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5 재벌에이스 =========================
전기맨의 충격으로 핸드폰에 이상이 있는게 아닌지 살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최민혁은 그 핸드폰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살인 돼지들의 우두머리를 비닐 마대자루에 욱여넣고 비밀 마대자루도 상태창의 아이템에 돌려 넣어두고 선 화장실을 나섰다.
그때 최민혁이 살짝 불편한 시선으로 CCTV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요즘 범죄 저지르기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 CCTV 카메라 때문이었다. 워낙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보니 저 카메라의 눈을 피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최민혁이 살인을 저지른 게 밝혀진다면 그건 CCTV카메라 때문일 공산이 컸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읽은 세나가 바로 말했다.
[CCTV 카메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능력을 찾아보도록 할게요.]
세나의 그 말에 흡족해 하며 최민혁은 커피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민예린에게로 향했다. 민예린은 최민혁의 의도대로 리필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단지 최민혁 없이 혼자 앉아 있자 초조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민혁씨!”
최민혁이 나타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키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를 맞았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녀와 마주보고 앉지 않았다.
“이제 해도 슬슬 지려는 데 그만 가죠.”
“어디를요?”
“대게 먹고 싶다면서요?”
“네?”
민예린이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설득을 했는데 그 말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걸 알자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무정하게 뒤돌아서 커피숍을 나섰다. 그런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던 그녀는 커피숍에서 계산을 마친 최민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후다닥 커피숍을 나섰다. 최민혁은 민예린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가서는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차를 몰아 호미곶을 빠져 나가서는 곧장 구룡포로 향했다.
그때 민예린은 뭣 때문인지 단단히 뿔이 나 있어 최민혁에게 한 마디로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최민혁은 더 좋았다. 잔소리도 한 번이지 계속 서울로 가야한다고 얘기하는 민예린의 말을 최민혁도 더 듣기 싫었던 것이다.
거기다 최민혁은 세나와 중요한 거래가 있었다. 민예린이 조용히 있어 주므로 해서 그 거래를 운전하면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나. 찾았어?’
[네. 기술적으로 문제는 해결 되었습니다. 조금 더 그 성능을 보충하면 될 거 같네요.]
보아하니 세나가 지금껏 최민혁에게 팔아먹은 능력들은 다 세나 자신이 만든 것인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다시 한 번 세나 시스템의 대단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혹시나 생각해 보았다.
‘세나. 핵폭탄보다 더 강한 무기도 만들 수 있어?’
그 질문에 세나는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 무기면 지구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요.]
‘..............’
그 대답이 최민혁의 머릿속 생각까지 싹 사라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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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부 경찰서장의 횡포에 그 밑의 경찰들은 죽을 맛이었다. 특히 주말에 비번을 맞아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졌던 경찰들은 아예 대 놓고 투덜거렸다.
“내가 이러려고 경찰이 된 건 아닌데....”
“마누라하고 애들을 두고 일 하러 나올 때 그 참담함이라니......”
그들 대부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경찰공무원이 된 사람들이었다. 옛날과 달리 공무원이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철저한 계급 사회인 경찰 공무원들은 이렇게 상관 하나 잘못 만나면 개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장의 지시에 따라서 포항 남부서의 경찰들은 포항시를 순찰하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을 살폈다. 그 중에서 수상쩍은 사람이 보이면 즉시 남부서로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장재호는 경찰들을 동원해서 손쉽게 최민혁과 그를 쫓는 오성 그룹의 경호원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덩치 큰 조폭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끼리 무슨 일이 벌어지면 즉시 개입해서 실리를 취할 생각이었다.
“뭐? 호미곶으로 간 조폭 새끼들이 갑자기 사라져?”
-네. 호미곶에 간 건 맞는데.... 여기 놈들이 타고 온 차도 있는데...... 놈들이 없습니다. 정말 귀신 곡할 노릇입니다.
“귀신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 일대를 샅샅이 뒤져 봐. 그놈들이 하늘로 솟았겠어? 아니면 땅으로 꺼졌겠어? 그게 아니면 이 추운 날 바다로 단체로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했겠어?”
-네.
대답하는 경찰 간부의 목소리가 확 기어들어갔다. 하긴 이 추운 날 바닷가 수색이라니? 딱 얼어 죽기 좋은 상황이었다. 개고생이 불 보듯 한데 그 일을 상관 때문에 해야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출세에 눈이 먼 장재호는 그런 염치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최민혁이는?”
“지금 구룡포에 있다는데요?”
“구룡포? 거긴 또 왜 간 거야?”
장재호는 짜증을 내면서 그 인근 그의 관할 경찰들을 그쪽으로 보냈다. 그때 황당한 보고가 왔다.
“뭐? 오성 그룹의 경호원들도 호미곶에서 사라졌다고?”
-네. 원래 그들이 조폭들보다 먼저 호미곶에 도착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호미곶에 진짜 귀신이라도 나타난 거야 뭐야? 빨리 호미곶에 CCTV영상 확보해서 가져 와.”
-네.
호미곶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거기 오늘 찍힌 CCTV영상들이 남부서로 오게 되면 다 알 수 있게 될 터였다. 그런데 그때 오성 측에서 먼저 떡밥을 물었다.
“네? 오성그룹 박영준 부회장님 비서시라고요?”
장재호의 입이 귀에 걸렸다.
“네. 네. 저야 부회장님과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면 영광이죠. 네. 당연하죠. 뭐든 시키기만 하십시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오성그룹 박영준 부회장의 비서와 통화를 끝낸 장재호는 입이 귀에 걸렸다.
“마누라가 돼지꿈을 꿨다더니. 나에게도 드디어 이런 기회가 찾아오는 구나. 크하하하하!”
통쾌하게 웃던 장재호가 즉시 구룡포가 이동 시킨 경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최민혁이하고 같이 있는 여자하고 둘 다 잡아 와.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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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구룡포로 이동 중 세나와 새로운 능력을 두고 거래를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세나는 그 능력을 두고 꽤 센 포인트를 불렀다. 그럴 것이 최민혁에게는 엄청난 포인트가 적립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획득 포인트 +20,000. 사업가 총 포인트: 20,000]
무려 2만 포인트! 최민혁이 제거한 살인 돼지가 15명이니 1,500포인트, 그런데 거기에 우두머리가 무려 5,000포인트나 되었던 것이다. 최민혁의 예상대로 사람 여럿을 죽인 거처럼 보였던 그 우두머리가 제 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2만 포인트는 좀 심하지 않아?’
[대신 그 만한 값어치는 하는 능력이죠. 이 능력은 철저히 마스터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게다가 이레이즈(Erase) 능력처럼 무(無)단계로 쓸 수 있고요. 뭐 싫으시면 구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나가 아예 배 째라고 나오니 거래가 중단 될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은 지금껏 그가 세나와 거래 해 온 다른 능력들의 포인트를 일일이 거론하며 세나를 설득 하려 했지만 세나에겐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절대 갑인 세나를 최민혁은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최민혁에게 할인권이 있단 거였다.
“좋아. 그럼 그 능력을 구입하도록 할게. 대신 할인권을 쓰겠어.”
[알겠습니다. 할인권 적용해서 계산에 들어갑니다.]
세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소비 포인트 +10,000. 사업가 총 포인트: 10,000]
그래도 만 포인트 남은 게 최민혁에게는 나름 위안이 되었다. 세나는 최민혁이 남은 포인트를 확인하자 바로 그 창을 지우고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을 띄웠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2단계), 순간이동(2단계), 전기맨(2단계), 투명인간(2단계), 정욕의 화신(2단계), 트래킹(Tracking)(2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멋쟁이(2단계), 천상의 목소리(2단계), 손만 대도 맛있어(2단계), 감시자의 눈과 귀(2단계), 행운의 손(2단계), 다연발 석궁(2단계), EMP(무(無)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비닐 마대자루(아공간 사용)
할인권: 없음.
최민혁은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의 보유 능력에서 새로 생긴 능력을 보고 깜짝 놀라며 세나에게 물었다.
“세나.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EMP는 아니겠지?”
강력한전자기파(電磁氣波)를방출해컴퓨터등전자기기를무력화할수있는EMP(Electromagnetic Pulse)!
[맞아요. 그 전자기펄스! 하지만 그 원리를 이용했고 그 다음은 더 고차원적인 수준의 기술이 접목 되었어요.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건 맞아요.]
세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2만 포인트는 결코 비싼 게 아니었다. 거기다 세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EMP능력은 언제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최민혁은 자신이 오늘 살인을 한 곳 근처 반경 1Km안의 CCTV카메라들에게 EMP능력을 걸어 달라고 세나에게 부탁했다.
[마스터가 살인을 한 곳은 모두 두 곳이고 그 인근 1Km안의 CCTV카메라들은 전자기펄스에 노출 되었습니다.]
이로써 최민혁이 살인을 한 곳에서 어떤 CCTV카메라도 최민혁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 그건 차량용 CCTV카메라도 마찬가지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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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에 도착한 최민혁은 민예린을 데리고 근처 대게 집으로 들어갔다. 대게의 제철은 11월에서 5월 사이로 지금 대게는 적당이 살이 올라 있어 맛이 있을 때였다.
“드셔 보세요.”
구룡포로 오는 동안 차 안에서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던 민예린은 쀼루퉁한 얼굴로 대게 집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최민혁이 대게 살을 발라 건네자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츠르릅....쩝쩝쩝......우와. 진짜 맛있다.”
그런 그녀 앞에서 최민혁이 맛있게 대게 살을 발라 먹는 모습까지 보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그때 최민혁이 말했다.
“예린씨가 저 생각해서 서울 가자고 하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 필요 없어요. 오성 그룹 부회장님? 대단하시죠. 오성 그룹 후계자니까요. 그래도 그가 오성 라이온즈 구단주는 아니잖아요?”
“네에?”
최민혁의 말에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짓는 민예린을 보고 최민혁이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하하하하. 제가 누군지 아시죠?”
“네.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시잖아요.”
“그럼 이 사실을 오성 라이온즈의 구단주가 알면 어떻게 할까요?”
“아아!”
최민혁의 그 말을 들은 민예린은 누가 그녀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 친 듯 번쩍 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