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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63화 (6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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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최다혜에 따르면 외가는 신정에 먹을 걸 많이 만든다고 했다. 이유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친가 역시 법조계에서 알아주는 법률가 가문으로 신년에 인사 오는 손님은 많았지만 청빈을 가훈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절대 선물을 받지 않는다나? 대신 따뜻한 차는 손님에게 꼭 대접한다고 했다. 고로 최다혜와 최민혁이 친가에 가면 달랑 차 한 잔 마시고 나와야 한단 소리였다.

최다혜의 말을 듣고 보니 친가부터 먼저 갔다가 외가를 찾는 게 확실히 옳은 거 같았다. 최민혁은 자기 방에 가서 정장을 꺼내 입었고 최다혜도 조신하니 긴 치마를 입었다. 양가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자가 속살을 내 비치는 건 절대 못 봐 준다나? 그 때문에 최다혜가 계속 툴툴거렸다.

“가자.”

최민혁은 최다혜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친가와 외가 주소는 최다혜가 알고 있어서 네비게이션에 둘 다 주소를 입력 시킨 뒤 최민혁은 친가부터 찾았다.

친가는 서래 마을에 있었다. 서래마을 하면 부촌 중 한 곳으로 차성국도 예전에 잠시 그곳 빌라에서 산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 지리를 잘 알았기에 친가를 찾아 가는 건 생각보다 더 쉬웠다.

“여기야.”

친가는 차성국이 자주 이용하던 프랑스 음식점 옆에 위치한 전통 가옥이었다. 최다혜가 기억이 아직 온전치 못한 오빠 대신에 친가 초인종을 눌렀다.

삐이익! 철컹!

안에서 누가 왔는지 확인을 한 듯 전통 대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최민혁과 최다혜는 열린 대문을 통과해서 전통 가옥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똥강아지 왔네.”

친가에서 최민혁을 가장 반겨 주는 분은 할머니셨다. 최민혁은 어릴 때 유독 할머니를 따랐다고 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연세가 80살이 넘으시면서 등이 굽으신 할머니의 키는 전보다 더 작아서 최민혁을 제대로 끌어안지도 못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최민혁을 포근히 안아 주었다. 대신 귀엽게 화도 내셨다. 탱실탱실 했던 최민혁의 엉덩이가 어딜 갔냐며 말이다.

그에 비해 할아버지와 최민혁의 사이는 견원지간이라고 보면 됐다.

10년 전인가? 최민혁이 고등학교 1학년 인가 그때 할아버지와 최민혁은 크게 충돌했다. 할아버지는 장손인 최민혁이 당연히 법대를 가야 한다고 하셨고 최민혁은 이미 야구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공부까지 해서 법대를 가냐며 싸웠다. 그리고 그 이후 둘은 만나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벌써 10년 동안 장손 최민혁과 할아버지는 갈등의 평행선을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둘은 서로 지켜야 할 건 꼭 지켰다. 우선 최민혁의 경우 지방 3류 대학이지만 법학과에 입학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다보니 학사경고 누적으로 학사 제적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때에도 최민혁은 법학학점 35점은 이수했다. 사법고시는 칠 수 있는 학점을 이수한 것이다. 그것이 할아버지에 대한 그의 최선의 예의였던 것이다.

할아버지도 최민혁이 야구 하는 걸 반대는 했지만 결국 그가 계속 야구를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 관심 없는 척해도 최민혁이 선발 등판한 경기는 자기 방에서 꼭 챙겨 보았고.

그렇게 조손은 냉각 관계를 계속 이어 오면서도 서로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일까? 완전히 척을 지고 살고 있진 않았다. 즉 둘 사이는 언제든 원만한 조손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는 화해의 창은 열려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할아버지 서재 밖에서 최다혜가 말하자 서재 안에서 걸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민혁이는?”

“오빠도 같이 왔어요. 오빠 보실래요?”

“크음. 됐다. 있다 가라.”

그걸로 할아버지에 대한 신년 인사가 끝이었다. 원래 평소대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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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할아버지께는 남동생이 한 분 계셨다. 그분도 검사 생활을 하신 것으로 아는 데 지금은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계신다고 했다. 그런데 최민혁과 최다혜가 왔을 때 하필 그분과 그 가족들이 할아버지 댁을 찾아왔다.

“허허허허. 글쎄 우리 손자가 사법고시 1차에 떡하니 합격했지 뭡니까? 크음. 그래서 말인데 녀석이 고시에 붙으면 우리 최 씨 집안은 앞으로 그녀석이 이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은 할아버지의 탐욕을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었다. 작은 할아버지는 이곳 서래마을의 집 뿐 아니라 할아버지 재산까지 탐내고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물려받은 선산을 비롯해서 상당한 땅을 소유하셨고 현재 국내 최대 로펌인 리 엔 최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셨다. 고로 할아버지의 재산은 상당하다는 것 정도는 최민혁도 익히 아는 바였다.

아! 참고로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 31일에 폐지하기로 했다가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서 유예되어 2021년 12월 31일에 폐지되기로 결정이 났다.(*팩트는 아닙니다). 그래서 2019년인 올해에도 사법 시험은 볼 수 있었다.

“형님. 전에 하신 말씀 기억 하시지요?”

“뭘 말이냐?”

“형님 아래 혈족 중에 고시 3개를 패스하면 형님의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하신 말씀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기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민수 올해 사시 붙으면 바로 행시 준비 들어갑니다. 두고 보십시오. 우리 민수가 형님의 염원을 꼭 이뤄 드릴 테니까요. 허허허허.”

작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염원이란 핑계로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자신의 후대에서 고시 3개를 패스하는 녀석이 나오면 그의 전 재산을 정말로 그 후손에게 물려주실 생각이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작은 할아버지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참. 우리 민수 만나 보셔야지요. 민수야. 이리 와라.”

작은 할아버지의 부름에 최민혁 또래의 남자가 할아버지 서재로 들어갔다. 그때 서재 안에 있던 작은 할아버지가 열린 서재 문 너머로 최민혁을 발견했다.

“어이. 너! 이리 와 봐.”

최민혁은 자신을 막 대놓고 부르는 작은 할아버지가 불만스러웠지만 웃어른이 부르시니 그 말을 따랐다.

최민혁이 서재 안에 들어오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굳었다. 심히 못 마땅한 얼굴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걸 보고 작은 할아버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우리 집 종손인 민혁이지?”

“네. 작은 할아버님.”

최민혁은 그래도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야구한다고?”

“네.”

“쯧쯧! 네 애비는 공부도 곧잘 했고 명석했는데 넌 왜 그 모양이냐? 역시 외탁인 건가?”

최민혁은 이제 모친과 외가까지 싸잡아 뭐라고 하는 작은 할아버지의 작태에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우리 민수 좀 봐라. 작년에 사시 1차 합격하고 이제 올해 2차만 붙으면 바로 행시 준비에 들어 갈 거다. 너도 들어 봤지? 고시 3관왕?”

작은 할아버지의 그 말에 최민혁은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그럴 것이 눈앞에 그 고시 3관왕을 두고 작은 할아버지가 그런 얘기를 하니 가소롭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던 것이다.

최민혁이 보기에 6촌, 그러니까 최민혁의 재종형제가 되는 최민수란 남자는 딱히 뛰어나 보이는 인재는 아니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말이다.

‘행시? 사법고시나 폐지되기 전에 합격하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작은 할아버지 앞에서 드러낼 순 없었다. 그랬다간 괄괄한 성격의 작은 할아버지께 멱살잡이 당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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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혹시나 해서 세나에게 물었다.

‘오늘 능력빙의 2단계로 업그레이드 했잖아. 그럼 업그레이드 된 순간부터 2번의 능력빙의를 쓸 수 있는 거 아냐?’

최민혁은 자신과 할아버지의 관계에 대해 너무 궁금한 게 많아서 한 번 더 능력빙의를 할 수 있다면 최민혁으로 능력빙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능력빙의 2단계는 하루에 두 번 쓸 수 있습니다. 마스터께서는 그 두 번을 다 사용하셨고요.]

‘쳇!’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었다. 최민혁은 대 놓고 눈앞의 할아버지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할아버지. 진짜 고시 3관왕 하면 할아버지 전 재산을 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겁니까?”

그 물음에 할아버지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맞다. 단 고시 3관왕 한 사람이 아니라 고시 3관왕을 한 내 혈족이 그 대상이다.”

“그러니까 저도 해당이 된단 말이죠?”

최민혁이 눈빛을 빛내며 말하자 작은 할아버지와 6촌이 대 놓고 웃었다.

“클클클클. 고시 3관왕이 뉘집 개 이름인줄 아느냐?”

“후후후후. 그쪽은 야구나 계속 하셔.”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단 걸 말이다. 아무리 동생이고 그 동생의 손자라지만 최민혁은 할아버지의 장손이었다.

즉 옛날로 치자면 장남 부재 시 장손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 만큼 가문에서 장손에 대한 지위는 확고했다. 그런 귀한 장손을 둘이 비웃고 있으니 할아버지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었다.

“크음. 피곤하구나. 쉬고 싶으니 다들 나가 봐라.”

할아버지의 축객령에 작은 할아버지와 6촌, 그리고 최민혁이 서재 밖으로 나갔다. 그때 할머니께서 차를 내 오셨는데 그걸 보고 작은 할아버지가 말했다.

“됐습니다. 형수님. 마신 걸로 하죠. 얘들아 가자.”

자기가 목적한 바를 이룬 작은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이 집에 있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데려 온 식솔들을 이끌고 휑하니 전통 가옥 밖으로 나가버렸다. 덕분에 최민혁은 할머니가 아깝다며 따라 주는 차를 5잔이나 마셔야 했다.

“그럼 저희 이만 가 볼게요.”

외가도 들러야 했기에 최민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런 최민혁을 보고 제일 기뻐한 건 최다혜 였다. 아무래도 유교적인 기풍이 강한 친가가 딸인 최다혜에게 여러모로 불편하게 만들었던 모양이었다.

“또 올게요. 할머니.”

“그래. 내 똥강아지. 자주 좀 와.”

최민혁은 유일하게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전통 가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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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외가는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까지 차로 가는데 거의 40분이 걸렸는데 이동 중 최민혁은 생각했다.

‘고시 3관왕이라.....’

지금 시작해도 최민혁은 고시 3관왕은 무난히 해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공부는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이미 모든 내용은 최민혁의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니 말이다. 단지 최민혁에게 필요한 것 정보였다. 최근에 시험이 어떤 식으로 출제 되었고 출제 위원의 성향은 어떤지 등등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 꼭 확인해 둬야 할 사항들이었다. 그것만 확인하면 당장 이 자리에서 시험을 봐도 최민혁은 고시 3관왕을 해 낼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고시 3관왕을 하면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실 터였다.

‘효도가 별거냐. 살아 계실 때 기쁘게 해드리는 게 최고의 효도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 최민혁은 뒤로 할아버지 재산이 얼만지 궁금했다. 그때 세나가 말했다.

[전 대법원장을 역임 하셨던 최민용님께서 현재 보유 중인 재산은 현금으로 환산했을 때 258,074,609,870원입니다.]

최민혁도 할아버지의 재산이 2,500억이 넘는단 사실에 좀 많이 놀랐다.

[마스터! 고시 3관왕에 무조건 도전 하세요. 이천 오백 억이라니. 흐흐흐흐.]

어째 세나가 갈수록 이상하게...... 점점 더 변태적으로 변해 간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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