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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20화 (120/248)

00120 재벌에이스 =========================

‘저놈들에게 걸리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어.’

한 마디로 나병석은 인간 도살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키워 낸 것이다. 그 덕분에 그의 조직 내 서열은 급등했고 보스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표경수의 눈에 들었다.

표경수는 자신을 믿고 따라 와 준다면 조직 내 최고 나와바리를 나병석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었기에 나병석은 표경수의 칼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나병석은 자신이 키워 낸 살인 돼지들을 이끌고 곧장 여인숙을 나섰고 여인숙 앞에는 스타렉스 2대와 승용차 한 대가 벌써 대기 중이었다.

나병석은 그 중에 승용차 뒷좌석에 탔고 나머지 수하들은 알아서 2대의 스타렉스에 나눠 탔다. 나병석은 편하게 카 시트 뒤에 등을 기댄 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그러니까 그놈이 지금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 분기점을 지나고 있단 말이군요. 네. 일단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나병석이 운전석의 수하에게 말했다.

“들었지? 출발해.”

“네. 형님.”

나병석을 태운 승용차가 앞장을 서자 그 뒤로 살인 돼지들을 태운 스타렉스 두 대가 줄줄이 뒤따라 붙었다. 그들은 곧장 고속도로로 차를 올리고 여주 분기점으로 내달렸다.

나병석은 수시로 어딘가 연락을 취했고 그들이 익산포항고속도로에 화산 분기점을 지났을 때였다. 나병석은 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그런데 그쪽에서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아무리 걸어도 그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자 나병석은 곧장 표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네. 형님.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포항에 들어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병석이 운전석의 수하에게 말했다.

“포항에 들어가자.”

“네. 형님.”

그렇게 나병석과 그가 키우는 살인 돼지들은 익산포항고속도로를 타고 쭈욱 포항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포항에 도착한 나병석은 살인 돼지들에게 밥을 먹였다. 그리고 자신도 추어탕 한 그릇을 먹고 있을 때 표경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쪽으로 전화하겠습니다. 네. 염려 마십시오. 뒤처리 깨끗하게 하겠습니다.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표경수와 통화 후 나병석은 갑자기 입맛이 싹 달아났다. 그래서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의 살인 돼지들은 벌써 식사를 끝낸 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나병석은 식당 밖에서 수하들에게 담배 한 대를 피게 하고 그도 입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때 나병석의 최측근 수하가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후우우우. 문제는 무슨..... 별 거 아니다.”

별거 아니란 건 무슨 문제가 있단 소리다. 눈치 빠른 측근 수하가 다시 물었다.

“연장 준비 시킬까요?”

조직 간의 패싸움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그러자 나병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장은 필요 없다. 한 놈 해치우는 데 우리도 가오가 있지. 연장까지 써서야 되겠냐?”

나병석의 측근 수하는 나병석이 달랑 한 명 처리 할 거란 말에 따라 웃었다. 이건 일거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한 놈이 미꾸라지라서 문제인 모양이다. 아마도 오늘 진흙탕 좀 묻혀야 할 모양이다.”

나병석의 그 말에 측근 수하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었다. 나병석은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어렵다면 진짜 어려운 거다.

나병석은 웃다 표정이 굳은 측근 수하를 보고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렇다고 쫄 건 없고. 미꾸라지도 촘촘한 그물을 준비하면 잡히지 않겠나? 애들 담배 다 피웠으면 차에 태워라.”

“네. 형님.”

측근 수하가 살인 돼지들을 스타렉스에 나눠서 태우는 걸 지켜 보며 나병석도 빠르게 담배를 흡입했다. 그리고 반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버리더니 곧장 자신이 탈 승용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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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성동 경찰서장인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말이니 외삼촌도 집에서 쉬고 계실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친에게 전화를 걸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아들이 데이트 잘하고 있는 줄 알고 계신 모친에게 자신이 쫓기는 신세란 걸 말하면 모친이 얼마나 놀라시겠는가?

-여보세요?

“삼촌. 접니다.”

-안다. 사고뭉치야.

아무래도 외삼촌도 서울경찰청장과의 일을 아시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일은 자칫 외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으니까.

외가 친척들 중 1/3이 경찰에 재직 중이다. 그런데 모친과 최민혁이 경찰 조직 서열 2위를 건드려 놨으니 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삼촌. 죄송한데 제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뭐?

“여기 고속도로인데요. 지금 제가................”

최민혁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간략하게 외삼촌에게 설명했다.

-뭐? 오성 그룹 경호원들? 그들이 왜 너를 쫓는단 말이냐?

“그게......”

최민혁은 힐끗 옆 자리의 민예린을 쳐다보았다가 어쩔 수 없이 그녀 얘기를 외삼촌에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네 여자가 오성 그룹 부회장의 비서였고 이미 사직했는데 오성 측에서 지금 납치를 하려하고 있단 소리냐?

최민혁은 오성 그룹 얘기만 했지 거기에 부회장 박영준이 끼어 있고 또 민예린이 그의 여자였단 얘기는 외삼촌에게 하지 않았다.

“네. 벌써 휴게소에서 한 번 충돌이 있었고 지금은 다른 오성 그룹 경호원들에게 쫓기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포항 경찰서에 삼촌 아시는 분 계실까요?”

-경찰대 동기가 거기 남부서 서장이긴 하다만.....

“그분 좀 움직여 주세요. 포항에 들어가는 요금서에서..................”

최민혁은 구체적으로 요구 사항을 외삼촌에게 밝혔고 그 말을 듣고 난 외삼촌이 대답했다.

-뭐 그 정도야 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만.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알았다.

그렇게 최민혁이 외삼촌과 통화를 끝내자 민예린이 의아한 얼굴로 최민혁을 보고 물었다.

“외삼촌이 경찰이세요?”

“네. 성동 경찰 서장님이시죠.”

“네에?”

민예린은 살짝 놀란 얼굴로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그냥 보통 야구 선수인줄만 알았던 최민혁의 뜻밖의 인맥에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민예린은 촉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그가 사는 곳은..........’

최민혁은 그녀가 사는 이태원의 일반 주택가 위의 고급 주택가에 살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면면은 민예린도 익히 알았다. 모두들 하나 같이 대단한 집안의 사람들이었다. 그 말은 돈뿐만 아니라 권력도 어느 정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 이태원의 고급 주택가였던 것이다. 거기 사는 사람들 중에는 오성 그룹에서도 손을 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설마......’

민예린은 최민혁의 집안이 그런 오성 그룹 측에서도 손대지 못할 가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찰서장 한 명 가지고는 오성 그룹의 행사를 막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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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면.....우리 다 죽는다.”

최민혁과 민예린이 탄 차를 뒤쫓던 오성 그룹의 경호원 차량의 뒷좌석에서 섬뜩한 소릴 내뱉고 있는 사람의 정체는 오성 그룹 경호 3팀의 부 팀장 배장호였다.

그는 부회장 박영준의 지시에 의해서 3팀 중 6명의 팀원들을 이끌고 민예린을 감시 중이었다. 그러다 그녀가 웬 남자와 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자 즉시 그 사실을 박영준의 비서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비서가 계속 추적을 하되 그 차에 그들이 내리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했다. 그 지시대로 배장호는 추격조를 둘로 나눠서 선발조에게 그들이 휴게소에 들러서 쉴 때 사진을 찍어 박영준의 비서에게 바로 보내게 했다. 그랬더니 박영준의 비서가 당장 그들을 잡아 서울로 데려 오란 지시를 내렸다. 배장호는 즉시 선발조에 그들의 신병을 확보하라고 했다.

“내가 갈 때까지 잡아 놓고만 있어.”

그랬는데 배장호와 나머지 추격조가 휴게소에 도착해 보니 선발조 3명이 기절한 체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씨발.......”

그 장면을 보고 배장호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그럴 것이 이 사실을 위에 보고하게 되면 자신은 잘릴 지도 몰랐다. 그래서 경호팀장에게는 절대 이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빨리 쫓아.”

배장호는 기절한 수하들은 일단 깨워만 놓고 자신은 다른 팀원들과 같이 민예린이 탄 차를 쫓았다. 그러면서 부회장의 비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부회장 비서가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 부팀장님. 이 사실을 부회장님이 아시면 어떻게 되실지 아시죠?

“네. 죄송합니다. 제가 반드시 그들을 잡아서....

-아뇨. 그냥 뒤만 쫓으세요. 뒤처리를 할 사냥개들은 벌써 풀었으니까. 그쪽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부회장의 비서의 말에 배장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이일이 더 이상 경호팀에서 관여할 일이 아닌 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부회장의 비서는 그 말 후 전화를 끊었고 바로 이어서 배장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받으니 배장호도 전에 한 번 본적이 있는 자의 전화였다. 그 자가 그들이 처리할 대상이 어디 있는지 물어왔고 배장호는 현 위치를 그들에게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배장호가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 또 조폭 새끼들이 나서는 건가?”

그 말에 그와 같이 차를 타고 있던 경호원들의 표정도 굳었다. 그러면서 일체 말없이 그들은 민예린이 탄 차를 쫓았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눈치 차린 듯 민예린의 차의 남자가 곡예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격조의 운전을 맡은 경호원은 카레이스 경험까지 있는 운전의 베테랑이었다.

그러니 그런 그가 민예린이 탄 차를 놓칠 리 없었다.

“포항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앞쪽 운전석 옆 보조석의 경호원이 말했고 실제 민예린이 찬 차도 속도를 줄이며 톨게이트로 진입했다.

“어?”

그런데 톨게이트를 경찰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포항으로 들어오는 톨게이트의 모든 차량을 검문검색 했다. 그걸 보고 배장호는 그룹 차원에서 경찰에 시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의 눈앞에 민예린이 탄 차를 경찰이 신분증만 확인하고 바로 통과 시키는 걸 보니 말이다.

“정지!”

반면 배장호와 오성 그룹 경호원들이 탄 차는 달랐다. 운전석의 경호원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경찰에게 제시 했는데 그걸 본 경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잠깐. 내려 주시겠습니까?”

“네?”

배장호는 순간 뭐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가 반응을 보이기 전 어느 새 그들 차를 포위한 경찰들이 총구를 그들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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