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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투수 마모루는 교류전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었지만 승부에 들어간 이상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역투를 이거 나가며 1점 차 점수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한국의 현일고 측에서 계속 그를 흔들었고 타자들은 게스 히팅으로 그의 공을 노리고 때려왔다. 거기다 히트 앤 런으로 땅볼이 나와도 루상의 주자가 살아남으면서 한 루 더 진루 하니 혹시 적시타라도 맞고 실점을 할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마모루는 에이스였다.
이 정도 위기는 숱하게 경험했고 이럴수록 에이스인 자신이 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함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의 건재함을 팀 동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초구를 한 복판에 꽂아 넣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에이스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상대 덕 아웃에 일일 감독으로 앉아 있는 대한민국 최정상, 최고 에이스라 불리는 최민혁 말이다.
그는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가 현일고의 톱타자를 상대로 초구를 한 복판 직구로 꽂아 넣을 거란 걸 알았다. 그래서 현일고 1번 타자에게 그 공을 치라고 했고 말이다.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는 패스트 볼을 던질 것이고 현일고 1번 타자는 그 공을 맞추기만 해도 빠른 타구가 나올 게 자명했다. 그 타구는 내야수 강습 타구가 될 공산이 컸는데 만약 그 타구를 내야수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현일고로서는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될 터였다.
따악!
최민혁의 예상대로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투수는 한 복판 직구를 던졌고 무조건 휘두르라는 감독의 지시를 받은 상태의 현일고 타자는 지체 없이 배트를 돌렸다. 공은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았고 유격수 쪽으로 날아갔다.
타앗!
그때 공이 유격수 바로 앞에서 바운드 되면서 강습타구가 되었고 유격수는 자신의 글러브를 맞고 튀어 오른 공 잡으러 손을 뻗었지만 허사였다. 공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져서 굴렀고 유격수는 다급히 그 공을 주워 들고 1루로 던졌다. 또 히트 앤 런 작전이 걸린 듯 2루 주자는 벌써 유격수 앞을 지나쳤었다. 그러니 3루로 던져 봐야 루상의 주자는 잡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세이프!”
하지만 톱 타자 답게 현일고 타자는 빨랐고 1루심은 두 팔을 모았다 활짝 펴면서 타자가 먼저 베이스를 밟았음을 콜 했다.
“이야아아아. 다 살았다. 다 살았어.”
“됐어. 이제 점수 내자. 아자! 아자!”
현일고 덕 아웃은 난리가 났고 반면 건너 편 기요하라 고교의 덕 아웃은 침울해졌다.
1사 1, 3루의 상황!
현일고의 타자는 2번 타자. 현일고에서 작전 수행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 평가 받는 타자였다. 그 타자가 최민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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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가 에이스란 걸 인정했다. 나름 2번 타자가 노리고 게스 히팅 했음에도 뜬공으로 처리 해버리는 걸 보고 말이다.
에이스는 위기에 강한 법.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가 바로 그랬다. 위기 상황에서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는 더 강해졌다. 그건 최민혁도 어째 볼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이번 이닝에 점수를 내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었다. 거기다 마침 1루에는 톱 타자가 나가 있었고.
최민혁은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에게서 더 이상 점수를 빼낼 수 없을 거 같자 최후의 작전을 걸었다.
최민혁의 사인이 있고 1루 주자가 리드를 크게 하며 기요하라 고교의 포수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런 가운데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 투수가 공을 뿌렸고 그때 1루 주자가 뛰었다.
문제는 기요하라 고교의 투수가 던진 공이 패스트 볼이란 점이었다. 포수는 너 잘 걸렸다 싶어서 공을 포구하자마자 몸을 일으켰고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포수의 생각과 달리 송구는 짧았고 한 번 바운드 되어 튀어 오른 공을 또 2루수가 잡을 때 공이 글러브 안에서 놀면서 잡는 게 살짝 지체까지 되었다.
기요하라 고교의 2루수는 그래도 몸을 돌리며 2루 베이스로 슬라이딩 해 오고 있는 현일고 주자에게 태그를 했다.
스윽!
그런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현일고 주자가 몸을 틀면서 2루수의 글러브가 주자에게 터치가 되지 않았다.
척!
그 사이 현일고 주자의 손이 2루 베이스에 닿았고 말이다.
“세이프!”
2루심이 주자가 살았음을 선언 할 때 갑자기 현일고 덕 아웃에서 함성이 일었다. 그 소리에 2루수가 홈 플레이트 쪽을 돌아보았고 그 때 홈 플레이트를 통과한 현일고 선수가 웃으며 덕 아웃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홈 플레이트 뒤에 기요하라 고교의 포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말이다. 기요하라 고교의 포수는 2루 송구 후 ‘아차’ 싶었다.
‘더블스틸!’
현일고의 작전에 제대로 휘말린 것이다. 1루 주자를 도루 시켜 포수가 2루로 송구하자 3루의 주자가 홈 스틸을 시도한 것이다.
촤아아아!
슬라이딩 해 온 현일고 3루 주자가 홈 플레이트를 밟고 지나가는 걸 멍하니 쳐다보며 기요하라 고교의 포수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럴 것이 선발 투수 마모루가 지금 얼마나 역투를 하고 있는 지 안방마님인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스코어 3대 3!
동점 상황이 되자 마운드의 기요하라 고교의 선발투수 마모루는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들이 왜 한국에 왔는지 생각도 났고 말이다.
‘이건 교류전이잖아.’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이기려 아등바등 거릴 필요도 없었다. 마음이 편해지자 마모루의 구속과 구위가 더 살아났다.
“스윙! 삼진 아웃!”
마모루는 현일고의 중심 타자인 3번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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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초 기요하라 고교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 되었다. 동점이 되고나자 선발투수 마모루처럼 기요하라 고교의 선수들도 갑자기 투지를 상실했다. 그들이 한국에 온 건 이런 치열한 시합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기요하라 고교 야구 선수들은 봄철에 가는 수학여행을 갈 수 없었다. 그때는 훈련을 해야 했으니까. 때문에 그들에겐 지금이 바로 수학여행이었다. 수학여행 와서 이렇게 피터지게 야구나 하고 있는 것이 그들로서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그때 현일고 감독이 5회 초에 기요하라 고교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대로 동점 상황에서 교류전을 끝내겠다는 말을 주심에게 했고 주심이 그걸 수용한 후 그 내용을 상대 덕 아웃에 알려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자 기요하라 고교 선수들은 더 야구 할 의지를 잃었다. 그냥 대충 이번 이닝을 끝내면 3대 3 동점으로 교류전이 끝날 테니까. 이것은 두 팀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틱!
기요하라 고교의 첫 타자는 아주 대 놓고 현일고 투수의 초구를 건드렸다. 그리곤 천천히 1루로 뛰었다. 그 공을 현일고 3루수가 잡아서 여유있게 1루로 송구했다.
“아웃!”
그 뒤로 나온 기요하라 고교의 타자도 대충 배트를 냈다.
“스윙! 삼진 아웃!”
그리고 마지막 타석의 기요하라 고교의 타자는 시원하게 공을 걷어 올렸다. 높게 솟구친 공은 그래도 내야를 벗어나서 중견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기요하라 고교의 5회 초 공격이 끝나고 현일고에서 5회 말 공격을 할 의사가 없음을 미리 밝혔기에 한일 고등학교 야구 교류전도 3대 3 동점인 상황에서 끝이 났다.
그 사이 야구장 밖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같이 있었던 기요하라 고교의 감독 마코토 앞에 일본 대사관 직원이 나타났고 그를 데리고 일본 대사관으로 갔다. 그리고 무슨 언질을 받은 듯 대사관 직원들이 기요하라 고교 선수들을 챙겼다.
교류전이 변질 되어 오히려 치열한 시합 양상으로 변했지만 결국 다시 동점 상황이 되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다. 이런 결과를 두고 협회 측 사람들도 흡족해 하는 걸 보며 최민혁이 현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수고들 했다.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
“와아아아!”
최민혁은 현일고 선수들에게 고기를 쐈다. 하지만 전에 조재익에게 데인 기억이 있어서 소고기 전문점이 아닌 돼지 불고기 집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한창 성장기의 고교 선수들은 무지막지하게 먹어치웠다.
“헐!”
덕분에 카드 값이 2백만 원을 넘겼는데 최민혁은 기분 좋게 카드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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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고척돔 근처 돼지불고기 집에서 현일고 선수들과 헤어졌다. 현일고 선수들은 그들이 타고 온 학교 스쿨버스를 타고 먼저 떠났고 최민혁은 협회 관계자들과 좀 더 얘기를 나눈 뒤 자기 차로 향했다.
“잘 먹었습니다.”
“올해도 활약 기대 할게요.”
그런데 왜 자신이 협회 관계자들까지 고기를 쏴야하는 지 자기 차로 가는 동안에도 최민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여튼 어디 조직에 소속 된 관계자란 자들은 하는 짓은 똑같았다. 여기저기 빌붙어서 얻어먹고 어떻게든 쉽게 살아가려는 건 그 습성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더러운 기분은 이내 싹 사라졌다. 세나의 말을 듣고 말이다.
[고생하셨어요. 처음 맡은 감독 자리를 잘 수행 하셨습니다. 단지 이기지 못한 게 아쉽지만 무승부로 끝낸 것도 대단한 거죠. 보상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세나도 공언 한 바가 있었기에 최민혁은 기대감을 가지고 자기 눈앞에 뜬 간결한 창을 확인했다.
[획득 포인트 +1,200. 타자 총 포인트: 1,200]
총 포인트를 확인 한 최민혁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예상은 했지만 꽤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감독을 하라면 최민혁은 바로 고개를 내저을 터였다.
감독은 그가 생각해도 너무 피 말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차성국도 대기업 임원이었지만 사람이 어떤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는 건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었다.
포인트를 1,000이 이상 획득 했으니 세나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내내 세나에게 시달리던 최민혁이 불쑥 물었다.
“역(易) 능력 빙의 말이야. 능력 빙의가 2단계에 올랐기에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잖아?”
[네. 그랬죠.]
“그렇다면 선견지명의 경우도 그런 능력이 있는 거야?”
[역시 예리하시네요.]
최민혁이 냉철한 사업가의 창에서 가지고 있는 보유 능력 중에 선견지명 역시 능력 빙의처럼 2단계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맞아요. 선견지명도 2단계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추가 능력이 생성 되었습니다. 능력 빙의처럼 하루 두 번의 능력으로 그 추가 된 능력을 쓸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최민혁이 눈빛을 빛내며 세나에게 물었다.
“그게 뭔데?”
[...........]
하지만 세나는 순순히 선견지명의 추가 능력이 뭔지 얘기해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