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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79화 (79/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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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 역시 지금이 승부처라 봤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수를 띄워야지.”

윤동준 감독은 주심에게 타임을 요구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투수를 교체했다. 좌완 투수로 말이다. 즉 좌타 대타에 좌완 투수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저런.....”

그러자 곤욕스러워진 건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최철진 감독이었다. 대타를 세웠지만 다시 우타자로 바꿀 수는 있었다. 대타의 대타 작전으로 말이다. 하지만 대타로 나선 좌타자 역시 최철진 감독 밑에서 뛰는 선수다.

그 선수도 그 동안 열심히 뛰어왔고 나름 성적도 냈다. 그런 타자를 내려서 이겨야 할 만큼 지금이 중요한 시합이던가? 최철진 감독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좌 타자지만 타자를 믿고 그대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두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뒤에 승부를 건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타로 나선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좌 타자는 바뀐 타이탄스의 좌완 투수의 3구 직구를 건드려서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 만 것이다.

타이탄스의 유격수는 2루 주자가 3루로 뛰지 못하게 묶어 놓은 뒤 여유 있게 공을 던져 타자를 잡았다.

“감독님!”

덕 아웃으로 돌아온 대타가 최철진 감독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그를 보고 최철진 감독이 말했다.

“됐어. 겨우 그거 가지고 기죽으면 앞으로 야구 못해 먹는다. 고개 들어.”

투 아웃이지만 그래도 득점권에 주자가 있고 다음 타자는 우 타자였다. 여기서 안타 하나면 그래도 1점은 따라 붙을 수 있었다.

‘제발.....’

최철진 감독은 속으로 기도를 했다. 그 기도를 듣기라도 한 걸까?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우 타자가 타이탄스의 좌 투수를 상대로 센터 방면으로 안타를 쳤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최민혁임을 잊지 않은 최철진 감독이 3루를 막 돈 2루 주자를 더 뛰지 못하게 막았다.

“멈춰!”

펑!

그 결정은 옳았다. 센터에서 공을 잡은 최민혁이 지체 없이 공을 잡아서 냅다 홈으로 던졌고 그 공은 정확히 홈플레이트 앞의 포수 미트에 꽂혔다.

무슨 레이저 빔을 쏘듯 최민혁이 던진 공은 다이렉트로 날아왔고 2루 주자가 홈으로 뛰었다면 바로 아웃 타이밍이었다. 최철진 감독과 덕 아웃의 저니맨 외인 야구단 선수들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아! 완전 괴물이군.”

“그래도 최민혁이라 이거지.”

“에이스는 어디를 가도 에이스라는 걸 증명해 보이는구먼.”

지금 와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선수들 중 타자 최민혁을 얕보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최철진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러니 윤동준 감독이 5툴 플레이어라고 극찬 한 거겠지.”

5툴(five-tool)은 야구에서 타격정확도(컨택능력), 타격의 파워(장타력), 수비능력, 송구능력, 주루능력(스피드)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를 5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라고 하는데 메이저 리그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선수다.

아직 주루능력이 검증 된 건 아니지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나갈 때 달리는 속도를 봐서 뛰는 것도 느리지 않았다. 5툴 플레이어로써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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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바로 홈으로 송구를 하면서 1루의 주자가 제치 있게 2루로 뛰었다.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지려 하자 마운드의 투수가 외쳤다.

“던지지 마.”

그러면서 3루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만약 포수가 2루로 송구를 했다면 3루의 주자가 홈으로 파고 들어왔을 터였다.

그렇게 타이탄스는 2사에 2, 3루 위기상황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음 타자로 나선 선수가 배철형이었다.

정강 타이거즈에서 1군 생활까지 했던 타자로 발목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2군에서도 적응을 못하면서 결국 방출 절차를 밟아야 했던 배철형은 독립구단인 저니맨 외인 야구단에서 재활에 성공해서 지금은 정강 타이거즈로 다시 들어가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물론 그는 2군 무대에서 시험을 받을 터였다. 그 시험을 통과하면 다시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배철형의 등장에 타이탄스도 긴장을 했다. 하지만 윤동준 감독은 지금 마운드 위의 투수를 믿었다. 투수도 그 믿음에 부응하려 노력했지만 배철형이 너무 잘 쳤다.

빗맞은 공을 끝까지 밀어 쳤고 그 공이 파울이 아니라 라인 선 위에 떨어지면서 페어가 선언 된 것이다.

좌익수가 펜스에서 그 공을 잡아 2루로 던졌지만 배철형은 여유 있게 걸어서 2루로 들어갔다.

2타점 2루타! 스코어 3대 2! 저니맨 외인 야구단이 타이탄스를 빠짝 따라 붙었다.

“와아아아아!”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덕 아웃에 난리가 났고 반대로 타이탄스 덕 아웃은 침울해졌다. 하지만 동점으로 이어질 거 같았던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타선도 거기서 끝났다. 타이탄스의 투수가 다음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워 버린 것이다.

8회에 양 팀 타선은 불펜 투수들에게 묶여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그렇게 이닝은 마지막 회인 9회로 이어졌다.

9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은 9번 타순부터 시작 되었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최철진 감독도 이기기 위해서 팀의 최고 마무리 투수를 투입 시켰다. 그런데 그 클로저가 몸이 덜 풀렸는지 제구가 잘 되지 않아 타자를 두 명이나 내 보냈다.

무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 처하자 그제야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클로저의 제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펑!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클로저 답게 빠른 공과 낙차 크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타이탄스의 2번 타자가 속수무책으로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타석에 3번 타자 최민혁이 등장했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클로저도 앞선 타석에 최민혁이 홈런을 때린 걸 알았다. 그래서 신중하게 최민혁을 상대했는데 그러다 보니 볼 카운트가 3-1으로 투수에게 불리해졌다.

여기서 최민혁까지 걸리면 만루 상황이 되는 데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클로저의 자존심도 뭉개질 판이었다. 그래서 클로저는 바깥쪽으로 홈 플레이트에 살짝 걸치게끔 공을 던졌다. 하지만 그 공은 투수의 의도대로 바깥쪽이 아닌 홈 플레이트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너무 신경쓰다보니 실투로 이어진 것이다. 그걸 그냥 둘 최민혁이 아니었다.

따악!

정타로 맞은 공은 쭈욱 뻗어 나갔다. 그런데 너무 잘 맞았다. 다이렉트로 그대로 날아간 공은 펜스 상단을 때리고는 튀어 올랐다가 다시 펜스를 맞고 펜스 뒤로 넘어가 버렸다.

심판은 인정 2루타를 선언했고 2루 주자는 홈을 밟았다. 그렇게 1사에 2, 3루의 위기 상황은 계속 되었는데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클로저는 차분히 다음 타자를 내야에 뜬 공으로, 그 다음 타자는 삼진을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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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초에 1점을 더 추가 하면서 스코어는 4대 2로 타이탄스가 2점 앞서 가는 가운데 타이탄스에서도 최고의 클로저 이해명을 투입시켰다. 반면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타순도 1번부터 시작 되었기에 저니맨 외인 야구단 선수들도 역전을 노렸다.

그런데 9회 초를 재현이라도 하듯 이해명도 제구가 흔들렸고 연속으로 저니맨 외인 야구단 2명의 타자를 진루 시켰다.

그렇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3번 타자를 상대로 이해명은 힘들게 승부를 했고 겨우 삼진을 솎아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리고 4번 타자를 상대로 이해명은 낮게 직구를 던졌는데 그걸 타자가 건드렸다.

틱!

땅볼이 유격수 앞으로 향했고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가 했다. 병살타가 확실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야구는 몰랐다. 야구는 9회 말 투 아웃 부터란 말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

긴장한 유격수가 글러브 안에서 공을 빼내다가 그만 공을 떨어트렸다.

“앗!”

그 공을 유격수가 다시 주워서 던지려 했을 때 2루 주자는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짚고 있었고 때문에 유격수는 곧바로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다행히 1루에서 타자는 잡을 수 있었지만 병살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게 무산 되자 타이탄스의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그리고 2사 2, 3루 상황!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은 눈썹을 모았다. 여기서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 설 타자는 하필 앞서도 지금 같은 상황에 등장해서 2타점 2루타를 친 배철영이었다.

윤동준 감독은 곧장 주심에게 타임을 요구하고는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손짓에 내야 수비수들이 전부 마운드에 올라왔고 그들에게 윤동준 감독이 말했다.

“해명아. 아웃 카운트 하나다. 그리고 일수야. 긴장 풀어라. 그 동안 네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받아 왔는지 여기 있는 모두가 다 안다.”

윤동준 감독의 말에 조금 전 에러를 저지른 유격수 이일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를 주위 동료들이 격려해 주었다.

“실수는 누구나 해. 하지만 그걸 반복하지 않으려고 그 동안 우리 피땀 흘리며 연습해 왔잖아. 긴장 풀고 평소 네가 해 왔던 대로 편하게 플레이 하자.”

“그래. 우리 게임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잖아.”

윤동준 감독은 그렇게 투수와 내야를 다독인 후 마운드를 내려왔고 시합은 곧바로 재개 되었다. 아웃 카운터 하나를 남겨 둔 상황에서 클로저의 심장은 제일 쫄깃쫄깃했다.

“후우웁....”

이해명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서서히 내 뱉으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프로 1군 무대에서도 그의 공은 통한다. 하물며 독립구단의 타자 따위가 그의 공을 치긴 힘들었다. 그건 중심 타자인 5번 타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이해명은 칠 테면 쳐보라면서 한 복판에 직구를 찔러 넣었다.

펑!

150Km/h의 패스트 볼.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5번 타자, 배철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트라이크. 원!”

이어지는 140Km/h의 프런트 도어 슬라이더에 배철영은 그 공에 맞을 거 같아서 허리를 뺐다. 하지만 공은 아름답게 휘어져 포수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투!”

배철영은 이해명이 제구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깨달았고 그 뒤부터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은 무조건 배트를 휘둘렀다.

배철영도 프로 1군 무대에도 올라도 될 정도의 정상급 타자였기에 쉽게 이해명의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볼!”

결국 3-2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해명이 승부수를 띄웠다.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인 투심 패스트 볼을 던진 것이다.

쐐애애액!

150Km/h가 넘는 구속의 공이 포수의 미트로 날아갔다. 그때 타석의 배철영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걸려들었다.’

게스히팅!

타자가, 투수의 다음 투구의 구종과 코스는 이것일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예단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그 구종에만 알맞은 타법으로 타격을 하는 외곬 타격 방식을 형용 하는 말이다.

배철영는 바로 이해명이 다음에 던질 공을 게스히팅 했고 그게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배철영의 배트가 거침없이 돌아갔다. 어떤 구종이 어디로 들어올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배철영 정도의 타자라면 150Km/h가 넘는 구속의 공이라도 충분히 때려 낼 수 있었다.

따악!

배트 중심에 정타로 맞은 타구는 눈 깜짝 할 사이 투수 머리 위를 통과해서 쭉쭉 뻗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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