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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12화 (11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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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최민혁이 USB 하나를 민정숙 총경에게 건네는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유장식! 당신을 범인 은닉 및 증거물 훼손 및 강탈 혐의로 체포 한다. 뭐해? 빨리 체포 하지 않고!”

민정숙 총경의 외침에 강력계장이 직접 나서서 유장식 감찰관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이거 안 풀어. 이 새끼들이 진짜.....”

당연히 유장식 감찰관은 자신의 혐의를 부정했다. 하지만 민정숙 총경이 그 앞에 최민혁이 건넨 USB 속 동영상을 보여주자 그의 거친 입이 거짓말처럼 딱 다물어졌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말 뿐이었다.

“변호사 불러.”

이에 민정숙 총경은 변호사 대신 경찰청 외사국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경찰청 외사국의 조사과장이 바로 강동서를 찾아왔다. 증거가 있음에도 뻔뻔하게 고자세를 취하던 유장식 감찰관도 본청의 외사과가 움직이자 이내 벌레 씹은 얼굴로 변했다.

이렇게 빨리 경찰청의 외사국이 움직인 이유는 민정숙 총경이 그 만큼 빨리 대처를 했기 때문이었다. 민정숙 총경은 누구보다 경찰 조직에 밝았다. 부친 덕도 있었고 또 집안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특히 현 경찰청장은 현 법무부 차관으로 있는 최한수와 친구 사이였는데 그 최한수가 바로 민정숙 총경의 남편 최한성 차장 검사의 사촌 형이었다. 그래서 경찰청장과 다이렉트로 통화가 가능했던 민정숙 총경은 어쩔 수 없이 경찰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게 자신에 관한 일이라든지 사사로운 일이었다면 민정숙은 경찰의 보고 체계도 무시하고 경찰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자식에 관한 일이었다.

만약 이 일이 잘못 되면 자신은 둘째 치고 최민혁에게 닥칠 파장을 생각하니 엄마로써 그녀는 가만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네. 청장님. 늦은 시간 연락 드려서 죄송합니다. 네. 실은................”

경찰 조직 서열 2위인 서울경찰청장이었다. 그와 대척점을 지게 된 이상 민정숙 총경은 경찰청장의 도움 없이 제대로 싸울 수도 없을 터였다. 다행히 민정숙 총경의 설명을 듣고 난 경찰청장은 바로 외사국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민정숙을 돕게 했다. 그리고 서울경찰청장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언제든지 체포할 수 있는 권한 역시 민정숙 총경에게 부여했다.

“뭐, 뭐야?”

민정숙 총경의 부탁을 받고 강남서에 다녀 온 조사과장 오동석 경정은 갑자기 바뀐 강동서의 분위기에 놀랐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맙소사. 그러니까 우리 서장님이 서울경찰청의 감찰관님을 체포 했단 말이야?”

“그뿐이게요? 지금 본청 외사과가 떴다고요.”

“뭐?”

화들짝 놀란 오동석 경정은 눈치를 살피다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대포 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받는 거야. 젠장.”

그때였다.

“왜? 장 청장이 전화 안 받아?”

익숙한 목소리가 오동석 경정 뒤에서 들려왔다. 오동석 경정이 고개를 돌리자 민정숙 총경이 팔짱을 낀 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그의 부하들인 형사들도.

“체포 해. 대포 폰 잘 챙기고. 통화내역 조회 바로 들어가.”

오동석의 대포 폰을 추적하면 장 청장이 꼬리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장 청장 역시 대포 폰을 쓰고 있을 테지만. 그 대포 폰을 장 청장이 사용 줄일 때 들이쳐서 그 대포 폰을 획득할 수 있다면 중요한 물증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물론 서울경찰청장인 그가 그리 허술하게 대포 폰을 내 줄 리 없을 테지만.

“서, 서장님!”

오동석 경정은 민정숙 총경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그녀는 오늘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자기 밑에 수하였는데 그 수하가 자신을 배신하고 그녀 등에 칼을 꽂으려 했으니 그 충격이 결코 작진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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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숙 총경도 수사과장 오동석 경정이 야심만만한 인물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능한 경찰이었고 그 실적만큼 그가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높을 인사고가 점수를 그에게 매겨 주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서울경찰청장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있었다니.

민정숙 총경이 그 사실을 안 건 벌써 몇 달 전이었다.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이 자기 사람들을 경찰청 곳곳에 심어 둔 것처럼 민정숙 총경도 강동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경찰 몇 명을 경찰서 요직에 심었다. 그리고 그 때 조사과장 오동석이 대포 폰을 쓰며 그 대포 폰으로 누군가에게 수시로 보고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보고 대상이 서울경찰청장이란 사실은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알게 되었고 말이다.

즉 민정숙 총경은 최민혁이 장지욱의 증거를 들고 강동서에 왔을 때 이미 오동석 경정이 서울경찰청장에게 그 사실을 알릴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몰라 지켜봤는데 역시나 장지욱을 잡으러 간 강동서 형사들이 허탕을 치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들인 최민혁이 장지욱을 잡아서 강동서로 온다는 사실을 숨긴 체 오동석 경정에게 강남서로 심부름을 보냈고 그가 돌아왔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건 장 청장에게 연락하는 일 밖에 없었다.

그걸 알고 있었던 민정숙 총경은 오동석 경정이 장 청장과 통화 할 때 덮쳐서 체포 할 생각이었는데 장 청장이 오동석 경정의 전화를 받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오동석 경정만 체포했다.

그렇게 민정숙 총경이 경찰청장의 도움을 받으며 서서히 그 칼끝을 서울경찰청장인 장현석을 향하고 있을 때 장 청장은 그의 집에서 누군가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네. 어르신. 하지만..... 네. 네......알겠습니다. 제가 뒤탈 없게끔 잘 정리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장현석은 잠시 전화기를 들고 있다가 갑자기 그 전화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쳤다.

쾅! 쾅!

두 차례 내려치자 전화 수화기가 박살이 나서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딴 애송이 새끼 하나 때문에......”

씩씩거리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던 장현석은 몸을 일으켜서는 눈에 띠는 건 닥치는대로 던지고 깨부셨다.

“헉헉헉헉.....”

그렇게 그의 서재에서 10여분 발광을 하던 장현석이 숨을 고르며 서서히 진정이 되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다시 냉철하고 신중한 성격의 서울경찰청장 장현석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썩어 버린 곳은 과감히 도려내야겠지. 그래야 나도 살고 그분께도 폐가 되지 않을 테니까.”

장현석이 지금 위치에 오를 기 까지 그를 물심양면 도와 준 분이 있었다. 좀 전에 전화도 바로 그분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전화 내용은 간단했다. 그분의 라인에 따르면 장현석은 조카의 일에서 빨리 손을 떼야했다. 아니면 그분도 손 쓸 수 없을 만큼 사태가 악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현석은 책상 서랍을 열고 그 안에서 대포폰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이 일 여기서 정리 들어가.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응. 그럼 수고 좀 해 줘.”

장현석은 그렇게 대포 폰으로 통화를 끝낸 뒤 대포 폰을 다시 그 서랍에 넣었다. 하지만 잠시 서랍을 닫지 못하던 장현석은 다시 서랍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서랍속에서 그가 꺼낸 것은 대포 폰이 아니라 담배였다.

“안 필 수가 없게 만드는 군.”

그 말 후 장현석은 담배를 들고 거실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서울경찰청장의 서재 창밖으로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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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모친이긴 하지만 민정숙 총경의 일사분란한 일 처리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최민혁이 장지욱을 몰래 호텔 방에서 빼내 왔단 말을 믿고 강력계 형사들을 여의도 캔싱턴 호텔로 보냈다. 거기서 여태 장지욱의 방을 지키던 경기경찰청 소속의 두 형사를 잡아왔고 외사과에 얘기해서 그들을 움직인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반장 최주성 경감도 체포해서 강동서로 데려왔다. 그리고 유장식 감찰관과 대질조사에 들어갔다.

그들 입에서 배후로 서울경찰청장인 장현석의 이름이 거론 되면 민정숙 총경을 장현석 청장의 집으로 곧바로 형사들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일을 덮으라고요?”

-덮으라는 게 아니라 장지욱 선에서 끝내라 이 말이네.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여기서 멈추면 장 청장은요? 그분이 가만있겠어요?”

-가만있을 거야. 그런 줄 알고 여기서 멈춰.

민정숙 총경은 황당했다. 불과 3-4시간 전까지 경찰청장은 자신에게 경찰 조직의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을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 권한은 취소되었고 그에 대한 조사 자체를 접으란 경찰청장의 명령이 내려 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청장의 명령이었다. 민정숙 총경도 그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질 조사 중이었던 유장식 감찰관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반장 최주성 경감은 바로 풀어주었고 그들 수하들도 마찬가지로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민정숙 총경도 나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누군가 움직였어. 대한민국을 쥐고 있는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이......”

그게 누군지 민정숙 총경도 몰랐지만 그 엄청난 권력자가 조정에 들어 간 이상 이 사건을 이쯤에서 마무리 될 터였다.

“집에 가자. 민혁아.”

민정숙 총경은 다소 맥 빠진 얼굴로 서장실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때 서장실에서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살피고 있었던 최민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제 그만 집에 가요.”

최민혁도 눈치는 챘다. 일촉즉발! 민정숙 총경과 서울경찰청장의 싸움이 시작 되려 할 때 어디선가 엄청난 힘을 지닌 자가 개입해서 그 둘이 싸우는 것 자체를 미연에 방지 해버린 것이다.

그 덕에 최민혁은 서울경찰청장인 장현석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여기서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아무리 최민혁이라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었으니까.

최민혁은 그런 절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사람 목숨을 우습게,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지 잘 알았다.

당장 자기만 해도 그 희생양이 아니었던가? 차성국이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재계의 절대자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의 손에 죽었을 테니까. 차성국도 나름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대비란 게 가소로울 지경이었다.

‘이쯤에서 손 떼는 게 맞아.’

최민혁의 본능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세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의 사회 정의 운운하던 세나도 어째 조용했다.

민정숙 총경은 아들인 최민혁의 차에 탔다. 관용차를 이용해도 되지만 워낙 늦은 시간이라 운전병을 부르기도 그렇다며 아들 차를 타고 집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알아서 각자 방으로 향했고 최민혁은 씻지도 않고 침대에 꼬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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