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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감독 최철진은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의 전화를 받고 조금 고심을 했다.
“시합이라.....글쎄요......새해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시합을.......”
최철진 감독은 내일 당장 시합을 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윤동준 감독의 말을 듣다보니 점점 설득이 되기 시작했다. 거기다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최민혁이 내일 타이탄스 선수로 뛴다는 게 아닌가?
“그 말이 정말입니까? 최민혁이 나온다는 게?”
[그렇소. 나도 사실 최민혁 선수의 타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 이 시합을 제안 한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최민혁은 투순데 무슨 타격 얘기를....‘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빼먹었군요. 최민혁 선수는 투수가 아니라 타자로서 시합에 뛸 겁니다.]
그 말에 최철진 감독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고교 야구도 아니고 투수가 왜 타석에 선단 말인가? 그런 최철진 감독의 의문은 윤동준 감독이 차근차근 얘기를 하자 풀렸다.
“그러니까 최민혁이가 투수가 아니라 완전 타자로서 그런 맹활약을 펼쳤단 말이로군요?”
-네. 제가 본 바로 최민혁 선수는 5툴 플레어어로 메이저 리그에 설수 있는 능력을 갖춘 타잡니다.
최철진 감독도 타격 코치로써 윤동준 감독의 실력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을 다 믿진 않았다.
‘무슨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국내 최정상급 투숙가 뭐하러 타격을 해? 거기다 5툴 플레이어? 메이저 리그? 자기가 메이저 리그에서 코치 연수 좀 받았다고 무슨 말만 나오면 메이저 리그 타령이지.’
최철진 감독은 윤동준 감독의 타자로서 최민혁에 대한 극찬은 한 귀로 흘려들었다.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선지 최민혁의 타격 능력이 궁금하긴 했다. 거기다 저니맨 외인 야구단 선수들도 슬슬 몸을 풀기를 원하고 있었고 말이다.
아직 독립구단이 된 건 아니지만 독립구단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 타이탄스였다. 시합 상대로 나쁘진 않았다.
“좋습니다. 내일 시합하도록 하지요.”
-고맙습니다.
“근데 부탁할 게 있습니다.”
-부탁이요?
“내일 시합에서 최민혁 선수가 공을 좀 던져 줬음 합니다.”
-네?
“저희 선수들도 얻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건 좀..... 하아. 알겠습니다. 제가 최민혁 선수에게 물어 보도록 하지요.
최철진 감독은 내일 혹시 최민혁이 타석에서만 뛰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런 말을 했다. 최민혁 같은 국내 최정상급 투수와 시합을 하는데 그 선수가 던지는 공을 보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잠시 뒤 걸려 온 윤동준 감독의 전화에 최철진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최민혁이가 마운드에 설 수 없다고 했단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최민혁 선수는 오로지 타자로서만 내일 시합에 뛸 겁니다.
당연히 최철진 감독은 심기가 상했다. 그래서 이 시합을 엎자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그에게 윤동준 감독이 말했다.
-최민혁 선수가 그러더군요. 자기가 독립구단과 시합에 마운드에 오를 위치는 아니지않냐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철진 감독은 움찔했다. 그럴 것이 최민혁의 말이 하나 틀린 게 없어서였다. 현실적으로 말해서 독립구단은 프로 구단의 2군보다 그 전력이 못하다. 3군 정도 전력으로 보면 됐다. 그런데 최민혁이 누구던가? 그는 작년 오성 라이온즈에게 우승을 안겨 준 팀 에이스였다. 1군 투수들 중에서도 에이스 중 에이스였다. 메이저 리그에서 에이스는 감독의 목도 날릴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주제를 몰랐군요.”
최철진 감독은 윤동준 감독에게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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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현재 한국 야구계에서 최민혁의 위치는 갑 중에 갑이었다. 그런 최민혁이 시합에 같이 뛴다는 사실 만으로도 타이탄스와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선수들은 영광이라 봐야했다. 하지만 최민혁이 투수가 아닌 타자로 시합에 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은 모두 그가 누군지 잊었다. 하긴 투수가 타자가 되는 순간 그들 머릿속에서 에이스란 존재가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야구에서 투수만 에이스로 불리는 건 아니었다. 타자 에이스도 있었다. 그것이 중심 타선을 의미하긴 하지만.
팡!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선발 남성목은 가볍게 몸을 푼 뒤 불펜에서 투구를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시합이었다. 타이탄스의 타자들 수준이야 프로 2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문제는 최민혁이었다.
“기가 차는 군. 투수가 무슨......”
감독에게 듣기로 최민혁이 꽤나 공을 잘 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보다 남성목은 그런 투수 최민혁에게 자신의 공이 맞는다면 그게 더 자존심 상할 일이었다. 그러니 타이탄스의 다른 타자는 몰라도 최민혁에게 만큼은 정면 승부를 해서 그를 확실히 꺾어 버려야 했다. 다시는 신성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타석에 서는 멍청한 짓을 할 수 없게끔 말이다. 그 생각 후 남성목은 하나하나에 전력을 담아서 공을 던졌다.
펑!
그 사이 그 옆의 테이블 세터인 두 투수는 10구만 던지고 덕 아웃으로 들어갔다. 1회 초부터 남성목은 마운드에 올랐다.
펑!
“스트라이크!”
그리고 초구부터 140Km/h가 넘는 직구를 뿌리며 타이탄스 타자들을 압도했다.
틱!
타이탄스의 톱 타자는 3구에 남성목의 체인지업을 건드려서 땅볼 아웃을 당했다. 이어지는 2번 타자는 나름 괜찮은 선구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3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남성목의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 볼에 방망이가 나갔고 뜬 공으로 포수 플라이 아웃을 당했다. 그리고 드디어 3번 타자의 타석에 최민혁이 들어섰다.
남성목은 나름 기세를 끌어 올리며 최민혁을 곧 죽일 듯 쏘아보았다. 그에 비해 타석에 선 최민혁은 덤덤하게 홈 플레이트 위로 가볍게 배트를 휘둘렀다.
잠시 뒤 심판의 수신호가 있고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남성목은 칼 같은 제구로 최민혁의 몸 쪽에 공을 찔러 넣어 그의 배트를 유도했다.
부웅!
그에 호응해서 최민혁은 배트를 휘둘렀다. 물론 그의 배트는 허공만 갈랐다. 현재 최민혁은 많은 타석에 서 보지 못한 탓에 경험이 부족했다. 그에 비해 남성목을 경험도 많았고 특히 제구가 좋았다. 때문에 구석구석 스트라이크 비슷한 곳에 찔러 대는 남성목의 공은 최민혁이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하지만 최민혁은 자신의 능력치를 믿고 배트를 냈고 그 결과 계속 파울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는 건 최민혁이 남성목의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추지 못하고 있단 얘기였고 아직 그가 제대로 남성목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단 소리기도 했다.
그러던 7구. 남성목은 아껴 둔 승부구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최민혁도 남성목의 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야압!”
남성목이 기합성까지 토해 내며 던진 승부구는 바로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프런트 도어 슬라이더였다. 확실히 승부구라 자신할 만큼 휘어져 들어오는 각도가 심상치 않았지만 타석의 최민혁도 그 사이 진화해 있었다.
최민혁이 예상했던 공은 아니었지만 왼발을 이용해서 몸을 수축시킨 그는 몸을 작게 회전시키며 공을 결대로 밀어냈다.
딱!
하지만 워낙 몸 쪽 깊은 코스였던지라 완전히 밀어 내지 못해 멀리 뻗어 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2루수 키는 훌쩍 넘기는 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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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 덕 아웃의 윤동준 감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최민혁이 안타를 치고 루상으로 나가자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에 비해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감독 최철진 감독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진짜 잘 치는군.”
최철진 감독도 인정할 건 인정했다. 좀 전 보여준 최민혁의 타격은 완벽했다. 그가 뭐라 지적할 곳이 한 곳도 없을 만큼. 하지만 그는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감독이었다. 상대 타자가 잘하는 것보다 자신의 투수를 먼저 챙겨야 해야 했다.
최철진 감독은 덕 아웃 앞까지 나와서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선발 투수 남성목을 격려했다.
“잘했다.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맞더라도 승부하는 게 낫다.”
최철진 감독의 말에 남성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도 같았던 것이다. 오늘 투구에서 그는 승부를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전부 승부를 피해 네 번의 출루를 허용하는 것보다 두 번 맞더라도 나머지 두 번을 잡는 게 더 현명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어차피 야구는 투수가 유리해. 아무리 위대한 타자라도 5할은커녕 4할도 넘지 못하잖아?’
그리고 저니맨 외인 야구단과 달리 아직 독립 구단도 되지 못한 사회인 야구단 타이탄스를 상대로 승부를 피한다는 거 자체가 저니맨 외인 야구단의 에이스인 자신에게 자존심 구기는 일일 터였다.
펑!
펑!
펑!
상대는 타이탄스의 4번 타자지만 싸움닭으로 변한 남성목의 3구에 고개를 숙여야만했다. 때문에 최민혁은 1루를 밟았지만 더 이상 진루하지 못하고 타이탄스의 덕 아웃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타이탄스의 1회 초 공격이 끝나고 공수가 전환 되었다. 최민혁은 모자를 쓰고 글러브를 챙겨 든 체 센터로 서서히 뛰어나갔다.
타이탄스도 팀의 에이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전에 크로노스를 상대로 올라왔던 오지석은 타이탄스의 선발진의 에이스는 아니었다.
타이탄스의 에이스는 노성진으로 태산 베어스 2군에서 투수로 뛰었다가 결국 성적이 안좋자 방출 된 케이스였다. 그 뒤 타이탄스에 오게 된 그는 투구폼 교정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지금은 타이탄스의 선발 에이스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또한 독립 구단이 되면 클로저 이해명과 같이 프로팀으로 진출이 유력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포수 최익수와 배터리를 이룬 노성진은 저니맨 외인 야구단을 상대로 호투를 펼쳤다. 그렇게 시합은 투수전 양상을 띠면서 스코어 0대 0. 4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후아....”
3회 말 수비 후 덕 아웃으로 돌아온 최민혁은 숨을 골랐다.
[획득 포인트 +10. 타자 총 포인트: 30]
오늘 포인트 수확은 별로였다. 타석에서 안타로 +10, 수비에서 호수비로는 +20밖에 벌지 못했다. 타이탄스의 노성진 투수의 공에 힘이 좋다보니 저니맨 외인 야구단 타자들의 타구가 외야로 잘 오질 않았다. 그나마 외야로 온 타구가 두 개 있었는데 모두 최민혁이 처리했다.
“최 선수! 나가셔야죠.”
“아네.”
최민혁은 4회 초에 첫 타석 서야 했다. 때문에 대기타석에서 배트를 대충 몇 번 휘둘러 본 뒤 타석으로 향했다.
펑!
“스트라이크!”
상대 투수인 남성목의 공은 4회에서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그는 최민혁과 7번 타자에게 내야 안타를 내어 주었을 뿐 나머지는 포볼도 하나 내어 주지 않고 타이탄스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문제는 4회 초였다. 선두 타자로 나선 최민혁이 앞 선 타석처럼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면 타이탄스로서는 절호의 찬스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