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2 재벌에이스 =========================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2단계), 순간이동(2단계), 전기맨(2단계), 투명인간(2단계), 정욕의 화신(2단계), 트래킹(Tracking)(2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멋쟁이(2단계), 천상의 목소리(2단계), 손만 대도 맛있어(2단계), 감시자의 눈과 귀(2단계), 행운의 손(2단계), 다연발 석궁(2단계), EMP(무(無)단계), 해킹(2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비닐 마대자루(아공간 사용)
할인권: 없음.
최민혁은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에 보유 능력 중 새로 구입한 해킹 능력이 2단계로 업그레이드 된 걸 확인하고 곧장 세나에게 물었다.
“세나. 오성그룹의 특별 전산실의 서브가 다 복구 되려면 얼마나 걸릴 거 같아?”
[빨라도 4시간은 걸릴 겁니다.]
“4시간이라..... 그 동안 동영상이 우리나라 전역으로 다 퍼지게 만들 수 있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 퍼트를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오성그룹의 특별 전산실의 서브가 다 복구되고 놈들이 다시 내 동영상에 손대면 그때 나 좀 깨워 줘. 가능하지?”
[원래는 안 되는 데 마스터의 요즘 실적이 워낙 좋으니 서비스 차원에서 해 드리도록 하죠.]
“하여튼 까칠하긴.”
최민혁은 세나가 인터넷상에서 계속 활약할 수 있게 컴퓨터는 켜 둔 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작은 방의 1인용 침대로 가서 그 위에 쓰러졌다.
많은 일이 있은 하루였다. 원래 시작은 민예린과 드라이브였고 최민혁은 이 여행을 끝으로 민예린과의 인연도 완전히 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이면서 오히려 그녀와 더 엮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최민혁은 민예린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서 그녀와도 작별을 고할 생각이었다.
똑똑!
그런데 그런 그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지금쯤 자고 있어야 할 민예린이 최민혁의 방에 노크를 했다.
“네!”
최민혁은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고 방문 너머 민예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씨. 안 자고 있으면 저랑 얘기 좀 하실래요?”
이 새벽에 무슨 얘기? 최민혁은 의아해 하며 일단 몸을 일으켜서 방문을 열었다.
“헉!”
그리고 그의 입에 떡 벌어졌다. 그럴 것이 민예린이 속옷 차림으로 문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민예린과 차성국은 깊은 관계였다. 그래서 지금 최민혁에게 민예린의 몸은 낯설지 않았다. 그의 입술과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민예린의 몸이었다. 순간 최민혁은 훅하니 가슴에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차성국의 기억 속에서 민예린과 뜨거웠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남자를 아는 민예린이 최민혁의 그런 반응을 모를 리 없었다.
스윽!
민예린이 최민혁의 옆을 통과해서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문이 닫혔다.
민예린이 원한 얘기는 단순히 최민혁과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최민혁과 좀 더 농밀한 육체적인 대화를 나누길 원했고 피 끓는 젊은 몸의 최민혁은 그런 그녀의 유혹을 견뎌내지 못했다.
말이 필요 없다고 할까? 둘은 눈빛이 마주치자 바로 몸이 움직였고 이내 하나로 포개졌다.
“하아....”“헉헉헉헉.....”
그리고 두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교성이 방밖으로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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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의 비서실장 유태국은 실세 중 실세였다. 그건 그가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규철 회장이 유태국에게 그런 파워를 준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유태국을 통해서 자신의 후계 구도를 다져 나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유태국도 그걸 알기에 여태 박영준 부회장의 뒷배 노릇을 충실히 해 온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유태국 혼자 다 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도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을 주위에 배치 시켰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특별전산실의 실장인 구재호였다.
특별 전산실은 오성그룹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방이나 음해를 막기 위해 오성그룹의 전산실에서 독립 되어 창설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점점 더 사조직화 되어갔다. 그게 다 유태국 때문이었다.
유태국은 오성그룹의 힘으로 언론을 장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인터넷도 장악하길 원했다. 그래서 특별 전산실의 예산을 대폭 인상시키고 인재들을 몰아넣었다. 그렇게 지원한 결과 특별 전산실의 힘만으로 인터넷에 유포 되는 갖가지 사건 사고들을 은폐시키거나 확대 재생산 해 내는 게 가능해졌다.
때문에 작년만 해도 오성그룹에 관한 좋지 않았던 인터넷 기사나 정보가 전부 좋은 쪽으로 바뀌면서 그룹 이미지가 확연히 좋아졌다. 이를 기뻐한 유태국은 특별 전산실의 연봉을 대폭 인상 시켜 주어 특별 전산실 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 시켰다.
그런 특별 전산실의 수장인 구재호에게 늦은 시간 유태국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실장님. 동영상이요? 네. 걱정 마십시오. 그 동영상이 뜨는 즉시 저희 특별 전산실 직원들이 매장 시켜 버릴 테니까요.”
구재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달랑 동영상 하나 인터넷 상에 퍼지는 걸 막는 건 이제 특별 전산실에겐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단지 그 동영상이 언제 유포 될지 모른다는 게 문제지만 그거야 그의 밑에 직원들이 할 일이고 그는 지시만 내려놓으면 될 일이었다.
“그럼요. 그 동영상이 세상에 퍼질 일은 없습니다. 네. 네. 저만 믿으십시오. 하하하하.”
구재호는 큰소리까지 떵떵 치고 유태국과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곧장 특별 전산실에 연락을 취했다.
“지금부터 비상 상황에 들어간다. 곧 경찰과 관련 된 동영상이 뜰 거야. 그 동영상을 무조건 묻어. 무슨 말인지 알지? 일급, 아니 특급이니까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그래. 야식으로 뭐든 다 시켜 먹어. 그리고 이 일을 잘 처리하면 사흘 포상 휴가가 주어질 거야.”
구재호의 말에 전화기 너머로 특별 전산실 직원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구재호는 피식 웃었다. 이걸로 유태국 비서실장이 말한 동영상이 세상에 퍼질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지금부터 특별 전산실 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을 뒤져 될 테니 말이다. 구재호는 특별 전산실과 통화 후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항시 보고를 받을 수 있게 핸드폰을 가까이 두고서 말이다.
그렇게 막 잠이 들려던 구재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특별 전산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응. 그래. 뭐? 떴다고? 조용히 어디 새거나 퍼져나가지 않게 묻어. 그렇지. 한 시간이면 되지? 뭐 30분? 하하하하. 알았어. 그 정도는 나도 기다려 줄 수 있지. 끝나면 연락 해.”
구재호는 잠을 떨쳐 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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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호도 나이가 50살을 넘기면서 혼자 자는 게 편해졌다. 그래서 구재호 부부는 작년부터 각방을 쓰고 있었다. 각방 쓰는데 그 부인이 더 좋아했다. 그럴 것이 지금처럼 구재호는 밤낮없이 일을 했기 때문에 그와 같이 자야 했던 부인 역시 수시로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로 자면 잠은 푹 잘 수 있을 테니 구재호의 각방 쓰는 걸 그의 부인도 바로 동의 한 것이다.
구재호는 자기 방을 나와서 부엌으로 가서 정수기의 시원한 물을 한잔 마셨다. 그러자 잠이 확 깼다. 그러자 살짝 술 생각이 났는데 30분 뒤에 다시 자야 하는 데 술을 마시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구재호는 자기 방으로 가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인터넷 사이트 어디에도 경찰과 관련 된 동영상에 대한 얘기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즉 특별 전산실 직원들이 제대로 그 동영상을 묻어 버리고 있단 소리였다.
구재호는 유태국 비서실장으로부터 칭찬 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때 그의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특별 전산실 번호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뭐야? 벌써 끝낸 거야?”
구재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특별 전산실에서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 황당한 소릴 늘어놓았다.
“뭐? 서브가 다운 돼? 정전도 아닌데......뭐? 데이터가 다 날아가?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래서 복구는 시작했고? 복구 예상 시간은? 뭐? 5-6시간? 그럼 그 동안 동영상은?”
구재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거 잘못하면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칭찬은커녕 그의 목이 날아갈 판이 아닌가?
동영상이 묻혔다는 보고를 들으면 잘 생각이었던 구재호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집을 나서서 특별 전산실이 위치해 있는 오성그룹 본사로 차를 몰아갔다. 물론 그가 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 질 건 없었다. 하지만 책임자로서 그가 현장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차이가 컸다.
일단 특별 전산실 직원들의 동요를 막을 수 있을 테고 또 자신이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단 걸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어필도 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구재호는 특별 전산실에 도착하고 나서 이 사실을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서브가 나간 걸 어쩌겠어? 대신 빨리 복구해서 그 동영상을 막아. 그 동영상 퍼지면 특별 전산실 예산은 절반으로 삭감 될 거야. 그리고 구 실장도 아프리카에서 컴퓨터 고치고 있겠지.
그 말 후 유태국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구재호는 핸드폰을 든 체 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유태국은 결과만 두고 판단했다. 만약 구재호와 특별 전산실에서 그 경찰과 관련 된 동영상을 막지 못한다면 그와 특별 전산실의 직원들은 장밋빛 미래와 거리가 멀어질 터였다.
“최대한 빨리 서브 복구 해 내. 그리고 나머진 다른 라인을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그 동영상이 퍼지는 걸 막아.”
구재호는 특별 전산실의 직원들이라면 연장 없이도 그 일을 해 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들 모두 컴퓨터 하면 자신들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인재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시간 뒤 구재호는 절망에 빠졌다.
“.........틀렸습니다.”
“..........이건 못 막습니다.”
“이 장비로는 역시 어렵습니다.”
그 뛰어난 인재들이 다들 두 손을 들고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개중에는 장비 탓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구재호도 전산실의 실장으로 그들이 구축해 놓은 서브 없이 인터넷 상의 그 동영상을 막는 게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자기 밑의 직원들에게 희망을 걸었는데 그 희망은 그에게 다시 절망을 안겨 주었다.
결국 그 동영상은 인터넷에 퍼져 나갔고 서브가 복귀 되었을 때는 해외 전역까지 다 퍼져 있었다. 그때 특별 전산실 창으로 어스름하니 날이 밝아 오는 게 보였다. 이젠 특별 전산실이 나서도 그 동영상을 묻을 수 없었다. 오히려 묻으려 하다가 그들의 정체만 노출 될 가능성이 높았다.
“다 끝났군.”
구재호에게는 일요일 아침이 늘 여유롭고 기분 좋은 나른함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직 절망과 허무함만 가득했다.
구재호는 긴 한숨과 함께 실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꺼내서는 그 위에 세 글자를 적었다.
사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