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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05화 (10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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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방송국 사람들이 거의 다 철수 한 상태였지만 아직 장비가 남아 있던 터라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윤수가 그 난리를 쳤으니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 그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왜들 이러세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폭력은 안 됩니다. 말로 하세요. 말로.”

아무래도 최민혁보다 제정신이 아닌 이윤수가 문제였다. 그는 아예 대 놓고 최민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물론 그 주먹에 순순히 맞아 줄 최민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피하기만 할 뿐 이윤수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살살 이윤수의 약을 올리는 걸 잊지 않았다.

“너 이 새끼 순진한 여자들 꼬셔서 동영상 찍은 거 다 알아.”

이윤수로 능력 빙의한 최민혁은 이미 그가 저질러 온 나쁜 짓은 다 간파해 놓고 있었다.

“너 일루 와. 씨발 새끼야. 누구야? 누가 그딴 소리를...........”

이윤수의 입에서 차마 듣기 힘든 쌍욕들이 흘러나왔고 그 소리를 전부 다 들은 방송국 사람들이 과연 누구 편을 들어 줄까?

결국 방송국 사람들이 이윤수를 말릴 동안 최민혁은 강하나와 같이 그곳을 빠져 나왔다. 이윤수가 폭발해서 난리를 피우자 이주희는 눈치 빠르게 내빼고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강하나에게 얼굴을 드밀며 쌍욕을 한 장면은 최민혁의 능력인 ‘감시의 눈과 귀’에 이미 다 포착 되어 있었다.

최민혁은 집에 가는 대로 그렇게 찍힌 장면들과 녹화 된 말들로 동영상 한편을 만들 생각이었다. 제목은 ‘멋진 커플’로 하기로 하고 말이다. 아마 동영상이 풀리면 볼 만한 사태가 벌어 질 터였다.

최민혁에게 갖은 욕설을 퍼 부은 이윤수는 두 손에 쇠고랑을 차게 될 테고 이주희는 당분간 TV에서 볼 일은 없을 터. 물론 자숙의 시간을 가진다면서 한 일 년 뒤 슬쩍 연예계에 복귀를 하겠지만. 그러나 그녀가 A급 배우로 성장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녀에게 씌워진 그 굴레를 벗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와아. 완전 어이없네. 그치들 왜 그런데요?”

최민혁이 시킨 대로 참긴 했지만 차에 오르자 강하나는 폭발을 했다.

“특히 이윤수 그 새끼는..... 주먹까지 휘두르고. 경찰 부르려다 참았어요.”

“잘했어. 참는 게 이기는 거야.”

“하지만........ 아니에요. 오빠가 연예계의 더러운 이면을 알아서 뭐하게요. 근데 진짜 저하고 같이 ‘함께 요리 배틀’에 나가 주실 수 있으세요?”

“그 프로를 언제 찍냐에 따라 다르지. 너도 알다시피 나 이번 달 15일에 전지훈련 가잖아. 그 전에 찍으면 같이 나가 줄 수 있고.”

최민혁의 그 말을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매니저가 듣더니 최민혁에게 물었다.

“그럼 15일 전에 찍으면 가능하단 얘기죠?”

“뭐 그렇죠. 단 낮에는 곤란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15일 안에 낮은 빼고 밤이면 촬영 가능하단 말이네요. 알았습니다.”

그 뒤 최민혁과 강하나를 실은 카니발 차는 SBC방송국으로 향했고 거기 도착했을 때 열심히 어딘가 통화 중이던 강하나의 매니저가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 NBS방송국에서 ‘함께 요리 배틀’ 촬영이 있거든요. 그때 최민혁 선수와 강하나가 출연하기로 결정 났습니다.”

최민혁은 이렇게 빨리 방송 섭외가 이뤄질 줄 몰랐다. 그래서 좀 놀랐는데 강하나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 그다지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민혁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빠. 출연 가능하세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취소를.....”

“아니. 됐어. 출연할게.”

아마도 이 방송이 나가고 나면 최민혁은 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를 터였다. 그렇다면 이왕 시작 한 거 그가 전지훈련을 가기 전에 포인트라도 벌자 싶어서 최민혁은 강하나와의 방송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 최민혁을 보고 강하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까 그녀의 말실수로 최민혁의 찌푸린 얼굴을 본 뒤 강하나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앞으로 진짜 말조심해야지. 하여튼 이 주둥이가 문제야.”

두 사람은 SBC방송국 촬영장으로 가서 엔딩 장면을 찍었는데 그때 이주희와 이윤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둘 없이 간단히 엔딩을 찍고서 게스트들은 해산을 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최민혁은 친구왕 PD와 악수를 한 후 강하나와 그녀의 매니저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하지만 최민혁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했기에 그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작별을 해야 했다.

“오빠. 그럼 다음 주 수요일 날 봐요.”

“어. 그래.”

그렇게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최민혁은 곧장 자기 차가 주차 되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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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차를 몰아 SBC방송국을 나섰을 때는 시간이 6시를 넘긴 터였다. 최민혁은 방송국 근처 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고 집에 가서 그대로 오후까지 뻗어 잘 생각이었다. 그래서 먹을 만한 해장국 집을 찾다가 마침 뼈다귀 해장국 집을 발견했다.

그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간 최민혁은 뚝배기 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집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네.”

-너 지금 어디니?

어머니께서 최민혁이 집에 없자 그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거신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나름 감격에 겨워서 대답했다.

“일이 좀 있어서 밤샘촬영을 하고.....”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최민혁이 뭘 하고 다니는 지에 대해 관심이 없으신 모양이었다. 그의 말을 댕강 자르더니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먼저 하셨다.

-그럼 들어 올 때 콩나물 좀 사와라.

“네?”

-네 아버지가 어제 와인을 좀 많이 드시더니 해장으로 시원한 콩나물 국 드시고 싶으시다네.

아니 그 얘기를 왜 어머니가 지금 그에게 한단 말인가? 그때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알 수 있는 멘트가 최민혁의 귀에 바로 들려왔다.

-빨리 와서 콩나물 국 끓여. 아버지 일찍 출근하신다니까.

띠띠띠띠띠.......

그 말 후 어머니는 전화를 끊으셨다. 최민혁이 황당해 할 때 어제 일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맞다. 나 식모였지. 에휴우!”

최민혁은 그 집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삼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와인 드시고 어젯밤에 그렇게 아버지한테 봉사를 받으셨으면 응당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해장국을 끓여 아버지한테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수록 열이 받쳤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민혁을 낳아 주신 분이신데.

최민혁은 효도한다 생각하고 차를 집과 가까운 아랫동네 사거리 중형 마트 앞에 세웠다. 그리고 마트에 들어가서 간단히 장을 봤다.

모친은 콩나물만 사오라고 했는데 어디 살림하는 사람이 그런가? 초딩 입맛의 여동생도 생각해야 했고 콩나물국과 어울릴 만한 맛김과 부추겉절이를 할 생각으로 부추도 한 단 샀다. 그리고 어젯밤에 보는 계란도 다 떨어진 거 같아 계단도 한 판 사고 말이다. 그렇게 사들고 막 마트를 나섰을 때였다. 눈에 익은 외제차가 그 앞을 지나갔다.

“저 차는......”

국내 몇 대 없는 최고급 외제차인데다 그 차에서 전에 민예린이 내린 적이 있어서 최민혁도 기억하고 있는 차였다.

그때 그 차가 민예린의 옥탑방 근처 도로에 멈춰 섰는데 막상 내리는 사람 없이 계속 서 있었다.

철컥!

그런데 그 차의 운전석에서 젊은 남자가 내렸다. 그리곤 운전석 옆 보조석의 차문을 밖에서 열더니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을 억지로 차 밖으로 끌어냈다.

“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차 안에 타고 있던 여자가 길바닥에 내쳐졌다. 그걸 보고 비릿하게 웃던 남자가 뭐라고 몇 마디 하더니 차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가서 차에 오른 뒤 그대로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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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그 장면을 먼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를 보고 난 뒤 최민혁의 눈빛이 싹 변했다.

“박영준 부회장!”

차성국과 달리 박규철 회장과 같은 ‘박’씨 성을 쓰는 그의 이복형제였다. 박영준은 최민혁 보다 한 살 많았다. 그래선지 그 보다 나이가 위의 이복형제들과 달리 차성국을 대하는 게 좀 더 부드러웠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차성국을 동생 취급해 줬다는 건 아니었다. 철저히 아랫사람으로 차성국을 대했고 차성국도 꼬박꼬박 그를 부회장으로만 불렀다. 그런 박영준을 최민혁이 아침부터 보다니......

그런데 그의 차에서 억지로 끌어내려져서 길바닥에 내쳐진 여자가 하필 민예린이었다. 두 사람은 차성국에게는 애증과 애정이 교차하는 지점에 맞물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박영준의 차가 떠나고 길바닥에 내쳐져 있던 민예린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자신의 옥탑방이 있는 집으로 걸어 갔는데 그걸 애잔한 눈으로 지켜보던 최민혁은 그냥 몸을 돌렸다. 지금 그가 나서봐야 그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만 남길 뿐이란 걸 최민혁이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최민혁은 마트에서 장 본 걸 보조석에 넣고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 집으로 차를 출발 시켰을 때 문자가 한통 날아왔다. 확인하니 민예린이었다.

-오늘 본 건 잊어 주세요.

최민혁은 자신이 그 상황을 본 걸 민예린이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차를 집 앞에 세운 뒤 바로 민예린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보조석의 장 본 짐을 챙겨 들었을 때 또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최민혁은 한 손에 짐을 다 들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모레 우리 좀 멀리 드라이브 나가요.]

딱 봐도 민예린은 중대한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그게 뭔지 최민혁은 대충 짐작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복잡한 그녀의 심정을 헤아려서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고 말이다.

그 뒤 민예린은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은 듯 조용했고 최민혁은 짐을 챙겨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인기척이 들렸는지 안방 문이 열렸다.

“민혁이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최민혁의 귀에 들려왔다.

“네. 저예요.”

최민혁은 그 다음에 어머니의 폭풍 잔소리를 기대했다. 아들이 외박을 하고 왔는데 그걸 그냥 두고 볼 어머니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왔으면 콩나물국부터 끊이렴.”

그 말 후 다시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임? 나 아들 맞음?’

최민혁이 황당해 할 때 정말 황당한 일이 안방에서 벌어졌다. 방문이 닫히고 나서 안방에서 쏙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어머니의 교성이 버젓이 방안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헐......”

최민혁은 그 소리에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부엌으로 직행했다. 아무래도 여행 다녀오신 뒤 두 분 사이의 금슬이 더 좋아진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이도 계신데...........”

최민혁은 새삼 아버지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문득 해괴한 생각이 나면서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이거 이러다 진짜 늦둥이 보는 거 아닌지 몰라.....”

최민혁이 그렇게 웃는 얼굴로 혼자 중얼거리며 쌀을 씻어 밥부터 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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