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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14화 (11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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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강동경찰서에 도착한 최민혁은 곧장 강력계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최민혁은 필요한 진술을 하고나서 서장실로 향했다.

“고생했다.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전지훈련 떠나가 전까지 집에서 푹 쉬고 있으렴.”

“네. 어머니.”

최민혁은 일단 대답은 했다. 그래야 할 거 같아서 말이다. 어제 모친은 자신의 자리를 걸고 아들인 최민혁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보다 훨씬 높고 강한 상대와 기꺼이 싸우려 했다. 그런 분의 말인데 그래도 듣는 척은 해야 하지 않겠나?

최민혁은 모친이 일하는 방에서 차나 한 잔 마시고 일어 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서가 시끄럽더니 예상치 못한 존재가 두 모자 앞에 나타났다.

“민 총경!”

“청장님!”

바로 어제 싸울 뻔했던 상대가 오늘 버젓이 강동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명백히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말이다.

“구속되기 전에 조카 얼굴이나 좀 볼까 하고 말일세.”

대 놓고 조카를 보러 왔다는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의 말에 민정숙 총경은 전혀 위축 되지 않고 당당히 그 말을 받아쳤다.

“그러셨군요. 유치소 면회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

잠시 말없이 두 사람 사이에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때 장현석의 시선이 최민혁을 향했다.

“혹시 네가 민 총경의 아들인 최민혁이냐?”

장현석이 그 말을 하며 최민혁을 쏘아보자 민정숙 총경이 본능적으로 최민혁 앞을 가로 막아 서며 말했다.

“면회 시간은 5시까집니다만.”

“흥!”

장현석은 코웃음을 친 뒤 민정숙 총경와 최민혁 모자를 향해 공언하듯 말했다.

“난 나에게 모욕감을 준 자들은 절대 잊지 않아. 덕분에 어제 제대로 구정물을 덮어 썼다. 이 은혜는 꼭 갚아 주도록 하지.”

장현석은 그 말 후 서장실을 나갔고 그런 그를 보고 민정숙 총경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더니 최민혁에게 물었다.

“하아..... 민혁아. 괜찮니?”

모친의 물음에 최민혁의 최대한 밝게 대답했다.

“원래 은혜 갚겠다는 놈치고 은혜 갚는 사람 없고, 두고 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는 법이죠.”

최민혁의 그 말에 모친인 민정숙 총경도 피식 따라 웃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같이 퇴근하자는 모친의 말을 최민혁은 차마 거절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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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장 장현석은 어제 한숨도 못 잤다. 너무 분하고 화가 나서 말이다. 37년 그의 경찰 생활에서 어제 같이 수치스럽고 모멸스러운 하루도 없었다. 특히 그를 화나게 한 건 그가 처음으로 그분의 심기를 건드렸단 점이었다.

지금껏 그가 승승장구하며 경찰 서열 2위의 자리에 오른 것은 단 한 번도 그분의 심기를 상하게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버러지 같은 것들 때문에......”

새벽까지 담배 한 갑을 다 태운 장현석은 핼쑥한 얼굴로 아침 식사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를 보고 그의 가족들은 다들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난 괜찮아.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자기 앞 가림이나 잘해.”

가부장적인 성격의 그는 지금껏 살아오며 가족들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터였다.

어제 일은 그의 일이라기보다 조카 뒤를 봐 주다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지만 오늘부터는 달랐다. 그의 뒤통수를 친 놈들이 누군지 알고 있는 한 그가 다시 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만큼 장현석은 냉철하고 신중하게 일 처리를 해 왔고 그와 적대적인 자들은 지금 다들 옷을 벗었거나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민정숙! 그리고 그 아들 최민혁!”

그 둘만은 절대 가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 둘을 건드리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쳐 올지 알기에 지금 그들을 손댈 생각은 없었다. 먼저 그가 경찰청장이 되고 나서 그들이 절대 빠져 나갈 수 없는 덫을 친 다음 그 덫으로 그들을 몰아넣을 생각이었다.

그들의 가족들이 아무리 대단한 빽이 있다고 해도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덫을 장현석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다.

그 전에 장현석이 해 둬야 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조카의 입을 단속 시키는 것. 녀석도 알고 있을 터였다. 자신이 살려면 무조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수고스럽지만 녀석을 찾아가서 만나 놓을 필요가 있었다.

장현석은 정시에 출근을 해서 일을 보다가 3시쯤 서울경찰청을 나서서 강동경찰서로 향했다.

강동경찰서에 가니 서장실에 민정숙 총경과 그 아들 최민혁이 같이 있었다. 그 둘을 보는 순간 장현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 화를 폭발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기에 장현석은 그 화를 억누르며 둘에게 확실히 경고를 해 두었다.

그 경고로 인해 그들도 만약을 대비할 수 있을 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준비하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는 덫이라면 그 덫은 덫이라고 할 수 없었다. 즉 걸려도 빠져 나갈 수 있는 덫일 테니까. 하지만 장현석은 그런 덫이 아닌 진짜 그들이 빠져 나갈 수 없는 완벽한 덫을 준비할 생각이니까 상관없었다.

대신 그 경고로 인해 민정숙 총경과 그 아들놈도 불안에 떨게 될 테였다. 그거면 지금은 충분했다. 그만큼 장현석은 두 모자가 발 뻗고 자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그 경고가 최민혁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사실을 장현석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최악의 결과를 불러 올 거란 것도 몰랐고 말이다.

“지욱아. 조금만 고생해라. 큰아버지가 청장이 되면 빼내 줄 테니까.”

“네. 큰아버지.”

장지욱은 장현석의 생각대로 큰아버지 얘기가 나오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녀석도 자신이 살 길은 큰아버지를 믿고 따르는 것 밖에 없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장현석은 괜한 걸음 했다는 생각을 하며 강동경찰서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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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을 직접보고서는 전율을 느꼈다. 그만큼 그 사람에게서 자신과 모친에 대한 엄청난 살의를 느꼈던 것이다.

‘역시 그냥 둬선 안 될 작자야.’

그냥 두면 반드시 자신과 모친에게 보복을 가해 올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저 작자보다 먼저 저자를 쳐 낼 필요가 있었다.

‘아마 경찰청장이 된 뒤에 본색을 드러내겠지. 하지만 댁이 경찰청장이 되는 일은 없어.’

설혹 그의 뒤를 봐주는 자가 있어서 그를 경찰청장에 임명해도 국회의 동의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즉 도저히 그가 경찰청장이 될 수 없는 결격 사유가 있다면 대통령도 그의 임명을 강행할 수 없을 터였다. 하긴 그 전에 최민혁이 먼저 그를 지금의 자리에서도 쫓아 내 버릴 테지만. 최민혁이 어떻게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을 쳐 낼지 고심하는 사이 시간이 훌쩍 흘러서 모친의 퇴근 시간이 다 됐다.

“가자.”

“네. 어머니.”

오늘 새벽처럼 최민혁은 자신의 차에 어머니를 태우고 집으로 퇴근을 했다. 그렇게 집으로 가던 중에 모친이 말했다.

“민혁아. 너 해물탕을 그렇게 잘 끓인다며?”

“네. 뭐.....”

“그럼 매운탕도 잘 끓일 수 있겠네?”

모친은 아예 최민혁의 대답은 듣지 않고 명령조로 말했다.

“저기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수산물 시장이 나오거든. 그쪽으로 가자.”

최민혁이 모친이 시킨 대로 좌회전을 하자 모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오늘은 회 좀 뜨고 그 회 뜬 생선 머리와 뼈는 챙겨 달라고 해서 매운탕 끓여 먹도록 하자. 어때? 괜찮지?”

갑자기 웬 회인가 싶어서 최민혁이 슬쩍 모친에게 물었다.

“근데 뜬금없이 웬 회에요?”

그 물음에 모친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네 아빠가 회가 자시고 싶다지 뭐니. 안 그래도 요즘 기력도 많이 떨어지신 거 같아서 이 참에 회 좀 떠서가려고. 거기다 네가 맛있게 매운탕까지 끓여 준다면 금상첨화 겠고.”

역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부부 금실이 좋으시니 기력이 딸릴 밖에. 최민혁은 모친과 같이 수산 시장에 가서 회도 뜨고 매운탕 꺼리도 챙기고 거기다 남자 정력이 특히 좋은 장어까지 샀다.

“어머. 징그러워라.”

모친은 진작 부친께 장어를 해 먹이고 싶었으나 산 장어를 손질 할 줄 몰라서 못해드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최민혁은 수산 시장에서 파는 마늘, 상추와 깻잎, 그리고 아예 거기서 파는 초장을 까지 사서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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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모친이 한 말씀 하셨다.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의 말은 담아 둘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모든 건 자신이 알아서 최민혁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게끔 조치를 취할 테니 걱정 말라고.

그런 모친의 말에 최민혁은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모성애인지.....

집에 도착하자 여동생 다혜가 반갑게 우리를......아니 장봐 온 회를 맞아 주었다. 모친께서 전화를 한 탓인지 부친도 평소보다 빨리 귀가를 하셨고 말이다.

최민혁은 먼저 회부터 접시에 담아서 가족들에게 내 놓고 자신은 장어를 손질했다. 그 다음 오븐에 장어를 굽고 그 구운 장어에 양념을 바른 뒤 다시 한 번 더 구웠다. 그리고 장어 양념 구이를 내가자 가족들이 난리가 났다.

딱!

“아야! 왜 때려?”

여동생이 장어 꼬리를 먹으려다 어머니께 바로 제지를 당했다.

“넌 딴 거 먹어. 여보. 아아~”

“그, 그 참. 아아.....쩝쩝쩝....”

“맛이 어때요?”

“마싯소. 허허허허.”

참 닭살스런 부부였다. 하지만 보기 좋은, 최민혁이 꿈꿔온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차성국은 오늘 따라 더 그리웠다. 돌아가신 모친이 말이다.

“민혁아. 자. 너도 먹어.”

어머니께서 장어의 살점이 두툼한 부위를 최민혁의 밥공기에 올려 주셨다. 최민혁은 그걸 맛있게 먹었고 그들 가족의 밥상에 행복이 넘쳐났다.

그렇게 식사 후 최민혁이 고생했다면 설거지는 모친과 여동생이 맡으면서 그는 부엌에서 쫓겨났다. 그랬더니 거실에 뻘쭘하게 부친과 자신만 남았다. 그때 부친인 최한성이 민혁에게 말했다.

“너 요즘 사고치고 다닌다면서?”

“사고요?”

“그래. 어제 일도 다 안다. 뭐 네 나이 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어. 이해한다. 하지만 넌 경찰이 아니다. 경찰이 할 일을 내가 하는 일은 다신 없길 바란다.”

아마도 어제 호텔에서 최민혁이 장지욱을 빼돌린 것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경찰서에선 장지욱의 방을 지키던 경기경찰청 형사들을 따돌리고 장지욱을 호텔 방에서 잡아 왔다고만 진술 했었다.

실제로 그 부분에 대해 여의도 호텔에서 체포 되어 온 경기경찰청 형사들도 별 말이 없었고.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았을 테지만. 하지만 부친은 그 상황에서 최민혁이 장지욱을 빼내면서 경찰과 아무런 물리적 충돌도 없었단 말을 믿지 않는 모양이었다.

‘역시 유능하시다더니......’

최민혁은 부친의 검사로서의 직관력과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네.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

“그래.”

그 말 후 부친은 입을 꾹 다물었고 두 남자의 침묵은 설거지를 끝낸 모친과 여동생이 과일을 가지고 거실로 나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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