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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64화 (6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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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친가가 유교적 성향의 전통 한옥에서 산다면 외가는 그 반대였다. 현대식 건물에 확 트인 마당, 그리고 그 마당에 뛰어 노는 아이들과 집 안에 북적거리는 사람들.

“아유! 우리 귀염둥이 왔어?”

“네. 할머니. 저 배고파요.”

“그랬어. 어서 가자. 할머니가 밥 차려 주마.”

그리고 반대로 외가에서는 다혜가 인기가 많았다. 특히 외할머니가 여동생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럴 것이 외가는 전부 공무원들이다. 미성년자 아이들 빼고 나서. 그러니까 이 곳에서 성인 남자 중 공무원이 아닌 건 최민혁 하나 인 셈이었다. 그리고 여동생인 다혜는 곧 공무원이 될 거라고 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에게는 동질감이 느껴지지만 최민혁은 아니었다.

야구선수 중에 공무원은 없으니까. 아마도 최민혁이 외가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국가대표 감독이나 되어야 할 성 싶었다.

“민혁이 왔냐? 너도 낄래?”

그리고 친가와 달리 외가 사람들은 잡기에 능했다. 특히 고스톱, 훌라, 포커 판에 끼었다간 순식간에 지갑이 거덜 났다.

“아뇨. 전 됐습니다.”

최민혁은 외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여자들이 장악하고 수다들을 떨고 있었는데 최민혁이 나타나자 다들 그를 쳐다보았다. 최민혁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어. 그래. 민혁아.”

다행히 그 중에 민혁을 반기는 분이 있었는데 바로 외숙모였다. 외가에서 유일하게 최민혁에게 관심이 많으신 분이시다. 참고로 외숙모는 공중보건의 시다. 그때 부엌 식탁에서 최다혜가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라면도 한 개 먹고 온 녀석이 며칠 굶은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댔다. 그 옆에 외할머니가 흐뭇한 얼굴로 그런 그녀의 숟가락 위에 맛있는 떡갈비를 올려 주고 계셨고. 그걸 민혁이 부럽다는 듯 지켜보고 있자 외숙모가 나섰다.

“민혁이 너도 밥 먹어야지?”

그리곤 민혁을 식탁으로 데려가서 최다혜 맞은편에 앉히곤 밥과 국을 가져다 주셨다. 반찬이야 여동생 때문에 외할머니가 잔뜩 차려 놓으셨기에 최민혁은 거기에 꼽사리 끼어서 식사를 하면 됐다.

그렇게 최민혁과 최다혜가 식사를 하고 나서 후식으로 식혜과 한과를 먹을 때였다.

“다들 모여라.”

외가의 가족 모임이 시작 되었다. 그 모임의 우두머리는 당연히 외할아버지시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저번 정권 때 국무총리를 역임하신 분이시다. 그러니까 이름만 대도 사람들이 다 아는 분으로 지금도 꾸준히 정치 활동을 하시고 계신다. 그래서 사람들의 입에서 종종 다음 대선에 외할아버지가 출마할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고위 공직자 출신답게 이렇게 가족들을 모아놓고 장황하게 얘기하는 걸 좋아하신다. 그 외에 가족들의 일엔 잘 간섭을 안 하신다. 외할아버지의 소신이 그랬다. 할 놈은 하고 안할 놈은 안한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외가에서는 외할아버지의 일장 연설만 잘 참고 견디면 나머진 문제 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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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외할아버지의 일장 연설은 생각보다 짧았다. 대신 외할아버지는 신년 세배를 받으셨다. 공직자 집안답게 외가에 서열은 엄정했다. 그 서열에 따라 차례차례 외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렸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최민혁과 최다혜가 섰다. 둘 다 공직에 몸담고 있지 않다보니 서열도 맨 밑이었던 것이다.

원래 부모님과 같이 오면 그들도 빨리 세배를 드렸을 터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관계로 꼽사리 낄 때가 없었던 둘은 어쩔 수 없이 맨 마지막에 외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랄게요.”

“오냐. 그래. 허허허허.”

역시 외가에서는 최다혜였다. 외할아버지도 다혜를 편파적으로 좋아하시는 모양이었고. 그때 최민혁을 보고 외할아버지께서 딱 한마디 하셨다.

“부상 조심해.”

“네.”

그 뒤 외할아버지께서 최다혜에게만 세뱃돈을 주셨다. 최민혁은 프로에 들어가고 나서 자기보다 그가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이유로 외할아버지는 세뱃돈을 주지 않았다. 그건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세뱃돈을 받아서 유독 더 신이 나 보이는 최다혜와 같이 잠깐 외가 사람들과 어울리던 둘은 이내 외가를 빠져 나갈 궁리를 했다.

공무원들 사이에 둘이 끼어 있는 건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 있는 거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가자.”

최민혁이 이번에도 총대를 메고 최다혜를 데리고 외가를 나섰다.

“최민혁!”

그때 누가 그를 불러서 뒤돌아보니 외삼촌이셨다. 외삼촌은 성동 경찰서장님이시다.

“네. 외삼촌.”

최민혁은 오라고 손짓하는 외삼촌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그러자 외삼촌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 혹시 은행근처에서 야구공으로 날치기 잡은 적 있냐?”

“네?”

“그 친구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기로 했는데 글쎄 제보자들 중에 그 공을 던진 사람이 너라는 사람이 있어서. 어차피 근처 CCTV화면을 조사 중이니 누군지 곧 알게 될테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 보는 거다. 너 아니지?”

“그, 그게.....”

외삼촌 말대로 CCTV화면을 조사 중이면 그게 최민혁이란 사실이 드러날 터였다. 그러니 이럴 때는 이실직고하는 게 나았다.

“저 맞습니다.”

“뭐? 그게 진짜 너라고?”

“네. 그때 은행에 잠깐 일 좀 보러 갔다가 날치기가 보이기에 마침 야구공도 있었고. 그래서 던졌는데..... 뭐 그렇게 됐습니다.”

“하아! 이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에서 한 바탕 난리가 나겠는 데. 뭐 그래도 네가 잡은 건 잡은 거니까. 성동경찰서에서 연락이 갈 거야. 그럼 와서 상 받아 가.”

그 말 후 외삼촌은 외가 저택 안으로 들어 가셨다.

“날치기라니?”

그리고 최다혜의 집중 추궁이 있었다. 그 추궁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되었고 집에 도착하자 겨우 끝났다.

“헐! 오빠한테 잡히는 멍청한 날치기도 다 있다니.”

최다혜는 딱 그 말만 하고 쏘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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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오늘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부터 야구 시합에 뛰었고 점심 먹고는 덩치들과 싸웠다. 그 뒤 강하나에게서 걸려 온 다짜고짜 퀴즈를 풀고 집에 가서는 여동생 라면이나 끓여야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친가와 외가란 델 처음 가야 했다. 다행히 소득은 있었다. 최민혁은 겉은 야구선수지만 그 속은 사업가였다. 사업가에게 법과 공무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오늘 최민혁은 다 확보했다. 친가의 법과 외가의 공무원들이 사업가 최민혁에게 곧 날개를 달아 주게 될 터였다.

“그러고 보니 드디어 내일이네.”

최민혁이 투자 해 놓은 주식이 드디어 내일 대박을 치게 최민혁의 될 터였다. 그의 총 자산도 늘어 날 것이고 거기에 딸려 올 포인트도 꽤 많을 터였다.

“그건 내일이 되면 알 게 될 일이고.....”

최민혁은 2층으로 올라가서 샤워 후 휴식을 취했다. 많은 일이 있은 만큼 급피로가 밀려왔다.

“어?”

그런데 그런 피로를 한 방에 날려 버릴 말이 최민혁의 머릿속에 울려왔다.

[사회악으로 급부상 중이던 이태복과 그 일당들이 처리 되었습니다. 사회정의에 일조를 한 마스터에게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8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1,250

냉철한 사업가의 기본 창에 새해가 되면서 한 살 더 먹었다고 27세였던 최민혁의 나이가 28세로 한 살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780이었던 포인트가 +1250으로 쑥 늘어나 있었고.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돼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최민혁이 오늘 변은하를 구하면서 싸우게 됐던 그 9명의 덩치들 때문에 +470이란 포인트를 획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포인트는 최민혁이 냉철한 사업가의 보유 능력인 능력빙의를 사용했기 때문인지 냉철한 사업가의 창에 보상 포인트가 적립 된 것이고 말이다.

“변은하라.....”

최민혁은 그녀를 생각하자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녀와 이대로 끝날 거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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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은 자신이 누굴 건드렸는지 깨달았을 때 이미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신세였다.

“사, 살려줘.”

이태복의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모면하고 살 수 있을지 그 생각 밖에 없었다. 그와 같이 사채업자들을 등쳐먹었던 운동선수 출신 백수들은 연장 든 조폭들에게 어이없게 깨졌고 뿔뿔이 흩어졌다.

조폭도 조폭 나름이었다. 그 동안 이태복이 상대 해 온 조폭들은 사실 조폭도 아니었다. 하지만 태성파의 조폭들은 달랐다.

그들은 다들 별 몇 개씩은 달고 있었고 당연히 실전에 능했다. 그리고 운동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잘 알았다. 그러니 애당초 태성파 조직원들과 이태복과 그 밑에 운동 출신 백수들의 싸움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다.

“씨발....”

자기 밑에 운동 선수 출신 백수들이 조폭들에게 맥없이 무너지는 걸 보고 눈치 빠른 이태복은 도망을 쳤다. 그런데 그런 그를 놈들이 악착같이 따라 붙었고 한 시간 추격 끝에 결국 이태복은 놈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새끼. 어디 또 튀어 봐라.”

그 다음 조폭들이 이태복에게 한 짓은 그의 두 다리를 부러트리는 것이었다. 그리곤 그를 거꾸로 천장에 매달았는데 이내 이태복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수고했어요. 장 실장님.”

“뭘요. 참. 회식은 잘 했습니다.”

아마 장 실장은 그의 보스인 강태창에게 따로 회식비를 받아 챙겼을 터였다. 그 정도는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게 좋았다. 그래야 다음에 간단한 부탁 정도 장실장에게 할 수 있을 테니까.

“저 자로군요?”

“네. 잡고 보니 별 놈 아니더군요. 질질 짜고. 배알도 없고. 뭐 그냥 동네 잡놈 정도?”

장 실장은 변은하에게 이태복에 대한 나름의 품평을 했다. 하지만 변은하가 시큰둥한 얼굴을 하자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할까요?”

“전 저를 해치려 든 자는 절대 그냥 두지 않아요. 잘 아실 텐데요?”

“역시..... 그럼 묻을까요? 아님 처넣을 까요?”

“갑갑한 산보다야 시원하게 시야가 확 트인 바다가 낫지 않을까 싶네요.”

변은하의 그 말로 이태복의 운명이 결정 되었다. 변은하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이태복을 자기 눈으로 확인만 했지 그와 따로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이태복이 변은하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혹시 살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있을 수 있었다.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변은하는 그것마저 거부했다. 이태복에서 아예 살 수 있는 희망, 혹은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태복은 곧장 차에 실려서 인천으로 갔다.

통통통통!

그리고 흔히 말하는 작은 고깃배, 즉 통통배에 실려서 바다로 나갔고 다시 그 배가 항구로 돌아왔을 때 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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