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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이 적립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야구는 재미있었다. 양 팀 모두 투수들이 괜찮아서 외야로 날아오는 타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수비 시 최민혁은 한결 수월했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특히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수비수들은 물론이고 양쪽 덕 아웃의 모든 선수들의 시선들도 전부 투수에게 집중이 되었다. 물론 최민혁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내가 그런 모두의 관심을 받은 곳에서 공을 던져 온 거로구나.”
새삼 야구에서 투수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야구가 투수 놀음이란 말도 새삼 생각났다.
이번 시합도 투수들이 활약하면서 점수가 그리 많이 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혁은 나름 타석에서 활약을 했고 9회에 4대 2 상황에서, 타이탄스의 4점 중 3점은 그의 타점이었다.
이 정도면 타이탄스기 이겼을 경우 MVP급 활약이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겠구나.”
2사 2, 3루 상황에서 볼카운트는 3-2 풀카운트! 타자와 투수는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그런데 투수가 공을 뿌리기 전에 타자가 움직였다. 그걸 본 최민혁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고 공은 최민혁이 있는 센터로 쭉 뻗어왔다.
그런데 최민혁의 지금 수비위치는 센터 중앙에서 조금 위, 그러니까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 있었다. 문제는 지금 위치에서 저 빠른 타구를 잡아 낼 수 없다는 점. 순간 최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썼다. 바로 순간 이동!
스르르!
최민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펜스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으라차차!”
그리고 혼심을 힘을 다해 몸을 솟구쳐 올렸다. 그러자 그의 글러브가 펜스보다 살짝 더 높게 올라갔고 그 글러브 속으로 쭉 뻗어 온 공이 빨려 들어갔다.
‘잡았다!’
공중에 뜬 체 최민혁은 짜릿한 손맛을 봤다. 그리고 희열에 물든 얼굴로 그라운드로 떨어져 내렸다.
척!
안전하게 무릎이나 발목이 상하지 않게 주저앉는 자세로 착지를 해서 충격을 충분히 완화 시킨 최민혁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울 때 그라운드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되었다. 최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글러브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아!”
순간 타이탄스 덕 아웃에서 떠나가라 함성이 일었고 최민혁은 글러브 속에서 공을 꺼내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던 우익수에게 공을 던졌다. 그걸 본 심판이 아웃을 선언하면서 오늘 시합은 끝이 났다.
4대 2!
타이탄스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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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영은 맞는 순간 홈런 임을 직감했다. 그 만큼 잘 맞은 공이었다. 앞서 공도 잘 맞았지만 너무 뜨지 않아서 펜스 아래 그라운드에 떨어졌는데 이번엔 좀 더 퍼 올린 느낌이라 충분히 펜스를 넘어 갈 타구였다.
배철영은 완벽한 팔로우 스윙 후 배트플립을 하고 천천히 1루로 뛰었다. 타구가 워낙 빨라서 그가 1루를 향해 세 네 발 쯤 내 디뎠을 때 공은 펜스에 다다라 있었다.
“어어?”
그런데 상대 중견수가 언제 펜스까지 가 있었단 말인가? 그때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폴짝 뛰어 올랐고 그가 뻗어 올린 글러브가 펜스 위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 글러브 속으로 그가 친 타구가 쏘옥 빨려 들어갔다.
“헉!”
경악성과 함께 배철영은 뛰던 걸 멈췄다.
“말도 안 돼!”
자신이 게스히팅을 했다면 저 중견수는 예상 수비를 했단 소리였다. 아님 덕 아웃에서 중견수에게 그런 수비 시프트를 지시했던지. 그렇지 않고서야 중견수가 왜 펜스 근처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겠는가?
아쉬웠지만 어쩌겠는가? 홈런 타구를 수비가 걷어 내면 그 경기는 어차피 이길 수 없었다.
배철영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덕 아웃으로 향했다.
“잘했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최철진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아깝다며 그를 위로했다.
그 타구가 넘어갔다면 스코어는 4대 5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당연히 아쉬움이 큰 경기 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 건 진거다. 배철영을 비롯한 저니맨 외인 야구단 선수들은 반대편 덕 아웃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 중인 타이탄스 선수들을 부러운 듯 쳐다 보다 우르르 그라운드로 나섰다.
승패를 떠나서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상호 인사를 끝으로 오늘 시합은 끝이 났다.
배철영은 자신의 타구를 멋진 수비로 잡아 낸 상대 중견수, 최민혁과 악수를 할 때 좀 더 오래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최민혁! 1군 무대에서 보자.”
배철영은 사실 최민혁과 잘 아는 사이였다. 배철영이 최민혁의 출신 고교인 서울 동산고의 1년 선배였던 것이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배철영이 선배랍시고 최민혁을 많이 갈궜고 최민혁도 에이스라 만만치 않게 버팅겼다. 그러니 둘 사이가 좋지 않을 수밖에. 그런 둘의 관계는 프로에서도 쭉 이어져 왔다. 때문에 배철영은 자신의 말을 최민혁이 당연히 씹을 거라 여겼다.
“네. 꼭 보도록 합시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싸가지 없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순간 배철영은 이 새끼가 왜 이러나 싶었다. 하지만 상호 인사가 중간에 멈춰 있을 순 없는 터라 배철영은 이내 최민혁의 손을 놓고 다음 타이탄스 선수와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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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당연히 배철영이 누군지 몰랐다. 단지 독립구단의 선수고 오늘 저니맨 외인 야구단에서 맹활약한 타자 정도로만 알았다. 그의 2루타 때문에 타이탄스가 2실점을 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그 타구도 배철영이 날렸고 말이다. 그 정도면 프로 팀에서도 콜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그가 1군에서 보자고 했을 때 그는 좋은 의미로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그 대답 후 그가 계속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게 아닌가? 딱 봐도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최민혁으로 능력빙의를 할까 하다가 그만 뒀다. 이런 일에 능력빙의까지 쓰기가 좀 그래서 말이다. 뭐 문제가 있으면 상대가 와서 먼저 얘기 하겠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별 문제 될 건 없는 모양이었다.
배철영은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덕 아웃에 들어가서 짐을 챙길 때부터 시작해서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보이진 않았으니 말이다.
“오늘도 대단했습니다.”
이겨서 그런지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의 얼굴은 밝았다.
“불러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최민혁도 최대한 예의 있게 윤동준 감독을 대했다. 그러자 윤동준 감독이 최민혁을 보고 말했다.
“또 시합에 뛸 수 있습니까?”
한마디로 한 게임 더 하잔 소리였다.
“아실지 모르겠는데 15일에 전지훈련을 하러 괌에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 전이라면 가능은 할 거 같네요. 물론 타자로만 말입니다.”
“하하하하. 당연하죠. 그럼 그 사이 두 경기 정도 뛸 수 있겠군요.”
윤동준 감독은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최민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마치 절대 놓칠 수 없는 먹잇감으로 최민혁을 제대로 찍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의중이 어떤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최민혁은 오성 라이온즈 소속 선수였고 사회인 야구단의 감독이 그에게 어떤 위해가 될 짓을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의 관심은 그냥 관심으로 받아 드리면 될 일이었다. 최민혁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염원을 윤동준 감독에게 피력했다.
“이왕이면 쎈 팀과 붙고 싶긴 합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더 많은 포인트가 적립 될 테니까.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다음엔 프로 2군과 시합을 주선해 보도록 하죠.”
프로 2군이면 나쁘지 않았다. 어째든 독립 구단보다 강한 상대니까. 최민혁은 윤동준 감독과 악수를 하고 오늘 같이 뛴 타이탄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구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차로 향하는 길에 드디어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살벌했다.
[마스터! 지금 제정신이에요?]
세나가 처음 최민혁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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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이때까지 세나가 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몰랐다. 앞서 할인권 문제로 그녀가 삐지긴 했지만 그걸로 세나가 화까지 낼 거 같진 않았고.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듯 세나가 억지로 화를 삭이며 말했다.
[마스터께 부여 된 능력을 그렇게 함부로 사람들 앞에서 노출 시키면 어떡해요?]
“노출 시켜?”
[아까 9회 말 마지막 그 타구를 잡아냈을 때 말이에요. 다행히 마스터가 순간 이동한 걸 본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지. 누구라도 봤으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 아니에요. 그건 마스터나 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요.]
뒤이어서 세나의 설명이 있었다. 요약하면 세나는 그 차원계에 있어서 이단자나 마찬가지였다. 즉 세나에 의해서 차원이 왜곡되는 일이 벌어 질 수도 있었기에 세나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였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나에게 페널티가 적용 될 것이고 그 여파는 최민혁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최민혁의 능력을 이 세계 사람들이 알게 해선 안 된단 소리였다.
“미안. 몰랐어. 앞으로 조심하도록 할게.”
[그러니까 앞으로 야구를 할 때는 야구의 능력 외에 다른 능력은 쓰지 마세요.]
세나의 충고에 최민혁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나가 오늘 타자로서 그의 활약을 정리했다.
[그렇게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거 보다는 나으니까. 일단 승리하셨으니 승리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질 겁니다.]
그 말 후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30. 타자 총 포인트: 150]
앞서 투런 홈런에 +40, 보살 플레이로 +20, 경기를 마무리 짓는 홈런 볼을 캐치해 낸 것으로 +30에다가 마지막으로 승리 보너스 포인트 +30까지 합쳐져서 최종적으로 오늘 최민혁이 시합에서 벌어들인 포인트는 150이었다.
세나의 말처럼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포인트지만 뭔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벌어들인 수입으로는 감히 적다고 말할 순 없었다.
[아주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충만해지고 있네요. 그렇게 즐기시면 마스터께서도 더 빨리 야구로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실 겁니다.]
화를 낼 때는 언제고 또 최민혁을 칭찬하는 세나였다. 어째든 삐친 세나도 원래의 세나로 돌아왔고 시합도 이긴 터라 최민혁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차에 올라서 핸드폰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뭐야?”
핸드폰을 켜둔 채 차 안에 두고 시합을 하고 돌아와 보니 핸드폰 전원이 나가 있었다. 최민혁이 기억하기로 그의 핸드폰 배터리 양은 80%정도 됐었다. 그러니까 그 사이 걸려온 전화와 문자로 인해 그의 배터리가 다 소진 되어 버렸단 소리였다. 대체 얼마나 전화가 걸려오고 문자가 왔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