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재벌에이스
남성목은 4회에 다시 맞은 최민혁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다른 타자들을 상대할 때와는 다른 볼 배합과 구위로 최민혁을 배트를 제압했다.
툭!
허를 찌르는 바깥쪽 패스트 볼에 최민혁은 배트가 늦었고 공은 파울 지역으로 날아가 3루수에게 잡혔다.
“그렇취!”
글러브를 끼지 않은 손으로 불끈 주먹을 쥐며 남성목이 포효했다.
“으아아아!”
최민혁을 상대로 피하지 않고 뚝심 있게 자신의 공을 던져서 얻어 낸 결실이었다. 덕 아웃의 최철진 감독도 남성목에게 박수를 보냈다. 반면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역시 노련해. 몸 쪽만 주구장창 던지다가 갑자기 바깥 볼을 찔러 넣으니 최민혁인들 별 수가 있나.”
그래도 다음 타석의 타이탄스의 4번 타자가 남성목의 초구를 통타해서 2루타를 쳐냈고 5번 타자 역시 초구를 때려서 중전 안타를 쳤다. 이때 타이탄스의 4번 타자가 무리하게 3루를 돌아서 홈으로 들어왔는데 이게 복이 되었다.
당연히 안 뛸 거라 보고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중견수가 3루와 홈쪽은 보지도 않게 약하게 2루수에게 공을 던진 것이다. 그 공을 2루수가 받아서 다시 홈으로 던지는 사이 타이탄스의 4번 타자는 몸을 던져 먼저 손이 홈 플레이트를 쓸었다.
“세이프!”
주심이 그걸 정확히 확인하고 판정을 내렸다. 그렇게 안타 두 개로 타이탄스가 먼저 선취점을 올렸는데 후속 타자 불발로 점수는 더 내지 못했다.
그 뒤로 계속해서 투수전의 양상이 이어졌다. 오늘 타이탄스의 선발 노성진은 5회 말까지 4안타 볼넷 하나를 내어주었지만 무실점 호투를 하며 1대 0 스코어를 계속 지켜냈다.
그렇게 6회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타순은 2번부터 시작 해서 중심 타선으로 이어졌다.
“자자. 이번에 점수를 벌리자. 1점가지고 만족하는 건 아니겠지? 다들 힘들 내.”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이 타석에 들어 설 타자들을 격려했다.
“상대 투수도 이제 슬슬 지칠 타이밍이다. 여기서 못 끌어 내리면 7, 8회까지 끌려갈지 몰라.”
윤동준 감독은 이번 회에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에이스 남성목을 꼭 마운드에서 끌어 내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타석으로 가던 2번 타자를 불렀다.
“최대한 공을 끝까지 보고 밀어 치도록 해.”
말로 하긴 쉽지만 타자에겐 어려운 주문이었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2번 타자의 작전 능력이라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딱!
약간 빗맞은 공. 2번 타자는 감독이 시킨 대로 그 공을 밀어 쳤다. 공은 마운드를 맞고 크게 튀어 올라서 달려 나온 유격수와 2루수의 머리 위를 넘어갔다. 센터로 굴러가는 그 공을 중견수가 잡았을 때 타이탄스의 2번 타자는 1루 베이스를 통과 하고 있었다.
“좋았어!”
선두 타자의 진루! 타이탄스에게 절호의 찬스가 왔고 그 다음이 오늘 남성목에게 안타를 뽑아 낸 적이 있는 타자 최민혁이었다. 그러자 저니맨 외인 야구단 측에서 타임을 외쳤고 감독인 최철진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확실히 5회가 넘어가면서 남성목의 구위가 좀 떨어진 건 맞았다.
“성목아.”
최철진 감독이 나지막하게 남성목의 이름을 불렀다. 그 사이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불펜에서는 투수들이 어깨를 예열 시키고 있었다. 그때 남성목이 감독을 보고 말했다.
“나가도 최민혁은 잡고 나가겠습니다.”
“잡을 자신 있어?”
“앞에도 잡았습니다.”
“믿으마.”
최철진 감독은 남성목이 앞서 최민혁을 상대했을 때처럼 지능적인 피칭을 한다면 충분히 최민혁을 돌려 세울 수 있을 거라 보고 덕 아웃으로 돌아갔다.
-----------------------------------------------------
세 번째 타석에 선 최민혁은 조금 기력이 빠졌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세나 때문이었다.
삐친 세나는 오늘 시합이 시작 되고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최민혁도 야구에 더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최민혁은 자신의 타자로써 능력치만을 믿고 배팅을 했다. 하지만 그의 앞 루상에 주자가 나가자 저 타자를 반드시 홈으로 불러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선 타석 보다 더 집중해서 상대 투수를 상대 하게 되었다.
펑!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상대 투수는 최민혁의 몸 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펑!
“볼!”
그렇게 볼 카운트가 3-2가 되었고 최민혁은 상대 투수가 이번에도 바깥쪽으로 승부가 들어 올 거란 생각을 했는지 좀 더 타석에 붙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상대 배터리가 노리던 바였다.
제구가 되는 남성목은 최민혁이 타석에 바삭 붙어도 몸 쪽으로 스트라이크를 찔러 넣을 자신이 있었다.
‘끝났다.’
남성목은 자신의 몸 쪽 승부가 타석의 최민혁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울 걸 확신했다.
홱!
그런데 그때였다. 타석에 붙어 서 있던 최민혁의 앞발이 활짝 열리면서 배트가 무섭게 돌아갔다. 어깨 뒤로부터 나오는 큰 스윙은 컨택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대로 호쾌하게 돌아간 배트는 몸 쪽으로 들어 온 공을 잡아 놓고 큰 스윙으로 밀어 버렸다.
따악!
오늘 종일 타석에서 자신을 괴롭혀 온 몸 쪽 공에 대해 복수라도 하듯 최민혁의 배트가 크게 돌아갔다.
공은 일단 높이 떠올랐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들고 있던 배트를 가볍게 뒤로 던지고 천천히 1루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1루의 절반을 뛰었을 때 그가 때린 공은 좌익수 머리를 넘어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그걸 보고 마운드의 남성목을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고 덕 아웃의 최철진 감독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하아. 그걸 밀어서 넘겨 버리네.”
그런 윤동준 감독의 옆에 코치가 혀를 내두르며 그의 말을 보탰다.
“대단하네요. 압도적인 컨택 능력이 장타 능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저도 보고 있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긴 하네요.”
그 말에 윤동준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다는 걸 최민혁이 보여 주고 있잖은가? 일단 확실 한 건 최민혁의 타자로서 재능만큼은 메이저리그의 문턱을 두드리기 충분하단 거지.”
윤동준 감독의 그 말에 코치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최민혁은 열심히 루상을 돌아서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스코어 3대 0!
윤동준 감독이 원하던 대로 타이탄스는 6회에 추가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뒤 타자들은 바뀐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불펜 투수들에게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
위기가 곧 기회란 말이 있다. 2실점 하며 점수 차가 더 벌어지자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던지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타자들도 배트를 짧게 잡고 타석에 바짝 붙어 섰다.
틱! 틱!
그리곤 타이탄스의 선발 투수 노성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은 전부 커트 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안 그래도 5회까지 80구에 달하는 공을 던졌던 노성진이었는데 6회 말에 벌써 100구를 넘겼다. 하지만 투 아웃까지 잡은 상태라 윤동준 감독도 노성진을 내리기가 좀 그랬다.
“헉헉헉헉....”
그러나 이때 노성진은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다음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한 노성진은 그 뒤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용하면서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투구수는 벌써 110개.
윤동준 감독은 에이스를 믿고 이번 회까지 맡길 것인가? 아니면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노성진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그 믿음에 노성진이 부응을 하지 못했다.
따악!
맞는 순간 뻗어 나가는 공의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펜스를 넘기긴 어려워도 펜스 앞이나 펜스를 때릴 공이었다.
팍! 터억!
타구는 펜스 앞쪽 1미터 앞의 그라운드 위에 떨어졌다가 튀어 올라 펜스를 때리고 그라운드로 솟아올랐다. 그때 타이탄스의 중견수 최민혁이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 서 있다가 그 공을 잡더니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기 무섭게 홈을 향해 던졌다.
펜스 바로 앞에 떨어진 타구였다. 이건 무조건 2루타고 2루의 주자는 홈을 밟아야 정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2루의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타자는 서서 홈으로 들어왔다.
턱!
그런데 그때 포수가 글러브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주자를 태그 했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주자는 공도 없는 포수가 왜 자신을 태그하는지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포수가 미트를 열어보였고 그 안에 하얀 공이 들어 있었다.
“태그아웃!”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고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주자는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서 한 동안 홈플레이트 옆에 서 있었다.
그는 같은 팀 동료가 와서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타구를 잡아서 한 번에 홈에 있던 포수의 미트에 정확히 공을 꽂아 넣었단 얘기를 듣고 말도 안 된다며 헛소리 말라고 했다.
“야. 그게 말이 돼? 그런 어깨에 제구라면 마운드에 있어야지.”
“그러니까 최민혁이지.”
“뭐?”
“널 잡은 게 최민혁이라고.”
그 말을 듣고 난 태그아웃 된 주자는 더 이상 군말 없이 동료와 함께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덕 아웃으로 향했다.
---------------------------------------------------
6회 말의 실점 위기를 최민혁의 보살 플레이로 넘긴 타이탄스의 노성진은 마운드에 서 있다가 최민혁이 덕 아웃으로 올 때 그에게 글러브를 내밀었다.
최민혁은 그런 노성진의 글러브를 자신의 글러브로 ‘툭’ 치며 웃었고 노성진도 따라 웃으면서 같이 덕 아웃으로 들어갔다.
노성진은 바로 아이싱에 들어갔고 불펜들이 출격 준비를 시작했다. 7회 초의 타이탄스의 타순은 7번부터였다.
최민혁이 봐도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불펜 투수들은 실력이 괜찮았다. 때문에 타이탄스의 하위 타선이 그들을 공략해서 사고를 치는 사태는 벌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해서 7번 타자는 유격수 앞 땅볼, 8번 타자는 삼진, 9번 타자는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삼자범퇴 당하고 7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끝나고 7회 말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도 7회 말에 1번 타자부터 시작하기에, 이번 회에 반드시 득점을 올리려 들었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불펜도 만만치 않아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톱 타자를 풀 카운트 승부 끝에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따악!
그러나 그 다음 타석의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2번 타자가 초구를 때렸는데 그 타구가 3루 라인 선상을 맞추고 펜스까지 굴러갔다. 타자는 여유 있게 2루를 밟았고 그렇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은 사기가 확 올랐다.
“좋았어. 이제 시작이다.”
“역전까지 가자.”
지금이 승부처라고 본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최철진 감독은 타이탄스의 우완 투수를 상대로 좌 타자를 바로 대타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