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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MC 윤봉규는 강하나의 말에 재빨리 먹이를 낚아챘다.
“아아. 그것 잘 됐네요. 제가 하는 요리 배틀 프로그램에 두 분 한 번 나와 주시죠?”
“네?”
그제야 강하나도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슬쩍 옆으로 향했고 그곳에 최민혁이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걸 발견한 강하나는 또 자신이 사고를 쳤음을 깨달았다.
“강하나양. 물론 가능하겠죠?”
MC 윤봉규가 누구던가? 대한민국 최고 MC는 아니더라도 방송계에 그가 지닌 영향력은 상당히 셌다. 그가 부탁조로 얘기하는데 그걸 거부할 만큼 강하나는 A급 여배우가 아니었다.
“네.”
강하나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고 그걸 보고 MC 윤봉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윤봉규도 이 바닥에 굴러먹은 게 벌써 15년이었다. 딱 보면 애는 뜬다. 아니, 못뜬다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 윤봉규가 보기에 최민혁이란 존재는 예능의 블루칩이었다. 최민혁은 외모만 놓고 봐도 어떤 미남 배우에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다. 거기다 오늘 보여 준 그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최민혁의 인기는 한동안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터였다.
‘이럴 때 우려먹어야지.’
MC 윤봉규는 잠시 쉬어 가는 타임에 옆 방송국에 그가 출연 중인 요리 배틀 프로그램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까 지금 SQ엔터에 연락해서 강하나의 출연을 확정 지으란 말이야. 그렇지. 출연할 대상이 무려 최민혁이야. 이건 대박 난다고. 알지? 그래. 이거 내 공인 거 잊지 말고.”
MC 윤봉규는 보란 듯 강하나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그 전화를 했다. 강하나는 그 전화 내용을 듣고 얼굴이 더 파리해졌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최민혁에게 사과를 하는 것 뿐이었다.
“오빠. 죄송해요.”
“..............”
평소의 최민혁이었다면 한숨 한 번 내 쉬고 괜찮다고 했을 텐데 이번엔 아무 말도 없었다. 강하나도 눈치는 있었다. 이번 일로 최민혁이 그녀에게 꽤나 실망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떡해? 오빠가 나 완전히 싫어하는 거 같은데.....’
강하나로써는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송에 유종의 미는 거둬야 했다. 마지막 최민혁과 강하나가 룰렛 판 앞에 섰다.
“먼저 강하나양부터.....”
강하나는 시무룩하니 힘없이 룰렛 판을 돌렸다. 몇 바퀴 돌던 룰렛 판이 멈추고 MC 윤봉규의 목소리가 그녀 귀에 들려왔다.
“네에. 아쉽게 됐네요. 가정용 청소기. 괜찮죠?”
“네.”
강하나는 최민혁이 다시는 자신을 보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 돼서 윤봉규의 말은 귀에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 다음 최민혁의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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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강하나가 MC 윤봉규의 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라고 항상 강하나를 도울 순 없었다. 그녀가 싸지른 건 그녀가 알아서 해결도 해 봐야 다시는 이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을 테고 말이다. 그래서 최민혁은 강하나가 그 요리 배틀 프로그램에 나가자고 해도 거절할 생각이었다.
사실 프로 2군과 시합도 해야 하고 또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더 이상 TV프로에 나간다는 건 어렵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축하드려요. 첫 예능 프로에서 제대로 활약 하셨네요. 이걸로 마스터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 되는 바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세나의 말이 끝나고 바로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1,200. 사업가 총 포인트: 1,200]
“헐!”
많은 포인트에 최민혁도 놀랐다. 그런 그에게 세나가 말했다.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마스터가 획득할 포인트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러니 열심히 활동하세요.]
최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세나가 바로 훅 영업에 들어왔다.
[마스터. 기가 막힌 능력이 있는데 구입하시죠?]
‘야? 나 아직 촬영 중이거든.’
[그러니까 더 필요하죠. 룰렛 판 돌릴 거잖아요?]
‘그래야지.’
[그때 마스터가 원하는 게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야...... 너 설마?’
[맞아요. 바로 ‘행운의 손!’ 이 능력이면 마스터가 원하는 걸 뽑을 수 있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딱 1,200포인트에 모시겠습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세나가 팔려들면 그걸 막을 힘이 어차피 최민혁에겐 없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수락을 했고 바로 새로운 간결한 창이 그의 눈앞에 떴다.
[소비 포인트 +1,200. 사업가 총 포인트: 0]
그 뒤 세나가 최민혁에게 그가 방금 구입한 능력이 그의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에 들어 있음을 확인 시켜 주었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순간이동(1단계), 전기맨(1단계), 투명인간(1단계), 정욕의 화신(1단계), 트래킹(Tracking)(1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멋쟁이(1단계), 천상의 목소리(1단계), 손만 대도 맛있어(1단계), 감시자의 눈과 귀(1단계), 행운의 손(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할인권: 없음
최민혁이 눈앞에 뜬 창의 보유 능력에 ‘행운의 손’이 들어 있는 걸 확인 할 때 강하나가 사과를 했다. 당연히 눈앞에 뜬 창에 집중하고 있었던 최민혁은 그 소리를 못 들었고 강하나는 그로 인해 최민혁이 그녀에게 너무 크게 실망해서 그녀와 말도 하기 싫은 줄 알았다.
그렇게 어색한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둘 중 강하나가 먼저 룰렛판을 돌렸다. 그리고 MC 윤봉규가 최민혁에게 말했다.
“최민혁 선수. 다음 룰렛 판을 돌려주세요.”
“네.”
최민혁은 힘껏 룰렛 판을 돌렸고 그 룰렛 판을 운좋게 에어컨이 걸렸다.
“와우! 최민혁 선수. 오늘 운빨이 좋은데요? 다음 강하나양. 이번엔 제대로 된 걸로 뽑아 주세요.”
“네.”
하지만 강하나는 힘없이 대답하고 역시나 맥없이 룰렛 판을 돌렸다. 그렇게 걸린 상품은 또 청소기였다.
“아아! 로봇 청소기네요. 강하나양. 청소 열심히 하셔야겠네요.”
그 말에 강하나가 희미하게 웃으며 룰렛 판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에 최민혁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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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강하나가 룰렛을 돌리는 동안 세나로부터 그가 막 구입한 ‘행운의 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하루에 한 번에 한 해서 내가 원하는 게 걸리게 만들어 준단 거지?’
[네. 그 행운을 더 늘리고 싶으시면 2단계로 업그레이드를 하시면 되고요.]
한마디로 뽑기의 신이 재림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딱 한 번인 게 아쉽지만 이 능력을 잘 활용하며 돈이 될 거 같았다. 특히 도박장 같은데에서 말이다. 그러자 세나가 바로 태클을 걸어왔다.
[도박장 같은데서 번 돈은 포인트로 인정 할 수 없습니다. 저 세나를 뭐로 보고. 저는 사회 정의와...........]
세나의 일장 연설이 시작 될 때 MC 윤봉규와 최민혁의 눈이 마주쳤다. 윤봉규가 웃으며 눈짓으로 룰렛 판을 가리켰다. 그때 룰펫 판을 돌린 뒤 강하나가 기죽은 얼굴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보였고 최민혁이 곧장 그쪽으로 움직였다.
“자아. 이제 마지막입니다. 최민혁 선수. 뭐가 걸렸으면 좋겠습니까?”
MC 윤봉규가 형식적으로 마지막 질문을 최민혁에게 했다. 그러자 최민혁이 바로 대답했따.
“자동차가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요?”
“네. 여동생한데 자동차 사주기로 했거든요.”
“와아. 역시 능력 있는 오빠시네요. 여동생에게 차도 척척 사주신다고 하시고. 자. 그럼 꼭 자동차가 걸리시길. 돌려주시죠.”
최민혁은 이번에도 힘껏 룰렛 판을 돌렸다. 그러면서 세나에게 속으로 말했다.
‘세나. 행운의 손의 능력을 지금 쓰도록 할게.’
그러자 바로 세나가 반응했다.
[행운의 손의 능력이 발휘 됩니다. 걸리길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십시오.]
‘자동차!’
최민혁이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잠시 뒤였다.
투투투툭, 툭!
룰렛 판이 점차 천천히 돌더니 어느 순간 멈춰 섰는데 그때 룰펫 판의 바늘이 가리킨 것은........
“오오!”
“대박!”
바늘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칸 안에 바늘이 들어 가 있었다.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던 그 칸, 자동차가 상품으로 걸려 있던 그 칸에 최민혁이 돌린 룰렛 판이 딱 걸려 있었다.
MC 윤봉규도 혀를 내 돌리며 말했다.
“운빨 앞에선 칸이 아무리 작아도 소용없다니까. 오늘 최민혁 완전 운빨 장난 아니네.”
그렇게 최민혁은 친구왕에서 주는 소정의 상품 외에도 에어컨과 자동차까지 챙겼다.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거 치고 대박이 터졌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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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새벽 5시가 넘어서 친구왕의 녹화 촬영이 끝났다. 그렇게 촬영 중이던 카메라들이 철수하고 나자 이주희와 이윤수가 본색을 드러냈다.
“누군 좋겠네. 힘세고 머리 좋은 능력자를 데려와서 상품도 싹 쓸어가고 말이야.”
“씨발. 운동선수를 데려 오는 건 반칙 아냐?”
둘 다 대 놓고 강하나와 최민혁 앞에서 싸가지 없게 굴었다. 그에 강하나가 발끈하려는 걸 최민혁이 말렸다.
“그냥 가만있어.”
“하지만......”
“내가 시키는 대로 가만있으면 그 요리 배틀 프로에 같이 출연해 줄게.”
“진, 진짜요?”
“응.”
최민혁의 대답에 그 동안 좀비처럼 푸르죽죽한 얼굴로 푹 기죽어 있던 강하나의 얼굴이 확 펴졌다. 그리고 최민혁의 말처럼 이주희와 이윤수가 뭐라고 떠들어 대든 말든 그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때 최민혁은 자신의 능력인 감시자의 눈과 귀를 발동 시킨 상태였다. 즉 이주희와 이윤수의 싸가지 없는 행동과 말이 고스란히 녹화, 녹음 되고 있단 소리였다.
“강하나. 너도 양심은 있나 보네.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면.”
“어이. 아저씨. 야구장에서 야구나 열심히 해. 여기 와서 기웃거리지 말고. 어어. 알아 쳐 먹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강하나와 최민혁이 그들의 시비를 가만히 듣고만 있자 그 둘은 더 기고만장해졌다. 그래서 이주희의 경우는 강하나의 얼굴에다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갖다 붙이고 시비조로 얘기했고 이윤수는 격해진 감정만큼이나 거칠게 두 손으로 최민혁의 가슴을 밀쳤다.
그때 최민혁은 이윤수가 보통 사람과 달리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게 좀 이상했다. 그래서 그에게 능력 빙의를 사용했는데 와락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모습이 이윤수에게는 그가 좀 밀쳤다고 최민혁이 화를 내는 걸로 비춰진 모양이었다.
“어쭈! 인상을 쓰네. 그래서 어쩔 건데? 한 대 치려고? 그래. 쳐! 쳐 봐 이 새끼야.”
이윤수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욕까지 튀어 나왔을 때 최민혁이 툭 던진 그 말에 이윤수의 꼭지가 확 돌아가 버렸다.
“너 마약 하지?”
“뭐, 뭐라고? 이런 씨발......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누가 얘기 했냐고?”
이윤수가 최민혁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때 최민혁의 웃었다.
‘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