장이 주말에 뭐 볼 게 있다고 포항까지 현장 순시를 나간단 말인가?

유태국은 오성그룹의 경찰 라인을 통해 곧장 그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경북지방경찰청장이 왜 거기에 갔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경찰 라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동영상?”

경찰 라인에 따르면 그 동영상에 오성그룹과 문제가 될 장면이 한 군데 있다고 했다. 바로 포항 경찰서장이 오성을 운운했단 것이다. 오성 측에서 시켜서 그랬다고 말이다. 물론 그래봐야 포항 경찰서장이 그 사실을 입증하진 못할 터였다. 그 전에 오성그룹이 그의 입을 틀어 막아버리고 그 사실도 유아무아 시켜 버릴 테니까. 문제는 그 동영상이 세상에 퍼졌을 때였다.

“큰일 날 뻔했군.”

만약 이 사실을 유태국이 몰랐다면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을 테고 그럼 뒤처리는 그 만큼 골치 아파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안다면 상황은 훨씬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인 최민혁이 그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그가 보여 준 행동으로 봤을 때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차선으로 유태국은 오성그룹의 특별 전산실에 연락을 취했다. 그곳 실장이 큰소리치며 걱정 말라고 자신 만만해 하는 걸 듣고 유태국도 한숨을 돌렸다.

일단 동영상이 세상에 퍼지는 걸 막았으니 이제 내부적인 문제를 풀어 나갈 때였다. 그때 그가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유태국이 로펌 리 엔 최로 보낸 오성그룹 법무 1팀장이 그쪽과 얘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어떻게 됐나?”

유태국이 전화를 받자마자 성급하게 먼저 물었다. 그러자 법무 1팀장이 힘없이 대답했다.

-최민용 전 대법원장의 분노가 큽니다. 저희 선에서 해결 하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법무 1팀장의 대답에 유태국은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좋게 얘기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란 소리였다. 그렇다면 그쪽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그쪽의 비리를 들추는 수밖에 없었다. 이럴 경우 UTC멤버와 완전히 척을 질 각오를 해야 했다.

“수고 많았어. 그만 쉬게.”

일단 법무 1팀장과 통화를 끝낸 유태국은 국내 최대 로펌 리 엔 최에 대한 정보를 열람했다. 그랬는데 그쪽을 협박할 만한 건수가 거의 없었다. 있어봐야 로펌의 탈세에 관한 건데 그건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만약 그쪽에서 오성그룹이 탈세 문제로 그들을 건드린 걸 알게 되면 전 방위적으로 오성그룹에 소송을 걸어 올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만 터져도 오성그룹이 입게 될 피해는 리 엔 최가 겪게 될 탈세로 인한 피해보다 더 클 터였다.

“젠장......”

이렇게 되면 이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그쪽에 먼저 머리를 숙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직 한 명 더 남은 UTC멤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최민용 전 대법원장과 사돈 간인 민동재 전 국무총리 쪽을 움직여서 이 사태를 종결짓는 방법 말이다.

유태국은 그래서 곧장 민동재 전 국무총리의 정보를 관람했다. 그런데 민동재 전 국무총리 역시 별 쓸 만한 비위 사실이 없었다. 그의 가족들 중에 비리를 저지른 자들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유태국이 더 잘 알았다.

오성그룹에서 그들을 건드리는 순간 오성그룹은 대한민국 공무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터였다. 오성그룹에서도 만만찮게 많은 공무원들을 포섭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단지 이익 관계로 맺어진 사이일 뿐이었다. 그에 비해 민동재 전 국무총리의 집안은 혈연으로 이어진 패밀리들이었다. 공무원들이 누구 편에 설지는 뻔했다.

“빌어먹을. 하필 건드려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UTC멤버들을 건드려 가지고는.....”

유태국의 입에서 오랜만에 부회장 박영준을 원망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만큼 이번 사건은 유태국도 처리하기 까다로운 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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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국이 박영준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확인하니 그가 민동재 전 국무총리 측으로 보낸 오성그룹 법무 2팀장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유태국은 혹시나 하고 기대 섞인 얼굴로 그 전화를 받았다.

“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 될 거라고? 이 미친 늙은이가?”

민동재 전 국무총리 측의 반응은 최민용 전 대법원장 쪽보다 더 과격했다. 법과 원칙 운운한다는 건 한 번 붙어 보잔 소리였으니까.

유태국은 화가 났지만 그 만큼 사태가 더 어려워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박규철 회장에게도 벌써 보고가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가 정보를 차단시키고 있었지만 워낙 굵직한 사건이라 박규철 회장에게 직보가 들어갔을 공산도 있었으니까.

아마도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의 라인에서 박규철 회장에게 직접 이 사실을 알렸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였다. 그 정도 라인이면 유태국의 정보 능력으로도 커버가 불가능했으니까.

“하아. 이러면 별 수 없군.”

아무래도 이번 일은 유태국의 손을 떠난 듯싶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사실을 박영준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녀석도 박규철 회장에게 불려가서 깨지기 전에 나름의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설상가상으로 특별 전산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뭐 서브가 다운 되었다는 둥 떠들어 댔는데 결국 그 동영상을 막지도 묻지도 못했단 소리였다.

유태국은 그래서 확실히 그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그 동영상을 막지 못하면 그들의 좋은 시절도 끝날 거라고 말이다.

그 뒤 유태국은 박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자신이라면 박영준은 그의 전화를 받을 터였다. 꽤 통화 연결 음이 길게 이어지고 유태국도 박영준과 통화를 포기하려 할 무렵 박영준이 전화를 받았다.

-헉헉헉....네. 삼촌. 헉헉헉.....

이 시간에 박영준이 운동을 할 리 없고 보나마나 여자와 그 짓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유태국은 힐끗 시간을 확인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 징 하군. 이 새벽에......’

하지만 이 시간에 박영준이 뭘 하든 말든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던가? 중요한 건 그가 박영준이 벌인 사건을 무마시키지 못했단 거였다.

“영준아. 미안하게 됐다.”

-네?

“네가 없애려 했던 그 최민혁이란 녀석 말이다. 알고 보니 UTC멤버와 연관이 있는 자더구나.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씩이나.”

유태국의 그 말에 박영준도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그 정도로 UTC멤버에 대해서는 박영준도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최민혁 그 새끼가 UTC멤버들과 연관이 있다고요? 진짜요?

박영준은 유태국의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게 사실이면 자신에게 향후 무슨 일이 불어 닥칠지 그도 잘 알았으니까.

“내 선에서 어떻게 해결해 보려 했지만.......... 그쪽에서 반발이 심상치가 않구나.”

한마디로 넌 이제 뭣 됐단 소리였다. 박영준은 한 동안 말이 없다가 힘없이 말했다.

-알았어요. 곧 아버지한테 전화가 걸려 오겠네요. 하아. 삼촌도 고생 많았어요. 그만 쉬세요.

그 말 후 박영준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러게 누굴 없애려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거늘.....”

유태국은 박영준의 급한 성격을 탓하며 침실로 향했다. 박영준의 말처럼 그는 너무 무리를 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가기로 한 라운딩은 취소를 해야 할 성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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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은 토요일의 마지막 스케줄인 JRT측과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자신의 아방궁으로 향했다. JRT은 다국적 기업으로 이번에 오성 전자에서 아랍 에미리트에 진출할 때 같이 컨소시엄형태로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 실무진과 만나 사전 조율이 필요했는데 그 일을 박영준이 맡은 것이다.

뭐 일이야 박영준이 하겠는가? 그 밑에 실무진들이 알아서 만나 얘기를 나눴고 박영준은 책임자이자 얼굴 마담으로 그 자리를 빛내 주기만 하면 됐다.

다행히 JRT측 실무진들이 이쪽에 협조적이라서 조율은 쉽게 이뤄졌다. 박영준은 오성그룹 측 실무진에게 법인카드를 내어주며 JRT측 실무진들을 잘 접대하라고 하고는 자신은 그 자리에서 쏙 빠졌다.

아마도 질펀한 술판이 벌어 질 텐데 자신이 있으면 양쪽 실무진들이 제대로 놀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 모든 일정을 끝낸 박영준은 미래 여자들을 대기 시켜 둔 자신만의 공간으로 향했다.

그곳은 오로지 그가 여자와 즐기기 위해서 준비 된 공간이었다. 거기서 박영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그의 여자 3명과 같이 술을 마시고 뜨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지치면 잠이 들었고 또 깨면 여자를 탐했다.

“헉헉헉헉.....”

“아아아아.....”

그렇게 그가 새벽 몇 신지 모를 시간에 여자 뒤에서 열심히 땀을 빼고 있을 때였다. 그의 개인 핸드폰이 울렸다.

“에이 씨발. 이 새벽에 누구야?”

대뜸 욕설까지 퍼부은 박영준은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절정의 순간 때문에 쉽사리 움직임을 포기하지 못했다.

“헉헉헉헉......허억!”

그리곤 결국 볼 일을 보고 나서야 그가 여자 뒤에서 몸을 빼낸 뒤 후다닥 개인 핸드폰을 둔 테이블로 움직였다. 그리고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하고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 상대가 유태국 비서실장이면 얘기는 달랐으니까. 그가 전화한 이유는 바로 자신이 싸질러 놓은 똥 때문일 터.

그 때문에 60살이 넘은 유태국 비서실장이 여태 잠도 못자고 있었는데 그의 전화를 안 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받았는데 유태국 비서실장으로부터 실망스런 말을 들어야 했다. 유태국 비서실장이 자신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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