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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이윤수의 전화를 기다렸는지 매니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형. 이제 나 어떻게 해?”
-너 사실대로 말해. 마약 했어 안했어?
“그, 그게...... 했어.”
-하아. 씨발....... 이건 진짜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네. 다른 건...... 마약하고 다른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이윤수는 갈등했다. 그가 여자들과 마약을 하고 그 여자들의 동영상을 찍은 걸 말이다. 다행이라면 그 동영상은 자신의 집이 아닌 동료 장지욱의 집에 있다는 건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그때 이윤수의 핸드폰에 장지욱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지욱의 전화는 받아야 했다.
“형. 좀 있다 내가 또 전화 걸게.”
이윤수는 매니저와 일반 전화 통화를 끊고 핸드폰을 받았다.
“어. 지욱아.”
-너 이 새끼......내가 조심하랬지? 이제 어쩔 거야?
“그, 그게 경찰이 지금 집 앞에 왔어.”
-뭐?
“너희 큰 아버지 서울경찰청장이랬지? 나 좀 어떻게 해 주라.”
-그래. 알았어. 내가 손 써 볼 게. 그러니 넌 절대 내 얘기 하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 내가 무사해야 널 살려도 살려.
“그, 그래야지. 그건 걱정 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얘긴 절대 안 할 테니까.”
-좋아. 그럼 믿는다. 그럼 난 큰 아버지 뵈러 경찰청에 가 볼게.
“고맙다. 지욱아.”
-고맙긴. 우린 친구잖아.
장지욱과 통화를 하고 난 이윤수는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그럴 것이 장지욱이 어디 보통 집안 녀석이던가? 큰 아버지가 서울경찰청장이시고 아버진 수원시 시장이셨다. 어머니는 유명한 인권 변호사시고 말이다.
전에도 사고를 친 적이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일이 없었던 일로 처리 되는 걸 보고 이윤수는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게 되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장지욱이 움직여 주면 모든 게 유아무아 될 것이고 자신은 무혐의로 풀려 날 거라 이윤수는 확신했다.
이윤수는 일단 매니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매니저가 더 버텨 봐야 소용없다면 문 열고 자수를 권했다. 사실 버틸 만큼 버티긴 했다. 이윤수는 집에 있던 마약을 변기에 버리고 경찰이 뒤져서 나올 게 없겠끔 뒷정리를 확실하게 한 다음 문을 열었다. 그러자 우르르 경찰들이 집안으로 들이 닥쳤고 그 중 한 경찰이 이윤수에게 그의 권리를 말해 주며 경찰서로 동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윤수는 알았다며 경찰들과 같이 집을 나섰고 그 사이 다른 경찰들이 그의 집을 이잡듯 뒤졌다. 그걸 보고 이윤수는 피식 웃었다.
‘아무리 뒤져 봐라. 마약 같은 게 나오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윤수는 자신에게 문제가 될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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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가 방송 때문에 차에서 내린 뒤 장지욱은 이윤수와 즐기던 여자까지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 장지욱도 이윤수처럼 독립해서 살았기에 그가 몇 명의 여자를 데리고 집에 가든 그건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장지욱은 약에 취해서 두 여자를 동시에 탐했고 언제 뻗었는지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두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으으으으윽!”
장지욱은 찌뿌듯한 몸을 대충 풀어 주고 차가운 우유 한 잔을 마셨다. 그러자 빈속이 좀 달래졌는데 그 뒤 그가 향한 곳은 그의 방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악기들이 가득 차 있던 그 방 안에서 컴퓨터를 켠 장지욱은 간밤에 있었던 일들은 모니터로 직접 확인했다.
즉 그의 집안에 CCTV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흐흐흐흐.....”
장지욱은 자신이 약에 취한 다른 여자들과 뜨거운 시간을 가진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입가에 음소를 흘렸다. 그런데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큰 아버지셨다. 순간 장지욱은 얼굴을 굳혔다.
경찰청장이신 큰아버지가 그에게 전활 걸었다는 건 그의 일신에 관련 되어 사고가 터졌다는 소리였다.
“네. 큰아버지.”
장지욱은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았다.
-지욱아. 네 친구 중에 이윤수라고 있지? 왜 케이스타 멤버 이기고 한.
“윤수요? 그 녀석이 왜요?”
-동영상이 떴다.
동영상이란 말에 장지욱이 움찔했다. 그럴 것이 자신도 이윤수처럼 약을 하고 여자들과 즐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었으니까.
-녀석이 약을 했다던데. 너도 한 거냐?
“네? 그, 그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큰아버지께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그래야 큰아버지가 끝까지 그를 지켜 줄 수 있단 걸 장지욱도 알았으니까.
-하아. 한 모양이로구나. 사람을 보낼 테니 중화제부터 맞아. 그리고 한 사흘 꼼짝 말고 물 많이 마시고 집에 짱박혀 있고. 그 때쯤 소변 검사해도 네가 약쟁이란 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그 윤순가 뭔가하는 녀석에게 연락해서.................
큰아버지는 장지욱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했고 그는 큰아버지가 시킨 대로 통화를 끝내자마자 이윤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역시 큰아버지가 시킨 대로 이윤수의 입을 단속 시켰다.
“친구? 넌 이제 끝이야.”
큰아버지의 큰 그림 속에서 이윤수는 그를 위해서 모든 여죄를 짊어지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될 희생양이 되어 줄 터였다. 이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 난 자신과 이윤수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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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간 이윤수가 이게 아니다 싶었던 것은 경찰들이 곧장 소변 검사부터 하겠다고 설치는 걸 보고서였다. 보통은 조서부터 꾸미는 게 먼저가 아니던가? 그 과정에서 두 세 시간은 그냥 잡아먹을 테고 그 사이 장지욱이 손을 쓰면 그는 무혐의로 풀려나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전혀 그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지가 않았다.
“자, 잠깐만요. 저 전화 좀.....”
“전화는 소변부터 보시고 하시죠.”
여기서 소변 검사를 받게 되면 이윤수는 빼도 박도 못했다. 소변에서 100% 마약 성분이 나올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윤수는 최대한 버티면서 장지욱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장지욱이라면, 그의 큰아버지라면 일단 소변 검사하는 것 자체를 막아 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이윤수씨. 당신을 마약 소지 혐의로 긴급 체포 합니다.”
“네?”
“당신 집에서 마약이 나왔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의 집에서 무슨 약이 나온단 말인가? 분명 문을 열기 전에 마약은 다 처리했는데.....
‘가만......’
순간 이윤수는 뭔가 확실히 잘못 되어 가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매, 매니저를......아니 변호사를 불러 주세요.”
이윤수가 매니저를 찾고 변호사를 불렀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경찰들은 그를 억지로 화장실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갖은 욕설과 협박, 거기다 바지가 벗겨지는 치욕까지 겪으며 이윤수는 결국 소변통에 오줌을 누고 말았다.
“이거 국과수에 넘겨. 다들 들었겠지만 서울경찰청장님으로부터 직접 내려 온 지시다. 연예인과 연관 된 마약범들을 뿌리 뽑으라는. 그러니 다들 나가서 약쟁이들하고 공급책들 다 잡아 와.”
이윤수는 마약 반장의 입에서 서울경찰청장이 거론 되었을 때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장지욱. 너 이 새끼......’
그를 구해야 할 장지욱의 큰아버지가 오히려 일을 확대 시키고 있었다. 그 말은 이윤수가 이제 뭣 됐단 소리였다.
‘개새끼. 내가 그냥 있을 줄 알고. 넌 끝까지 물고 간다.’
이윤수는 바득 이를 갈며 자신과 같은 케이스타의 멤버인 장지욱도 그와 같이 마약을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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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는 진술 후 장지욱도 자신처럼 바로 쇠고랑을 찰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녀석은 경찰서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윤수는 그걸 자신이 진술한 형사에게 따졌다.
“형사님. 장지욱은 왜 잡아 오지 않는 겁니까?”
그랬더니 경찰의 말이 가관이었다.
“그쪽 진술만 가지고 무고한 사람을 잡아 올 수야 있나?”
“무, 무고 하다니요? 지욱이 그 새끼 어제 새벽에 저와 같이 약을 했다니까요. 그러니까 저처럼 잡아와서 소변검사 하면 다 밝혀질 일 아닙니까?”
“어허.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장지욱을 잡아오건 말건 그건 우리가 할 일이니 그쪽은 입 닥치고 가만 있어.”
그가 아무리 떠들어도 경찰은 무시했고 그걸 보고 이윤수는 깨달았다. 장지욱의 큰아버지가 이미 이곳에 손을 썼다는 걸 말이다.
“이런 씨발......이런 걸 두고 무전 유죄 유전 무죄라고 하는 건가?”
경찰서에서 수시로 불려가서 진술을 하는 동안 가만히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니 모든 죄는 이윤수가 다 혼자 한 걸로 결론이 지어지고 있었다.
“이런 씨발.....”
이윤수는 정말 억울했다. 하지만 더 기가 찬 건 그가 경찰서에 잡혀오고 나서 소속사에서 누구하나 그를 만나러 온 사람이 없단 점이었다. 거기엔 이윤수와 3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던 매니저도 포함 되어 있었다. 그마나 매니저는 오후에 잠깐 그를 보러 왔었다.
“형! 나 좀 구해 줘. 내가 약을 한건 맞지만 내가 무슨 공급 책이란 거야? 형도 알잖아. 내가 덩치만 크지 얼마나 소심한지. 그런 내가 무슨........”
“윤수야! 하아! 그냥 네가 다 짊어지고 가라.”
“뭐?”
“너 아무 잘못 없는 지욱이를 이일에 끌어들였다면서? 지욱이까지 딸려 들여가면 케이스타는 해체해야 돼. 너 때문에 안 그래도 사람들이 다른 애들을 이상하게 보고 있는데................”
“...........”
매니저의 말을 들으면서 이윤수는 자신이 소속사에서 마저 내쳐졌단 걸 깨달았다. 아마도 장지욱의 부모님과 소속사 간에 무슨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런 마당에 매니저와도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윤수는 그 걸 깨닫는 순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세상에서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이 없는데 더 말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매니저를 만난 뒤 유치장 벽에 기댄 체 이윤수는 생각했다. 아마 지금쯤 장지욱은 그의 집에 있던 이윤수의 동영상도 다 지우고 있을 터였다. 아니. 고르고 있으려나? 자신에게 불리한 이윤수와 같이 찍은 동영상은 삭제 시키고 이윤수 혼자 여자와 찍은 동영상은 그대로 경찰에 증거로 내 놓을 터였다. 그럼 이윤수는 물론 그와 같이 동영상을 찍은 여자들도 끝장나겠지. 사회에서 매장 당할 테니까.
지금 상황으로 봐서 장지욱은 후자의 짓을 하고 있을 게 확실했다. 그래야 그 만큼 더 이윤수가 이슈가 될 것이고 자신은 묻힐 테니까.
“개새끼.....”
이윤수는 분루를 삼키며 차가운 유치장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지금 이 지경이 된 단초인 최민혁과의 만남까지 생각났다.
“근데 그 새끼는 무슨 의도로 몸에 카메라를 지니고 있었던 거야?”
당연히 이윤수는 최민혁이 자신을 찍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알았으면 그냥 뒀겠는가?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이야. 하아. 하필 그런 놈을 건드려서는......”
그러면서 그런 최민혁과 엮이게 만든 이주희에게로 이내 원망의 화살이 돌아갔다. 그렇게 이윤수는 자신의 잘못은 반성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그를 이 꼴로 만든 다른 사람들만 탓하며 유치장 바닥을 달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