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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최민혁과 이주나는 동갑내기로 친구처럼 지낸 기억이 났다. 그러니 이주나가 이렇게 스스럼없이 최민혁을 대하고 있는 것일 테고. 어느 새 최민혁에게 다가온 이주나가 반갑게 그를 끌어안았다.
“진짜 오랜 만이다.”
“그, 그러게. 잘 지냈지?”
“그럼. 너도 좋아 보인다야.”
포옹을 푼 뒤에도 이주나는 주먹으로 최민혁의 가슴을 툭툭 치며 장난 끼 어린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친은 아직이야?”
“여친?”
그러고 보니 이주나가 전부터 최민혁에게 괜찮은 여자를 소개 시켜 주겠다고 했었다. 물론 최민혁은 이주나를 보면 선배가 생각나서 일부러 그런 그녀를 피해 다녔지만.
“없구나? 전화번호 그대로지?”
“어어. 뭐....”
사고로 핸드폰은 바꿨지만 번호는 그대로 쓰는 중이었다.
“그럼 이따 내가 전화 할 테니까 그때 나와.”
“뭐?”
이주나는 뭘 하든 항상 이렇게 거침이 없었다. 조명진 선배는 그런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최민혁은 별로였다.
‘괜찮은데?’
그런데 지금의 최민혁은 활달하고 털털해 보이는 이주나가 마음에 들었다. 여친으로써 나쁘지 않은 여자 같았던 것이다. 물론 최민혁이 좋아하던 선배의 여자를 어째 볼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주나는 자기 차로 돌아가서 차를 후진 한 뒤 최민혁 차 옆을 스쳐 지나가며 그를 보고 웃어 보였다. 그리고 최민혁이 차 앞으로 가서 이주나의 차와 접촉 된 범퍼를 살폈다. 범퍼끼리 살짝 맞닿은 정도라 별 티도 나지 않았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지 모르는 번호였지만 일단 받았다.
“여보세요?”
-어. 나야. 전화번호 맞네. 됐어. 그럼 이따 전화 할게.
이주나였다. 최민혁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쳐다보니 그녀의 외제차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마 확인 차 그에게 전화하느라 잠깐 세운 모양이었다. 그 차가 다시 출발하는 걸 보고 최민혁도 자기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증권사 주차장을 빠져 나온 최민혁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때 또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하니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의 전화였다. 최민혁은 핸즈프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감독님.”
-최 선수. 어제 말한 대로 내일 시합이 잡혀서 연락하는 겁니다.
“아네. 저니맨 외인 야구단과 말씀이시죠?”
-네. 그렇죠.
“어디서 몇 시에 합니까?”
-고척돔에서요. 시간은 오후에도 상관없죠?
사회인 야구단과 달리 독립구단의 선수들은 직장인이 아닌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평일 시합도 가능한 것일 테고. 물론 프로 선수로 등록 된 건 아니었다.
“네. 전 괜찮습니다.”
-그런데 혹시 공도 던져 줄 수 있을까요?
“공을요?”
최민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네. 저쪽에서 부탁을 해 와서요.
“공을 던지는 건 좀 그러네요. 알다시피 제가 공을 던진 게 알려지면 구단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라.... 뭐 물론 타자로 뛰는 거 역시 알려지면 가만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핑계 거리는 되잖습니까? 난 공은 안 던졌다.”
-으음. 뭐 나도 그게 어려울 수 있다고 말은 했는데 저쪽에서 하도 부탁을 해 와서 말해 보는 겁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내가 그쪽 감독에게 다시 말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게 어째 최민혁에게 슬쩍 간을 보는 거 같았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보?
물론 저니맨 외인 야구단에서 그런 요구했을 테지만 윤동준 감독도 최민혁이 투구를 하는 건 어렵다는 걸 알 텐데 이런 식으로 그에게 물어 보다니 말이다. 그 정도는 윤동준 감독 선에서 딱 끊어 안 된다고 얘기 했었어야 했다. 그러니 최민혁도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네. 말씀 좀 잘 드려 주십시오. 제가 독립구단과 시합에 마운드에 오를 위치는 아니잖습니까?”
-...........
최민혁의 그 말에 윤동준 감독도 심기가 상했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던 말든 최민혁은 윤동준 감독에게 확실히 자신이 누군지 다시 한 번 상기 시켜 준 것에 만족했다. 현 대한민국 프로 선수 중 최고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최민혁이니까. 거기에 대해 윤동준 감독도 이의를 제기하진 못할 터.
-크음. 그럼 내일 봅시다.
윤동준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그러든 말든 최민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그의 소속팀 감독도 아니고 말이다. 내일 나가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 시합에 안 뛰어도 상관없었다. 막말로 포인트야 야구 말고도 얼마든지 사업적으로 벌수도 있으니까. 그 생각을 하자 갑자기 가슴이 찌릿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야구는 계속 한다고. 해.’
전지훈련을 가기 전까지 최악의 경우 집 뒤에서 공을 던지든 스크린 야구장을 가든지 해야 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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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자 언제 나갔는지 여동생 최다혜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11시였다. 그때 또 가슴이 찌릿 거렸다. 마치 그의 몸이 야구를 하라고 요구하는 듯 했다.
“그래. 한다. 해.”
최민혁은 곧장 집 뒤 투구장으로 향했다. 볼록하게 흙으로 다져 놓은 마운드에 오르자 찌릿했던 가슴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최민혁은 마운드 뒤쪽 공구함에서 글러브와 야구공을 꺼내서 투구를 시작했다. 20개의 공을 5번 동안 던지고 회수하며 100구의 공을 던지고 나자 한 시간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꼬르르르!
배에서 아우성을 내지르자 최민혁은 투구장 뒷정리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100구를 전력으로 던지다 보니 온 몸이 땀에 젖은 터라 최민혁은 사워부터 했다.
“뭘 해 먹나?”
그 뒤 부엌에 간 최민혁은 혼자 밥 챙겨 먹기 귀찮아서 라면 두 개를 끓여서 밥까지 말아 먹자 배가 불룩해졌다.
잠깐 쉬다가 인터넷 검색을 하던 최민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차성국이란 존재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미미한 존재였는지 깨닫고 나서 말이다.
오성 자동차 전무 이사였던 그가 교통사고로 죽었건만 그가 살던 곳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사실 오성 그룹에서 손을 썼는지 인터넷상에 차성국이란 존재 자체를 찾을 수도 없었다.
반면 최민혁은 찾기 쉬웠다. 워낙 투수로서는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보니 말이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일반 전화번호라 일단 받았다.
“여보세요?”
-최민혁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성동경찰서 윤이모 경삽니다.”
성동경찰서 하니 어제 외삼촌이 한 말이 생각났다.
-하나로 은행 사거리에서........ 공을 던져서 날치기 범 잡으신 거 맞죠?
“네. 그렇습니다.”
외삼촌에게 인정한 바라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용감한 시민상을 준단다. 하지만 1월 말에 준다니 그때 최민혁은 전지훈련 가고 국내에 없었다. 그 얘기를 하자 대리 수상도 가능하단다. 그래서 가족 중 한 명을 대신 보내겠다고 했다.
“어머니를 보내면 재미있겠군. 크흐흐흐.”
최민혁의 모친은 강동 경찰서장이시다. 그분이 최민혁을 대신해서 성동 경찰서장 앞에 서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괜히 웃음이 났다. 물론 모친이 거기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최민혁은 여동생인 최다혜에게 부탁해 보기로 했다.
그 뒤 인터넷에서 경제 부분을 살피던 최민혁은 인터넷 정보에 몰입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세나의 맑고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마스터! 돈 들어 왔어요!]
그 말에 최민혁이 노트북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벌써 시간이 4시가 다 되 가고 있었다.
“돈이라고?”
[네. 미래로 증권에서 마스터 계좌로 꽤 많은 돈이 들어왔네요. 어디보자. 18,000,150,000원이 이네요. 포인트로 환산하면 1,800포인트를 획득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아~]
가증스런 세나의 축하의 말이 귀에 좀 거슬렸지만 그래도 한번에 1,800포인트를 획득한 건 기쁜 일이었다. 세나는 최민혁이 보란 듯 그 앞에 냉철한 사업가 창을 띄웠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8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2,600
앞에 있었던 잔여 +800와 합쳐져서 냉정한 사업가로서의 그의 포인트는 +2,600포인트나 되었다. 최민혁이 포인트를 최종 확인하자 세나가 기본 정보 창을 지우고 상세 창을 띄웠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총자산도 180억이 늘어나 있었다. 최민혁이 웃으며 흐뭇하게 자신의 총 자산을 보고 있을 때 세나가 요사스런 혀를 놀려댔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 뉴욕 테러를 막으려면 마스터께 특별한 능력이 필요할 거 같아요. 해서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능력이 있는데 보시겠어요?]
역시나 최민혁의 예상대로였다. 그에게 포인트가 생기자 세나가 다 알아서 그가 필요한 능력을 추천해 주었던 것이다.
“그래. 어디 보자.”
최민혁은 다리를 꼬고 등을 편하게 의자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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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가 제일 먼저 최민혁에게 추천한 능력은 ‘솟아라 힘!’이었다.
“솟아라 힘?”
[네. 마스터의 파워를 5배 항상 시켜 주는 능력이죠. 물론 1단계의 경우고요. 2단계는 10배의 파워를 내게 해줍니다.]
세나의 말에 최민혁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손가락 하나 당기면 초당 십여 발이 총알이 날아온다고. 그 총알을 5배 항상 된 힘이 막아 줄 수 있어? 10배? 하아!”
[그, 그런가요. 그럼 이 능력은 어떠세요?]
두 번째로 세나가 최민혁에게 추천한 능력은 ‘순간이동’ 이었다.
[마스터가 계신 곳에서 반경 100미터 안에서 어디든 이동이 가능합니다. 굉장하죠? 2단계는 그 반경을 200미터까지 늘릴 수 있고요.]
“이건 좀 쓸 만 하네.”
최민혁의 그 말에 신이 난 세나가 말했다.
[그럼 ‘순간이동’ 능력을 구입하실 건가요?]
“아니.”
[네?]
“순간이동만 하면 뭘 해? 정작 테러리스트를 뭐로 어떻게 제압하라고? 설마 맨손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테러리스트를 때려잡으란 건 아니겠지?”
[그, 그렇군요. 좋아요. 그럼 이 능력은.....마스터께서 꼭 만족 하실 겁니다.]
세나가 세 번째로 자신만만하게 최민혁에게 추천한 능력은 ‘전기맨’ 이었다.
“전기맨? 세나. 작명 실력이 너무 형편없는 거 아냐? 촌스럽게 전기맨이 뭐야?”
[호호호호! 촌스럽다뇨. 그럼 ‘번개맨’으로 할까요?]
번개맨은 너무 유아 틱 했다. 파란 색 쫄티에 타이즈, 삐죽 머리. 전에 한 번 TV에서 본적이 있는데 저게 뭔가 싶었다. 그 번개맨이 생각나자 절로 고개가 내저어졌다.
“그래. 전기맨으로 해. 이름이 뭐 중요한가.”
[그럼요. 능력을 따질 때 중요한 건 그 효용성이죠. 그런 점에서 전기맨은 단연 최고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답니다.]
최민혁은 이어진 세나의 설명에 떡하니 입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