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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98화 (9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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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최민혁은 이번엔 좀 신나는 곳으로 노래를 부르려 했는데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어머니였다.

“네. 어, 엄마.”

-너 지금 집이지?

“네.”

-난 지금 마튼데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아, 아뇨. 전 그냥 아무거나 좋아요.”

-얘가 왜 자꾸 말을 더듬는 거야. 너 혹시 야한 동영상이라도 봤니?

“네?”

-그건 아닌 모양이네. 장 봐서 가면 30분 뒤에 집에 도착할 거야.

그 말 후 전화를 끊으시는 최민혁의 어머니. 최민혁은 30분 뒤 어머니가 온다는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서둘러 노래방 기기부터 치웠다. 그 다음 먼지를 털고 열심히 청소기를 돌렸다. 최민혁이 안방 청소까지 다 끝냈을 때 최민혁의 어머니. 민경숙 총경께서 낑낑거리며 양손에 장본 것들을 들고 현관으로 들어왔다. 최민혁은 후다닥 달려가서 어머니가 양손에 들고 계신 비닐봉지를 받아 들었다.

“주세요.”

“어. 그래.”

민경숙은 장본 것들을 최민혁에게 넘기고 거실로 들어섰다.

“어머. 너 청소했니?”

“네.”

최민혁은 재빨리 대답하고 장본 것들을 들고 곧장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민경숙이 장봐 온 것들을 보고 최민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 이것들은......”

민경숙이 장 봐 온 것들이 죄다 인스턴트 음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마트에서 파는 반찬들과 잡채까지. 대충 어머니가 장봐 온 것만 봐도 그녀의 음식실력이 짐작 되는 최민혁이었다. 최민혁은 일단 어머니가 장 봐 온 것들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부엌을 나왔다. 그때 모신은 안방에 들어가셔서 편안 옷으로 갈아 입고 나오셨다.

“다혜도 곧 올 거라던데. 빨리 저녁 해야겠다.”

최민혁의 어머니는 그 말 후 쪼르르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그 모습만 보면 솜씨 좋은 전업 주부 같아 보였다. 최민혁은 이제 자신이 부엌에 들어갈 일은 없을 거란 사실에 한결 홀가분해 진 얼굴로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와장창창!

“에구머니나....”

쨍그랑!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최민혁은 다시 밑으로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 괜찮으세요?”

그렇게 부엌에 들어선 최민혁은 충격에 잠시 한 말을 잊었다.

“어. 난 괜찮아. 간만에 요리하다보니....손에 아직 안 익어서 그래. 걱정 말고 넌 들어가서 쉬어.”

부엌을 초토화 시켜 놓고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를 보고 최민혁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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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자기 방에 올라가고 나서도 부엌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일었다. 하지만 그 소리도 이내 잠잠해 질 무렵 여동생이 다혜가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다혜가 오자 집이 좀 시끌벅적해졌다.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두 여자의 목소리가 최민혁이 있는 2층 방까지 들려왔으니까. 그렇게 얼마 뒤 다혜 목소리가 2층을 울렸다.

“오빠. 밥 먹어.”

그 소리에 최민혁은 걱정과 우려에 섞인 얼굴로 부엌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부엌은 정리가 되어 있었고 식탁에도 반찬이 제법 많이 보였다. 그런데 다들 최민혁과 안면이 있는 반찬들이었다. 그래도 반찬들 한 가운데 떡하니 찌개가 놓여 있었다.

누가 보면 역시나 살림 좀 하는 주부가 차려 놓은 소소한 밥상처럼 보였다.

“자자. 앉으렴. 엄마 없는 동안 고생 많았다. 많이들 먹어.”

민경숙 여사는 그 말을 하면서 안쓰러운 얼굴로 자신의 아들과 딸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보기에 그녀 여행 중 둘이 제대로 된 밥도 못 챙겨 먹을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특히 최다혜는 못 먹어서 부었다며 더 챙겼다.

그런데.....

“에이. 퇘엣! 나 안 먹어!”

최민혁이 우려하던 사태가 터졌다. 그 동안 최민혁이 잘 먹여서 살찌워 놓은 식순이, 아니 밥순이 최다혜가 사고를 친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 민경숙 여사가 마트에서 사온 잡채를 먹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입안에 넣은 잡채를 뱉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경숙 여사가 끓은 잡탕 찌개를 먹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밥 위에 먹었던 국을 뱉더니 그대로 숟가락을 놓았다.

“뭐, 뭐라고?”

최다혜의 엄마 민경숙 여사는 딸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꽤나 충격을 먹은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그런 최다혜를 보고 보란 듯 잡탕 찌개를 한 숟가락 떠먹고 말했다.

“왜? 먹을 만 하구만.”

최민혁의 그 말에 최다혜가 버럭 소리쳤다.

“먹을 만 하긴. 지나가던 개도 안 먹을 맛이구먼.”

그 말에 결국 민경숙 여사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거기다 더해서 우리 밥순이는 해선 안 될 말을 또 내뱉었다.

“오빠가 새로 밥 차려 줘. 이딴 쓰레기들 말고. 그리고 엄마. 반찬 좀 그만 사와요. 이거 다 MSG가 들어가서 먹고 나면 속이 닝닝 하다고요.”

최다혜의 연이은 융단폭격에 민경숙 여사는 너덜너덜해져서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안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콰앙!

그리고 안방에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 안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눈치 없는 우리 밥순이가 표적을 엄마에서 오빠로 바꿨다.

“뭐해? 이것들 다 치우고 새로 밥 차려!”

어머니가 오면 여동생 식모에서 벗어 날 줄 알았던 최민혁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 세나가 골리듯 말하며 웃었다.

[이런 걸 두고 자승자박이라고 하죠. 아마? 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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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을 상대로 최민혁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최민혁 자신이 그 괴물을 너무 키워 놓았던 것이다. 결국 최민혁은 여동생의 압제에 굴복해서 다시 밥상을 차려야 했다.

어머니가 마트에서 사온 반찬들은 다 버리고 새로 최민혁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진 부두부침에 콩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깻잎나물 무침, 거기에 여동생의 입맛을 저격하는 참치양념볶음까지. 그리고 민경숙 여사가 만들어 낸 대 참사! 잡탕 찌개를 최민혁이 손을 좀 봤다. 그랬더니 제법 먹을 만한 찌개가 되었다.

“으음. 이 맛이야.”

맛을 보고 바로 뱉기 바빴던 잡탕 찌개를 다시 떠 먹은 여동생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게 최민혁이 새로 밥상을 차렸을 때 아버지께서 오셨다. 당연히 안방에 들어가신 아버지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부엌에 들어오셨다.

“최다혜! 너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버럭 화를 내시는 아버지 앞에서도 최다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에게 손짓을 했다.

“아빠. 빨리 와서 이 찌개 좀 먹어 봐요.”

“뭐? 찌, 찌개?”

최다혜의 찌개란 말에 아버지는 격한 거부 반응부터 보였다. 그런 부친에게 최다혜가 말했다.

“이건 엄마가 끓인 게 아니에요. 그러니 일단 맛부터 좀 봐요.”

최다혜는 숟가락으로 잡탕 찌개 국물을 떠서 아버지 앞으로 가져갔다.

“아아. 해 봐요.”

“......”

부친은 잠시 망설이다 딸내미가 내미는 숟가락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숟가락이 입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순간 아버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맛있다!”

“그렇지? 맛있지? 앉아요.”

그렇게 최다혜와 아버지 최한성이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려대며 차려진 밥상을 초토화 시켜 나갔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깨달았다. 아버지 최한성 역시 밥돌이란 걸 말이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훅 들었다.

“이게 다 민혁이가 만든 거란 말이지? 쩝쩝쩝. 우리 아들이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앞으로 밥은 민혁이 네가 해야겠다.”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때 안방에서 두 눈에 쌍심지를 돋운 민경숙 여사가 부엌으로 납시었다. 그리곤 젓가락으로 최민혁이 만든 반찬들을 맛보고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 먹어 보더니 아들에게 말했다.

“민혁아. 엄마 밥 좀 떠 와라.”

그렇게 최민혁이 밥을 한 공기 떠 드리자 민경숙 여사는 그 밥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더니 말했다.

“민혁아. 안 공기 더 떠주련?”

그때 최민혁은 직감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이 이 집에 식모가 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작업을 영악한 여동생 최다혜가 시작했다.

“확실히 오빠가 요리는 잘해. 그렇지. 엄마, 아빠?”

“그러게. 개똥도 쓸데가 있다더니.”

“아빠는. 밥 먹는 데 왜 똥 얘기를 하고 그래요?”

“미, 미안. 말이 그렇단 얘기지.”

자신을 개똥 취급하는 부친에 최민혁은 입밖으로 절로 한숨에 새어 나왔다.

“에휴....”

그때 민경숙 여사가 숟가락으로 잡탕 찌개를 떠먹으며 말했다.

“그 참 이상하네. 분명 레시피 대로 넣을 거 다 넣었는데 난 왜 이 맛이 안 나는 걸까?”

“그게 손맛의 차이란 거죠. 손맛은 타고 나는 거고요. 그러니 앞으로 엄마는 장만 봐오세요. 음식은 오빠 시키고.”

최민혁이 그 말에 최다혜를 확 쏘아 보았지만 최다혜는 콧방귀 한방으로 최민혁을 눈총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 식사 자리에서 부모님은 합의를 보셨다. 당사자 최민혁은 개무시 당한 채로.

“앞으로 집에 민혁이가 있으면 밥은 민혁이가 하는 걸로 하자.”

“난 찬성!”

“뭐 민혁이도 이제 가족을 위해서 뭘 해 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긴 하네. 아들 해 줄 거지?”

민경숙 여사가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으면 당장 고문이라도 할 기세로 째려보는데 거기서 차마 고개를 내저을 수 없었던 최민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최민혁은 이 집안에 공식 식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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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동생과 달리 어머니 민경숙 여사는 양심이란 게 있으셨다. 그래서 최민혁과 같이 설거지를......

“엄마. 사과 다 깎았어요. 나와서 드세요.”

“어어. 그래.”

홱!

민경숙 여사는 사과를 좋아하신다. 그래서 사과를 드시러 걸치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 던지시고 곧바로 거실로 나가셨다. 아들내미는 설거지를 하든 말든 버리시고.

“크음!”

그때 아버지가 부엌에 들어오셨다. 최민혁은 그래도 같은 남자인 아버지께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민혁아!”

“네. 아버지.”

“차 좀 끓여라. 난 보이차.”

그때 거실에서 두 여자 목소리가 부엌 안으로 들려왔다.

“난 모과차.”

“엄마는 계피차가 마시고 싶네. 아들.”

최민혁은 설거지 하다 말고 차를 끓여다가 거실에 계신 가족들에게 갖다 바쳐야 했다. 그렇게 설거지까지 끝내놓고 최민혁이 거실로 나왔을 때 그를 반긴 것은 덩그러니 하나 남은 사과였다. 귤은 맛이 있었던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까먹고 없었다. 최민혁은 부엌데기도 아니고 거실 한쪽에서 그 사과를 깎아 혼자 먹으며 서러움이 복받쳤다.

‘최민혁! 이런 천대를 받고 살았구나.’

그제야 최민혁은 예전의 그가 연말 연초에 며칠 빼고 이 집에서 살지 않고 대구에 내려가서 살았는지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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