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재벌에이스 =========================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2단계), 순간이동(2단계), 전기맨(2단계), 투명인간(2단계), 정욕의 화신(2단계), 트래킹(Tracking)(2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멋쟁이(2단계), 천상의 목소리(2단계), 손만 대도 맛있어(2단계), 감시자의 눈과 귀(2단계), 행운의 손(2단계), 다연발 석궁(2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비닐 마대자루(아공간 사용)
할인권: 보유능력 50%DC(1회 한정)
“다연발 석궁!”
최민혁인들 석궁을 모르겠는가? 쇠뇌라고도 불리는 이 무기는 활과 비슷하지만 활보다 더 강력하고 명중률 또한 아주 높았다. 약 270m의 사정거리와 강철갑옷도 뚫을 수 있는 막강한 파괴력 까지 가진 이 무기의 효용성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최민혁은 세나가 그에게 제대로 필요한 원거리 무기를 줬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게 총기류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능력이란 것이다. 즉 최민혁이 다연발 석궁 같이 귀찮은 무기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능력으로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단 점에서 다연발 석궁은 총기류와 사실 다를 게 없었다. 거기에 세나의 설명이 곁들여지자 최민혁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러니까 업그레이드 되어서 하루에 20발까지 쓸 수 있단 얘기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명적인 무기이니 잘 사용하십시오.]
세나는 굳이 길게 얘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책임은 최민혁 자신에게 있었으니까. 최민혁도 적어도 이런 위험한 무기를 함부로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거나 사회 정의와 이 세상을 위해 꼭 제거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때는 석궁의 화살을 아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최민혁도 한 번 손에 피를 묻히자 더 과감해지고 더 이상 살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심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민혁이 갑자기 진지해 진 얼굴로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민예린은 복잡한 눈으로 그런 최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지금 심정은 당장 서울로 갔으면 했지만 저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최민혁의 저런 모습은 단지 만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뒷배가 성동 경찰서의 서장인 외삼촌 하나뿐이라면 말이다.
“민, 민혁씨!”
그래서 민예린은 다시 한 번 그에게 현재 그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좀 더 확실하게 얘기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불렀는데 그가 바로 반응을 했다.
“네?”
살짝 놀란 듯 보이는 그의 반응에 민예린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에게 조곤조곤 얘기했다. 물론 자신이 박영준 부회장의 여자였단 얘기는 ‘쏘옥’ 뺐다.
최민혁도 민예린이 나름 자신을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이란 건 알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박영준 부회장에게 꼬리를 내릴 순 없었다.
그가 먼저 걸어 온 싸움이고 그 싸움을 피해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물론 그 상대가 박규철 회장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애송이 후계자라면 이번 기회에 최민혁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최민혁의 배경이 어느 정도 인지 말이다. 하지만 배경 싸움이 아니더라도 최민혁은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해 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일단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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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부 경찰서장 장재호는 주말에 포항 유지 중 한 명과 골프를 치다가 서울 성동 경찰서에 서장으로 있는 경찰대 동기의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출셋길은 서울 쪽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동기지만 경무관으로의 진급은 그 동기가 먼저 할 게 뻔했다. 그래서 장재호는 동기와 조심스럽게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동기가 갑자기 부탁을 해 왔다.
“네 조카가? 으음. 뭐 그 정도야 못해 주겠나. 알았다. 그렇게 조치를 취해 두도록 하지. 에이. 고맙긴. 다음에 서울 가면 술 한 잔 사라. 응. 그래. 들어가.”
그렇게 통화를 끝낸 장재호는 즉시 포항 남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날 당직관인 형사과장인 경감에게 성동 경찰서장이 부탁한 일을 지시했다. 그 뒤 장재호는 마저 라운딩을 돌았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 데 형사과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이 과장. 어떻게 됐어?”
-서장님. 시키신 대로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일단 연행했고 서로 데려 가겠습니다.
“그래. 뭐하는 놈들인지 털어보고 별거 없으면 두어 시간 시간 끌다가 풀어 주고. 응. 그래. 수고해.”
그렇게 형사과장과 통화를 끝낸 장재호는 포항 유지와 법성포로 가서 회를 먹었다. 장재호는 원래부터 회를 좋아했는데 포항의 회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렇게 회로 배를 채운 장재호에게 또 형사과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걸 확인한 장재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좀 알아서 처리하면 될 일을......”
하지만 혹시 해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 혹시 나가 맞았다.
“뭐? 그, 그자들이 어디 사람이라고?”
-오성 그룹 경호원들이란 건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이제 어쩔까요?
맙소사! 오성 그룹이라니. 이건 제대로 똥 밟은 거 아닌가?
“어쩌긴 뭘 어째? 당장 풀어 줘. 당장!”
그렇게 버럭 소리친 장재호는 씩씩거리다 곧장 서울 성동 경찰서장인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나 엿 먹이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야 뭐야? 뭐? 천천히? 야! 지금 내가 천천히 말하게 생겼어? 네가 말한 그 자들 말이야. 네 조카 뒤를 쫓는 다는 그 작자들. 그 사람들 오성 그룹 경호원들이라며? 그래. 뭐? 그, 그래?”
갑자기 성동 경찰서정에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장재호의 화가 바로 누그러졌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기회주의자 장재호가 득실을 따질 때 버릇이었다.
“어.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았다. 화 낸 건 진짜 미안하다. 그래. 이해해 준다니 고맙다. 그래. 에이. 신세는 무슨. 서울 가면 꼭 연락 할게.”
불 같이 화를 내며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엔 그의 비위 맞추기 바쁜 장재호였다. 그런 장재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거 슈퍼 갑들끼리 싸움 나는 거 아냐?”
장재호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이런 일이 하필 그의 관할에서 벌어질 건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이건 또한 절호의 기회 일수도 있었다. 한쪽은 무려 오성 그룹 후계자고 또 다른 한 쪽은 국내 최대 로펌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법을 쥐락펴락하는 법률가 집안의 장손. 그 어느 쪽과 연을 맺어도 장재호의 출셋길은 아우토반이 될 테니까.
그런데 그런 장재호 때문에 포항 남부서의 경찰들만 고달파졌다.
“당장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다. 다 나오라고 해.”
서장의 변덕에 주말 비번으로 쉬고 있던 경찰들까지 죄다 남부서로 끌려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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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마냥 민예린의 얘기를 듣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사실 그녀의 각색 된 얘기를 최민혁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래서 그녀의 얘기를 경청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그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왔다.’
그래서 최민혁은 호미곶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커피숍에서 민예린과 마주 앉았다. 대신 자신이 창가에 앉았고 호미곶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때 그의 눈에 승용차 한 대와 스타렉스 2대가 호미곶으로 들어오는 게 포착 되었다.
“.....니까 지금이라도 서울로 가서....”
“예린씨. 여기 꼼짝 말고 계세요.”
최민혁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 민예린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나가다 커피숍 직원에게 민예린의 커피를 리필해 줄 걸 부탁했다. 그가 다시 여기로 돌아오기까지 커피나 마시고 있으란 소리였다. 커피숍을 나선 최민혁의 모습은 바로 사라졌다.
스르륵!
지금부터는 최민혁도 조심해야 했다. 스타렉스 두 대면 적어도 20명 이상의 살인 돼지들이 그를 노리고 여기 왔단 얘기였으니까. 그래서 최민혁은 아예 먼저 그들을 마중 나갔다.
호미곶 안으로 들어 온 그들이 갈 곳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바로 호미곶에 있는 유일한 주차장. 호미곶 안에 들어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이기에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그곳에 차를 가져다 댔다. 최민혁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래서 최민혁은 자신의 능력인 순간 이동으로 먼저 그곳 주차장에 갔다. 그리고 놈들이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 또 다른 자신의 능력인 투명 인간을 사용했다.
“야야! 빨리 내려.”
“저, 저기 형님. 화장실 좀.....”
“그러게 좀 작작 처먹으라니까.”
보통 많은 사람이 움직이게 되면 꼭 저런 인간이 나온다. 살인 돼지들 중에서도 과식으로 인해 혹은 소변이 마렵던 녀석들이 있었다. 그런 녀석들에게 나병석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화장실 갈 놈들은 지금 빨리 갔다 와.”
그 말에 5명이나 되는 살인 돼지들이 우르르 주차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걸 보고 혀를 차던 나병석이 남은 살인 돼지들에게 외쳤다.
“빨리 줄 서.”
그때 나병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표경수였다.
“네. 형님. 네. 지금 놈이 있는 곳으로 왔으니까 잡는 일만 남았습니다. 네. 네. 잘 알죠. 여자는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네. 네. 들어가십시오. 형님.”
나병석은 최대한 정중하게 표경수의 전화를 받은 뒤 줄 서 있는 살인 돼지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어째 그 대가리 수가 적었다. 안 그래도 포항 시내에서 5명이나 사라진 상황이라 15명 밖에 안 되는 데 그 중에 또 5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나병석의 눈에 주차장 화장실이 보였다.
“아. 맞다. 화장실.”
나병석은 기다렸다. 화장실 간 5명의 살인 돼지들이 나오길. 그렇게 5분,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새끼들 뭐하는 거야?”
나병석의 인내도 그 한계를 드러냈다.
“똥오줌을 만들어서 싸고 오나? 뭐해? 빨리 가서 새끼들 데리고 나와.”
나병석이 버럭 소리치자 줄 서 있던 살인 돼지들이 쭈뼛거리다 그 중 서열에서 밀린 살인 돼지 두 명이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갔다.
“................”
그런데 그렇게 달려 간 살인 돼지 두 명도 화장실 안에 들어가고 나선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자 신중한 성격의 나병석의 눈에 의문이 드리워졌다.
“뭐지?”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병석이 소리쳤다.
“씨발. 저 화장실 에워 싸. 어서!”
나병석의 명령에 남아 있던 살인 돼지들이 우르르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나병석의 눈에도 그 수가 어째 초라해 보였다.
나병석은 계속 시선을 화장실에 두었다. 혹시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의 수하들이 화장실에 다다를 때까지 화장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달랑 8명 남은 살인 돼지들이 하나 뿐인 화장실 출입문을 겹겹이 막아선 가운데 나병석이 굳은 얼굴로 그쪽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