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0 재벌에이스 =========================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은 듯 민동재 전 총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사돈 어르신. 저 정병석입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네. 제 식구들이야 잘 있죠. 네. 그런데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네. 아아. 알죠. 최민혁 선수. 네? 사돈총각이 포항경찰서에 지금 잡혀 있다고요? 네. 네.........알겠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만 둬선 안 되겠죠. 네. 번거롭기는요. 제 일인데요. 허허허허.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처리 하겠습니다. 네. 어르신. 그럼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정병석은 즉시 경북지방경찰청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밤에 포항으로 현장순시를 간다는 사실을 일부러 포항 남부 경찰서에 알리게 했다.
정병석은 경북지방경찰들의 최고 우두머리로써 포항 남부 경찰서에서 알아서 잘못을 바로 잡을 시간을 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의도도 모르고 포항 남부 경찰서에서는 그 기회를 제대로 뻥 차버렸다.
정병석은 경북지방경찰청 감찰반을 대동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내 정병석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하필 그의 관할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지만 그 대상이 오성그룹이라면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자신도 경찰서장 시절이 있었고 그때 오성그룹에서 그를 포섭하려 했다면 안 넘어갔을지 장담하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좋게 얘기를 할 생각이었다.
‘사돈총각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 식구는 내가 챙겨야지.’
정병석은 포항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포항 남부 경찰서의 경찰들 편이었다. 그렇게 그가 포항 남부 경찰서의 서장실에 들어섰는데 거기에 눈에 익은 얼굴의 젊은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사돈어른!”
젊은 남자가 넙죽 그를 향해 인사를 했다. 자신을 사돈이라 부른 걸로 봐서 저 젊은 남자가 최민혁이란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어. 그래요. 마침 여기 있었군요.”
젊은 남자가 정병석 경북지방경찰청장과 하는 척을 하자 그걸 보고 포항 남부 경찰서장과 이곳 형사과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던 말든 정병석은 지방경찰청의 수장답게 서장실 안의 사람들을 리드했다.
“자자. 다들 앉읍시다.”
그렇게 정병석을 필두로 한쪽으로 최민혁과 민예린, 그리고 정병석이 데려 온 감찰반 인원들이, 그 반대로 이곳 포항 남부 경찰서의 서장과 간부들이 앉았다. 그러자 상석의 정벽석이 말했다.
“최민혁씨. 내 듣기로 경찰의 강압수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무 죄도 없이 체포되어 여기로 왔다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정병석은 최민혁을 최대한 존대해 주면서 물었다. 그러자 최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구룡포에서 여기 있는 민예린씨와 식사 중인데 갑자기 이곳 경찰들이 들이닥쳐서...........”
최민혁은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정병석이 고개를 끄덕인 뒤 포항 남부 경찰서의 서장인 장재호에게 물었다.
“최민혁씨가 한 말이 사실인가?”
그러자 장재호가 살짝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먼저 최민혁씨를 여기로 임의 동행케 해서 귀찮게 해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이는 저희 경찰의 실수란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사실을 다르게 호도하는 건...........................”
장재호는 조곤조곤 최민혁의 진술을 경찰의 잘못을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실수였다고 포장을 했다. 그런 장재호를 보고 민예린은 사람이 저렇게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잘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장재호의 얘기가 끝나자 정병석은 조용히 최민혁에게 말했다.
“사돈총각도 모친과 외삼촌이 경찰인 걸로 아는 데 맞나?”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 테고. 보아하니 서로 오해로 인해 생긴 충돌 같은데 이쯤에서 서로 화해하고..........”
“잠깐만요.”
정병석은 최민혁이 그의 말을 끊자 눈살을 찌푸렸다. 어른이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끊다니. 이건 예의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예의를 따지긴 그래서 정병석이 살짝 굳은 얼굴로 최민혁에게 말했다.
“뭔가?”
“저에게 10분만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럼 제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해 보이도록 하지요.”
정병석은 당연히 이대로 좋게좋게 사태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현 상황에서 자신의 말을 입증할 정황증거 같은 게 양쪽 모두에게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렇게까지 일이 커지게 된다면 그때는 옷을 벗어야 할 경찰이 한 둘이 아닐 터였다.
정병석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이 자리에서 오늘 일을 매듭지으려 했는데 그의 사돈총각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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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은 최민혁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그깟 10분쯤이야 잠깐 쉬어 간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니까. 최민혁이 컴퓨터를 쓸 동안 정병석은 개인적으로 포항 남부 경찰서장 장재호와 얘기를 나눴다.
“오성 측과 무슨 얘기가 있었다고?”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다 안다는 식으로 얘기하자 장재호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는 언제든 그의 목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그의 상관이었으니까.
“네. 있기는 했는데. 그게 실은...........”
장재호의 얘기를 듣고 난 정병석은 혀를 찼다.
“쯧쯧. 이런 머저리를 봤나? 오성의 부회장으로부터 직접 언질을 들은 것도 아닌데.....하아!”
“청장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저 옷 벗으면 노모와 아이들이........”
장재호가 정병석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할 기세라 정병석도 난처해졌다. 그런 가운데 최민혁에게 준 10분의 시간이 끝났다.
최민혁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정병석에게 USB 하나를 내 놓았다.
“여기 모든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정병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최민혁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장재호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장재호도 모르는 일인지 멀뚱히 USB와 최민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병석은 최민혁이 건넨 USB를 자신이 데려 온 감찰반에게 넘기며 말했다.
“틀어 봐.”
그러자 경찰서장실에 스크린이 쳐지고 USB속의 동영상 화면이 그 스크린에 떴다. 동시에 소리도 같이 흘러나왔다.
“허억!”
먼저 대게 집 안의 정경이 보였고 그 뒤 경찰들이 우르르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모든 건 최민혁이 말한 그대로였다.
“................”
동영상이 끝나고 서장실 안에 한 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깬 건 정병석이었다.
“사돈총각. 이 영상은 자네가 직접 찍은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이게 원본은 아니겠군.”“맞습니다.”
“원본을 내게 줄 생각은 없나?”
그 물음에 최민혁이 바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 말은 최민혁이 사돈인 자신도 못 믿는단 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당한 걸 참지 않고 되갚아주겠단 의지가 확고함을 내비친 말이기도 했고.
“하아.”
정병석이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사색이 되어 있는 자기 옆의 포항 남부 경찰서장 장재호를 보고 말했다.
“이건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말이야. 감찰반. 관련된 자들은 다 연행해서 청으로 데려 가.”
정병석의 명령에 감찰반이 움직였다. 먼저 경찰서장 장재호의 손에 수갑을 채웠고 이 일을 진두 지휘한 형사과장 김 경감의 손에도 역시 수갑이 채워졌다. 그리고 최민혁과 민예린을 체포하는 데 동참한 형사들은 죄다 내일 청으로 들어오란 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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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민혁이 여기서 끝날 생각이 없단 점이었다. 그걸 눈치 차린 정병석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하고 장재호는 아예 최민혁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차분히 말했다.
“전 오늘 죽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용서하고 덮으라고요? 이 사실을 제 조부님과 외조부님이 아시면 실망이 크실 겁니다. 사돈어른.”
최민혁의 그 말에 정병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떴다.
포항 남부 경찰서를 발깍 뒤집어 놓은 최민혁은 민예린과 같이 유유히 그곳을 빠져 나왔다. 구룡포에 있던 자신의 차도 마침 경찰이 증거랍시고 경찰서로 몰고 와 놓은 터라 그 차를 타고 곧장 대구로 향했다.
대구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간은 새벽 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우와! 여기 혼자 살았다고요?”
최민혁 소유의 48평형 아파트에 들어 선 민예린이 놀란 시늉을 했다. 물론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옥탑 방보다야 넓을 테지만 그녀가 전에 일한 오성그룹 회장 집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피곤하실 텐데 어서 씻고 자요.”
최민혁은 그녀가 편하게 쉴 수 있게 안방을 내어 주었다. 아무래도 안방에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그녀가 쓰기 용의할 터였다.
“고마워요. 민혁씨도 어서 쉬세요. 고생 많으셨는데.”
최민혁은 민예린이 안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자신도 욕실로 가서 씻고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최민혁은 자신이 확보해 뒀던 살인 돼지들의 우두머리의 핸드폰과 경호원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핸드폰을 살펴보니 경호원의 핸드폰은 별것이 없었다. 하지만 살인 돼지들의 우두머리의 핸드폰은 달랐다.
“이거 봐라?”
그의 핸드폰에는 보스인 나국철은 물론 나국철의 오른팔인 표경수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고 오성 측 임원들도 몇 명 보였다. 특히 최민혁도 놀란 건 그 동안 녀석이 해치운 사람들의 사진도 그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었단 점이었다.
“호오. 이 사진들은......”
다들 죽이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그 사진 뒤쪽 배경을 통해 그들이 어디서 죽었는지 유추가 가능해 보였다.
그 중에 최민혁도 아는 얼굴도 여럿 보였다. 다들 오성그룹과 박규철 회장에게 개같이 충성했다가 실종 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사진의 연도가 10년도 훌쩍 넘은 것도 여럿 있었다.
그뿐 아니라 동영상도 몇 개 있었는데 다들 오성과 나국철이 연결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딱 봐도 이 핸드폰의 주인은 자신이 위기에 처하면 살기 위해서 이 핸드폰에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해 둔 게 확실해 보였다.
아마 이 핸드폰이 검경에 손에 들어가면 그 파장은 엄청 날 터였다.
물론 그 사실은 오성 측이 가장 먼저 알아 챌 터였다. 그러려고 검경에 오성 측 사람을 심어 두었으니까.
오성과 오성이 심은 검경의 사람들은 무슨 수를 쓰던 이 핸드폰을 수중에 넣으려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 할 터였다. 필요하면 살인까지 스스럼없이 저지르면서. 어떤 피해나 희생도 마다치 않을 터였다.
안 그럼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이 살인 교사 혐의로 수갑 차고 감방에 들어가야 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