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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일단 성동경찰서 강력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진행 중이던 사건 사고들은 일반 배제되고 최민혁이 데려 온 두 모녀의 진술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잠깐 저녁을 먹으러 갔던 강력계 계장이 식사를 중단 하고 경찰서로 뛰어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문제는 두 모녀의 진술 뒤였다.
“이, 이건 저희 관할이 아닌데....”
“영등포에서 알만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같은 경찰이 경찰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성동경찰서 강력계 형사들도 난감했다. 하필 서장님의 생질에다가 강동경찰서장의 아들이 이 일을 가져 온 것이다. 강력계장은 자신의 선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자신의 조사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조사과장도 즉시 경찰서로 달려왔다.
최민혁은 경찰서가 돌아가는 상황이 좀 묘해지자 그들이 제 식구 감싸기에 들어 간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또 한 번 갑질을 했다.
“과장님. 제 아버지께서 서부지검 차장 검사 십니다 만.”
“헉! 그, 그러십니까? 야! 뭐해? 그 새끼들 다 잡아 와.”
경찰도 검찰이 개입되길 원치 않을 터였다. 조사과장의 책임 하에 성동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영등포 경찰서 소속 경찰들을 체포하기 위해 일제히 움직였다. 그때 최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일단 받았다.
“여보세요?”
-너 임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외삼촌이 발끈하시며 목청을 높였다. 자기 관할서에서 최민혁이 갑질을 하는게 영 못마땅하신 모양이었다. 그런 외삼촌에게 최민혁이 말했다.
“외삼촌 월급 누구 줍니까?”
-뭐?
“경찰이 나쁜 놈들과 손잡고 무고한 사람을 괴롭혀도 됩니까? 그게 경찰입니까?”
-..........
“이 일은 외삼촌 선에서 처리 하십시오. 아니면 더 시끄러워 질수도 있습니다.”
-너 이 새끼.....
“왜요? 제가 못할 거 같습니까? 당장 이 일을 외할아버지께 말씀 드릴까요?”
-.........
최민혁의 공직자의 표본이라 불리는 외할아버지를 걸고 들어가자 외삼촌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 최민혁은 두 모녀가 언급한 비리 경찰들 외에도 경찰에게 뇌물을 준 술집 주인들, 그리고 술집 주인들에게서 기생하던 조폭들까지 전부 잡혀 오는 걸 보고서 성동 경찰서를 나섰다.
물론 나오기 전 두 모녀를 만났다. 특히 아이 엄마인 젊은 여자는 최민혁이 보여 준 기적 같은 행적에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저요? 오성 라이온즈 에이스 최민혁인데요.”
최민혁이 야구 선수란 사실에 젊은 여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남편이 야구를 좋아했었는데 앞으로 자신도 아이를 데리고 야구장에 야구를 보러 가겠다고 최민혁과 약속을 했다.
그 뒤 최민혁이 경찰서를 나왔을 때 벌써 시간이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아! 피곤하다.”
역시 갑질은 힘들었다. 하지만 유쾌 통쾌 상쾌한 갑질이었다. 최민혁이 집으로 가는 길에 세나가 그가 한 오늘 선행에 대해 보상을 해 주었다.
[우선 두 모녀를 구해 준 점, 두 조폭을 혼내 준 거, 그리고 술집 주인들과 연루 되어 그 동안 뇌물을 챙겨 온 비리 경찰들을 소탕했고 돈만 챙기고 그 동안 약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술집 주인들을 응징해서 사회 정의를 실현한 마스터께 보상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 말후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1,700. 사업가 총 포인트: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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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최민혁은 눈앞의 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헐! 뭐가 이렇게 많아? 포인트 잘 못 준 거 아냐?”
최민혁의 물음에 세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호. 아니에요. 포인트 정산은 정확하게 이뤄졌어요. 단지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마스터가 오늘 행한 선행이 이 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그만큼 높은 보상 포인트가 주어진 거예요.]
“미래 지향적?”
[오늘 마스터께서 구해 주신 두 모녀는 앞으로 이 사회에 큰 공헌을 할 사람의 아내이자 딸이었습니다. 그 모녀가 잘못 되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사회에 공헌은커녕 사회를 원망하고 폐인처럼 살아갔을 겁니다. 사실 이런 세세한 일들까지 마스터께서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궁금해 하셔서 설명을 드립니다. 하여 앞으로 이런 케이스에는 미래 지향적 관점이란 표현을 쓰도록 하겠으니 그렇게 이해해 주십시오.]
세나가 하는 말에 최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민혁이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다 챙기고 신경 쓸 순 없었다.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맞아요. 마스터는 사업가로써, 야구선수로써 최고의 위치에 오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걸 돕는 게 저의 일이고요. 나머진 부수적인 문제지만 즐길 건 즐기십시오. 바로 오늘처럼.]
최민혁은 세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들었다.
‘즐길 건 즐겨라? 이거 갑질 인생의 시작인 건가?’
세나만 있다면 사실 무한 갑질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래. 사업도 하고 야구도 즐기고 갑질도 마음껏 하고 살아보자. 최민혁!’
최민혁은 몸은 좀 피곤 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고 행복했다. 어느 새 차는 그의 집 앞에 도착했고 최민혁은 집에 들어갔다.
거실에 불이 꺼져 있는 걸로 봐서 여동생 최다혜는 자기 방에 있거나 자는 중일 터. 최민혁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가서는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그렇게 한 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잠이 든 최민혁은 다음 날 8시가 넘어서 잠에서 깼다.
쾅쾅쾅!
“오빠! 일어나. 밥 줘!”
식순이, 아니 밥순이 최다혜가 그를 깨워서 말이다. 최민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뒤 방문을 열었다. 그때 방문 밖에 최다혜가 서 있다가 최민혁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오빠. 근데......”
최다혜는 밥 말고 최민혁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뭔데?”
“인터넷 봐.”
최다혜는 그 말 후 후다닥 2층 거실을 가로 질러 1층으로 내려갔다.
“인터넷?”
최민혁은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어?”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떡 하니 올라 있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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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유명해 져 있단 말이 새삼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그때 좀 전 봤었던 최다혜가 생각났다. 그 애가 그를 보고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처럼 행동했는데.....
“가만......”
그러고 보니 어젯밤이었다. 강하나가 출연했다는 그 토크 쇼. 거기서 강하나가 자신의 사연을 얘기했다고 했던가?
최민혁은 곧장 자신을 다룬 기사를 확인 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어젯밤의 그 토크 쇼가 문제였다. 그리고 그 전날 라디오 프로에서 강하나와 했던 다짜고짜 전화 퀴즈도 이슈가 되어 있었고 말이다. 그 때문인지 강하나와 자신의 스캔들도 3류 연예 기자들이 섭섭잖게 다루고 있었고 그로인한 후광 효과인지 모르지만 강하나의 이름도 검색어 10위에 보였다. 그런데 이 정도면 자신의 핸드폰이 조용한 게 이상했다.
이 기사를 본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와야 정상인데 말이다. 최민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아!”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최민혁이 끄진 않았다. 아마도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충전 되어 있는 배터리로 교체하고 전원을 켰다. 그러자 바로 핸드폰 벨이 울렸다.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다. 평소 같으면 받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최민혁은 그렇게 걸려 온 전화를 끊어 버리고 문자부터 확인했다. 그 중에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이주나였다.
-우리 민혁이 스타 됐네. 혹시 연예계로 올 생각 있으면 우리 회사로 꼭 와라.
SQ엔터테이먼트 대표다운 내용이었다. 그 다음 강하나. 사고의 원흉!
-오빠 죄송해요.♡♡♡
사과는 받아 주겠는데 그 옆에 하트 세 개가 최민혁의 눈에 거슬렸다.
“어라?”
그리고 황당하게도 어제 그와 소개팅을 했던 그 변호사 여자에게도 문자가 와 있었다.
-어제 일은 사과드립니다. 우리 한 번만 더 만나서..............
제법 긴 장문의 문자였는데 최민혁은 읽기 귀찮아서 바로 삭제 시켜 버렸다. 그 여자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외 대구에 있는 곰팅이 조재익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
-민혁이. 멋지다이마. 사내새끼가 그래야지. 대구 함 내려 와라. 술 하고 깔삼한 여자는 내가 책임 질낑께.
조재익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했다. 술과 여자 좋아하는 건. 이래서야 올해 1군 진입도 물 건너 간 거 같았다.
“근데 이 녀석은 문자도 사투리로 보내네.”
그 뒤로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 왔는데 구단 차원에서 뭔가 할 모양이었다. 그러던 말든 최민혁은 관심 없었다. 지들이 알아서 뭘 하든 말든. 올해 FA가 되면 어차피 떠날 구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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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느라 제대로 아침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빵을 굽고 계란프라이에 베이컨을 구워서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그걸 먹고 난 식순이가 한 말이 가관이었다.
“이제 밥 줘.”
녀석에게 미국식 블랙퍼스트가 에피타이저 쯤 되는 모양이었다. 이게 다 최민혁 자신의 잘못이었다. 부모님 안계시다고 여동생을 꼬박꼬박 신경 써서 챙겨 먹이다 보니 생긴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 싸는......
식순이를 퇴치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너 살쪘어!”
그 말에 식순이는 충격에 빠져서 한 마리 좀비가 되어 자기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아! 들어 갈 때 체중계는 챙겨 들어갔다. 아마 며칠 동안 밥 달라고 그를 조르진 않을 터였다.
설거지를 하는데 하도 전화가 걸려 와서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오늘 일정은 어차피 오후에 고척돔에 가서 야구 하는 거 외에는 없었다. 그런데 그의 유명세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최민혁 선수! 인터뷰 좀 합시다.”
“강하나씨와는 어떤 관곕니까?”
“용감한 시민상을 타신다고 알고 있는데 혹시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나요?”
집 앞에 기사들이 진을 쳤다. 하지만 이곳이 달리 비싼 고급 주택가이겠는가? 기자들의 시끄러운 행태에 주위에서 가만있을 리 없었다. 다들 영향력 있는 집들이다보니 그들의 항의 전화에 곧바로 경찰들이 출동했고 기자들과 대치 후 결국 기자들을 전부 해산 시켰다. 하지만 기자들도 질겼다. 딱 봐도 길가에 차를 대 놓고 그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먹잇감인 최민혁이 집에서 나오면 곧바로 차에서 내려서 그에게로 달려 들 터였다.
“이거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는 걸.”
결국 최민혁은 집 밖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를 타고 고척돔에 갈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렇다면 차고 안에 있는 부모님의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곤란한 건 최민혁의 여동생 최다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라고 예외는 아닐 터였다.
“오빠. 나 12시에 약속 있는데 어떡해?”
“내일로 미루면 안 돼?”
“안 돼! 꼭 가야 해. 오늘 아니면 다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라 말이야.”
그래서 최민혁은 좀 더 일찍 나서기로 했다. 여동생을 약속 장소에 내려주기로 하고 자신은 좀 더 일찍 고척돔으로 가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