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6 재벌에이스 =========================
오성 라이온즈의 구단주는 박민주! 바로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의 장녀이자 부회장인 박영준의 친누나였다.
안하무인인 박영준도 박규철 회장과 모친인 최선화, 그리고 친누나인 박민주의 말은 들어먹었다.
차성국도 박민주는 잘 알았다. 그에게도 박민주는 어머니가 다른 누나이기도 했으니까.
박규철 회장은 만약 박민주가 고추만 달고 나왔으면 오성은 그녀 것이 되었을 거란 말을 대 놓고 했을 정도로 박민주에 대한 그의 신임은 두터웠다. 하지만 결국 그룹의 차기 회장은 박영준이 되어야 했고 때문에 박민주는 5년 전에 전격적으로 그룹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서 지금까지 오성 갤러리와 오성 라이온즈 구단장을 맡은 채 조용히 살고 있었다.
한마디로 장남인 박영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그걸 알기에 박영준도 누나인 박민주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했고.
“자아. 그럼 구단주님과 통화를 해 볼까요?”
최민혁은 그 말을 하곤 민예린을 보고 싱긋 웃으며 오성 라이온즈 구단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구단 측에 구단주인 박민주와 통화하고 싶단 뜻을 내비쳤다.
다른 선수 같으면 감히 구단주와 통화하고 싶단 말을 했을 때 구단에서 무시 했을 터였다. 일개 선수가 어떻게 감히 구단주와 자기가 통화하고 싶을 때 통화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최민혁이기에 그게 가능했다.
구단에서도 팀의 에이스 최민혁의 요구는 쉽게 거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구단에서 먼저 박민주 구단주에게 연락을 해보고 최민혁에게 전화를 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전화가 걸려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요. 그럼 예린씨도 이제 드세요.”
최민혁의 말을 다 알아 들은 민예린은 그제야 최민혁이 발라 준 대게 살을 먹었다.
“으음. 맛있어.”
제철이라 그런지 대게 맛은 환상적이었다. 민예린은 금방 최민혁이 발라 준 대게 살을 다 먹어치우고 직접 가위를 들고 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민예린이 대게를 본격적으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을 때 최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지만 최민혁은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최민혁 선수?
여자 목소리였다. 그리고 차성국의 귀에 익은 목소리기도 했다.
‘박민주다.’
최민혁은 약간 쇳소리가 섞여 나오는 박민주의 특이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구단주가 바로 이렇게 다이렉트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올 줄 몰랐던 터라 최민혁도 살짝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걸 티낼 그가 아니었다.
“네. 제가 최민혁입니다.”
-저하고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죠?
“네? 제가요? 가, 가만.....혹시 구단주님 되십니까?”
-네. 맞아요. 제가 오성 라이온즈 구단주 박민주에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민혁이라고.....”
-알아요. 아니까 용건부터 말해요. 저 지금 중요한 자리에 있다가 최 선수가 급하게 저와 통화하길 원한다고 해서 잠깐 그 자릴 비운 상태거든요.
“아네. 그럼 간략히 제가 왜 구단주님과 통화를 하고 싶어 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실은 오늘......................”
최민혁은 최대한 간추려서 현 상황을 박민주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제 동생이 사람들을 시켜서 최 선수를 없애려 한다 이건가요?
박민주는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어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할 소릴 최민혁이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최민혁이 말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구단주님께서 동생 분에게 물어 보시면 알거 아닙니까?”
-...........
최민혁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박민주도 그의 말이 긴가민가했다. 사실 박민주도 부친이 질 나쁜 자들을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단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그의 남동생까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
-알았어요. 제가 동생에게 전화를 해 보죠. 대신 아닐 경우 최 선수라도 참지 않을 겁니다.
박민주는 싸늘하게 그 말을 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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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는 오늘 갤러리 새해 첫 오픈 식을 앞두고 사전 점검을 했다. 주말이지만 갤러리 사람이라도 해 봐야 십여 명 밖에 되지 않았고 모든 준비는 어제 이미 끝난 터라 순수하게 직원들끼리 새로 꾸민 갤러리를 둘러보고 회식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갤러리 단장은 잘 된 거 같았고 박민주는 그 동안 고생한 직원들과 같이 그녀의 단골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리고 직원들과 같이 저녁을 즐길 때 오성 라이온즈 구단 사무실에서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최민혁 선수가 저와 급하게 통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요? 네. 으음. 일단 그 선수 핸드폰 번호 보내 보세요.”
박민주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한 손으로 턱을 쓸며 최민혁이란 선수에 대해 생각을 하고 그 선수가 자신과 통화를 나눠야 할 정도로 구단 차원에서 중요한 선수인가를 따졌다. 그러자 바로 답이 나왔다.
최민혁은 작년 오성 라이온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자칫 작년 우승은 GO드래곤즈에게 내어 줬을 거란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하긴 5년 연속 20승 투수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고로 최민혁은 충분히 그녀와 통화를 해도 되는 중요한 선수였기에 그녀와 지금 통화할 자격이 충분했다.
박민주는 구단에서 알려 온 최민혁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갤러리 식구들에게 말했다.
“잠깐 전화 통화 좀 하고 올게요.”
갤러리 식구들은 오늘 레스토랑의 음식이 다들 마음에 드는지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식사하기 바빴다.
박민주는 조용히 통화하기 위해서 레스토랑 안쪽 빈 테이블로 향했는데 그때 최민혁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와 통화 중에 황당한 소릴 들었다. 박민주는 빈 테이블의 비어 있는 의자에 앉으며 좀 더 집중해서 최민혁의 얘기를 듣다가 너무 기가 찼다. 그래서 그에게 그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말을 했더니 그가 확인을 해 보란다.
‘이런 건방진........’
하지만 상대가 최민혁이기에 박민주는 귀찮은 확인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대신 아닐 경우 최민혁의 올해 연봉은 대폭 삭감 시켜 버릴 생각이었고. 감히 구단주의 동생이자 오성 그룹 부회장을 음해하다니 말이다.
최민혁과 통화를 끝낸 박민주는 곧장 핸드폰에서 동생 박영준의 전화번호를 찾아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꽤 오래 신호가 가고 박영준이 그래도 그녀 전화를 받아주었다.
-어. 누나.
부회장인 박영준이 얼마나 바쁜지 누구보다 잘 아는 박민주였기에 최대한 그의 시간을 뺏지 않기 위해서 박민주가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너 최민혁이를 없애려 한다던데 그 말 사실이야?”
-뭐? 누굴 없애? 최민 뭐?
역시 박민주의 예상대로 박영준은 최민혁을 몰랐다. 아니 그런 사실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영준이가 그럴 리가....’
그때 최민혁이 한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는 아마도 박영준이 자신을 모를 거라고 했다. 대신 민예린의 남자라고 하면 알 거라고 했었고. 박민주는 혹시나 하며 다시 물었다.
“민예린의 남자 말이야.”
-............
순간 박영준이 아무 말이 없어졌다. 동시에 박민주의 얼굴도 서서히 굳어갔다. 그녀도 직감한 것이다. 박영준이 민예린이란 여자를 알고 있단 걸.
“사실이구나. 영준아. 너.......”
그때 박영준이 박민주의 말을 딱 끊었다.
-누나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 일에 관여 하지 마. 그건 내 일이야.
“.............”
박영준의 말에 이번에는 박민주가 할 말을 잊었다. 그 만큼 박영준의 말이 그녀에겐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왜 자신이 박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그 사실 만은 잊고 있지 않았다.
“박영준. 잘 들어. 네 말대로 난 네가 뭘 하든 상관 안 해. 하지만 내 선수를 건드리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뭐? 내 선수?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술 마셨어? 아니면 마약 해?
“너 설마 오성 라이온즈 에이스 최민혁을 모르는 거니?”
-에이스? 최민혁? 뭐, 뭐야? 그럼 그 새끼가 라이온즈 투수 최민혁이었단 거야?
역시 최민혁의 말 대로였다. 박영준은 민예린이란 여자와 같이 있는 남자가 오성 라이온즈의 투수 최민혁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 네가 죽여 없애려 한 그 새끼가 내 구단 소속 투수 최민혁이다. 그러니까 당장 최민혁을 없애라고 내린 지시를 철회 시켜. 안 그럼...... 내가 아버지를 직접 찾아뵙는 수밖에.”
박민주의 입에서 아버지란 말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의 입에서 나올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행여 아버지 만날 생각은 마. 에이 씨......
그 말 후 박영준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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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은 주말에도 바빴다. 부친인 박규철 회장이 자신의 일을 일부 박영준에게 떠넘기면서 요즘은 주말도 없이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신기하게도 그는 여자와 즐길 시간은 또 어떻게든 만들어 냈다. 부전자전 아니랄까봐 말이다.
박영준은 저녁 먹기 전 전부터 눈여겨 봐 왔었던 신인 여자 탤런트와 강남에 있는 자신의 은밀한 아지트에서 뜨거운 시간을 가진 뒤 그녀와 같이 알몸으로 식사 중이었다.
그의 아지트에는 그를 위해 요리를 해 줄 요리사들이 항상 대기 중이었다. 그럴 것이 그 아지트가 있는 층 밑으로 아주 유명한 레스토랑이었고 그 레스토랑의 주인이 알고 보면 바로 박영준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지트 밑층에는 술집과 노래방, 당구장 등 유흥시설들도 들어와 있었는데 그곳들도 알고 보면 전부 박영준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박영준은 오성 그룹 후계자지만 서민 코스프레를 즐겼던 것이다. 시간이 나서 아지트로 오게 되면 평범하게 차려 입고 자기 소유의 술집도 가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내기 당구도 치곤했다.
물론 지금은 바빠서 그럴 시간도 없었지만. 사실 식사가 끝나면 바로 다음 약속이 있어서 바로 아지트를 나서야 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아끼려고 신인 여자 탤런트도 이곳으로 불러서 즐긴 것이고 말이다.
“오늘 좋았어. 앞으로 자주 만나자.”
실제로도 박영준은 오늘 몸을 섞은 신인 여자 탤런트가 마음에 들었다. 아쉽다면 처녀가 아니란 건데 하긴 올해 25살인 여자가 처녀란 게 더 이상할 노릇이었다.
“부회장님. 그럼 저 그 프로에 출연 할 수 있는 건가요?”
사실 박영준은 지금 신인 여자 탤런트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등가 교환, 또는 give and take는 알았다. 여자가 자신에게 몸을 던져 기쁨을 주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걸 주어야 했다. 그게 뭐든 박영준이면 다 들어 줄 수 있었다.
“그럼. 얘기 다 해 되어 있으니 걱정 마.”
박영준의 그 말에 여자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그걸 보고 박영준의 아랫도리로 피가 확 쏠릴 때였다. 그가 TV에서 보고 그를 반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미소였다. 음욕이 끓어 오른 박영준이 막 여자를 다시 덮치려 할 때 그가 늘 가까이 두고 있는 그의 개인 핸드폰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